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58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58화
일단 김래빈이 추천 많이 받은 댓글을 들고 왔으니, 이쪽도 수치가 나오는 지표로 말해줘 볼까.
“네 말대로 객관적으로 보자. 지금 ‘행차’가 저 곡보다 음원 순위가 더 높지. 이거야말로 객관적이고 냉정한 대중평가 아닌가.”
하지만 김래빈은 속지 않았다.
“그건 인지도 차이에서 발생하는 표본 차이의 문제 같습니다. 사적인 감정 없이 실제 두 곡을 모두 들어본 후 이루어지는 평가가 필요합니다…!”
“…….”
그래서 기어코 내 평을 들어야겠다는 말이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느리게 대답했다.
“그래… 알았다. 내가 듣기에는 ‘행차’가 더 좋은 곡이야.”
“그, 그렇습니까??”
“하지만 저쪽 곡이 더 대중적인 건 맞아.”
“…!”
“듣기 쉽고 편한 곡이지.”
김래빈은 무릎에 올려둔 두 손을 불끈 쥐었다. 나는 설명을 이었다.
“하지만 그건 목적에서 차이가 있어서 그래. 우린 애초에 퍼포먼스를 최우선으로 두고 곡을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괜히 비교 안 해도 된다는 뜻이지. 언제나 모든 면에서 완벽한 곡은 없어. 객관적인 비교도 힘들고. 시기와 취향… 운의 문제도 있잖아.”
“……예.”
김래빈은 여전히 주눅이 든 기색이었지만, 그래도 무슨 뜻인지는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찝찝하냐?”
“예? …예.”
김래빈이 머뭇거리다가 덧붙였다.
“저는… 말재간이 좋지 못하고 공동체 생활에 적합한 타입이 아니라는 평을 자주 받지 않습니까.”
아이고.
“그러니 만약 프로듀싱 측면에서도 기여가 부족하다면 그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역량을 계발하는 게 옳지 않은가 생각했습니다.”
“흠.”
김래빈은 아마, 자신이 지금 퍼포먼스를 못 해도 앨범에는 기여하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럼 역시 이 방법이 제일 낫나.’
나는 준비하던 계획 하나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걸 말하기 전에, 우선 앞 내용부터 정정해두자.
“일단… 네가 특별히 공동체 생활을 못 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
“어, 분위기 파악을 못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만…….”
그래. 살면서 많이 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대인관계에서 고집이 세거나 심성이 나쁜 놈은 아니니 일하는 데에 문제는 없었다.
“그래? 테스타 활동하면서 멤버 중에 누가 너한테 화낸 적 있던가.”
“…아니요.”
“거봐. 문제 될 수준 아니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고.”
“그, 그렇군요!”
김래빈의 표정이 좀 밝아졌다.
“그리고 프로듀싱 문제는… 음. 잠깐만.”
나는 스마트폰을 켜서, 음원 사이트에 표기된 골든에이지의 신곡 정보를 불러냈다.
저작권자 항목이다.
“여기 작곡가랑 편곡자들 보이지.”
“예.”
미리 확인해둔 내용이 입에서 쭉 설명되었다.
“작곡가는 외부 프리랜서인데… 편곡자들은 이 작곡가 팀이 아니야. 골든에이지 회사 소속이지.”
“음, 예.”
“무슨 뜻인지 알겠어?”
“현대의 작곡은 다중 작업을 거친 종합적 성격의 제작이니 책임 소재를 자신에게 두는 건 자의식 과잉이다…?”
기상천외한 답변이 튀어나왔다.
“…아니, 네가 원하는 직접 비교가 가능하다는 거지.”
나는 화면의 작곡가를 툭 쳤다.
“사실 내가 이 작곡가한테 곡을 좀 받았어.”
“…!! 어, 언제 어떻게 진행하셨습니까??”
“얼마 전에. 잘.”
청려 말이 거슬려서 활동기 시작할 때 이미 컨택해서 몇 곡 받아왔다.
바로 이번 앨범 활동 이후 짧은 텀을 이어질, 리패키지 앨범에서 쓸 활동곡 후보로 말이다.
