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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144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44화
테스타는 스테이지에서 내려와 토크쇼의 게스트용 소파에 앉았다.
다만 마이크를 든 것은… 차유진이었다.
‘저래도 괜찮아??’
차유진이 제일 영어가 능숙하다는 것을 아는데도 저절로 걱정부터 들었다.
하지만 차유진은 능숙했다.
[어서 오세요! 제 쇼의 첫인상은 어떤가요?]
[음, 색깔이 넘치고, 쾌활하고, 또 형씨 인상이 참 좋네요~ 그쪽 노란 넥타이 맘에 들어요. 127 섹션 마크죠!]
[오, 고마워요! 이건 지난 5월 11일, 127 섹션 공식 사이트에서 판매했던 가장 첫 번째 공식 상품이죠. 어렵게 구매했는데, 이 특별한 자리를 위해 처음으로 몸에 대봤답니다.]
남동생이 깐족거렸다.
“알아듣냐?”
그럴 리가 있겠는가. 그냥 대충 듣는 중이다.
그래도 분위기는 좋았다.
‘차유진, 영어 하니까 분위기가 다르네.’
훨씬 여유롭고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화면에서는 짧은 스몰 토크가 끝나가고 있었다.
[맞아, 당신 정말로 캘리포니아 사람처럼 보여요!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요. 서핑 좋아할 것 같은데, 맞죠?]
[하하, 샌디에이고에서 안 그런 사람도 있어요?]
[어… 그렇다면, 음, 당신은 이런 것들이 별로 관심 없을 수도 있겠군요. 옙.]
사회자가 일부러 몸을 움츠리고 사방을 훑었다.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뇨아뇨, 이건 색다르고 재밌는 경험이에요. 그리고 127 섹션은 재밌는 게임이었고요!]
[너그럽게 말하는군요~ 좋습니다. 그럼 게임 안에서 여러분의 역할에 대해 좀 말해볼까요?]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박문대가 바로 마이크를 들었다.
[사실 저희는 가수고, 대부분이 연기 경험이 없었습니다. 짧지만, 뮤직비디오 안에서 게임 캐릭터를 연기한 건 재밌고 새로웠습니다.]
단정한 영어가 술술 흘러나왔다.
“헐?”
김래빈의 개인 팬… 아니, 이제 박문대의 팬이기도 한 대학생은 거의 모니터를 흔들 뻔했다.
“와 영어 X나 잘하네?”
“그러니까!!”
예상 못 한 영어 능력에 흥분한 대학생과 다르게, 화면의 박문대는 침착하게 대화를 계속했다.
[아, 그러면 여러분이 그 동료들이 만들어지는 데에 영감을 준 건 아니군요?]
[그 친구들에게 영감을 받아서 곡을 만들긴 했습니다. 주로 이 친구가요. 이름은 김래빈입니다. 래빈이라고 부르시면 돼요.]
[오~ …안녕하세요, 래빈? 당신 정말 작곡할 것처럼 생겼네요! 뮤지션의 눈빛이에요!]
[안녕하세요.]
화면의 김래빈이 어색하게 사회자와 인사했다.
‘래빈이부터 챙겨주네.’
자세한 문맥까지는 몰라도, 영상과 단어만 들어도 확실했다. 대학생은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캐릭터들의 어떤 부분이 영감을 줬나요? 워후! 나쁜 말 아닙니다, 그냥 좋은 질문이에요! 누가 저분께 알려주세요!]
[오우, 저 친구 인상이 좀 강하죠? 그렇지만 눈을 잘 보면, 아주 부드러운 영혼을 가졌다는 걸 알죠!]
[여전히 무서워요!]
차유진이 찐따 컨셉에 심취한 사회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서 김래빈의 눈빛을 변명해 주는 사이, 김래빈의 말은 선아현을 통해 통역되어 나왔다.
[그들의 서사가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하네요. ……그건 비극이었지만, 캐릭터의 선량한 의지가 주는 아름다움과 강렬함을… 살리고자 노력했지요.]
프랑스 어투가 묻어났다.
‘쟤도 외국어 쓰니까 느낌이 다르네?’
선아현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처럼, 외국어를 쓰는 동안도 거의 말을 더듬지 않았다. 약간의 머뭇거림도 수줍음 정도로 해석할 정도였다.
[맞아요! 챕터 1을 끝내고 트레일러를 돌려보는 내내 느꼈던 감정이군요! 오, 이제 당신의 영혼이 보여요, 래빈!]
[하하하!]
김래빈은 사태를 잘 이해하지 못했는지, 멀뚱한 얼굴로 갸우뚱거렸다.
“아 귀여워!!”
“니 저게 귀여움? X나 삥 뜯을 것처럼 생겼는데.”
“닥쳐.”
대학생은 남동생을 무시하며 화면에 집중했다.
[그럼 혹시 127 섹션의 새 OST는 계획에 없을까요?]
원래 이 질문은 ‘동료 캐릭터 재출연 계획’에 대한 것이었으나, 앞선 테스타의 답변으로 수정된 것이었다.
박문대는 차분하게, 준비한 답변을 했다.
[저희도 첫 작업을 진행하면서 정말 즐거웠지만, 새 OST가 나와도 저희의 곡은 아닐 것 같습니다.]
[대체 왜죠?!]
차유진이 휙 끼어들었다.
[다른 아티스트 분들은 어떤 OST를 작곡할지 궁금하니까요! 여러분도 그러시죠?]
