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53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53화
이 그룹에서 가장 연애설이 안 터질 것 같은 놈을 꼽자면 두 손가락 안에 들어갈 놈의 검색어 자동완성에 ‘연애’가 붙었다.
“한번 봐봐.”
정신 차린 큰세진이 바로 재촉했다. 나는 ‘선아현 연애’ 검색어를 눌렀다.
제일 먼저 뜬 글은 이거였다.
-선아현 말 더듬는 찐따 인간구실하게 만들어줬더니 여돌한테 눈 돌아갔네 1주년 지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ㅋㅋ 대단하다 정신 차려
가 한창 과열됐을 때나 물 위에서 봤었던 원초적인 비난에 공유가 붙어 있었다.
‘선아현 나랑 연애함’ 같은 팬들의 농담이 유행 중인 게 아니라, 진짜 연애설이 어디선가 튀어나왔다는 뜻이다.
“정리된 글 같은 건 없어?”
“잠깐.”
나는 곧바로 연예인 가쉽이 올라오는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접속했다.
아니나 다를까, 2위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선아현 트윈티 다미랑 연애해?]
“트윈티?”
활동도 안 겹쳤던 유명 여자아이돌 그룹이 튀어나왔다.
‘연말 프로그램이랑 시상식 외에선 본 적도 없는데.’
선아현이 따로 번호를 물어봤을 거란 상상만 해도 어색했다.
‘퍽이나 그럴 배짱이 있겠군.’
나는 떨떠름해 하며 제목을 클릭했다.
========================
선아현이 테스타 계정에 올린 사진들하고 다미 인하트에 올린 사진하고 장소 다 겹치는데?
(비교 이미지)
올린 날짜도 비슷하고 멘트도 유사
최근 둘이 착용한 선글라스, 팔찌, 시계 다 겹침
(비교 이미지)
올해 인터뷰에서 갑자기 연상이 이상형이라고 하는 선아현, 연하가 이상형이라고 하는 다미.
그리고 최근 자체 컨텐츠에서 폰 잡고 있는 선아현
(짧은 GIF)
계속 실실 웃으면서 오래 뭘 치고 있음 누가 봐도 연애 의심 가능한 모습 아닌가?
========================
이미지를 상세하게 분류해서 잘 붙여놓은 글은 그냥 읽어도 그럴싸했지만, 당연히 빈틈이 많았다.
다 짜깁기니까.
‘선글라스랑 시계 다 팬 선물일 텐데.’
선아현이 생일날 밤 4시간 동안 개봉하는 통에 배세진이 그만 좀 자자고 성질을 냈었다.
‘폰이야 선아현이 워낙 장문으로 보내니 오래 잡고 있는 거고.’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그냥 정황 짜맞추기에 불과한 것이다.
다만… 그 정황 짜깁기가 워낙 찝찝한 게 몇 가지, 댓글에서 나왔다.
-선아현 저 풍경 사진 올라온 거 전부 테스타 스케줄에 없는 장소임ㅋㅋㅋㅋㅋ혼자 저길 왜 갔을까?
-헐 선아현 단독 광고 찍은 그 화장품 회사 임원이 다미 외삼촌이야… 아 쎄하다
-다른 건 몰라도 SNS는 지들끼리 신호 주고 받는 거 너무 투명한데ㅋㅋㅋㅋ
댓글이든 글이든 추천수 대비 반대수가 절반쯤으로 굉장히 높았지만, 추천수가 어마어마하게 붙었다는 게 문제였다.
이 루머가 그럴싸했다는 뜻이다.
“…….”
“…….”
큰세진과 나는 잠시 말없이 댓글을 살폈다.
큰세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말해?”
“본인한테는 말고. 회사에는 말해두는 게 낫겠는데.”
“음, 역시 그렇지? 아현이는 보여주지 말자.”