“골든에이지는 이번 곡으로 성적이 괜찮았으니 분명 동일 작곡가한테 또 곡을 받을 거야. 그리고 편곡은 또 회사에서 하겠지.”
“…설마.”
“그래.”
이제 눈치챘군.
“네가 같은 작곡가 곡을 편곡해서 내면, 네가 원하는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하지.”
“…!”
“누가 이 대중적인 작곡가의 곡을… 더 잘 편곡했는지 말이야.”
이 작곡가의 후보곡을 다 들어본 결과 내린 결론이었다.
‘멜로디는 착 붙게 잘 뽑던데, 구조가 약해.’
속된 말로 완성도가 떨어졌다. 편곡빨을 많이 탈 것 같았다.
잠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입을 벌리고 상상하는 것 같던 김래빈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하지만 잘못하면 너무 직접적인 대결 구도가 되어 서로에게 불이익이 될 수도…….”
어쭈. 거기까지 생각을 했나?
나는 픽 웃었다. 좀 기특하긴 했기 때문이다.
김래빈의 말대로, 잘못하면 그 프레임 자체로 테스타가 손해를 볼 수 있었다.
아니, 저 소속사 하는 걸 봐서는 거기서 더 나아가서 테스타가 골든에이지의 작곡가를 뺏었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보려 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긴 힘들 것이다.
“괜찮아. 대결 구도 안 돼.”
“예?”
“우리만 그 작곡가 곡 쓰는 것 아니야.”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VTIC 유닛이랑 영린 선배님도 다음 앨범에 그 작곡가를 쓸 테니까.”
“……!”
그렇다.
이런 걸 혼자 먹으면 체하는 법이다. 같이할 놈들을 끌어들여야 했다.
‘그 도플갱어 예능 때 영린 번호를 받아두길 잘했지.’
…청려 쪽은 좀 찜찜했다만, 헛짓 못 하게 만들려면 한배 태워놓는 게 나았다.
어쨌든 둘 다 생각보다 군말 없이 오케이했고.
-아 재밌겠네. 잘 생각했어요^^
-좋은 작곡가 소개 고맙습니다. 새 앨범 작업에 탄력이 붙겠네요.
소속도 연차도 이미지도 다른, 탑티어가 사이 좋게 곡을 받아 갔으니 그 작곡가를 일방적으로 골든에이지에 엮긴 힘들 거다.
그냥 작곡가 이름값이 높아지겠지.
청려의 조언대로 골드 1 회사 쪽이 곡 못 받게 작곡가를 매수한 것도 아니고, 이 정도면 굉장히 양심적인 행동 아닌가.
‘그러게 어디서 양해도 없이 남 멱살을 잡아.’
자업자득이었다.
나는 웃으며 팔짱을 꼈다.
“올해 안에 각자 편곡한 같은 작곡가의 곡이 너덧 곡 나오는 거야. 진짜 진검승부가 되겠지.”
“…….”
김래빈이 침을 삼켰다.
“그래도 해볼래?”
“예…!”
좋아. 판이 짜지니 의욕이 돌아온 모양이다. 김래빈은 열의로 눈을 빛내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꼭 그 작곡가 걸 활동 곡으로 쓸 필요는 없어. 후보곡 중에 올리는 거니까 멤버들과 상의해서 대중적인 쪽으로 잘 골라보자.”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얼른 자라.”
“예…?”
김래빈이 급격한 마무리에 당황했다. 나는 묵묵히 말을 이었다.
“지금 자도 네 시간 반밖에 못 잔다.”
“헉, 죄송합니다! 제가 형의 취침 시간에 큰 피해를…….”
“괜찮으니까 자자.”
나는 김래빈을 말린 뒤, 바로 방 불을 껐다.
내일 새벽같이 일어나서 당장 발 불편한 김래빈을 끼고 어떤 무대를 일본에서 보여줄지 연습해야 했다.
‘호랑이 인형에라도 태워야 하나.’
제발 회사든 멤버든 쓸 만한 아이디어를 떠올려놨기를 바라며, 나는 잠이 들었다.