그 긍정적인 부추김에, 관객석에서 반사적으로 호응이 돌아왔다.
[네네, 물론 그렇지만. 그래도 아쉽네요! ‘Bonus book’이 정말 좋은 곡이라서요.]
[감사합니다.]
[그거 알아요? 형씨, 뭘 좀 아네요! 취향이 아주 훌륭해요!]
[제가요? 하하하, 그렇죠!]
차유진의 칭찬에 사회자가 웃으며, 게임 이야기는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그제야 몇 마디 자기소개와 인사가 오가더니,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아까 본 무대가 정말 근사했는데, 다른 무대도 하나 준비하셨다고요?]
[예. 저희가 평소 하던 음악을 하나 보여드려도 좋을 것 같아서요.]
[좋습니다, 좋아요! 그럼 부탁드립니다. 앤드류 밴드~]
밴드가 준비 사운드를 내자, 테스타 멤버들은 소파에서 웃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신발을 벗기 시작했다.
[오~]
“어??”
“야야 키 작아지지 않았냐?”
대학생은 개소리를 지껄이는 남동생을 때릴 여유도 없었다.
그사이, 화면의 테스타는 걸친 가디건이나 재킷도 벗어서 적당히 소파에 두었다. 스탭들이 나와서 빠르게 소파를 치웠다.
그러자 청바지에 흰 반팔 티셔츠를 입은 맨발의 모습으로 착장이 통일되었다.
휘익!
예상 못 한 본격적인 준비에, 관객석에서도 반응하는 소리가 들렸다.
테스타는 답변하던 마이크를 그대로 쥔 채로 쓱쓱 움직이더니, 안무 대형을 맞췄다.
조명이 꺼졌다.
Uuuu- Uu- Uuuu-
송출을 만져서 지지직거리는 밴드 사운드 위로, 느릿하고 우울한 피아노가 올라갔다.
그리고 현대무용에 가까운 움직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잠기는
시간을 밤을
벗어나고 싶지 않아
간단한 옷차림과 재즈 사운드, 외국어, 그리고 라이브 밴드 사운드 위에서 펼쳐지는 현대무용 안무.
모든 것이 시너지를 주며, 테스타의 무대는 컨셉츄얼보단 예술적으로 보였다.
낯설 거나 이곳에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까지 그 안에 묻혀서 ‘수준 높음’으로 받아들여지도록 만든 것이다.
게다가, 보고 듣는 재미를 극한으로 연마한 케이팝 장르의 장점은 확실했다. 잘 소화할 수 있는 그룹에게는 더더욱.
그리고 테스타는 그런 그룹이었다.
-널 만났던
자정
그리고 다음
덕분에 무대가 끝나고 조명이 켜지는 순간, 관객석은 ‘좋은 관람’에 해당하는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사회자도 박수를 보내며 튀어나왔다.
[예술이 따로 없군요! 테스타의 앨범 의 ‘Midnight, and next’였습니다. 여러분~ 다음 코너에서 뵙죠!]
그렇게, ‘127 섹션’으로 시작한 그들의 출연은 ’테스타‘로 마무리되었다.
화면은 광고로 변했지만, 무대의 인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찢었다.’
대학생은 왼손으로 책상을 친 뒤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 반응이 여론이 되었다.
* * *
미국에 온 김에 여기서 할 수 있는 스케줄이 이것저것 잡혔다. 대충 몇 가지를 끝내고 나니, 우리가 출연한 가 방영된 후였다.
나는 호텔 침대에 누워서, 일단 한국 여론을 살폈다.
일단 ‘성공적 출연, 뜨거운 반응’ 같은 상투적인 기사가 몇 개 떴고, 흠…….
해외 반응 리뷰하는 인기 위튜브 채널 영상에 테스타가 등장했다.
[(해외반응) 양덕들에게 케이팝 맛을 보여준 테스타! 리액션모음 한글자막]
‘반응이 나쁘진 않았나 보지.’
저런 영상이 우후죽순 있는 걸 보니, 일단 현지에서 무작정 비웃음을 당하진 않은 모양이다.
나는 에 업로드된 무대 영상을 찾았다.
‘조회수가 제법 높아.’
심지어 127 섹션 OST가 아닌 쪽도 조회수가 비슷했다. 기대도 안 한 일이었다.
두 영상 모두 영문 댓글들 위주로 줄줄 달려 있었지만, 대충 분위기 보는 것에는 큰 무리는 없었다.
이번 활동하면서 틈틈이 영어 공부를 좀 해뒀기 때문이다.
‘기왕 생긴 특성인데 낭비할 수는 없지.’
이걸 의식해서였다.
[특성 : 유학생(A)]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 외국어 습득 능력 +200%
숙련 속도니까 빨리 익힐수록 다음 특성이 나왔을 때 갈아 끼우기 용이했으니까.
물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대단한 정도는 아니고, 그냥 외운 말 어색하지 않게 할 수 있을 정도만 익혔다.
‘그래도 상상 이상으로 빨랐어.’
내가 아직 대학생이었을 때 이런 게 생겼으면 도서관에 반년쯤 처박혀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래서 댓글을 대충 읽어보았다.
-그들의 확고한 음악적 정체성이 흥미롭다
-케이팝이라고? *정신이 날아감*
-정말 대단한 가수들이야 라이브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어!
