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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159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59화
테스타가 출연한 일본방송은 상단에 7:41쯤으로 시간이 떠 있는 아침 방송이었다.
‘아 케이팝 급이 있지 아침한마당 같은 데를 나오냐.’
고등학생은 좀 불만스러워하면서도, 일단 틀었으니 뭘 하는지나 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동영상을 보았다.
팬이 붙인 듯 한글 자막이 붙어 있었다.
[초특급 KPOP 그룹이 방문했다!]
[한국의 국민 아이돌, 테스타]
그리고 테스타의 활동 연혁과 성적이 뮤직비디오나 수상 장면과 함께 교차되며 빠르게 방송을 탔다.
[그런 그들의 이번 앨범 판매량은 무려 110만!]
[서바이벌 오디션으로 결성된 7인 7색의 매력이 비결일까요?]
[신오오쿠보에서 한류 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리고 한인타운 주변 길거리의 KPOP 팬들의 인터뷰가 짧게 지나갔다.
[역시 최근 가장 기세가 좋은 느낌?]
[저의 최애는 문대. 노래를 잘하는 귀여운 강아지!]
[모두 최애가 달라요.]
[열심히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고, 정말 귀엽기 때문에.]
‘오… 일본에서도 인기 좀 있네?’
고등학생은 시큰둥하던 얼굴을 좀 폈다.
영상은 별 번쩍거리는 효과와 함께, 드디어 테스타의 등장을 예고했다.
[한국의 초특급 아이돌이]
[지금 스튜디오에 등장!]
두두둥!
어딘가 적나라한 효과와 함께, 파스텔톤 세트장에서 박수 치는 너덧 명의 패널들을 배경으로 테스타가 입장했다.
전통 장신구를 적당히 매치한 남색 정장 차림이 말끔했다.
‘다리 길이 보소.’
고등학생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동안, 테스타는 별 긴장한 기색 없이 웃으며 깍듯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Take your STAR, 테스타입니다!]
[와아아!]
[어서 오세요.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MC의 요구에 아주 간단한 일본어를 섞거나 영어를 써버리는 식으로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시간이 별로 주어지지 않은 걸 알았기 때문에, 자신의 특징적인 요소도 살짝 곁들어서.
[안녕하세요. 테스타의 리더 류청우입니다. 전에 양궁 국가대표였어요.]
[허어억!]
[진짜?]
[예. 금메달리스트였습니다.]
그리고 웃으며 다음 사람에게 미련 없이 마이크를 넘기는 것이다.
일부러 더 거센 리액션이 튀어나왔다.
[너무 쿨해! 위험해!]
[저게 매력 포인트일 겁니다!]
자막을 제작한 사람은 심지어 뒤에서 패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까지 작은 색깔 자막으로 구현해 놨다.
대충 씩 웃는 멤버가 잡힐 때마다 터져 나오는 ‘멋지다’, ‘귀엽다’ 정도였다.
[저는 배세진입니다. 아역배우 출신이고…….]
[확신의 츤데레입니다!]
[……!]
살짝 머뭇거리며 적당히 마무리하려던 배세진의 말끝에 이세진이 끼어들었다.
[츤데레??]
[으하하!]
배세진의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폭소를 뽑아낸 이세진은 웃으며 자신의 소개를 이었다.
[제 이름은 이세진이고, 여기 츤데레 형님하고 이름이 똑같아서 큰세진이라고 별명을 만들었어요.]
[큰?]
