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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170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70화
‘이 야밤에 제정신인가.’
아무리 직종상 밤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다지만, 벌써 자정을 넘겼단 말이다.
골드 1이 그래도 분별력 있는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는 떨떠름하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문대야.
답변하는 골드 1의 목소리는 좀 얼빠진 놈 같았다.
-음… 아, 지금 전화 돼?
“네. 말씀하세요.”
-알았어. 음…….
골드 1은 한참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나도 이야기 들었는데.
“예?”
-우리 회사가 너희한테… 안 좋게 굴었다고 하더라.
“…!”
이걸 이렇게 대놓고 말한다고?
그 회사야 긴급 폭탄 처리로 정신없을 테니 이놈이 사태를 얼추 파악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만, 다짜고짜 전화한 건 이상했다.
‘뭘 어쩌려고?’
이 질문은 바로 다음 순간 답을 얻었다.
-저기… 미안하다.
“…….”
이거였나.
뭐,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야 뻔하다.
“형이 한 것도 아닌데, 너무 신경 안 쓰셔도 괜찮습니다.”
혹시 회사에서 전하라고 시킨 거라면 아무 소용 없는 말이고, 그냥 골드 1 개인이 한 말이면 위안이 될 말이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지만 골드 1의 대답은 의외였다.
-…아니, 사실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나도 알았던 것 같아. 그냥 모른 척 넘어갔던 거지.
“……!”
-회사에서 너희 이야기 가끔 들었거든.
전화기 너머로 골드 1이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정도일 줄은 모르긴 했는데… 그래도 아무튼, 합리화했었나 보다. 너희는 워낙 잘되니까 별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나 봐.
“…음.”
-근데 오늘 다시 생각해 보니까, 너희 입장이면 진짜 짜증 났겠더라.
말하는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그래서 사과하려고 전화했어. 음, 원래는 청우한테 하려다가, 네가 제일 많이 피해 본 것 같아서 너한테 먼저 했어.
흠, 이것 참.
‘회사가 정말 뒤집어졌나 본데.’
사람 죄책감이 아무 계기 없이 생기진 않는다. 소속 가수가 지난 일을 돌아볼 만큼, 그야말로 그 동네가 난장판인가 보다.
‘그래도 반발 심리보다 사과부터 생각했다는 건 훌륭해.’
본인 마음 편하자고, 혹은 회사에 도움이 될까 해서 연락한 면이 없잖아 있겠다만… 어쩌겠는가. 이놈도 따지고 보면 겨우 대학생 연령대다.
사과할 용기 낸 것만으로도 싹수가 괜찮은 놈으로 볼 수 있었다.
나는 선선히 사과를 받았다.
“괜찮습니다. 좀 놀라긴 했는데 다 끝난 일이잖아요.”
X된 건 너희 회사인 상황에서 네 사과 정도야 안 받아줄 이유도 없다.
말이야 뭔들 못 하는가.
-그래, 고마워.
골드 1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목소리가 너머에서 들렸다.
-아, 그리고 슬휘도 너한테 미안하고 고맙다고 전해 달라더라. 촬영 때 잘 대해줬다며.
“……?”
걔가 누구… 아, 그렇군. 그 한국대생이다.
‘대충 골드 3로 부를까.’
나는 적당히 긍정했다.
“별건 안 했는데…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래. ……헉, 잠깐. 지금 새벽 1시야??
“네.”
골드 1이 괴상한 목소리로 탄식했다.
무게감이 순식간에 사라지는군.
-와 씨, 진짜 미안하다. 모니터링하다가….
“저도 그랬어요. 괜찮아요.”
아마 저쪽도 한국대생이 나오는 를 단체 시청한 모양이다.
“그래도 슬슬 잘 때긴 하네요.”
나는 적당히 마무리용 멘트를 쳤고, 골드 1은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아, 그래. 음, 잘 자. 활동 응원할게.
“예. 감사합니다. 형도 좋은 결과 있길 바라요.”
대화는 온화하게 잘 끝났다.
하지만 아마 앞으로는 이놈들 데뷔 초 때처럼 격 없이 인사하거나 아는 척하진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별수 없지.’
경쟁업자라는 게 원래 그럴 것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혹시라도 다른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을 무음 모드로 돌렸다.
‘자자.’
그리고 선아현과 배세진이 숙소에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푹 잤다.