일본 방송 무대 녹화 사흘 전 일이었다.
* * *
학생이라면 누구나 방학을 맞이한 8월 평일 오전.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느긋하게 컴퓨터로 위튜브를 틀었던 고등학생은 인기 동영상 상위에 아직도 떠 있는 뮤직비디오 하나를 발견했다.
[테스타(TeSTAR) ‘행차(present)’ Official MV]
“…….”
사실, 이 남고생은 이미 이 뮤직비디오를 다 봤다.
전적으로 티저 때문이었다.
고등학생에게 엄청난 인상을 남긴 의 5월의 신랑, 박문대의 결승 곡이 여기 나온다고 누나가 살살 꼬셨던 것이다.
-야야 이거 봐봐
-아 뭔데 꺼져
-야 10만 원 언제 줄 거냐고~ 만원 깎아 줄 테니까 얼른 봐라 여기 박문대가 내가수에서 부른 곡도 나온다
-…….
-이거 입소문 X나 타서 지금 조회수 개많이 붙었다니까? 너도 빨리 봐
그래서 고등학생은 기어코 티저를 봤고, 그 엄청난 스케일에 흥미를 느껴 버렸다.
그렇게 누나의 영업은 성공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은 극구 부인 중이었다.
‘…혹시 편곡했나 해서 봐준 거지.’
‘5월의 신랑’이 부른 결승전 곡의 다른 버전이 궁금했을 뿐이라며, 고등학생은 애써 생각했다.
‘근데 솔직히 객관적으로 퀄리티 있는 영상은 맞았다고. 넷플러스 초대형 드라마 트레일러 같았으니까 재밌을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심지어 고등학생의 기준에서, 뮤직비디오는 티저보다도 재밌었다.
뮤직비디오가 훨씬 짧고 박진감 넘쳤기 때문이다.
‘속도감 쩔었지.’
고등학생은 약간 갈등하다가, 뮤직비디오를 클릭해서 재생했다.
‘어차피 한 번 본 거 또 봐도 어쩔 건데 뭐.’
다행히 영상은 광고 없이 바로 시작되었다.
[착호갑사 청은 나와서 명을 받들라.]
뮤직비디오는 왕에게 ‘가장 해로운 괴물’을 잡으라는 명을 받은 류청우가 을 챙겨 들고 조선 곳곳을 찾아다니며 요괴를 찾는 내용이었다.
요괴로 분한 각 멤버들은 류청우와 상호작용하며 ‘가장 해로운 괴물’에 대한 실마리를 주거나, 퇴치당한다.
-마침내 찾아온 날
행차
끝내 여기서 오늘
특히 후렴이 들어갈 때마다 강렬한 안무컷과 역동적인 스토리컷이 교차 될 때 몰아치는 느낌이 대단했다.
그렇게 중간중간 들어가는 안무 장면들이 분위기를 더 고조시키는 가운데, 마침내 류청우는 마지막으로 동굴에 있는 김래빈과 만난다.
김래빈은 자신의 동굴 사방에 띄운 초롱불을 이용해 ‘가장 해로운 괴물’의 정체를 알아내려 시도했다.
이때 곡의 본인 파트가 함께 교차하며, 스토리컷의 김래빈이 직접 카메라를 보며 파트를 소화하는 것이 매우 묘한 느낌을 줬다.
동굴 속에서 초롱불이 온갖 네온사인 빛으로 빛났다.
경고등처럼.
-지금, 나타나셨다
경고 또 경고
팔자로 접근하는
느릿한 짜릿한
깜박거리는 초롱불들이 희한한 빛을 만드는 가운데 카메라가 빙그르르 돌아서, 류청우를 비췄다.
-나
곡이 멈췄다.
그리고 비명과 질주로 이루어진 아주 짧은 과거 컷신이 들어갔다.
[아아악!!]
[으흐흐흑…….]
네발짐승이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컷 탓에 형체가 잘 보이지 않던 짐승은, 해가 뜨자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위로 동굴 속 현재 류청우의 모습이 교차되었다.
류청우는 ‘가장 해로운 괴물’이 본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곡이 폭발했다.