괜히 컴백 앞두고 쓸데없는 생각 하게 만들지 말고, 혹시 모르니 이 여자애하고 친분 있는지 정도만 떠보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이 암묵적 합의는 바로 다음 순간에 깨졌다.
“뭐, 뭘……?”
“……!”
돌아보니, 선아현이 초코바를 한 움큼 들고 있었다.
설마 저놈이 또 뭘 주겠답시고 돌아다니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니,”
“나, 나 뭐 잘못했어…?”
“아아니~ 그럴 리가 있나! 그냥 우리끼리 장난친 거지~”
“그, 근데, 회사에 말한다고.”
“…….”
“…….”
결국 선아현은 완곡하게 순화된 현재 연애설 사태를 듣게 되었다.
“아현아, 너 혹시 연애하냐는데?”
“어, 어, 어어?!”
그렇게 안무 연습실에서 대놓고 브리핑을 하고 있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나머지 놈들도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었다.
“…정말 할 일 없는 놈들 많네. 너 진짜 연애해?”
배세진이 불퉁하게 물었다. 선아현이 기겁했다.
“아, 아니요…!”
“그럼 이 여자분 알아?”
“모, 모르는데요…?”
“그럼 혹시 이 사진들은 다 어디서 찍으신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
선아현이 약간 얼굴을 붉혔다.
“사, 상담가는 길에, 가끔 기분이 나면… 기, 길가도 찍고, 그랬어.”
“어… 좋네.”
“잘했어.”
약간 어색한 칭찬이 쏟아졌다.
그래. 자투리 시간을 즐긴 거야 당연히 좋은 일이었다만, 문제는 상황이 사정없이 꼬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충 왜 이렇게 된 건지 그림이 나왔다.
‘…저쪽도 같은 곳에서 상담을 받나 보군.’
선아현과 연애설이 돈 여자 아이돌도 그곳에서 상담을 받는 게 정황상 가장 유력했다.
‘그쪽도 상담받으러 가거나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이니 붙인 멘트가 비슷했겠지.’
좀 민감한 개인적인 문제라 떠들긴 그렇지만 말이다.
‘거기다 하필 단독 광고가 엮여서 이 지경이 됐나.’
사실 ‘광고주 회사의 이사 조카 딸’이라는 건 건너건너 먼 인맥인데, 연결해서 하나로 적어버리니 그럴싸해 보여서 문제였다.
실제로 그런 인맥으로 연애가 시작된 경우가 꽤 있어서 더 그럴 것이다.
“크, 큰일로 번질까…? 오, 오해를 불러일으켜서 죄송하다고… 사과문이나, 해명문이라도…….”
“안 번져. 올리지 마.”
“아니 진짜도 아닌데 무슨 사과야 아현아~!”
어차피 이런 증거 없이 정황만 있는 연애설은 대충 SNS나 커뮤니티나 들쑤시다가 흐지부지될 것이다.
변명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 될 확률이 높았다.
‘켕기는 것처럼 보이니까.’
게다가 혹시 연애설 상대방과 같은 곳에 상담받으러 다니는 게 밝혀지는 날에는 변명이 먹혔던 것만큼 논란이 뻥튀기되겠지.
모른 척하는 게 정답이다.
‘다만 문제는 진짜 믿는 사람도 나올 거라는 점인데.’
정황이 그럴싸해서 ‘아현이 연애하는 건 맞는 것 같지만 넘어가 주자’는 식의 분위기가 팬덤 물밑을 도는 건 별로였다.
그러면 몇몇 사람들한테는 보상심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너의 이런 점도 넘어가 줬는데, 이것도 못 해?’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선아현은 죄책감에 약하고 눈치를 많이 보는 타입이다. 그런 의견이 표면으로 튀어나오면 끌려다니기 딱 좋았다.
지금도 그러고 있다.
“그, 그래도… 거, 걱정하는 분도 계실 것 같아서.”
“아현아, 네가 이런 루머에 반응하면 오히려 더 걱정하실 거야.”
