Ra Mắt Hay Ra Đi Raw - C17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71화
쓰레기장에 버린 인형을 현관 앞에서 도로 만났다는 괴담을 아는가?
지금 내 심정이 그거랑 썩 비슷하다.
‘이게 여기서 왜 나와.’
지금 뽑은 이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 특성.
아주사 참가 초반에 C등급으로 나와서 선아현 설득에 써먹었다가, 데뷔하면서 삭제한 특성이었다.
다시 튀어나온 것도 웃기지만 다른 것도 웃겼다.
‘왜 등급이 A냐고.’
이미 가지고 있던 특성이 또 뜨면 합성되며 상위 등급으로 변하는 건 경험해 봤는데, 그 경우에는 이름이 바뀌었던 것 같단 말이다.
‘무슨 시스템이 체계가 없나.’
왜 이건 또 이름이 그대로인지 모르겠다. 설마 효용성이 좋아서 A등급으로 상향 조절됐다는 X망겜에서나 할 법한 개소리는 아니겠지.
일단… 내용을 자세히 한번 확인해 보자.
[특성]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A)’ 획득!
-듣는 이에게 감정적 동요를 불러일으킨다.
: 발동 확률 60%, 기본 활성화 상태
“…음.”
설명은 그대로에, 확률은 확실히 높아졌다. C등급일 땐 35%였던 것 같은데, 여기선 60%다.
‘그렇다면 상위 등급인데 이름이 변하지 않았다는 게 맞는데… 대체 왜?’
그 순간,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 있었다.
‘경고인가.’
그러고 보니, 새 특성이 나오면 꼭 그걸 써먹을 순간이 온다는 가설을 세웠었다.
그리고 그 가설은… 지금까지 얼추 맞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굳이 이름까지 바꾸지 않은 건, 내가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서 꼭 이 특성을 가져가라는 경고를 하려고…….
‘과하다.’
이 상태창의 의도에 너무 집중하지 말자. 뒤통수 맞은 경험이 한두 번인가.
그렇다고 꺼림칙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무시할 필요도 없다.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
나는 손가락으로 팔을 두드리다가, 결국 어깨를 으쓱했다.
‘뭐… 어차피 바꿀 참이긴 했지.’
‘감정적 동요’라는 게 여러모로 쓸모 있는 능력이긴 했다.
‘이게 맞는 선택이다.’
나는 특성란을 조작했다.
[특성 : 유학생(A)이 삭제되었습니다!]
그렇게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A)’ 특성이 내 상태창에 재입성했다. 다시 감투 쓴 걸 축하한다.
이제 남은 건 스탯 투자인데….
“그래. 나도 세진이처럼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고 생각해. 그런데 테크닉적인 측면보다는 마음가짐에 가까워.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잖아.”
“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 저도…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마음! Personality!”
아니, 그 마음이 아니다.
게다가 스탯 투자와는 전혀 상관없는 결론이 나왔다.
‘허이고.’
하지만 이놈들이 나름대로 일치된 결론을 내렸다는 표정으로 훈훈해 하고 있으니 뭐… 놔두자.
“그래서 마음가짐으로 결론을… 잠깐, 근데 이 이야기 왜 하던 거야?”
“문대 형이 물어봐요!”
차유진의 발언에 류청우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시선을 피했다.
“…그냥 심심해서 물어본 겁니다.”
“아, 그런가.”
류청우가 멋쩍게 웃었다.
“난 또, 우리 마음 한번 다잡자고 한 말인 줄 알았어. 이제 곧 새 활동이니까.”
“아~ 저희가 그 용도로 쓰면 되죠! 컴백 화이팅!”
“화, 화이팅!”
졸지에 컴백 대박을 외치는 분위기가 되었다. 거참.
‘그래도 다들 예전처럼 바짝 긴장하진 않는군.’
궤도에 오른 팀의 확실한 위치. 좋은 곡과 안무.
그리고 리패키지는 원래 텀이 짧고 앨범 구성이 비슷해서 성적 기대가 덜하니, 오히려 부담감이 줄어든 것 같았다.
아주사 새 시즌에 발목 잡힐 염려도 없다. 산업 스파이 사건 때문에 회사가 한동안 저자세로 나올 테니, 출연이나 기사 거부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듣기로는 최근 방영된 6화에서 주식 매도 할인, 그러니까 ‘마이너스 표 싸게 팜’이라는 미친 짓을 저지르고 있다던데.