덕분에 새벽에 온 문자를 확인한 건 다음 날 오전이었다.
* * *
[후배님, 공시생 경험을 유용하게 썼네요. 축하합니다^^]
이 새낀 또 뭐야.
아점 먹다가 뱉을 뻔했다.
‘대체 언제 이런 걸 보냈냐.’
문자 보낸 시간을 보니 새벽 4시였다.
‘자기 샵 갈 시간에 보냈나 본데.’
민폐였다.
나는 보험 광고 당시 봤던 새끼 리트리버가 프로필 사진으로 떠 있는 ‘VTIC 신청려 선배님’이란 글자를 짜게 식은 눈으로 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놈한테 공시 공부했던 걸 말했었군.’
본의 아니게 무슨 신뢰의 증명이라도 한 셈이 되었다.
나는 ‘네 감사합니다’를 빠르게 쳐서 보내고 메시지 탭을 나오려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새 문자가 왔다.
지이이잉-
[(이미지 파일)]
뜬금없는… 기프티콘이었다.
“…??”
클릭해 보니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파는 ‘수험생 응원용 초콜릿 세트’다.
이걸 설마 유머랍시고 보냈냐?
[활동 응원 겸 보내봤어요. 이제 곧 신곡 타이밍 아닌가?]
그건… 맞다. 슬슬 리패키지 앨범을 낼 타이밍이긴 했다.
그리고 활동 곡은 계획대로, 골든에이지 곡을 맡았던 작곡가에게 받은 후보곡 중에 나왔다.
‘편곡이 잘됐어.’
거의 만장일치로 김래빈의 편곡이 통과되었는데, 김래빈은 아직도 썩 자신이 없는 눈치긴 했다.
웃긴 건 본인 실력보단 환경에 대한 염려였다는 점이다.
-확실히 음원차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장르를 고르긴 했습니다만, 저희가 곡을 낼 때쯤 새로운 흐름이 도래해서 완전히 대중성의 척도가 변해 버리면…!
-그럴 일 없어 래빈아 진정해.
이런 느낌의 대화를 근래 몇 번이나 했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자기 발이나 걱정할 것이지.’
김래빈의 발은 최근 ‘더 이상 안정이 필요하지 않을 수준의 완벽한’ 완치 판정을 받았다. 덕분에 안무 연습은 아주 순조롭다.
‘그놈의 실내 클라이밍하겠다고 고집만 안 부렸으면 일주일은 더 일찍 받았을 텐데.’
스케줄을 소화하려는 열정은 알아주겠다만, 참 고지식한 놈이었다.
“너무 대중성을 노려서 평단에서 엄청난 혹평을 하는 건….”
“아니야 래빈아~ 걱정 말고 밥 먹자.”
마침 밥 먹으면서도 저러고 있다.
아무튼, 그래서 앨범 준비는 순항 중이라는 이야기다.
‘어차피 이렇게 그 회사를 재갈 물릴 거였다면 괜히 작곡가로 큰 그림까지 그렸나.’
영린과 청려까지 끌어들여서 작곡가를 공유해 버린 것 말이다.
나는 김에 싼 밥을 입에 넣으며 생각했다.
‘음, 영린도 이번 성적이 좋았지.’
내가 일부러 골든에이지의 작곡가를 공유했던 영린이 이 주 전에 낸 신곡도 현재 음원 차트 상위권이다.
며칠 전에 작곡가 소개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따로 한 번 더 받았었다.
‘아, 그래서 더 빡쳤던 건가.’
영린에게 그 작곡가를 소개해준 게 나라는 걸 골든에이지의 회사가 어디서 들었다면, 이 근래 굳이 날 물고 늘어진 것도 더욱 이해가 갔다.
‘일에 감정까지 들어가니 더 잘됐겠어.’
자기들은 역바이럴하면서 겨우 작곡가 좀 공유했다고 열받았다면 그 꼴이 좀 어처구니가 없긴 하다만 말이다.
‘뭐, 다 끝난 일이지만.’
도의적으로 문제 생길 정도는 아니었으니, 당장 T1 상대하기도 숨넘어가는 그놈들이 악감정을 오래 가지고 있을 수도 없을 것이다.
‘자, 그럼 영린 다음이 우리고.’
마지막 타자는 청려의 그룹인 VTIC이었다.
‘약삭빠른 새끼.’
투어나 컴백 스케줄 이야기하면서 슬그머니 뒤로 빠졌지만, 흥망성쇠 다 보고 증명된 후에 판돈 걸겠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타이틀도 아니고 서브곡으로 넣으면서 호들갑은 다 떠는군.’
과연 완벽주의 리셋증후군답다.
…뭐,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 미친놈이 순순히 협력하는 것 자체가 나름대로 협조의 표시일 것이다.
‘이대로만 가도 참아줄 수 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스마트폰 자판에 엄지를 옮겼다.
[예. 열심히 해봐야죠. 초콜릿 잘 먹겠습니다. 선배님.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래요.]
그래. 깔끔하다.
이놈도 내심 그 작곡가의 곡이 마음에 드는지 좀 더 협조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골든에이지 쪽에서 헛짓 안 해도, 괜히 다른 말은 안 나오는 게 좋지.’
여러모로 이 그림은 괜찮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아니, 집중하려고 했는데, 또 스마트폰이 울린다.
지이이잉-
“…….”
[아, 나 다음 달에 생일이에요. 27일.]
어쩌라고.
나는 넌덜머리를 내며 스마트폰을 껐다.
밥이나 마저 먹자.
“각자 그릇 잘 가져다 놨지?”
“네!”
청소해 주시는 분이 오시긴 하다만, 인간적으로 기본은 하기 위해 그릇을 싱크대에 넣어뒀다.
그리고 자유시간이다.