-고개를 숙여도 도망칠 수 없어
잘 봐 지금
전율이 따라와
마지막 댄스 브레이크를 포함한 몇십 초가량, 절정에 달한 안무컷이 스토리 없이 몰아쳤다.
그리고 노래의 클라이맥스가 끝나고 마무리되는 순간에서야 다시 스토리 컷이 등장했다.
[…….]
어두운 밤. 카메라를 노려보던 류청우는 등을 돌려서 숲속으로 사라졌다.
태평소 소리와 함께, 곡이 끝났다.
[행차]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낯선 백그라운드 뮤직과 함께였다.
-늦은 밤 자리에 누워
가만히 생각해 어쩌면
너는 처음부터 내가
아니었던 것 같아
이별에 대한 노래였다. 언뜻 듣기에는 사랑 노래처럼 들렸지만, 이 스토리 이후에 흐르니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류청우의 솔로곡 ‘진실’이었다.
이에 관해 뮤직비디오와 티저를 처음부터 끝까지 뜯어보며 온갖 떡밥을 찾아 분석하는 팬과 위튜버가 한 트럭이었지만, 고등학생은 그것까지는 몰랐고 별 관심도 없었다.
그냥 ‘영상이 오졌다’고 감탄하며, 이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쿠키까지 있던데.’
실제로, 엔딩 크레딧이 끝나자 또 영상이 나왔다.
류청우에게 첫 뮤직비디오 장면에서 근엄하게 명령했던, 다리만 나온 왕의 정체였다.
[그걸 속냐~]
머리에 여우 귀가 솟은 이세진이었다.
실실 웃던 이세진이 자신의 거대한 꼬리 장식을 뭉개며, 방만하게 왕좌에 드러눕는 것으로 쿠키 영상까지 끝났다.
이 엔딩의 충격과 귀여움에 몸서리쳤던 팬들을 모르는 고등학생은 그냥 입맛을 다셨다.
‘이런 거 넷플러스에서 안 만들어주나.’
아이돌 말고 진짜 연기자가 하면 더 좋았을 거라고 애써 생각하면서도, 고등학생은 그 영상에서 별다른 흠은커녕 어색함도 찾아내지 못했다.
‘…잘하긴 해.’
소년은 결국 다시 한번 인정하며, 뮤직비디오 화면에서 빠져나왔다.
아니, 빠져나오려고 했으나, 렉이 걸렸는지 버벅거리며 뒤로 가기가 먹히지 않았다.
‘아, 진짜.’
고등학생은 진절머리를 내며 연달아 계속 뒤로 가기를 누르다가, 휙휙 뒤로 넘어간 주소 덕에 누나가 띄워뒀던 인터넷 페이지를 엉겁결에 확인했다.
시크릿 페이지로 탐색해서 평소에는 잘 남지 않는 누나의 인터넷 흔적이었다.
“뭐야??”
파란 SNS 페이지에는… 웬 교실에서 뒤를 돌아보는 박문대의 움짤이 떠 있었다.
========================
마법소년 MV 비하인드 컷 (1) 박문대
(보정된 GIF)
#박문대 #금발문대 #금문댕 #마법소년
========================
붉고 노란 보랏빛 쨍한 하늘 앞에서 하얀 하복을 입고 있는 흑발의 박문대는 뒤를 돌아보자 금발로 변했다.
아주 잘 빠진 움짤이었다.
“…….”
참고로 프로필에 적힌 계정 소개 문구는 ‘금문댕만을 사랑하겠다는 피의 연합’이었다.
‘이거나 저거나 똑같이 생겼구만.’
남고생은 투덜거리면서도 내심 정신 사나운 금발보다는 흑발이 보기 편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것도 뮤직비디오야? X나 느낌 비리비리한데.’
고등학생은 빈정거리면서도 혹시 하는 기대에 위튜브에 ‘테스타’를 검색했다.
하지만 ‘마법소년’ 뮤직비디오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바로 어제 올라온 영상이었다.
[테스타 행차 일본 방송 CUT]
‘어?’