-아무래도 이들에게 빠진 것 같아 위튜브 알고리즘이 날 계속 새로운 영상으로 이끌어
-대중적 의견 : 테스타는 케이팝 계에서 저평가 당했으며 마침내 그들을 발견한 게 너드들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127섹션에 대한 댓글을 제외하면 대충 이 정도 분위기였다.
다만 내가 예상치 못했던 것은, 이 프로그램 시청자들에게 ‘자정, 그리고 다음’이 먹혔다는 점이다.
‘아무리 그래도 게이 같다고 싫어할 줄 알았는데.’
그 동네에서 케이팝 볼 때 자주 나오는 말 아닌가. 나도 안다.
근데 곡 장르 덕을 좀 본 모양이다.
이 프로 시청자 중에 프로그래머가 많았는데, 이런 로파이 재즈가 그 동네에서 유행했다고 한다.
-내 코딩용 플레이 리스트에 추가했어
-그들은 진정한 뮤지션같아 보였어! 폴인 OST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울면서 웃는 이모티콘)
-진정하기 좋은 음악이네. 밤새 코드를 짰는데 버그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을 때 들어야겠어. (공포스러운 이모티콘)
어쨌든, 전체적으로… 대성공이었다.
혹시 몰라 국내 게임 커뮤니티도 확인했는데, 완전히 누그러들었다.
도리어 게임 초기 분위기를 추억팔이 하는 사람들도 몇 명 튀어나왔다.
‘선 그어둔 게 유용했군.’
OST나 캐릭터 관련해서 뇌절할 것 같지도 않고, 콜라보 곡을 라이브로 잘 보여줬기 때문에 호감을 회복한 모양이다.
127섹션 게임 커뮤니티들에게 날을 세우기 직전이었던 테스타 팬들도 확 가라앉았다.
“뭘 그렇게 열심히 보나~”
“인터넷.”
“우리 무대?? 좋지~”
씻고 나온 큰세진이 옆 침대에 털썩 누웠다.
위튜브 업로드용으로 호텔 룸메이트를 무작위로 바꾸면서 이놈이 걸렸기 때문이다.
‘의외로 안 거슬리는군.’
좀 귀찮고 시끄럽긴 한데, 생활 패턴이 비슷했다.
큰세진이 쾌활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때, 우리 다음 앨범은 더 잘 될 것 같아?”
“글쎄. 해봐야 알지.”
“야, 이럴 때는 다 잘 될 거라고 하는 거야~”
큰세진은 시원하게 웃더니,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뭐, 잘될 확률이 높긴 하지.’
의 동영상이 제법 호평을 받으면서, 해외 케이팝 팬들이 급격히 테스타에 관심을 가지는 게 눈에 보였다.
아마 케이팝과 친하지 않은 분야에서 인정을 받아서일 것이다.
‘원래 사람 마음이 그렇지.’
이 기세라면, 다음 앨범 뮤직비디오 뷰를 기대해 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큰세진에게 말했다.
“나 잔다.”
“어, 불 꺼도 돼~”
나는 조명을 끄고, 침대에 누워서 다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모니터링을 끝냈으니, 전체적으로 현재 국내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알았다.
테스타가 케이팝 해외 파이를 슬슬 잡아먹기 시작할 때, 국내에서도 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한 신인 남자아이돌의 데뷔곡이 음원에서 대박을 맞은 것이다.
바로, 마침내 데뷔에 성공한 골드 1의 그룹이었다.
‘오.’
대충 확인해 보니, 데뷔 때 테스타급은 아니었지만 음원차트에서 대단히 선전하고 있었다.
곡이 워낙 좋다는 게 중론이었다.
‘기세만 유지하면 성공하겠군.’
골드 1이야 썩 괜찮은 놈이니, 잘된 일이었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하니, 다른 쪽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내 상태이상이었다.
청려의 말이 맞으면, 이번에 받을 4번째 상태이상이 내 마지막 미션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흐름으로 보면, 분명 한층 더 높은 기준선을 요구할 것이다.
‘…그럼 지금 상태이상을 받는 게 낫나?’
해외에서 오는 반응과 국내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발주자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1년 정도가 커리어하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말이다.
물론 VTIC처럼 끝없는 성장세로 계속 더 잘나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런 불확실한 업계 환경에서 그렇게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도 올해는 거의 확실히 잘나갈 것 같거든.
‘흠.’
일단, 나는 상태창 팝업을 불렀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44화