“으하하하핫!”
보통은 각자 방에서 노는 경우가 잦은데, 오늘은 차유진이 무슨 이상한 춤추는 게임을 한다고 해서 관전하러 나온 놈들로 거실이 북적였다.
‘들어갈까.’
매번 방에만 있기 그래서 나왔는데 너무 시끄러웠다.
하지만 움직이긴 귀찮았기 때문에, 나는 다른 집중거리를 찾아냈다.
‘…슬슬 까볼 때가 됐지.’
이건 소란스러울 때가 차라리 다른 생각이 안 들어서 편할 것이다.
‘상태창.’
나는 아주 오랜만에, 정산을 시작했다.
[이름 : 박문대 (류건우)]
Level : 17
칭호 : 없음
가창 : S-
춤 : B
외모 : A-
끼 : B+
특성 : 잠재력 무한, 유학생(A), 바쿠스500(B), 잡아채는 귀(A)
!상태이상 : 관객이 아니면 죽음을
남은 포인트 : 2
우선 S에 진입한 가창이 눈에 들어왔다.
‘저건 좀 뿌듯하군.’
잘 찍은 항목이었다. 예능부터 활동까지 쏠쏠하게 써먹었다.
그 후에는 레벨업으로 얻은 포인트도 눈에 들어왔지만, 더 신경 쓰이는 건 다른 요소였다.
‘저건 왜?’
이유는 모르겠다만 끼가 B에서 B+로 자연 증가했다.
‘특별히 끼가 오를 만한 일은… 안 한 것 같은데.’
최근 안 열어봤다 보니 대체 언제 증가한 건지도 모르겠다.
“흐음.”
아무튼, 오른 건 좋은 일이었다. 나는 침착하게 팔짱을 꼈다.
이제 얼른 포인트를 분배하고 끄면 된다.
새 앨범이 나오기 전이니까 지금이 딱 적기였다.
‘정석은… 끼인가.’
한 포인트만 소모해서 A 등급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이니 가장 효율적이긴 했다.
“좋아.”
“뭐가요?”
“…!”
아차.
상태창을 켜놓는데 심력을 쏟은 나머지, 입 밖으로 말해버린 모양이다. 게임을 막 끝낸 차유진이 말똥말똥한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뭐, 다른 말은 안 했으니까.’
문제 될 건 없었다. 나는 대충 대답하려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놈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볼까.
“음, 그냥 물어보는 건데.”
“네!”
“혹시 아이돌로 활동하는 데 가장 필요한 능력이 뭐라고 생각하냐.”
“흠? It’s like… personality?”
개성.
‘대충 끼로 치환이 가능한가.’
끼가 같은 업종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능력치가 좋은 놈이 할 법한 말이긴 했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김래빈이 치고 들어왔다.
“좀 더 프로다운 대답을 해야지! 형! 제 생각에는 역시 곡을 소화하는 능력 같습니다. 표현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결국 차유진이랑 똑같이 ‘끼’ 능력치로 치환되는 말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 프로야! 너 밋밋해!”
“아냐! 네 대답은 성의 없었어!”
싸우는 두 놈을 보고 있자니, 옆에서 음울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기본기.”
배세진이다. 아무래도 본인이 필요하다고 느낀 걸 말하는 것 같군.
그 와중에 차유진과 김래빈의 말싸움에 큰세진도 한마디 얹고 있다.
“다 잘해야지~ 무슨 그런 걸 따지고 있어?”
“그래도 더 중요한 걸 고르고자….”
개판이다.
‘괜히 물어봤나.’
결론 날 때까지 그냥 두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막간을 이용해 다른 걸 확인하기로 했다.
바로 이벤트 팝업이었다.
[명성의 참맛!]
10,000,000명의 사람이 당신의 존재를 기억했습니다!
: 전설 특성 뽑기 ☜ Click!
천만 명이라니.
이쯤 되면 그 규모가 현실에 모이는 걸 떠올리는 게 불가능하다.
더 무서운 건 이게 제법 과거에 떴다는 점이다. 아마 지금… 오천만 명을 향해 달리는 중일 것이다.
‘휴우.’
보람과 소름이 동시에 오는군.
어쨌든, 특성 뽑기를 클릭해 보겠다.
둥둥둥둥둥-
익숙한 슬롯머신 그림과 함께, 슬롯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영웅이 B 등급을 기본으로 시작했으니… 전설이면 A가 기본으로 나오는 건가.’
하기야 천만 명이 날 안다는데 이 정도는 나올 만하다.
하지만 슬롯에는 금색이 섞여 있었다.
‘뭐야.’
이젠 더 높은 등급이 나올 확률만 생성되고, A 등급 확정은 안 주겠다는 것 같다.
‘양산형 망겜 같네.’
나는 금색, 백금색, 무지개색이 섞여 돌아가는 슬롯머신을 노려보았다.
‘뭐든 좋으니 활동에 쓸 만한 게 나왔으면 좋겠군.’
슬슬 ‘유학생’을 버리고 갈아탈 시점인 것 같아서 말이다. 컨셉 소화력에 도움이 되거나, 하다못해 머릿결이 튼튼해지는 거면 좋겠다.
슬롯은 점점 천천히 돌아가더니, 멈춰섰다.
다행히 백금색이었다.
파파팡!
[특성]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A)’ 획득!
“…!”
하지만 거기엔… 어디서 많이 본 특성 이름이 떠 있었다.
등급만 달라진 채로.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70화