썸네일은 입을 쩍 벌린 일본 개그맨이었다.
‘아, 이건 못 참지.’
국뽕 노렸네. 남고생은 킬킬거리며 그것부터 클릭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58화
일단 김래빈이 추천 많이 받은 댓글을 들고 왔으니, 이쪽도 수치가 나오는 지표로 말해줘 볼까.
“네 말대로 객관적으로 보자. 지금 ‘행차’가 저 곡보다 음원 순위가 더 높지. 이거야말로 객관적이고 냉정한 대중평가 아닌가.”
하지만 김래빈은 속지 않았다.
“그건 인지도 차이에서 발생하는 표본 차이의 문제 같습니다. 사적인 감정 없이 실제 두 곡을 모두 들어본 후 이루어지는 평가가 필요합니다…!”
“…….”
그래서 기어코 내 평을 들어야겠다는 말이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느리게 대답했다.
“그래… 알았다. 내가 듣기에는 ‘행차’가 더 좋은 곡이야.”
“그, 그렇습니까??”
“하지만 저쪽 곡이 더 대중적인 건 맞아.”
“…!”
“듣기 쉽고 편한 곡이지.”
김래빈은 무릎에 올려둔 두 손을 불끈 쥐었다. 나는 설명을 이었다.
“하지만 그건 목적에서 차이가 있어서 그래. 우린 애초에 퍼포먼스를 최우선으로 두고 곡을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괜히 비교 안 해도 된다는 뜻이지. 언제나 모든 면에서 완벽한 곡은 없어. 객관적인 비교도 힘들고. 시기와 취향… 운의 문제도 있잖아.”
“……예.”
김래빈은 여전히 주눅이 든 기색이었지만, 그래도 무슨 뜻인지는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찝찝하냐?”
“예? …예.”
김래빈이 머뭇거리다가 덧붙였다.
“저는… 말재간이 좋지 못하고 공동체 생활에 적합한 타입이 아니라는 평을 자주 받지 않습니까.”
아이고.
“그러니 만약 프로듀싱 측면에서도 기여가 부족하다면 그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역량을 계발하는 게 옳지 않은가 생각했습니다.”
“흠.”
김래빈은 아마, 자신이 지금 퍼포먼스를 못 해도 앨범에는 기여하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럼 역시 이 방법이 제일 낫나.’
나는 준비하던 계획 하나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걸 말하기 전에, 우선 앞 내용부터 정정해두자.
“일단… 네가 특별히 공동체 생활을 못 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
“어, 분위기 파악을 못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만…….”
그래. 살면서 많이 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대인관계에서 고집이 세거나 심성이 나쁜 놈은 아니니 일하는 데에 문제는 없었다.
“그래? 테스타 활동하면서 멤버 중에 누가 너한테 화낸 적 있던가.”
“…아니요.”
“거봐. 문제 될 수준 아니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고.”
“그, 그렇군요!”
김래빈의 표정이 좀 밝아졌다.
“그리고 프로듀싱 문제는… 음. 잠깐만.”
나는 스마트폰을 켜서, 음원 사이트에 표기된 골든에이지의 신곡 정보를 불러냈다.
저작권자 항목이다.
“여기 작곡가랑 편곡자들 보이지.”
“예.”
미리 확인해둔 내용이 입에서 쭉 설명되었다.
“작곡가는 외부 프리랜서인데… 편곡자들은 이 작곡가 팀이 아니야. 골든에이지 회사 소속이지.”
“음, 예.”
“무슨 뜻인지 알겠어?”
“현대의 작곡은 다중 작업을 거친 종합적 성격의 제작이니 책임 소재를 자신에게 두는 건 자의식 과잉이다…?”
기상천외한 답변이 튀어나왔다.
“…아니, 네가 원하는 직접 비교가 가능하다는 거지.”
나는 화면의 작곡가를 툭 쳤다.
“사실 내가 이 작곡가한테 곡을 좀 받았어.”
“…!! 어, 언제 어떻게 진행하셨습니까??”
“얼마 전에. 잘.”
청려 말이 거슬려서 활동기 시작할 때 이미 컨택해서 몇 곡 받아왔다.