테스타는 스테이지에서 내려와 토크쇼의 게스트용 소파에 앉았다.

다만 마이크를 든 것은… 차유진이었다.

‘저래도 괜찮아??’

차유진이 제일 영어가 능숙하다는 것을 아는데도 저절로 걱정부터 들었다.

하지만 차유진은 능숙했다.

남동생이 깐족거렸다.

“알아듣냐?”

그럴 리가 있겠는가. 그냥 대충 듣는 중이다.

그래도 분위기는 좋았다.

‘차유진, 영어 하니까 분위기가 다르네.’

훨씬 여유롭고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화면에서는 짧은 스몰 토크가 끝나가고 있었다.

사회자가 일부러 몸을 움츠리고 사방을 훑었다.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박문대가 바로 마이크를 들었다.

단정한 영어가 술술 흘러나왔다.

“헐?”

김래빈의 개인 팬… 아니, 이제 박문대의 팬이기도 한 대학생은 거의 모니터를 흔들 뻔했다.

“와 영어 X나 잘하네?”

“그러니까!!”

예상 못 한 영어 능력에 흥분한 대학생과 다르게, 화면의 박문대는 침착하게 대화를 계속했다.

화면의 김래빈이 어색하게 사회자와 인사했다.

‘래빈이부터 챙겨주네.’

자세한 문맥까지는 몰라도, 영상과 단어만 들어도 확실했다. 대학생은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차유진이 찐따 컨셉에 심취한 사회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서 김래빈의 눈빛을 변명해 주는 사이, 김래빈의 말은 선아현을 통해 통역되어 나왔다.

프랑스 어투가 묻어났다.

‘쟤도 외국어 쓰니까 느낌이 다르네?’

선아현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처럼, 외국어를 쓰는 동안도 거의 말을 더듬지 않았다. 약간의 머뭇거림도 수줍음 정도로 해석할 정도였다.

김래빈은 사태를 잘 이해하지 못했는지, 멀뚱한 얼굴로 갸우뚱거렸다.

“아 귀여워!!”

“니 저게 귀여움? X나 삥 뜯을 것처럼 생겼는데.”

“닥쳐.”

대학생은 남동생을 무시하며 화면에 집중했다.

원래 이 질문은 ‘동료 캐릭터 재출연 계획’에 대한 것이었으나, 앞선 테스타의 답변으로 수정된 것이었다.

박문대는 차분하게, 준비한 답변을 했다.