‘이 야밤에 제정신인가.’

아무리 직종상 밤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다지만, 벌써 자정을 넘겼단 말이다.

골드 1이 그래도 분별력 있는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는 떨떠름하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문대야.

답변하는 골드 1의 목소리는 좀 얼빠진 놈 같았다.

-음… 아, 지금 전화 돼?

“네. 말씀하세요.”

-알았어. 음…….

골드 1은 한참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나도 이야기 들었는데.

“예?”

-우리 회사가 너희한테… 안 좋게 굴었다고 하더라.

“…!”

이걸 이렇게 대놓고 말한다고?

그 회사야 긴급 폭탄 처리로 정신없을 테니 이놈이 사태를 얼추 파악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만, 다짜고짜 전화한 건 이상했다.

‘뭘 어쩌려고?’

이 질문은 바로 다음 순간 답을 얻었다.

-저기… 미안하다.

“…….”

이거였나.

뭐,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야 뻔하다.

“형이 한 것도 아닌데, 너무 신경 안 쓰셔도 괜찮습니다.”

혹시 회사에서 전하라고 시킨 거라면 아무 소용 없는 말이고, 그냥 골드 1 개인이 한 말이면 위안이 될 말이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지만 골드 1의 대답은 의외였다.

-…아니, 사실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나도 알았던 것 같아. 그냥 모른 척 넘어갔던 거지.

“……!”

-회사에서 너희 이야기 가끔 들었거든.

전화기 너머로 골드 1이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정도일 줄은 모르긴 했는데… 그래도 아무튼, 합리화했었나 보다. 너희는 워낙 잘되니까 별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나 봐.

“…음.”

-근데 오늘 다시 생각해 보니까, 너희 입장이면 진짜 짜증 났겠더라.

말하는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그래서 사과하려고 전화했어. 음, 원래는 청우한테 하려다가, 네가 제일 많이 피해 본 것 같아서 너한테 먼저 했어.