내 일이 아니니 강 건너 불구경이 따로 없었다.
‘흠, 나도 이번에는 좀 쉽게 갈까.’
몸이라도 좀 편하게 춤에 찍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는 아직 켜진 상태창을 보다가, 피식 웃었다.
‘20만 못 모으면 죽는 놈이 무슨.’
효율적으로 가자.
이번에는 퍼포먼스가 강력하지 않은 곡이니, 다른 요소를 더 강조해서 무대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게 좋다.
‘이래도 하나로 수렴하는군.’
나는 처음 생각했던 그대로 스탯을 올렸다.
끼가 B+에서 A-이 되도록.
‘뭐, 이래 봤자 차유진에 비할 바는 아니다만.’
과연 B일 때와 어떤 차이가 생길지, 좀 궁금하긴 했다.
* * *
박문대가 상태창 정산을 마친 날로부터 2주 뒤. 10월 17일 목요일 오후.
“컴백!!”
박문대의 홈마는 패드와 스마트폰 공기계에서 각각 돌아가는 뮤직비디오와 음원 스트리밍을 보며 벅차오르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 화면들엔 공통으로 뜬 문구가 있었다.
[테스타(TeSTAR) – Picnic]
바로 그달 14일에 컴백한 테스타의 이번 리패키지 신곡이다.
‘너무 좋아!’
휴식기 없이 소처럼 일하는 가수가 걱정되면서도 좋아서 입이 벌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행차에서 끌어올린 기세 못 탈까 봐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활동 곡이 아주 좋았다.
산뜻하고 부드러운 R&B 곡은 쌀쌀한 가을 아침에 기분 좋게 듣기 딱이었다.
‘출근길 픽 되자…. 제발!’
아직 발매 사흘째라 대중 픽이고 뭐고 팬들이 일간 차트에서 순위를 끌어올리기 바쁜 참이었건만, 홈마는 그답지 않게 김칫국을 마시고 있었다.
‘이건 음원에서 선전해야 돼!’
이렇게까지 리스닝에 치중한 곡을 만들었는데 모두가 들어줘야 한다는 이상한 자부심이 솟구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테스타는 대중성을 신경 쓰다 보면 놓칠 수 있는, 팬들이 좋아할 만한 자신들의 모습도 살짝 챙겨왔다.
뮤직비디오에서 디테일을 살린 것이다.
-일기예보와 상관없어
널 만나고 싶은 날이야
가볍게 툭툭 걸어가면
오늘은 파란 하늘, 이야
Go on a picnic, Go on a picnic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그냥 ‘대학생 테스타 멤버들이 한강으로 놀러 간다’는 간단한 스토리였지만, 내부의 소품과 구도 사용이 예사 솜씨가 아니었다.
아주사부터 행차까지 테스타의 결정적인 모습과 소품들을 교묘히 재현해 끼워두었기 때문이다.
가령 박문대의 방 안에 걸린 유니폼과 똑 닮은 고등학교 교복, 한강에서 선아현이 부는 비눗방울, 나무 사이로 걸어가는 류청우의 구도 따위였다.
아는 사람만 찾아낼 수 있는 요소들이 팬들을 재밌게 했다.
그래서 테스타에 관심이 있던 기자는 이런 논평을 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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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년을 맞은 그룹이 가져오는 노스텔지아]
여기 거대한 이야기가 압축된 시간이 있다. 쉬지 않고 달려온 테스타의 시간은 대중과의 농도 진한 공유감으로 촘촘한 밀도를 가졌다.
…….
그 모든 시간을 하나하나 풀어헤쳐, 아름답게 흩날리게 두는 느낌이 각별하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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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기사가 대중적으로 큰 관심을 받진 못했지만, 홈마를 위시한 테스타 팬들의 댓글과 응원은 듬뿍 받았다.
그리고 팬들이 해석뽕에 취한 정도는 아니었으나, 첫 대중 반응도 썩 괜찮았다.
일단 KPOP 관련 커뮤니티 등지에서 ‘곡 별로다’, ‘행차가 더 나았다’로 도배되지 않았다는 게 그 증거였다.
이 정도가 한계였다.