[‘큰’은 한국어로 크다는 뜻이에요~ 넵. 팀에서는 댄스를 맡고 있습니다!]
연습생 때 교육받은 덕에 능란한 일본어가 튀어나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선아현입니다. 무용을, 전공했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박문대입니다. 노래 부르는 강아지와 티벳여우 중에 원하는 이미지로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HELLLLO GUYS, I’m Eugene. Please remember me! Thanks!]
그런 식으로, 제일 끝에 서 있던 김래빈까지 차례가 돌아왔다.
다만, 이번에는 패널에게서 질문이 들어왔다. 김래빈이 마치 장식처럼 교묘하게 차고 있던 발의 장식이 보호대라는 게 눈에 들어온 것이다.
[다리가 불편한 거야?]
[예. 하지만 무대 보여드리는 것에 지장은 없습니다.]
김래빈의 똘똘한 대답을 통역사가 번역해 주자, 패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적당히 ‘자신감이 좋다’는 식으로 감탄했다.
‘춤 X나 빡세던데 어쩌려는 거지.’
고등학생은 약간 회의적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테스타의 무대, 곧 이어집니다~]
원래는 광고가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자리였지만, 컷본인 탓에 영상에서는 바로 무대가 이어졌다.
적당히 치운 세트장 위 단상에서, 조명이 돌아가며 일본어 자막과 함께 무대가 시작되었다.
-발버둥 쳐도 피할 수 없도록
오늘 납신다 행차, 하신다
기록에 작대기 하나 더 긋도록
지금 납신다 행차, 하신다
‘X나 잘 맞네.’
이미 김래빈이 없는 동선을 연습해온 덕에 안무는 매끄러웠다.
게다가 오프닝이 오랜만의 완전체에 기합이 잔뜩 들어간 차유진이었던 덕에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했다.
극도로 정적인 카메라는 역동적인 퍼포먼스의 디테일들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고등학생은 아무 생각 없이 입 다물고 무대에 집중했다.
-행차
‘근데 걔 안 나오는데?’
다만 다리 다쳤다는 놈이 1절이 지나도록 아예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다. 고등학생은 약간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곧 머리에서 지웠다.
‘신랑 본체가 후렴 내내 더블링 넣는 거 맞는 것 같은데? 크, 내 귀 진짜 왜 이렇게 잘 듣냐.’
무대 보기도 바빴기 때문이다.
사실 ‘행차’의 무대를 제대로 보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는 그냥 넋 놓고 1절과 2절 도입을 봤다.
그리고 마지막 프리코러스에 들어가기 직전.
고등학생은 저 뒤에서 김래빈이 느릿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것을 간신히 눈치챘다.
‘뭐 어쩌려는 거지.’
짜게 식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안무 대형이 교묘하게 움직이더니, 갑자기 썰물처럼 빠지며 김래빈을 들어 올렸다.
“…!”
김래빈은 형형한 눈빛으로 마치 가마에 타듯이 다른 멤버들의 등과 팔에 올라탄 채로, 파트를 시작했다.
-아닌 밤중 찾아온 누군가
부숴 찢어발긴 문고리가
탕탕탕
구르는 튀는 소리가
그리고 동시에 대형이 바뀌었다.
-지금 나타나셨다
경고 또 경고
팔자로 접근하는
느릿한 짜릿한
바닥으로 연결된 팔과 상반신을 타고, 김래빈은 마치 착륙하듯이 가볍게 전면으로 미끄러지며 팔로 몸을 지탱해 일으켰다.