“그, 그럴까요?”
류청우의 말이 맞다.
선아현이 따로 코멘트 하는 일 없이, 그냥 ‘헛소리였잖아~’ 하고 털고 넘어갈 수 있으면 제일이다.
‘…문제는, 방법이 애매한데.’
당장 다른 멤버들이 선아현과 해당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대뜸 업로드하면 그야말로 ‘나 연애설 의식하고 있어요’라고 외치는 꼴이지 않은가.
회사에서 시켰다고 반박하는 사람이 분명 나올 것이다.
‘차라리 출처를 공격할까.’
하지만 출처가 아무리 더러워도 이런 연애 관련 가십에서는 잘 안 먹힌다. 윤리적 문제는 아니니까.
‘흠. 지금 찍어서… 사진 시간을 좀 조작한 뒤에 이것저것 섞어 올리는 게 제일 낫나.’
가끔 일상 사진이 괜찮게 나오면 SNS에 묶어서 올리는데, 거기 섞어서 올리면서 아무렇지 않게 쓱 지나가도 발굴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안 걸릴 수 있느냐가 문제긴 하지만.
나는 좀 신중하게 방법을 고민했다. 기왕이면 깔끔하게 털고 컴백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 미안해. 나 때문에…….”
“왜 이게 너 때문이야. 그냥 건수 잡힌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문대 말이 맞아 아현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류청우에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여차하면 사진 조작하지 뭐.”
“……! 그, 그건….”
“오~ 맞아. 문대는 안 들키겠다!”
부추기지 마라. 그냥 선아현 안심시키려고 한 말이니까.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일어나기 전에, 해결의 손길은 다른 곳에서 왔다.
스마트폰을 쓱쓱 넘기던 큰세진이 호들갑을 떤 것이다.
“야야, 댓글에 뭐 떴다.”
“뭔데.”
나는 큰세진이 내미는 폰 화면의 최신 댓글을 확인했다.
-ㅋㅋㅋ멍청이들아 다미 인하트나 좀 봐라 어휴 낚인 척 지랄들 한다
(캡처)
다미 성희롱 글 다 PDF 땄어 응 악플러들 금융 치료 받자~
첨부된 캡처는, 연애설 루머에 활용된 사진의 장소에서 한 남성과 장난을 치며 찍은 다미의 사진이었다.
-가족 외식? 자알생긴 내 동생
이런 코멘트와 함께 말이다.
‘날로 먹었다.’
사실상 종결이었다.
연애설을 의식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가족과의 사생활이니 회사 대응이라는 소리 하기 힘들어지니까.
게다가 원본을 확인하니… 메타데이터상 날짜도 일치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가라앉겠어.”
그러자 멤버들의 얼굴에서 긴장이 훅 풀렸다.
“하, 됐다.”
“다미 선배님 감사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선아현 너는 그 감사를 직접 전할 생각은 하지 말아라.
“고맙습니다. 가, 같이 고민해 주셔서…….”
“별말씀을요!”
“다행이다 아현아.”
나는 선아현의 감사에 손을 흔들며, 큰세진의 스마트폰 화면에 뜬 두 사람의 사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음, 어디서 본 얼굴인데.’
마침 큰세진이 알은척했다.
“아, 얘 걔네. 리본 통닭?”
“어.”
아, 그놈이 맞네.
사진에 찍힌 다미의 남동생은 나와 결승전에서 붙었던 놈이었다.
골드 1 그룹의 멤버 말이다.
이름은… 기억 안 난다. 솔직히 노래 실력이 그리 인상적이었던 것 같지도 않고.
‘결승까지 온 것도 운빨이었지.’
다만 청려의 충고가 생각나긴 했다.
-그 그룹이 잘되던데. 좀 신경 써둬요.
“……흠.”
곡부터 이런 사소한 화제성까지 은근히… 이놈들 운이 좋은 것 같긴 한데.
