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4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41화
박스가 배부된 시점은 음악방송 사전 녹화가 끝나고 팬들이 빠져나갈 때였다.
덕분에 사람들은 귀갓길에 박스를 열어보게 되었다.
테스타의 로고 스티커까지 붙은 연보라색 박스는 대놓고 외치는 것 같았다.
‘저 역조공이에요!’
당연히 팬들 모두는 상황을 빠르게 눈치챘다.
‘어쩐지 공방 포카를 입장할 때 안 주더니…!’
아마 이 상자 안에 사녹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주는 포토 카드도 함께 들어 있을 것이다.
이미 크림빵이나 커피, 간단한 간식은 몇 번 받아본 팬들은 그저 기쁜 마음으로 박스를 열었다.
‘닭강정 들었으면 좋겠다.’
‘묵직한 게… 이번엔 음료인가?’
하지만 박스 안에 보이는 것은 화려하게 포장된 큼직한 마카롱 28구였다.
“……!!”
“으헉.”
7구씩 네 줄이 좌르르 놓여 있는 것이 엄청난 박력이었다.
사람들은 지하철과 버스에서, 혹은 차 안에서 각자 기겁했다.
당연히, 살면서 마카롱을 굳이 28구나 한꺼번에 살 일이 없던 사람도 많았다.
‘우리 인원이 300명이었는데 인당 28구를…?’
‘이게 무슨 일이여.’
물량에 무슨 착오가 있던 건 아닌가, 몇몇 팬들은 의심했을 정도였다.
심지어 그냥 기성품도 아니었다.
마카롱을 들어보니, 꼬끄에 동물 발바닥 모양 아이싱까지 올라가 있었다.
‘미친, 새 발바닥도 있어!’
‘이 유독 작은 건 햄스터야? 햄스터냐고!’
심지어 사슴 발굽 모양까지 있었다.
팬들은 발을 구르고 시트를 두들기고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고이 박스를 접어두려고 했다.
‘인증샷이나 찍고 얌전히 두자.’
‘영원히 냉동시켜 놔야지.’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박스 커버 안쪽에 뭔가가 붙어 있었다.
작은 상자가 하나 더 있던 것이다.
‘설마.’
‘또?’
팬들은 상자를 뜯어내어 뒤집었다. 그러자 정체가 드러났다.
잘 포장된 고급 브랜드 향수였다.
그것도 샘플 사이즈가 아니라, 50㎖짜리 본품.
‘헐.’
‘잠깐.’
‘이거 무슨 당첨 박스인가? 설마 다 준 거야 이걸?’
기쁨을 넘어서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또 뭔가가 나왔다.
툭.
박스 사이에 끼어 있던 편지 봉투가 떨어진 것이다.
봉투가… 상당히 두툼했다.
이쯤 되니 슬슬 무서워진 팬들도 나왔다.
‘설마 뭐가 또 있어?’
‘대체 어디까지 했냐…?’
침을 삼키며 봉투를 열어보니, 자필 쪽지를 복사한 것 같은 편지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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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러뷰어에게♡]
: 오늘 마지막 음악방송 녹화에도 응원하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번에 저희가 정산을 받았어요!
무엇을 드리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이번 활동의 기념이 될 만한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해 봤습니다.
활동 끝나기 전에 드리려고 급하게 하느라… 혹시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ㅠ♡
ps. 향수는 각자 좋아하는 향을 골랐습니다. 7가지 중 랜덤으로 하나가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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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러뷰어 사랑해’라고 쓴 낙서로 끝났다.
이 부분은… 진짜로 친필인 것 같았다.
그리고, 편지지를 꺼낸 봉투 안에는 인화된 사진이 잔뜩 들어 있었다.
숙소에서 찍은 것처럼 보이는 테스타의 사진이었다.
이것 때문에 봉투가 그렇게 두툼했던 것이다…!
‘미친!!’
‘미친놈들…! 이 미친놈들이!!’
이쯤 되니 공방에 왔던 팬 대다수가 내적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SNS에서는 불이 나기 시작했다.