그리고 맨 앞 센터에 서서 카메라를 노려보았다.
-나
“와씨!”
고등학생이 감탄하든 말든, 김래빈은 랩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니까, 다음 파트가 오도록 계속.
‘어?’
고등학생은 그제야 깨달았다.
테스타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유사 파트를 적당히 빼서 재배치한 다음, 후반의 한 뭉텅이를 몽땅 김래빈에게 몰아줘 버린 것이다.
‘와 패기 지렸다.’
랩 비중이 큰 곡인 덕에 김래빈의 기세는 무시무시했다.
앞으로 걸어 나오는 김래빈에게는 따로 안무는 없었으나, 주변 멤버들이 수족처럼 움직여 준 덕에 도리어 퍼포먼스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기세를 이어받는 것처럼, 극후반부 절정에서 박문대의 보컬이 쭈우욱 올라갔다.
‘이거지!!’
거기서 몰아치는 마지막 댄스 브레이크.
뒤로 빠진 김래빈이 보이지 않을 만큼 화려한 몸놀림이 이어진 뒤, 테스타는 대형을 일부러 뒤로 쭉 뺐다.
그래서 김래빈과 합류한 뒤. 엔딩컷을 맞았다.
[행차]
“개잘하네.”
고등학생은 자기도 모르게 책상을 쳤다. 마침 화면에서도 무대가 끝난 뒤 패널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눈이 확장되어 있었다.
‘야 썸네일이 여기서 나오냐.’
남고생은 킬킬거리며 웃었다.
영상의 테스타는 몸을 일으킨 뒤, 대충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리고 곧바로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테스타의 행차입니다~]
동영상은 거기서 끝이었다.
그리고 고등학생은 확신했다.
‘이건 솔직히 찢었다.’
왜 이게 조회수가 이렇게 많이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보기만 해도 국뽕이 한 사발 얼큰하게 차올랐다.
재밌어서 댓글까지 보니, 마찬가지로 재밌어하는 팬들과 한국인으로 들썩였다.
-테스타 맛을 쬐금만 보아라 많이는 말고 우리도 자리 없어서 안 됨ㅠㅠ
-개안하는 느낌이었겠지 우리도 알아ㅋㅋㅋㅋ
-일본으로 가기엔 테스타가 아깝다 소속사는 잘 생각해서 미국 쪽을 더 중점으로 두길
-우리 케이팝 아이돌들~ 자랑스럽습니다!^^
-뭐임 테스타가 아침 방송 같은데 나올 급은 아니지 않나 외화벌이도 좋지만 자존심은 챙기자
└일본은 저런 아침 프로 위상이 한국보다 훨씬 높습니다 시청률도 잘 나오고요~ 테스타 대박 맞습니다ㅋ
└오 그렇군요 ㄱㅅㄱㅅ
“오….”
알고 보니 좀 잘 나가는 프로그램이었나보다. 고등학생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또 재밌는 거 없나?’
흥이 붙어서 연관 동영상을 보니, 테스타에 대한 일본 반응을 리뷰한 게 줄줄 떠 있었다.
[테스타의 한국 전통 무대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일본 방송인들!]
[테스타 무대에 난리 난 일본방송]
‘국뽕 채널들 신났구만.’
고등학생은 원래 이런 건 쪽팔려서 안 보지만, 심심해서 한번 봐주는 것이라 생각하며 하나를 클릭해 보았다.
참고로 비슷한 시각, 박문대도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었다.
* * *
-테스타 무대가 너무 대단해서 우유를 쏟았다 믿을 수 없어
-이 아이 누구? 대체 누구? 아무리 봐도 천사 (TV 화면을 직접 찍은 선아현 사진)
-발레 전공인가. 어쩐지 우아하다고 생각했지만 말이야. 예쁜 얼굴과 천사의 몸짓이구나 (*´ω`)
-아침 방송에 또 한국 아이돌이 나왔다. 다만 댄스 레벨이 굉장하네요.