나는 적정선의 결론을 내렸다.
‘얘네 작곡가와 컨택은 해두자.’
다짜고짜 매수는 너무 갔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갑자기 뜬금없는 차유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왜 연애 안 돼요?”
“어??”
일동이 굳었다.
“너… 연애하고 싶어!?”
“네! 형 연애 싫어요??”
“아, 아니… 어.”
배세진이 어버버 말을 더듬었다. 하긴, 굳이 연애하기 싫은 것도 이상한 일이긴 했다.
아마 차유진의 말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았다.
‘특정 누가 좋다는 게 아니라, 기회 오면 연애하고 싶다는 거겠지.’
물론 기획사에서 트레이닝 경험 있는 만큼, 저놈도 현실은 알고 있었다.
“안 된다 알아요! 근데 이유 몰라요…….”
“음…….”
굉장히 설명하기 까다로운 주제였다.
사실 연애 자체의 문제보다는, ‘연애를 안 한다’는 게 보통 상태로 정착된 직업군에서 연애를 티 내면서 하면 ‘난 아이돌 활동보다 연애가 하고 싶어’라는 시그널로 해석된다는 게 문제…….
“패, 팬들이 안 좋아해!”
“…!”
저놈이 웬일이냐.
선아현은 시뻘게진 얼굴로 다시 외쳤다.
“너, 너를 남자 친구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있어…!”
“왜요?”
“어, 어….”
큰세진이 싱글벙글 웃으며 끼어들었다.
“잘생겨서~!”
“아하!”
차유진은 모든 게 명확해졌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안 해요!”
“…….”
저걸… 저렇게 비약해도 되나 싶긴 한데.
‘나도 모르겠다.’
먹혔으니 됐지.
그날 차유진은 SNS에 ‘저는 여러분의 남자 친구인가요?’라고 글을 올렸다.
본인이 알아서 본인의 연애길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뒤.
이번 테스타 앨범의 뮤직비디오 티저가 공개되었다.
다만, 길이가 무려 8분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53화
이 그룹에서 가장 연애설이 안 터질 것 같은 놈을 꼽자면 두 손가락 안에 들어갈 놈의 검색어 자동완성에 ‘연애’가 붙었다.
“한번 봐봐.”
정신 차린 큰세진이 바로 재촉했다. 나는 ‘선아현 연애’ 검색어를 눌렀다.
제일 먼저 뜬 글은 이거였다.
-선아현 말 더듬는 찐따 인간구실하게 만들어줬더니 여돌한테 눈 돌아갔네 1주년 지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ㅋㅋ 대단하다 정신 차려
가 한창 과열됐을 때나 물 위에서 봤었던 원초적인 비난에 공유가 붙어 있었다.
‘선아현 나랑 연애함’ 같은 팬들의 농담이 유행 중인 게 아니라, 진짜 연애설이 어디선가 튀어나왔다는 뜻이다.
“정리된 글 같은 건 없어?”
“잠깐.”
나는 곧바로 연예인 가쉽이 올라오는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접속했다.
아니나 다를까, 2위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트윈티?”
활동도 안 겹쳤던 유명 여자아이돌 그룹이 튀어나왔다.
‘연말 프로그램이랑 시상식 외에선 본 적도 없는데.’
선아현이 따로 번호를 물어봤을 거란 상상만 해도 어색했다.
‘퍽이나 그럴 배짱이 있겠군.’
나는 떨떠름해 하며 제목을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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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아현이 테스타 계정에 올린 사진들하고 다미 인하트에 올린 사진하고 장소 다 겹치는데?
(비교 이미지)
올린 날짜도 비슷하고 멘트도 유사
최근 둘이 착용한 선글라스, 팔찌, 시계 다 겹침
(비교 이미지)
올해 인터뷰에서 갑자기 연상이 이상형이라고 하는 선아현, 연하가 이상형이라고 하는 다미.