바로 이번 앨범 활동 이후 짧은 텀을 이어질, 리패키지 앨범에서 쓸 활동곡 후보로 말이다.
“골든에이지는 이번 곡으로 성적이 괜찮았으니 분명 동일 작곡가한테 또 곡을 받을 거야. 그리고 편곡은 또 회사에서 하겠지.”
“…설마.”
“그래.”
이제 눈치챘군.
“네가 같은 작곡가 곡을 편곡해서 내면, 네가 원하는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하지.”
“…!”
“누가 이 대중적인 작곡가의 곡을… 더 잘 편곡했는지 말이야.”
이 작곡가의 후보곡을 다 들어본 결과 내린 결론이었다.
‘멜로디는 착 붙게 잘 뽑던데, 구조가 약해.’
속된 말로 완성도가 떨어졌다. 편곡빨을 많이 탈 것 같았다.
잠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입을 벌리고 상상하는 것 같던 김래빈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하지만 잘못하면 너무 직접적인 대결 구도가 되어 서로에게 불이익이 될 수도…….”
어쭈. 거기까지 생각을 했나?
나는 픽 웃었다. 좀 기특하긴 했기 때문이다.
김래빈의 말대로, 잘못하면 그 프레임 자체로 테스타가 손해를 볼 수 있었다.
아니, 저 소속사 하는 걸 봐서는 거기서 더 나아가서 테스타가 골든에이지의 작곡가를 뺏었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보려 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긴 힘들 것이다.
“괜찮아. 대결 구도 안 돼.”
“예?”
“우리만 그 작곡가 곡 쓰는 것 아니야.”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VTIC 유닛이랑 영린 선배님도 다음 앨범에 그 작곡가를 쓸 테니까.”
“……!”
그렇다.
이런 걸 혼자 먹으면 체하는 법이다. 같이할 놈들을 끌어들여야 했다.
‘그 도플갱어 예능 때 영린 번호를 받아두길 잘했지.’
…청려 쪽은 좀 찜찜했다만, 헛짓 못 하게 만들려면 한배 태워놓는 게 나았다.
어쨌든 둘 다 생각보다 군말 없이 오케이했고.
-아 재밌겠네. 잘 생각했어요^^
-좋은 작곡가 소개 고맙습니다. 새 앨범 작업에 탄력이 붙겠네요.
소속도 연차도 이미지도 다른, 탑티어가 사이 좋게 곡을 받아 갔으니 그 작곡가를 일방적으로 골든에이지에 엮긴 힘들 거다.
그냥 작곡가 이름값이 높아지겠지.
청려의 조언대로 골드 1 회사 쪽이 곡 못 받게 작곡가를 매수한 것도 아니고, 이 정도면 굉장히 양심적인 행동 아닌가.
‘그러게 어디서 양해도 없이 남 멱살을 잡아.’
자업자득이었다.
나는 웃으며 팔짱을 꼈다.
“올해 안에 각자 편곡한 같은 작곡가의 곡이 너덧 곡 나오는 거야. 진짜 진검승부가 되겠지.”
“…….”
김래빈이 침을 삼켰다.
“그래도 해볼래?”
“예…!”
좋아. 판이 짜지니 의욕이 돌아온 모양이다. 김래빈은 열의로 눈을 빛내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꼭 그 작곡가 걸 활동 곡으로 쓸 필요는 없어. 후보곡 중에 올리는 거니까 멤버들과 상의해서 대중적인 쪽으로 잘 골라보자.”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얼른 자라.”
“예…?”
김래빈이 급격한 마무리에 당황했다. 나는 묵묵히 말을 이었다.
“지금 자도 네 시간 반밖에 못 잔다.”
“헉, 죄송합니다! 제가 형의 취침 시간에 큰 피해를…….”
“괜찮으니까 자자.”
나는 김래빈을 말린 뒤, 바로 방 불을 껐다.
내일 새벽같이 일어나서 당장 발 불편한 김래빈을 끼고 어떤 무대를 일본에서 보여줄지 연습해야 했다.