흠, 이것 참.

‘회사가 정말 뒤집어졌나 본데.’

사람 죄책감이 아무 계기 없이 생기진 않는다. 소속 가수가 지난 일을 돌아볼 만큼, 그야말로 그 동네가 난장판인가 보다.

‘그래도 반발 심리보다 사과부터 생각했다는 건 훌륭해.’

본인 마음 편하자고, 혹은 회사에 도움이 될까 해서 연락한 면이 없잖아 있겠다만… 어쩌겠는가. 이놈도 따지고 보면 겨우 대학생 연령대다.

사과할 용기 낸 것만으로도 싹수가 괜찮은 놈으로 볼 수 있었다.

나는 선선히 사과를 받았다.

“괜찮습니다. 좀 놀라긴 했는데 다 끝난 일이잖아요.”

X된 건 너희 회사인 상황에서 네 사과 정도야 안 받아줄 이유도 없다.

말이야 뭔들 못 하는가.

-그래, 고마워.

골드 1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목소리가 너머에서 들렸다.

-아, 그리고 슬휘도 너한테 미안하고 고맙다고 전해 달라더라. 촬영 때 잘 대해줬다며.

“……?”

걔가 누구… 아, 그렇군. 그 한국대생이다.

‘대충 골드 3로 부를까.’

나는 적당히 긍정했다.

“별건 안 했는데…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래. ……헉, 잠깐. 지금 새벽 1시야??

“네.”

골드 1이 괴상한 목소리로 탄식했다.

무게감이 순식간에 사라지는군.

-와 씨, 진짜 미안하다. 모니터링하다가….

“저도 그랬어요. 괜찮아요.”

아마 저쪽도 한국대생이 나오는 를 단체 시청한 모양이다.

“그래도 슬슬 잘 때긴 하네요.”

나는 적당히 마무리용 멘트를 쳤고, 골드 1은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아, 그래. 음, 잘 자. 활동 응원할게.

“예. 감사합니다. 형도 좋은 결과 있길 바라요.”

대화는 온화하게 잘 끝났다.

하지만 아마 앞으로는 이놈들 데뷔 초 때처럼 격 없이 인사하거나 아는 척하진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별수 없지.’

경쟁업자라는 게 원래 그럴 것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혹시라도 다른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을 무음 모드로 돌렸다.

‘자자.’

그리고 선아현과 배세진이 숙소에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푹 잤다.

덕분에 새벽에 온 문자를 확인한 건 다음 날 오전이었다.

* * *

이 새낀 또 뭐야.

아점 먹다가 뱉을 뻔했다.

‘대체 언제 이런 걸 보냈냐.’

문자 보낸 시간을 보니 새벽 4시였다.

‘자기 샵 갈 시간에 보냈나 본데.’

민폐였다.

나는 보험 광고 당시 봤던 새끼 리트리버가 프로필 사진으로 떠 있는 ‘VTIC 신청려 선배님’이란 글자를 짜게 식은 눈으로 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놈한테 공시 공부했던 걸 말했었군.’

본의 아니게 무슨 신뢰의 증명이라도 한 셈이 되었다.

나는 ‘네 감사합니다’를 빠르게 쳐서 보내고 메시지 탭을 나오려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새 문자가 왔다.

지이이잉-

뜬금없는… 기프티콘이었다.

“…??”

클릭해 보니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파는 ‘수험생 응원용 초콜릿 세트’다.

이걸 설마 유머랍시고 보냈냐?

그건… 맞다. 슬슬 리패키지 앨범을 낼 타이밍이긴 했다.

그리고 활동 곡은 계획대로, 골든에이지 곡을 맡았던 작곡가에게 받은 후보곡 중에 나왔다.

‘편곡이 잘됐어.’

거의 만장일치로 김래빈의 편곡이 통과되었는데, 김래빈은 아직도 썩 자신이 없는 눈치긴 했다.

웃긴 건 본인 실력보단 환경에 대한 염려였다는 점이다.

-확실히 음원차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장르를 고르긴 했습니다만, 저희가 곡을 낼 때쯤 새로운 흐름이 도래해서 완전히 대중성의 척도가 변해 버리면…!

-그럴 일 없어 래빈아 진정해.

이런 느낌의 대화를 근래 몇 번이나 했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자기 발이나 걱정할 것이지.’