그리고 최근 자체 컨텐츠에서 폰 잡고 있는 선아현
(짧은 GIF)
계속 실실 웃으면서 오래 뭘 치고 있음 누가 봐도 연애 의심 가능한 모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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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상세하게 분류해서 잘 붙여놓은 글은 그냥 읽어도 그럴싸했지만, 당연히 빈틈이 많았다.
다 짜깁기니까.
‘선글라스랑 시계 다 팬 선물일 텐데.’
선아현이 생일날 밤 4시간 동안 개봉하는 통에 배세진이 그만 좀 자자고 성질을 냈었다.
‘폰이야 선아현이 워낙 장문으로 보내니 오래 잡고 있는 거고.’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그냥 정황 짜맞추기에 불과한 것이다.
다만… 그 정황 짜깁기가 워낙 찝찝한 게 몇 가지, 댓글에서 나왔다.
-선아현 저 풍경 사진 올라온 거 전부 테스타 스케줄에 없는 장소임ㅋㅋㅋㅋㅋ혼자 저길 왜 갔을까?
-헐 선아현 단독 광고 찍은 그 화장품 회사 임원이 다미 외삼촌이야… 아 쎄하다
-다른 건 몰라도 SNS는 지들끼리 신호 주고 받는 거 너무 투명한데ㅋㅋㅋㅋ
댓글이든 글이든 추천수 대비 반대수가 절반쯤으로 굉장히 높았지만, 추천수가 어마어마하게 붙었다는 게 문제였다.
이 루머가 그럴싸했다는 뜻이다.
“…….”
“…….”
큰세진과 나는 잠시 말없이 댓글을 살폈다.
큰세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말해?”
“본인한테는 말고. 회사에는 말해두는 게 낫겠는데.”
“음, 역시 그렇지? 아현이는 보여주지 말자.”
괜히 컴백 앞두고 쓸데없는 생각 하게 만들지 말고, 혹시 모르니 이 여자애하고 친분 있는지 정도만 떠보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이 암묵적 합의는 바로 다음 순간에 깨졌다.
“뭐, 뭘……?”
“……!”
돌아보니, 선아현이 초코바를 한 움큼 들고 있었다.
설마 저놈이 또 뭘 주겠답시고 돌아다니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니,”
“나, 나 뭐 잘못했어…?”
“아아니~ 그럴 리가 있나! 그냥 우리끼리 장난친 거지~”
“그, 근데, 회사에 말한다고.”
“…….”
“…….”
결국 선아현은 완곡하게 순화된 현재 연애설 사태를 듣게 되었다.
“아현아, 너 혹시 연애하냐는데?”
“어, 어, 어어?!”
그렇게 안무 연습실에서 대놓고 브리핑을 하고 있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나머지 놈들도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었다.
“…정말 할 일 없는 놈들 많네. 너 진짜 연애해?”
배세진이 불퉁하게 물었다. 선아현이 기겁했다.
“아, 아니요…!”
“그럼 이 여자분 알아?”
“모, 모르는데요…?”
“그럼 혹시 이 사진들은 다 어디서 찍으신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
선아현이 약간 얼굴을 붉혔다.
“사, 상담가는 길에, 가끔 기분이 나면… 기, 길가도 찍고, 그랬어.”
“어… 좋네.”
“잘했어.”
약간 어색한 칭찬이 쏟아졌다.
그래. 자투리 시간을 즐긴 거야 당연히 좋은 일이었다만, 문제는 상황이 사정없이 꼬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충 왜 이렇게 된 건지 그림이 나왔다.
‘…저쪽도 같은 곳에서 상담을 받나 보군.’
선아현과 연애설이 돈 여자 아이돌도 그곳에서 상담을 받는 게 정황상 가장 유력했다.
‘그쪽도 상담받으러 가거나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이니 붙인 멘트가 비슷했겠지.’
좀 민감한 개인적인 문제라 떠들긴 그렇지만 말이다.