-누가 다리를 다친 멤버의 이름을 알려줘! 무서운 미형 얼굴에 멋진 목소리에 상냥한 성격? 어느 만화 캐릭터야ww
-세진이들이 신경 쓰인다 캐릭터가 반대인 게 참을 수 없어…
-동양풍 곡이군요 박력이 대단해!(????)
-누가 봐도 귀여운 네코짱인데 왜 티벳여우가 별명인 거야 이해할 수가 없네 한국www (박문대 사진)
‘좋은 반응만 골라서 했나.’
약간 왜곡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룸서비스를 대강 입에 밀어 넣으며 동영상을 빠른 배속으로 넘겼다.
그냥 글로 올려도 될 내용이 동영상으로 나오니 시간이 배로 들어서 귀찮았다.
‘그래도 영어 배우기도 바빠 죽겠는데 일본어까진 무리다.’
적당히 인사나 회화 정도를 2주 만에 익힌 것도 전적으로 특성 덕이었을 것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충 팬들의 SNS와 위튜브 채널에서 수집한 내용을 정리했다.
‘선아현 반응이 좋군.’
후반 센터가 인상적이었는지 김래빈 반응도 좀 많이 나왔고, 나머지 멤버들은 골고루 괜찮았다.
‘…생각보다 내 언급도 많은데.’
대체 어떻게 꽂힌 건지는 모르겠는데, 4차원 캐릭터 같은 느낌으로 좀 먹힌 모양이다.
‘모르겠다.’
아무튼 반응이 전반적으로 아주 좋았다는 게 결론이었다.
물론 성과가 될 만큼 큰 반향이 일어났다는 건, 무조건 좋은 말만 있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테스타의 인기에 발광하는 일본 넷우익]
이 동영상 내용을 대충 그 예시로 볼 수 있겠다.
-테스타가 누구?w 들어본 적도 없어 어차피 재일이나 좋아하겠지
-또 반일 그룹인가 일본의 돈이 그렇게 탐나면 제대로 태도를 정해라
-이놈들도 다 정형했군
-한국풍 컨셉이라니 한국 정부의 국책은 어디까지 가는거냐
-눈속임만 거창하지 곡은 시끄럽기만한 졸작wwwwwww
그 밑으로는 이 말에 반증을 들며 비웃는 동영상 업로더의 코멘트가 붙어 있었다.
‘전형적이군.’
대충 일본에서 약간이라도 이름 알린 케이팝 그룹이 들었던 개소리는 다 챙긴 것 같다. 반응이 좋긴 한가 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모니터링을 종료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회사에서 소식을 들었다.
“일본에서도 정식방영한다구요?”
“어! 너희 반응이 좋다고 거기 방송국에서 사 갔다더라!”
바로 의 일본 정식방영 소식이었다.
‘…괜찮으려나.’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라 일본에서도 먹힐 것 같다만, 이미 결론 다 나온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뭐 그리 인기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야~ 그때 생각난다!”
“마, 맞아.”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습니다.”
몇몇 멤버들이 오랜만에 나온 아주사의 방영 이야기에 제각기 감상을 이야기했다.
일단 우승해서 데뷔했다 보니 그새 미화되었는지 어려운 수험 생활 떠올리듯 말하는 놈들이 제법 생겼다.
물론 안 그런 놈도 있었지만.
“…폐지됐어야 했는데.”
배세진이다.
아무튼, 에 대한 소식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너희 이번에 ‘아주사’ 새 시즌 하는 거 알지?”
“헐. 그래요?”
“기어코 하는군요.”
“그래~”
매니저가 슬쩍 운을 뗐다.
“그래서~ 너희가 한 번 나오면 한다는데?”
이럴 줄 알았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59화