* * *
-미미미친 테스타가 마카롱 28개랑 향수랑 사진이 으아아악 으악 세상에 얘들아 무슨 1주년도 안 온 돌이 역조공을 이렇게 하냐고 으아아하 (사진)
“뭐??”
박문대의 홈마는 소파에서 굴러떨어졌다.
야밤에 식중독에 걸려 응급실에 실려 가는 바람에 못 간 마지막 공방에서 빅 이벤트가 벌어졌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탓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확인해 본 타임라인은… 박스 인증샷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X발!!’
홈마는 소파에 머리를 퍽퍽 박았다.
공짜 마카롱과 향수가 아까워서는 당연히 아니다.
내 아이돌의 팬사랑 증거품이 눈에 보이는데, 그걸 못 받았다는 게…! 너무 억울해서였다…!
‘갈 수 있었는데!’
하필 빠진 날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너무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그녀 혼자만의 감상은 아니었다.
-X발 배 찢어지겠다 나도 우리 애들이 준 딸기 마카롱 먹고 싶어ㅠㅠ
-마지막 음방이라고 준 건가… 아 나 진짜 코앞에서 신청 잘렸는데 너무 허망하다
-4세트나 줄 거면 마지막 주 음방에 나눠서 줘도 좋았을 텐데 물론 애들 맘이지만… 흑흑 나도 햄찌 발바닥 마카롱 하나만…ㅠㅠ
워낙 신경 쓴 티가 났기 때문에, 분위기는 도리어 부러움을 넘어서 살짝 박탈감으로까지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역조공은 일반 연예 커뮤니티에서도 제법 화제가 되었다.
척 보기에도 고액이라 관심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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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 상당해 보이는 테스타 인기뮤직 역조공.jpg]
: (사진) (사진)
마카롱 4세트에 브랜드 향수
마카롱 멤버들 시그니처 따서 제작한 수제로 추정. 향수도 일괄 아니고 같은 브랜드 여러 향 섞여 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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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팬들 부럽고 테스타가 대단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곧 상황을 분석하려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건 회사 픽이네 갑자기 역조공 스타일 확 달라짐.. 브랜드 나온 거 보니 광고 찍은 듯
└헐 이건가 딱 봐도 뭔가 과한 구성이라 이상했어ㅋㅋㅋ
-애초에 역조공 회사에서 해주거나 정산에서 반반 까는 게 많잖아 근데 너무 이러니까 좀 위화감 들긴 함ㅋㅋㅋ 티 좀 덜 나게 하지
-가격대가 2년 차 돌이 준비할 급이 아닌데?ㅎㅎ 그래도 팬들 좋았겠다 부러워ㅠ 나도 마카롱이랑 향수 공짜로 가지고 싶어ㅠ
-오 혹시 향수 광고 찍나? 아이돌 향수 광고 드문데 신기
진심이든 악의든, 오해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여론이 안 좋은 수렁에 빠지기 전에, 역조공 편지지 인증 글이 이어서 줄줄 올라왔다.
-우리 애들.. 첫 정산 받았다고 신나서 일단 지른 것 같습니다… (편지지 사진)
정산 언급에 향수를 골라서 샀다는 내용까지.
편지글은 테스타가 직접 역조공을 준비했다는 확언이나 다름없었다.
일반 커뮤니티 여론은 그 선에서 정리되었다.
-미친 자기들이 정산받아서 직접 샀대
-뭐야 궁예질 다 틀렸네ㅋㅋ으휴
-광고가 아니라 현찰 박치기 본새난다 진짜ㅋㅋㅋㅋ부럽다 재력이
-테스타 공방 신청 어렵지? 다음 활동 때 뭐 줄지 궁금해 더 비싼 거 주면 나도 가보고 싶엌ㅋㅋㅋ
└나도ㅋㅋㅋㅋㅋ
└진심임?;; 선 넘네
-돈 개많이 받았나보다 이렇게 막 쓰고
└앨범을 그렇게 팔았는데 못 받으면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닐까ㅋㅋㅋ
└누가 뭐래?