‘거기다 하필 단독 광고가 엮여서 이 지경이 됐나.’
사실 ‘광고주 회사의 이사 조카 딸’이라는 건 건너건너 먼 인맥인데, 연결해서 하나로 적어버리니 그럴싸해 보여서 문제였다.
실제로 그런 인맥으로 연애가 시작된 경우가 꽤 있어서 더 그럴 것이다.
“크, 큰일로 번질까…? 오, 오해를 불러일으켜서 죄송하다고… 사과문이나, 해명문이라도…….”
“안 번져. 올리지 마.”
“아니 진짜도 아닌데 무슨 사과야 아현아~!”
어차피 이런 증거 없이 정황만 있는 연애설은 대충 SNS나 커뮤니티나 들쑤시다가 흐지부지될 것이다.
변명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 될 확률이 높았다.
‘켕기는 것처럼 보이니까.’
게다가 혹시 연애설 상대방과 같은 곳에 상담받으러 다니는 게 밝혀지는 날에는 변명이 먹혔던 것만큼 논란이 뻥튀기되겠지.
모른 척하는 게 정답이다.
‘다만 문제는 진짜 믿는 사람도 나올 거라는 점인데.’
정황이 그럴싸해서 ‘아현이 연애하는 건 맞는 것 같지만 넘어가 주자’는 식의 분위기가 팬덤 물밑을 도는 건 별로였다.
그러면 몇몇 사람들한테는 보상심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너의 이런 점도 넘어가 줬는데, 이것도 못 해?’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선아현은 죄책감에 약하고 눈치를 많이 보는 타입이다. 그런 의견이 표면으로 튀어나오면 끌려다니기 딱 좋았다.
지금도 그러고 있다.
“그, 그래도… 거, 걱정하는 분도 계실 것 같아서.”
“아현아, 네가 이런 루머에 반응하면 오히려 더 걱정하실 거야.”
“그, 그럴까요?”
류청우의 말이 맞다.
선아현이 따로 코멘트 하는 일 없이, 그냥 ‘헛소리였잖아~’ 하고 털고 넘어갈 수 있으면 제일이다.
‘…문제는, 방법이 애매한데.’
당장 다른 멤버들이 선아현과 해당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대뜸 업로드하면 그야말로 ‘나 연애설 의식하고 있어요’라고 외치는 꼴이지 않은가.
회사에서 시켰다고 반박하는 사람이 분명 나올 것이다.
‘차라리 출처를 공격할까.’
하지만 출처가 아무리 더러워도 이런 연애 관련 가십에서는 잘 안 먹힌다. 윤리적 문제는 아니니까.
‘흠. 지금 찍어서… 사진 시간을 좀 조작한 뒤에 이것저것 섞어 올리는 게 제일 낫나.’
가끔 일상 사진이 괜찮게 나오면 SNS에 묶어서 올리는데, 거기 섞어서 올리면서 아무렇지 않게 쓱 지나가도 발굴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안 걸릴 수 있느냐가 문제긴 하지만.
나는 좀 신중하게 방법을 고민했다. 기왕이면 깔끔하게 털고 컴백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 미안해. 나 때문에…….”
“왜 이게 너 때문이야. 그냥 건수 잡힌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문대 말이 맞아 아현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류청우에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여차하면 사진 조작하지 뭐.”
“……! 그, 그건….”
“오~ 맞아. 문대는 안 들키겠다!”
부추기지 마라. 그냥 선아현 안심시키려고 한 말이니까.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일어나기 전에, 해결의 손길은 다른 곳에서 왔다.
스마트폰을 쓱쓱 넘기던 큰세진이 호들갑을 떤 것이다.
“야야, 댓글에 뭐 떴다.”
“뭔데.”
나는 큰세진이 내미는 폰 화면의 최신 댓글을 확인했다.