‘호랑이 인형에라도 태워야 하나.’
제발 회사든 멤버든 쓸 만한 아이디어를 떠올려놨기를 바라며, 나는 잠이 들었다.
일본 방송 무대 녹화 사흘 전 일이었다.
* * *
학생이라면 누구나 방학을 맞이한 8월 평일 오전.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느긋하게 컴퓨터로 위튜브를 틀었던 고등학생은 인기 동영상 상위에 아직도 떠 있는 뮤직비디오 하나를 발견했다.
“…….”
사실, 이 남고생은 이미 이 뮤직비디오를 다 봤다.
전적으로 티저 때문이었다.
고등학생에게 엄청난 인상을 남긴 의 5월의 신랑, 박문대의 결승 곡이 여기 나온다고 누나가 살살 꼬셨던 것이다.
-야야 이거 봐봐
-아 뭔데 꺼져
-야 10만 원 언제 줄 거냐고~ 만원 깎아 줄 테니까 얼른 봐라 여기 박문대가 내가수에서 부른 곡도 나온다
-…….
-이거 입소문 X나 타서 지금 조회수 개많이 붙었다니까? 너도 빨리 봐
그래서 고등학생은 기어코 티저를 봤고, 그 엄청난 스케일에 흥미를 느껴 버렸다.
그렇게 누나의 영업은 성공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은 극구 부인 중이었다.
‘…혹시 편곡했나 해서 봐준 거지.’
‘5월의 신랑’이 부른 결승전 곡의 다른 버전이 궁금했을 뿐이라며, 고등학생은 애써 생각했다.
‘근데 솔직히 객관적으로 퀄리티 있는 영상은 맞았다고. 넷플러스 초대형 드라마 트레일러 같았으니까 재밌을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심지어 고등학생의 기준에서, 뮤직비디오는 티저보다도 재밌었다.
뮤직비디오가 훨씬 짧고 박진감 넘쳤기 때문이다.
‘속도감 쩔었지.’
고등학생은 약간 갈등하다가, 뮤직비디오를 클릭해서 재생했다.
‘어차피 한 번 본 거 또 봐도 어쩔 건데 뭐.’
다행히 영상은 광고 없이 바로 시작되었다.
뮤직비디오는 왕에게 ‘가장 해로운 괴물’을 잡으라는 명을 받은 류청우가 을 챙겨 들고 조선 곳곳을 찾아다니며 요괴를 찾는 내용이었다.
요괴로 분한 각 멤버들은 류청우와 상호작용하며 ‘가장 해로운 괴물’에 대한 실마리를 주거나, 퇴치당한다.
-마침내 찾아온 날
행차
끝내 여기서 오늘
특히 후렴이 들어갈 때마다 강렬한 안무컷과 역동적인 스토리컷이 교차 될 때 몰아치는 느낌이 대단했다.
그렇게 중간중간 들어가는 안무 장면들이 분위기를 더 고조시키는 가운데, 마침내 류청우는 마지막으로 동굴에 있는 김래빈과 만난다.
김래빈은 자신의 동굴 사방에 띄운 초롱불을 이용해 ‘가장 해로운 괴물’의 정체를 알아내려 시도했다.
이때 곡의 본인 파트가 함께 교차하며, 스토리컷의 김래빈이 직접 카메라를 보며 파트를 소화하는 것이 매우 묘한 느낌을 줬다.
동굴 속에서 초롱불이 온갖 네온사인 빛으로 빛났다.
경고등처럼.
-지금, 나타나셨다
경고 또 경고
팔자로 접근하는
느릿한 짜릿한
깜박거리는 초롱불들이 희한한 빛을 만드는 가운데 카메라가 빙그르르 돌아서, 류청우를 비췄다.
-나
곡이 멈췄다.
그리고 비명과 질주로 이루어진 아주 짧은 과거 컷신이 들어갔다.
네발짐승이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컷 탓에 형체가 잘 보이지 않던 짐승은, 해가 뜨자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위로 동굴 속 현재 류청우의 모습이 교차되었다.
류청우는 ‘가장 해로운 괴물’이 본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곡이 폭발했다.