└엥 왜 화내ㅠ 테스타 초동 보고 화 풀어♡ 83만이야 (캡처)
몇몇 어그로가 성공적으로 퇴치당하며, 테스타는 훈훈한 역조공으로 적당히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팬들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며칠 전 멤버 목격담과 연결 짓는 사람들이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미친 설마 화욜에 디저트 맛집 투어 다닌 게 이거 고르려던 거야 얘들아?ㅠㅠㅠ
└헐
└헐 맞는 듯?
└추측인데 기정사실처럼 이야기하는 거 자제하자 좀…
└마카롱 사진 확인해봄. 일단 포장지 위에 ‘X그네트 스윗’은 화요일에 아문래 목격담이 뜬 집 중 하나는 맞습니다…. (로고에 동그라미 친 사진)
└으허어어억
-그 맛집 투어가… 활동기의 일탈이 아니라… 역조공 준비였다고…?
팬들은 이 스토리가 과하게 감동적이라 오히려 충격에 휩싸였다.
-너무 과대해석 하지 말자 혹시 아니면 또 이걸로 욕하려는 정병들 나옴
-그냥 정산받았다고 팬들한테 맛난 거 준 것만으로도 너무 귀엽고 훈훈하잖아ㅠㅠ
하지만 역조공 마카롱을 만든 가게의 SNS 계정에 후기 글까지 떴다.
-X그네트 스윗 후기 떴다..(링크)
-애들이 마지막 주 음방에 맞춰서… 다 넣고 싶어 했는데, 이미 예약이 다 차서 못했던 거래ㅠㅠ (인하트 캡처)
-그리고 여기가 진짜 맛있다고 계속 그래서, 주인장분이 엄청 으쓱하셨다고…
확인 사살이었다.
모든 게 진실이라는 엄청난 상황에, 팬들은 완전히 감동과 아련함에 젖어서 우는 이모티콘으로 글을 도배해버리기 시작했다…….
-진짜 정산받자마자 허겁지겁 준비했나 봐 아 수니심장 너무 뛰어서 터질 것 같ㄷㅏ….
-다른 팬클럽에서 섭외가 와도 절대 안 넘어가고 어쩌고저쩌고 진짜 살아 있는 천재 아이돌 테스타 외않해?ㅠ
-첫 정산 받았다고… 비싼 먹을 거 왕창 사고 좋아하는 물건까지 팬들 바리바리 싸주는 아이돌… 평생 너희와 가겠다
-됐어 마카롱 가게 알았으니 주문 넣어서 먹으면 돼 얘들아 역조공 맛 짜릿하다…
팬들은 박탈감이고 나발이고 머리끝까지 뽕이 차올랐다.
그리고 어떤 향수가 누구의 취향인지 맹렬한 추리글이나 올리며 행복해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테스타는 이 타이밍에 역조공했던 사진 대부분을 SNS에 풀어버리기까지 했다.
-진짜 테스타는 전설이다…
-마카롱 주문하고 향수도 샀다 이제 사진만 인화하면 나도 역조공을 받은 것
즐거운 역조공의 시간이었다.
* * *
나는 엄지로 화면을 밀었다.
“흠.”
사진들은 잘 업로드되었다.
첫 팬 사인회 때와 비슷한 행동 원리로 움직인 결과였다.
‘서운한 사람이 더 많으면 안 한 것보다 못하지.’
정보와 컨텐츠는 모두에게 돌아가는 게 맞았다.
나는 올린 글을 한번 확인한 뒤,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반응 모니터링을 계속했다.
‘…분위기 좋네.’
낮 시간을 다 써서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기껏 돈 쓰고, 선물 받는 사람 마음에도 안 들면 그런 돈 낭비가 어디 있겠는가.
다행히 돈값은 제대로 한 모양이었다.
‘향수를 굳이 일곱 종류 중 랜덤 하나로 넣은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고.’
덕분에 목격담은 셋뿐이지만 테스타 이름으로 선물을 넣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역시 개인이 아니라 그룹부터 시작해야 분란 소지가 없어.’
내가 돈 내는 건 딱히 상관 없었고.
‘애초에 돈 들어갈 곳도 없다.’