김래빈의 발은 최근 ‘더 이상 안정이 필요하지 않을 수준의 완벽한’ 완치 판정을 받았다. 덕분에 안무 연습은 아주 순조롭다.

‘그놈의 실내 클라이밍하겠다고 고집만 안 부렸으면 일주일은 더 일찍 받았을 텐데.’

스케줄을 소화하려는 열정은 알아주겠다만, 참 고지식한 놈이었다.

“너무 대중성을 노려서 평단에서 엄청난 혹평을 하는 건….”

“아니야 래빈아~ 걱정 말고 밥 먹자.”

마침 밥 먹으면서도 저러고 있다.

아무튼, 그래서 앨범 준비는 순항 중이라는 이야기다.

‘어차피 이렇게 그 회사를 재갈 물릴 거였다면 괜히 작곡가로 큰 그림까지 그렸나.’

영린과 청려까지 끌어들여서 작곡가를 공유해 버린 것 말이다.

나는 김에 싼 밥을 입에 넣으며 생각했다.

‘음, 영린도 이번 성적이 좋았지.’

내가 일부러 골든에이지의 작곡가를 공유했던 영린이 이 주 전에 낸 신곡도 현재 음원 차트 상위권이다.

며칠 전에 작곡가 소개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따로 한 번 더 받았었다.

‘아, 그래서 더 빡쳤던 건가.’

영린에게 그 작곡가를 소개해준 게 나라는 걸 골든에이지의 회사가 어디서 들었다면, 이 근래 굳이 날 물고 늘어진 것도 더욱 이해가 갔다.

‘일에 감정까지 들어가니 더 잘됐겠어.’

자기들은 역바이럴하면서 겨우 작곡가 좀 공유했다고 열받았다면 그 꼴이 좀 어처구니가 없긴 하다만 말이다.

‘뭐, 다 끝난 일이지만.’

도의적으로 문제 생길 정도는 아니었으니, 당장 T1 상대하기도 숨넘어가는 그놈들이 악감정을 오래 가지고 있을 수도 없을 것이다.

‘자, 그럼 영린 다음이 우리고.’

마지막 타자는 청려의 그룹인 VTIC이었다.

‘약삭빠른 새끼.’

투어나 컴백 스케줄 이야기하면서 슬그머니 뒤로 빠졌지만, 흥망성쇠 다 보고 증명된 후에 판돈 걸겠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타이틀도 아니고 서브곡으로 넣으면서 호들갑은 다 떠는군.’

과연 완벽주의 리셋증후군답다.

…뭐,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 미친놈이 순순히 협력하는 것 자체가 나름대로 협조의 표시일 것이다.

‘이대로만 가도 참아줄 수 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스마트폰 자판에 엄지를 옮겼다.

그래. 깔끔하다.

이놈도 내심 그 작곡가의 곡이 마음에 드는지 좀 더 협조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골든에이지 쪽에서 헛짓 안 해도, 괜히 다른 말은 안 나오는 게 좋지.’

여러모로 이 그림은 괜찮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아니, 집중하려고 했는데, 또 스마트폰이 울린다.

지이이잉-

“…….”

어쩌라고.

나는 넌덜머리를 내며 스마트폰을 껐다.

밥이나 마저 먹자.

“각자 그릇 잘 가져다 놨지?”

“네!”

청소해 주시는 분이 오시긴 하다만, 인간적으로 기본은 하기 위해 그릇을 싱크대에 넣어뒀다.

그리고 자유시간이다.

“으하하하핫!”

보통은 각자 방에서 노는 경우가 잦은데, 오늘은 차유진이 무슨 이상한 춤추는 게임을 한다고 해서 관전하러 나온 놈들로 거실이 북적였다.

‘들어갈까.’

매번 방에만 있기 그래서 나왔는데 너무 시끄러웠다.

하지만 움직이긴 귀찮았기 때문에, 나는 다른 집중거리를 찾아냈다.

‘…슬슬 까볼 때가 됐지.’

이건 소란스러울 때가 차라리 다른 생각이 안 들어서 편할 것이다.

‘상태창.’

나는 아주 오랜만에, 정산을 시작했다.

Level : 17

칭호 : 없음

가창 : S-

춤 : B

외모 : A-

끼 : B+

특성 : 잠재력 무한, 유학생(A), 바쿠스500(B), 잡아채는 귀(A)

!상태이상 : 관객이 아니면 죽음을

남은 포인트 : 2

우선 S에 진입한 가창이 눈에 들어왔다.