차유진이 휙 끼어들었다.

그 긍정적인 부추김에, 관객석에서 반사적으로 호응이 돌아왔다.

차유진의 칭찬에 사회자가 웃으며, 게임 이야기는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그제야 몇 마디 자기소개와 인사가 오가더니,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밴드가 준비 사운드를 내자, 테스타 멤버들은 소파에서 웃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신발을 벗기 시작했다.

“어??”

“야야 키 작아지지 않았냐?”

대학생은 개소리를 지껄이는 남동생을 때릴 여유도 없었다.

그사이, 화면의 테스타는 걸친 가디건이나 재킷도 벗어서 적당히 소파에 두었다. 스탭들이 나와서 빠르게 소파를 치웠다.

그러자 청바지에 흰 반팔 티셔츠를 입은 맨발의 모습으로 착장이 통일되었다.

휘익!

예상 못 한 본격적인 준비에, 관객석에서도 반응하는 소리가 들렸다.

테스타는 답변하던 마이크를 그대로 쥔 채로 쓱쓱 움직이더니, 안무 대형을 맞췄다.

조명이 꺼졌다.

Uuuu- Uu- Uuuu-

송출을 만져서 지지직거리는 밴드 사운드 위로, 느릿하고 우울한 피아노가 올라갔다.

그리고 현대무용에 가까운 움직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잠기는

시간을 밤을

벗어나고 싶지 않아

간단한 옷차림과 재즈 사운드, 외국어, 그리고 라이브 밴드 사운드 위에서 펼쳐지는 현대무용 안무.

모든 것이 시너지를 주며, 테스타의 무대는 컨셉츄얼보단 예술적으로 보였다.

낯설 거나 이곳에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까지 그 안에 묻혀서 ‘수준 높음’으로 받아들여지도록 만든 것이다.

게다가, 보고 듣는 재미를 극한으로 연마한 케이팝 장르의 장점은 확실했다. 잘 소화할 수 있는 그룹에게는 더더욱.

그리고 테스타는 그런 그룹이었다.

-널 만났던

자정

그리고 다음

덕분에 무대가 끝나고 조명이 켜지는 순간, 관객석은 ‘좋은 관람’에 해당하는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사회자도 박수를 보내며 튀어나왔다.

그렇게, ‘127 섹션’으로 시작한 그들의 출연은 ’테스타‘로 마무리되었다.

화면은 광고로 변했지만, 무대의 인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찢었다.’

대학생은 왼손으로 책상을 친 뒤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 반응이 여론이 되었다.

* * *

미국에 온 김에 여기서 할 수 있는 스케줄이 이것저것 잡혔다. 대충 몇 가지를 끝내고 나니, 우리가 출연한 가 방영된 후였다.

나는 호텔 침대에 누워서, 일단 한국 여론을 살폈다.

일단 ‘성공적 출연, 뜨거운 반응’ 같은 상투적인 기사가 몇 개 떴고, 흠…….

해외 반응 리뷰하는 인기 위튜브 채널 영상에 테스타가 등장했다.

‘반응이 나쁘진 않았나 보지.’

저런 영상이 우후죽순 있는 걸 보니, 일단 현지에서 무작정 비웃음을 당하진 않은 모양이다.

나는 에 업로드된 무대 영상을 찾았다.

‘조회수가 제법 높아.’

심지어 127 섹션 OST가 아닌 쪽도 조회수가 비슷했다. 기대도 안 한 일이었다.

두 영상 모두 영문 댓글들 위주로 줄줄 달려 있었지만, 대충 분위기 보는 것에는 큰 무리는 없었다.

이번 활동하면서 틈틈이 영어 공부를 좀 해뒀기 때문이다.

‘기왕 생긴 특성인데 낭비할 수는 없지.’

이걸 의식해서였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 외국어 습득 능력 +200%

숙련 속도니까 빨리 익힐수록 다음 특성이 나왔을 때 갈아 끼우기 용이했으니까.

물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대단한 정도는 아니고, 그냥 외운 말 어색하지 않게 할 수 있을 정도만 익혔다.

‘그래도 상상 이상으로 빨랐어.’

내가 아직 대학생이었을 때 이런 게 생겼으면 도서관에 반년쯤 처박혀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래서 댓글을 대충 읽어보았다.

-그들의 확고한 음악적 정체성이 흥미롭다

-케이팝이라고? *정신이 날아감*

-정말 대단한 가수들이야 라이브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어!