테스타가 출연한 일본방송은 상단에 7:41쯤으로 시간이 떠 있는 아침 방송이었다.

‘아 케이팝 급이 있지 아침한마당 같은 데를 나오냐.’

고등학생은 좀 불만스러워하면서도, 일단 틀었으니 뭘 하는지나 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동영상을 보았다.

팬이 붙인 듯 한글 자막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테스타의 활동 연혁과 성적이 뮤직비디오나 수상 장면과 함께 교차되며 빠르게 방송을 탔다.

그리고 한인타운 주변 길거리의 KPOP 팬들의 인터뷰가 짧게 지나갔다.

‘오… 일본에서도 인기 좀 있네?’

고등학생은 시큰둥하던 얼굴을 좀 폈다.

영상은 별 번쩍거리는 효과와 함께, 드디어 테스타의 등장을 예고했다.

두두둥!

어딘가 적나라한 효과와 함께, 파스텔톤 세트장에서 박수 치는 너덧 명의 패널들을 배경으로 테스타가 입장했다.

전통 장신구를 적당히 매치한 남색 정장 차림이 말끔했다.

‘다리 길이 보소.’

고등학생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동안, 테스타는 별 긴장한 기색 없이 웃으며 깍듯이 인사했다.

MC의 요구에 아주 간단한 일본어를 섞거나 영어를 써버리는 식으로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시간이 별로 주어지지 않은 걸 알았기 때문에, 자신의 특징적인 요소도 살짝 곁들어서.

그리고 웃으며 다음 사람에게 미련 없이 마이크를 넘기는 것이다.

일부러 더 거센 리액션이 튀어나왔다.

자막을 제작한 사람은 심지어 뒤에서 패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까지 작은 색깔 자막으로 구현해 놨다.

대충 씩 웃는 멤버가 잡힐 때마다 터져 나오는 ‘멋지다’, ‘귀엽다’ 정도였다.

살짝 머뭇거리며 적당히 마무리하려던 배세진의 말끝에 이세진이 끼어들었다.

배세진의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폭소를 뽑아낸 이세진은 웃으며 자신의 소개를 이었다.

연습생 때 교육받은 덕에 능란한 일본어가 튀어나왔다.

그런 식으로, 제일 끝에 서 있던 김래빈까지 차례가 돌아왔다.

다만, 이번에는 패널에게서 질문이 들어왔다. 김래빈이 마치 장식처럼 교묘하게 차고 있던 발의 장식이 보호대라는 게 눈에 들어온 것이다.

김래빈의 똘똘한 대답을 통역사가 번역해 주자, 패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적당히 ‘자신감이 좋다’는 식으로 감탄했다.

‘춤 X나 빡세던데 어쩌려는 거지.’

고등학생은 약간 회의적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원래는 광고가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자리였지만, 컷본인 탓에 영상에서는 바로 무대가 이어졌다.

적당히 치운 세트장 위 단상에서, 조명이 돌아가며 일본어 자막과 함께 무대가 시작되었다.

-발버둥 쳐도 피할 수 없도록

오늘 납신다 행차, 하신다

기록에 작대기 하나 더 긋도록

지금 납신다 행차, 하신다

‘X나 잘 맞네.’

이미 김래빈이 없는 동선을 연습해온 덕에 안무는 매끄러웠다.

게다가 오프닝이 오랜만의 완전체에 기합이 잔뜩 들어간 차유진이었던 덕에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했다.

극도로 정적인 카메라는 역동적인 퍼포먼스의 디테일들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고등학생은 아무 생각 없이 입 다물고 무대에 집중했다.

-행차

‘근데 걔 안 나오는데?’

다만 다리 다쳤다는 놈이 1절이 지나도록 아예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다. 고등학생은 약간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곧 머리에서 지웠다.

‘신랑 본체가 후렴 내내 더블링 넣는 거 맞는 것 같은데? 크, 내 귀 진짜 왜 이렇게 잘 듣냐.’

무대 보기도 바빴기 때문이다.

사실 ‘행차’의 무대를 제대로 보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는 그냥 넋 놓고 1절과 2절 도입을 봤다.

그리고 마지막 프리코러스에 들어가기 직전.

고등학생은 저 뒤에서 김래빈이 느릿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것을 간신히 눈치챘다.

‘뭐 어쩌려는 거지.’

짜게 식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안무 대형이 교묘하게 움직이더니, 갑자기 썰물처럼 빠지며 김래빈을 들어 올렸다.

“…!”

김래빈은 형형한 눈빛으로 마치 가마에 타듯이 다른 멤버들의 등과 팔에 올라탄 채로, 파트를 시작했다.

-아닌 밤중 찾아온 누군가

부숴 찢어발긴 문고리가

탕탕탕

구르는 튀는 소리가

그리고 동시에 대형이 바뀌었다.