‘저건 좀 뿌듯하군.’

잘 찍은 항목이었다. 예능부터 활동까지 쏠쏠하게 써먹었다.

그 후에는 레벨업으로 얻은 포인트도 눈에 들어왔지만, 더 신경 쓰이는 건 다른 요소였다.

‘저건 왜?’

이유는 모르겠다만 끼가 B에서 B+로 자연 증가했다.

‘특별히 끼가 오를 만한 일은… 안 한 것 같은데.’

최근 안 열어봤다 보니 대체 언제 증가한 건지도 모르겠다.

“흐음.”

아무튼, 오른 건 좋은 일이었다. 나는 침착하게 팔짱을 꼈다.

이제 얼른 포인트를 분배하고 끄면 된다.

새 앨범이 나오기 전이니까 지금이 딱 적기였다.

‘정석은… 끼인가.’

한 포인트만 소모해서 A 등급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이니 가장 효율적이긴 했다.

“좋아.”

“뭐가요?”

“…!”

아차.

상태창을 켜놓는데 심력을 쏟은 나머지, 입 밖으로 말해버린 모양이다. 게임을 막 끝낸 차유진이 말똥말똥한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뭐, 다른 말은 안 했으니까.’

문제 될 건 없었다. 나는 대충 대답하려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놈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볼까.

“음, 그냥 물어보는 건데.”

“네!”

“혹시 아이돌로 활동하는 데 가장 필요한 능력이 뭐라고 생각하냐.”

“흠? It’s like… personality?”

개성.

‘대충 끼로 치환이 가능한가.’

끼가 같은 업종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능력치가 좋은 놈이 할 법한 말이긴 했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김래빈이 치고 들어왔다.

“좀 더 프로다운 대답을 해야지! 형! 제 생각에는 역시 곡을 소화하는 능력 같습니다. 표현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결국 차유진이랑 똑같이 ‘끼’ 능력치로 치환되는 말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 프로야! 너 밋밋해!”

“아냐! 네 대답은 성의 없었어!”

싸우는 두 놈을 보고 있자니, 옆에서 음울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기본기.”

배세진이다. 아무래도 본인이 필요하다고 느낀 걸 말하는 것 같군.

그 와중에 차유진과 김래빈의 말싸움에 큰세진도 한마디 얹고 있다.

“다 잘해야지~ 무슨 그런 걸 따지고 있어?”

“그래도 더 중요한 걸 고르고자….”

개판이다.

‘괜히 물어봤나.’

결론 날 때까지 그냥 두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막간을 이용해 다른 걸 확인하기로 했다.

바로 이벤트 팝업이었다.

10,000,000명의 사람이 당신의 존재를 기억했습니다!

: 전설 특성 뽑기 ☜ Click!

천만 명이라니.

이쯤 되면 그 규모가 현실에 모이는 걸 떠올리는 게 불가능하다.

더 무서운 건 이게 제법 과거에 떴다는 점이다. 아마 지금… 오천만 명을 향해 달리는 중일 것이다.

‘휴우.’

보람과 소름이 동시에 오는군.

어쨌든, 특성 뽑기를 클릭해 보겠다.

둥둥둥둥둥-

익숙한 슬롯머신 그림과 함께, 슬롯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영웅이 B 등급을 기본으로 시작했으니… 전설이면 A가 기본으로 나오는 건가.’

하기야 천만 명이 날 안다는데 이 정도는 나올 만하다.

하지만 슬롯에는 금색이 섞여 있었다.

‘뭐야.’

이젠 더 높은 등급이 나올 확률만 생성되고, A 등급 확정은 안 주겠다는 것 같다.

‘양산형 망겜 같네.’

나는 금색, 백금색, 무지개색이 섞여 돌아가는 슬롯머신을 노려보았다.

‘뭐든 좋으니 활동에 쓸 만한 게 나왔으면 좋겠군.’

슬슬 ‘유학생’을 버리고 갈아탈 시점인 것 같아서 말이다. 컨셉 소화력에 도움이 되거나, 하다못해 머릿결이 튼튼해지는 거면 좋겠다.

슬롯은 점점 천천히 돌아가더니, 멈춰섰다.

다행히 백금색이었다.

파파팡!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A)’ 획득!

“…!”

하지만 거기엔… 어디서 많이 본 특성 이름이 떠 있었다.

등급만 달라진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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