-행차에 비해 좀 밋밋함 그냥 내 취향임
-되게 쉬운 노선 골랐네ㅠㅠ컨셉충 이제 안 하려나 보다
└래빈이가 직접 편곡했는데 너무 좋아서 꼭 타이틀로 쓰고 싶다고 멤버들이 그랬대! 다음 컴백 때는 또 어떤 멋진 곡 들고 올지 기대하는 중이야♡
-무난무난~
-노래 좋은데 좀 아쉽다 좀 더 강렬한 게 나올 줄 알았어
물론 보는 팬들이 열 받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행차 가지고 나왔을 때는 ‘너무 나갔다’, ‘오글거린다’면서!!’
이미 지나가서 깎을 수 없는 지난 활동 곡을 마구 치켜세우면서, 그걸로 신곡을 후려치는 꼴은 언제봐도 사람을 빡치게 했다.
홈마는 뒷목 잡고 싶은 기분으로 잠깐 그 꼴을 회상했지만, 곧 마음을 진정시켰다.
‘괜찮아, 우리 명곡이야.’
곡이 좋으니 모든 게 괜찮았다.
게다가 타이틀곡의 평만 좋은 게 아니었다. 리패키지 앨범 구성품도 훌륭했다.
예약 특전으로 피크닉용 담요와 박스를 보내줬는데, 무늬를 멤버들이 그린 것이다.
‘상술인 건 알지만… 훌륭한 상술이었다.’
홈마는 문대가 그린, 뭉개진 떡 같은 사과 무늬 담요가 걸려 있는 자신의 방 벽 한편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참고로 그 옆에는 의 ‘5월의 신랑’ 인형이 크기별로 우르르 모여 있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좋아…. 순조롭다.”
홈마는 순식간에 진정했고, 동시에 설렘을 동반한 행복에 침대를 굴렀다.
솔직히 서바이벌로 데뷔한 그룹 멤버의 홈마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어지간한 가시밭길이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스코어를 보면… 지레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순조롭고 즐거운 날들이었다.
문제가 터지긴 했지만, 처신이 딱딱 알맞아서 금방금방 가라앉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적이 좋았다!
‘아, 이번에 나온 것도 너무 좋았지.’
무슨 사극 왕세자처럼 총명 그 자체였다며, 홈마는 흥분해서 타임라인에 렉이 걸리던 그 상황을 짧게 회상했다.
‘문대는, 천재 강아지야…….’
그냥 원초적인 주접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야 퍼뜩, 다시 정신을 차렸다.
‘일하자, 일!’
지난번 행사에서 찍은 사진을 얼른 보정해야 오늘 컴백 무대 본방을 상쾌한 마음으로 볼 것 아닌가!
하지만 홈마가 무심코 클릭한 노트북의 인터넷 탭에서 본 것은… 테스타의 위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뜬 공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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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룸메이트 바꾸기 2탄!]
과연 누가 같은 방을 쓰게 되었을까요? 내일(금) 저녁 7시, 멤버십 러뷰어에게 선공개됩니다! >__<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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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된 사진에는 카드 게임을 하는 남자 손 여럿이 첨부되어 있었다.
글과 맞춰보면… 누가 봐도 룸메이트 정하는 게임이었다!
“와아악!”
홈마는 즐거움의 비명을 질렀다.
‘재밌겠다!’
아현이가 싫은 건 당연히 아니지만, 이쯤 되면 박문대가 다른 멤버와 룸메이트를 했을 때의 반응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약간 진정했다.
‘음… 류청우는 말고… 이세진이었으면 좋겠다!’
어떻게든 두들겨 패고 타이밍 맞게 잘 넘어가서 문제는 되지 않았지만, 문대의 지난 썸머패키지의 모습을 봤을 때 류청우와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다들 어렴풋이 짐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만 그러고 다시 잘 지내더라.’
잠시 싸웠나 의심한 정도였으나, 그렇다고 굳이 룸메이트가 되는 모험을 바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아주사 1차 팀전의 조합의 첫인상이 아직 강렬했기 때문에, 홈마는 내심 이세진을 꼽았다.
‘아무튼, 재밌었으면 좋겠네!’
결과적으로, 홈마의 이 포괄적인 바람만은 이루어졌다.
* * *
“WOOOW! 문대 형!”
“……와.”
실화인가.
나는 하이파이브를 하자며 손을 내미는 차유진을 보고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러니까, 이게 지금….
“우리 룸메이트예요!”
확인 사살까지 해주는군.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