-지금 나타나셨다

경고 또 경고

팔자로 접근하는

느릿한 짜릿한

바닥으로 연결된 팔과 상반신을 타고, 김래빈은 마치 착륙하듯이 가볍게 전면으로 미끄러지며 팔로 몸을 지탱해 일으켰다.

그리고 맨 앞 센터에 서서 카메라를 노려보았다.

-나

“와씨!”

고등학생이 감탄하든 말든, 김래빈은 랩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니까, 다음 파트가 오도록 계속.

‘어?’

고등학생은 그제야 깨달았다.

테스타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유사 파트를 적당히 빼서 재배치한 다음, 후반의 한 뭉텅이를 몽땅 김래빈에게 몰아줘 버린 것이다.

‘와 패기 지렸다.’

랩 비중이 큰 곡인 덕에 김래빈의 기세는 무시무시했다.

앞으로 걸어 나오는 김래빈에게는 따로 안무는 없었으나, 주변 멤버들이 수족처럼 움직여 준 덕에 도리어 퍼포먼스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기세를 이어받는 것처럼, 극후반부 절정에서 박문대의 보컬이 쭈우욱 올라갔다.

‘이거지!!’

거기서 몰아치는 마지막 댄스 브레이크.

뒤로 빠진 김래빈이 보이지 않을 만큼 화려한 몸놀림이 이어진 뒤, 테스타는 대형을 일부러 뒤로 쭉 뺐다.

그래서 김래빈과 합류한 뒤. 엔딩컷을 맞았다.

“개잘하네.”

고등학생은 자기도 모르게 책상을 쳤다. 마침 화면에서도 무대가 끝난 뒤 패널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눈이 확장되어 있었다.

‘야 썸네일이 여기서 나오냐.’

남고생은 킬킬거리며 웃었다.

영상의 테스타는 몸을 일으킨 뒤, 대충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리고 곧바로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

동영상은 거기서 끝이었다.

그리고 고등학생은 확신했다.

‘이건 솔직히 찢었다.’

왜 이게 조회수가 이렇게 많이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보기만 해도 국뽕이 한 사발 얼큰하게 차올랐다.

재밌어서 댓글까지 보니, 마찬가지로 재밌어하는 팬들과 한국인으로 들썩였다.

-테스타 맛을 쬐금만 보아라 많이는 말고 우리도 자리 없어서 안 됨ㅠㅠ

-개안하는 느낌이었겠지 우리도 알아ㅋㅋㅋㅋ

-일본으로 가기엔 테스타가 아깝다 소속사는 잘 생각해서 미국 쪽을 더 중점으로 두길

-우리 케이팝 아이돌들~ 자랑스럽습니다!^^

-뭐임 테스타가 아침 방송 같은데 나올 급은 아니지 않나 외화벌이도 좋지만 자존심은 챙기자

└일본은 저런 아침 프로 위상이 한국보다 훨씬 높습니다 시청률도 잘 나오고요~ 테스타 대박 맞습니다ㅋ

└오 그렇군요 ㄱㅅㄱㅅ

“오….”

알고 보니 좀 잘 나가는 프로그램이었나보다. 고등학생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또 재밌는 거 없나?’

흥이 붙어서 연관 동영상을 보니, 테스타에 대한 일본 반응을 리뷰한 게 줄줄 떠 있었다.

‘국뽕 채널들 신났구만.’

고등학생은 원래 이런 건 쪽팔려서 안 보지만, 심심해서 한번 봐주는 것이라 생각하며 하나를 클릭해 보았다.

참고로 비슷한 시각, 박문대도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었다.