-ㅋㅋㅋ멍청이들아 다미 인하트나 좀 봐라 어휴 낚인 척 지랄들 한다
(캡처)
다미 성희롱 글 다 PDF 땄어 응 악플러들 금융 치료 받자~
첨부된 캡처는, 연애설 루머에 활용된 사진의 장소에서 한 남성과 장난을 치며 찍은 다미의 사진이었다.
-가족 외식? 자알생긴 내 동생
이런 코멘트와 함께 말이다.
‘날로 먹었다.’
사실상 종결이었다.
연애설을 의식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가족과의 사생활이니 회사 대응이라는 소리 하기 힘들어지니까.
게다가 원본을 확인하니… 메타데이터상 날짜도 일치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가라앉겠어.”
그러자 멤버들의 얼굴에서 긴장이 훅 풀렸다.
“하, 됐다.”
“다미 선배님 감사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선아현 너는 그 감사를 직접 전할 생각은 하지 말아라.
“고맙습니다. 가, 같이 고민해 주셔서…….”
“별말씀을요!”
“다행이다 아현아.”
나는 선아현의 감사에 손을 흔들며, 큰세진의 스마트폰 화면에 뜬 두 사람의 사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음, 어디서 본 얼굴인데.’
마침 큰세진이 알은척했다.
“아, 얘 걔네. 리본 통닭?”
“어.”
아, 그놈이 맞네.
사진에 찍힌 다미의 남동생은 나와 결승전에서 붙었던 놈이었다.
골드 1 그룹의 멤버 말이다.
이름은… 기억 안 난다. 솔직히 노래 실력이 그리 인상적이었던 것 같지도 않고.
‘결승까지 온 것도 운빨이었지.’
다만 청려의 충고가 생각나긴 했다.
-그 그룹이 잘되던데. 좀 신경 써둬요.
“……흠.”
곡부터 이런 사소한 화제성까지 은근히… 이놈들 운이 좋은 것 같긴 한데.
나는 적정선의 결론을 내렸다.
‘얘네 작곡가와 컨택은 해두자.’
다짜고짜 매수는 너무 갔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갑자기 뜬금없는 차유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왜 연애 안 돼요?”
“어??”
일동이 굳었다.
“너… 연애하고 싶어!?”
“네! 형 연애 싫어요??”
“아, 아니… 어.”
배세진이 어버버 말을 더듬었다. 하긴, 굳이 연애하기 싫은 것도 이상한 일이긴 했다.
아마 차유진의 말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았다.
‘특정 누가 좋다는 게 아니라, 기회 오면 연애하고 싶다는 거겠지.’
물론 기획사에서 트레이닝 경험 있는 만큼, 저놈도 현실은 알고 있었다.
“안 된다 알아요! 근데 이유 몰라요…….”
“음…….”
굉장히 설명하기 까다로운 주제였다.
사실 연애 자체의 문제보다는, ‘연애를 안 한다’는 게 보통 상태로 정착된 직업군에서 연애를 티 내면서 하면 ‘난 아이돌 활동보다 연애가 하고 싶어’라는 시그널로 해석된다는 게 문제…….
“패, 팬들이 안 좋아해!”
“…!”
저놈이 웬일이냐.
선아현은 시뻘게진 얼굴로 다시 외쳤다.
“너, 너를 남자 친구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있어…!”
“왜요?”
“어, 어….”
큰세진이 싱글벙글 웃으며 끼어들었다.
“잘생겨서~!”
“아하!”
차유진은 모든 게 명확해졌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안 해요!”
“…….”
저걸… 저렇게 비약해도 되나 싶긴 한데.
‘나도 모르겠다.’
먹혔으니 됐지.
그날 차유진은 SNS에 ‘저는 여러분의 남자 친구인가요?’라고 글을 올렸다.
본인이 알아서 본인의 연애길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뒤.
이번 테스타 앨범의 뮤직비디오 티저가 공개되었다.
다만, 길이가 무려 8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