-아무래도 이들에게 빠진 것 같아 위튜브 알고리즘이 날 계속 새로운 영상으로 이끌어

-대중적 의견 : 테스타는 케이팝 계에서 저평가 당했으며 마침내 그들을 발견한 게 너드들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127섹션에 대한 댓글을 제외하면 대충 이 정도 분위기였다.

다만 내가 예상치 못했던 것은, 이 프로그램 시청자들에게 ‘자정, 그리고 다음’이 먹혔다는 점이다.

‘아무리 그래도 게이 같다고 싫어할 줄 알았는데.’

그 동네에서 케이팝 볼 때 자주 나오는 말 아닌가. 나도 안다.

근데 곡 장르 덕을 좀 본 모양이다.

이 프로 시청자 중에 프로그래머가 많았는데, 이런 로파이 재즈가 그 동네에서 유행했다고 한다.

-내 코딩용 플레이 리스트에 추가했어

-그들은 진정한 뮤지션같아 보였어! 폴인 OST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울면서 웃는 이모티콘)

-진정하기 좋은 음악이네. 밤새 코드를 짰는데 버그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을 때 들어야겠어. (공포스러운 이모티콘)

어쨌든, 전체적으로… 대성공이었다.

혹시 몰라 국내 게임 커뮤니티도 확인했는데, 완전히 누그러들었다.

도리어 게임 초기 분위기를 추억팔이 하는 사람들도 몇 명 튀어나왔다.

‘선 그어둔 게 유용했군.’

OST나 캐릭터 관련해서 뇌절할 것 같지도 않고, 콜라보 곡을 라이브로 잘 보여줬기 때문에 호감을 회복한 모양이다.

127섹션 게임 커뮤니티들에게 날을 세우기 직전이었던 테스타 팬들도 확 가라앉았다.

“뭘 그렇게 열심히 보나~”

“인터넷.”

“우리 무대?? 좋지~”

씻고 나온 큰세진이 옆 침대에 털썩 누웠다.

위튜브 업로드용으로 호텔 룸메이트를 무작위로 바꾸면서 이놈이 걸렸기 때문이다.

‘의외로 안 거슬리는군.’

좀 귀찮고 시끄럽긴 한데, 생활 패턴이 비슷했다.

큰세진이 쾌활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때, 우리 다음 앨범은 더 잘 될 것 같아?”

“글쎄. 해봐야 알지.”

“야, 이럴 때는 다 잘 될 거라고 하는 거야~”

큰세진은 시원하게 웃더니,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뭐, 잘될 확률이 높긴 하지.’

의 동영상이 제법 호평을 받으면서, 해외 케이팝 팬들이 급격히 테스타에 관심을 가지는 게 눈에 보였다.

아마 케이팝과 친하지 않은 분야에서 인정을 받아서일 것이다.

‘원래 사람 마음이 그렇지.’

이 기세라면, 다음 앨범 뮤직비디오 뷰를 기대해 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큰세진에게 말했다.

“나 잔다.”

“어, 불 꺼도 돼~”

나는 조명을 끄고, 침대에 누워서 다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모니터링을 끝냈으니, 전체적으로 현재 국내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알았다.

테스타가 케이팝 해외 파이를 슬슬 잡아먹기 시작할 때, 국내에서도 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한 신인 남자아이돌의 데뷔곡이 음원에서 대박을 맞은 것이다.

바로, 마침내 데뷔에 성공한 골드 1의 그룹이었다.

‘오.’

대충 확인해 보니, 데뷔 때 테스타급은 아니었지만 음원차트에서 대단히 선전하고 있었다.

곡이 워낙 좋다는 게 중론이었다.

‘기세만 유지하면 성공하겠군.’

골드 1이야 썩 괜찮은 놈이니, 잘된 일이었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하니, 다른 쪽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내 상태이상이었다.

청려의 말이 맞으면, 이번에 받을 4번째 상태이상이 내 마지막 미션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흐름으로 보면, 분명 한층 더 높은 기준선을 요구할 것이다.

‘…그럼 지금 상태이상을 받는 게 낫나?’

해외에서 오는 반응과 국내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발주자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1년 정도가 커리어하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말이다.

물론 VTIC처럼 끝없는 성장세로 계속 더 잘나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런 불확실한 업계 환경에서 그렇게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도 올해는 거의 확실히 잘나갈 것 같거든.

‘흠.’

일단, 나는 상태창 팝업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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