-고개를 숙여도 도망칠 수 없어
잘 봐 지금
전율이 따라와
마지막 댄스 브레이크를 포함한 몇십 초가량, 절정에 달한 안무컷이 스토리 없이 몰아쳤다.
그리고 노래의 클라이맥스가 끝나고 마무리되는 순간에서야 다시 스토리 컷이 등장했다.
어두운 밤. 카메라를 노려보던 류청우는 등을 돌려서 숲속으로 사라졌다.
태평소 소리와 함께, 곡이 끝났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낯선 백그라운드 뮤직과 함께였다.
-늦은 밤 자리에 누워
가만히 생각해 어쩌면
너는 처음부터 내가
아니었던 것 같아
이별에 대한 노래였다. 언뜻 듣기에는 사랑 노래처럼 들렸지만, 이 스토리 이후에 흐르니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류청우의 솔로곡 ‘진실’이었다.
이에 관해 뮤직비디오와 티저를 처음부터 끝까지 뜯어보며 온갖 떡밥을 찾아 분석하는 팬과 위튜버가 한 트럭이었지만, 고등학생은 그것까지는 몰랐고 별 관심도 없었다.
그냥 ‘영상이 오졌다’고 감탄하며, 이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쿠키까지 있던데.’
실제로, 엔딩 크레딧이 끝나자 또 영상이 나왔다.
류청우에게 첫 뮤직비디오 장면에서 근엄하게 명령했던, 다리만 나온 왕의 정체였다.
머리에 여우 귀가 솟은 이세진이었다.
실실 웃던 이세진이 자신의 거대한 꼬리 장식을 뭉개며, 방만하게 왕좌에 드러눕는 것으로 쿠키 영상까지 끝났다.
이 엔딩의 충격과 귀여움에 몸서리쳤던 팬들을 모르는 고등학생은 그냥 입맛을 다셨다.
‘이런 거 넷플러스에서 안 만들어주나.’
아이돌 말고 진짜 연기자가 하면 더 좋았을 거라고 애써 생각하면서도, 고등학생은 그 영상에서 별다른 흠은커녕 어색함도 찾아내지 못했다.
‘…잘하긴 해.’
소년은 결국 다시 한번 인정하며, 뮤직비디오 화면에서 빠져나왔다.
아니, 빠져나오려고 했으나, 렉이 걸렸는지 버벅거리며 뒤로 가기가 먹히지 않았다.
‘아, 진짜.’
고등학생은 진절머리를 내며 연달아 계속 뒤로 가기를 누르다가, 휙휙 뒤로 넘어간 주소 덕에 누나가 띄워뒀던 인터넷 페이지를 엉겁결에 확인했다.
시크릿 페이지로 탐색해서 평소에는 잘 남지 않는 누나의 인터넷 흔적이었다.
“뭐야??”
파란 SNS 페이지에는… 웬 교실에서 뒤를 돌아보는 박문대의 움짤이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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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년 MV 비하인드 컷 (1) 박문대
(보정된 GIF)
#박문대 #금발문대 #금문댕 #마법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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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고 노란 보랏빛 쨍한 하늘 앞에서 하얀 하복을 입고 있는 흑발의 박문대는 뒤를 돌아보자 금발로 변했다.
아주 잘 빠진 움짤이었다.
“…….”
참고로 프로필에 적힌 계정 소개 문구는 ‘금문댕만을 사랑하겠다는 피의 연합’이었다.
‘이거나 저거나 똑같이 생겼구만.’
남고생은 투덜거리면서도 내심 정신 사나운 금발보다는 흑발이 보기 편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것도 뮤직비디오야? X나 느낌 비리비리한데.’
고등학생은 빈정거리면서도 혹시 하는 기대에 위튜브에 ‘테스타’를 검색했다.
하지만 ‘마법소년’ 뮤직비디오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바로 어제 올라온 영상이었다.
‘어?’
썸네일은 입을 쩍 벌린 일본 개그맨이었다.
‘아, 이건 못 참지.’
국뽕 노렸네. 남고생은 킬킬거리며 그것부터 클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