* * *

-테스타 무대가 너무 대단해서 우유를 쏟았다 믿을 수 없어

-이 아이 누구? 대체 누구? 아무리 봐도 천사 (TV 화면을 직접 찍은 선아현 사진)

-발레 전공인가. 어쩐지 우아하다고 생각했지만 말이야. 예쁜 얼굴과 천사의 몸짓이구나 (*´ω`)

-아침 방송에 또 한국 아이돌이 나왔다. 다만 댄스 레벨이 굉장하네요.

-누가 다리를 다친 멤버의 이름을 알려줘! 무서운 미형 얼굴에 멋진 목소리에 상냥한 성격? 어느 만화 캐릭터야ww

-세진이들이 신경 쓰인다 캐릭터가 반대인 게 참을 수 없어…

-동양풍 곡이군요 박력이 대단해!(????)

-누가 봐도 귀여운 네코짱인데 왜 티벳여우가 별명인 거야 이해할 수가 없네 한국www (박문대 사진)

‘좋은 반응만 골라서 했나.’

약간 왜곡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룸서비스를 대강 입에 밀어 넣으며 동영상을 빠른 배속으로 넘겼다.

그냥 글로 올려도 될 내용이 동영상으로 나오니 시간이 배로 들어서 귀찮았다.

‘그래도 영어 배우기도 바빠 죽겠는데 일본어까진 무리다.’

적당히 인사나 회화 정도를 2주 만에 익힌 것도 전적으로 특성 덕이었을 것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충 팬들의 SNS와 위튜브 채널에서 수집한 내용을 정리했다.

‘선아현 반응이 좋군.’

후반 센터가 인상적이었는지 김래빈 반응도 좀 많이 나왔고, 나머지 멤버들은 골고루 괜찮았다.

‘…생각보다 내 언급도 많은데.’

대체 어떻게 꽂힌 건지는 모르겠는데, 4차원 캐릭터 같은 느낌으로 좀 먹힌 모양이다.

‘모르겠다.’

아무튼 반응이 전반적으로 아주 좋았다는 게 결론이었다.

물론 성과가 될 만큼 큰 반향이 일어났다는 건, 무조건 좋은 말만 있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 동영상 내용을 대충 그 예시로 볼 수 있겠다.

-테스타가 누구?w 들어본 적도 없어 어차피 재일이나 좋아하겠지

-또 반일 그룹인가 일본의 돈이 그렇게 탐나면 제대로 태도를 정해라

-이놈들도 다 정형했군

-한국풍 컨셉이라니 한국 정부의 국책은 어디까지 가는거냐

-눈속임만 거창하지 곡은 시끄럽기만한 졸작wwwwwww

그 밑으로는 이 말에 반증을 들며 비웃는 동영상 업로더의 코멘트가 붙어 있었다.

‘전형적이군.’

대충 일본에서 약간이라도 이름 알린 케이팝 그룹이 들었던 개소리는 다 챙긴 것 같다. 반응이 좋긴 한가 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모니터링을 종료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회사에서 소식을 들었다.

“일본에서도 정식방영한다구요?”

“어! 너희 반응이 좋다고 거기 방송국에서 사 갔다더라!”

바로 의 일본 정식방영 소식이었다.

‘…괜찮으려나.’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라 일본에서도 먹힐 것 같다만, 이미 결론 다 나온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뭐 그리 인기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야~ 그때 생각난다!”

“마, 맞아.”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습니다.”

몇몇 멤버들이 오랜만에 나온 아주사의 방영 이야기에 제각기 감상을 이야기했다.

일단 우승해서 데뷔했다 보니 그새 미화되었는지 어려운 수험 생활 떠올리듯 말하는 놈들이 제법 생겼다.

물론 안 그런 놈도 있었지만.

“…폐지됐어야 했는데.”

배세진이다.

아무튼, 에 대한 소식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너희 이번에 ‘아주사’ 새 시즌 하는 거 알지?”

“헐. 그래요?”

“기어코 하는군요.”

“그래~”

매니저가 슬쩍 운을 뗐다.

“그래서~ 너희가 한 번 나오면 한다는데?”

이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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