가족도 지인도 없는데 뭐 어떤가.
당장 생활비나 집이 필요한 상황도 아닌 데다가 워낙 정산금이 고액이라 이 정도로 뭐라 하기도 웃겼다.
그래서 처음부터 계산은 내가 하고 명의는 그룹으로 뺄 생각이었다. 회사도 그러길 원했고.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듣자마자 류청우가 반대한 것이다.
-문대야 그건 안 되는데.
-예?
-네가 쉬는 시간까지 반납하면서 골라서 사 온 거잖아. 그럼 문대가 주는 선물로 들어가야지.
-아뇨. 안 그래도 괜찮습니다. 품목은 멤버들이 같이 고른 셈이니까요.
-문대 네가 괜찮아도 팬들은 안 괜찮을 거야.
-…!
-아무 것도 안 부담한 사람이 선물에 이름 올리는 건 거짓말이잖아. 사실을 알면 팬들이 알면 얼마나 슬프겠어.
-…….
-그리고 팬들이 몰라도 우리 마음이 안 괜찮아. 그렇지?
-네!
-마, 맞아요!
-이야 형님 말씀 진짜 잘하시네요~
류청우는 단호하게 정리했다.
-최소한 돈이라도 분담해야 해.
…그래서 멤버들의 열화같은 성원과 함께, 그냥 전부 N빵해 버렸다는 말이다.
고맙긴 하다만… 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었나 싶긴 하다.
‘혹시 말 새어나가면 여파가 걱정돼서도 아니고, ‘안 되는 일이라 안 된다’라…….’
흠, 그러고 보니 내 인성에 관해서 말 나올 때, 사랑 못 받은 티가 어떻다는 어그로를 봤던 것 같다.
‘불꽃 패드립이었지.’
하지만 별개로, ‘잘 자란 티’라는 건 이 류청우 같은 놈을 가리키는 걸 수도 있겠다 싶다.
‘구김살이 없다고 해야 하나.’
회복 탄력성 좋고 다른 샛길로 안 빠지는 타입 말이다.
마침 당사자가 말을 걸었다.
“선물 반응 봐?”
“예.”
“나도 봤는데, 팬들 좋아하시더라. 사실 네가 다 한 거라 너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다.”
“뭐… 돈만 내려고 했던 건데요.”
“준비도 너 혼자 했으면서 무슨 소리야!”
류청우가 장난치듯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래도 다음엔 준비부터 다같이 하자. 뭐든 너 혼자 다 감당하려고 안 해도 괜찮아. 팀으로 움직이는데 팀원을 잘 써먹어야지.”
“…그렇죠.”
팀원이 전부 나보다 6살 이상 나이가 어리지만 않았어도 고민해 봤음직한 논제다.
류청우는 빙그레 웃으며 내 등 한번 치고 지나갔다.
나는 목 뒤를 문질렀다.
‘뭐… 애들이 협조적이긴 하다만.’
이번 팬 선물도 결국 막판엔 금액 분담을 넘어 다 같이 진행했다.
그래서 그림이 더 좋았긴 했다. 향수도 각자 고르고, 마카롱 시안도 같이 상의했고.
저기 앉아서 메이크업 수정 받고 있는 놈들과 협업한 결과가, 제법 괜찮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
“역시 누가 어떤 향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단서가 부족합니다. SNS 등으로 암시를 남기는 편이 좋을 것 같…….”
“마카롱 더 먹고 싶어요.”
“네 마카롱 욕구가 이 안건보다 더 중요해?”
“응.”
“도, 돌아가는 길에 주문하면…….”
“유진이 그만 주자~ 애 굴러다니겠어.”
“아니에요! 저 멋져요!”
얼굴에 붓 대고 참 말들도 많군. 잠시 혹한 내가 멍청이 같아진다.
…사실, 안 그래도 다른 선물들은 그냥 나 혼자 처리한 상태다.
…그렇다. ‘다른 선물’이 있다.
백화점에서 선아현의 생일 선물을 사면서, 가볍게 회사 실무진들 선물도 챙겼었거든.
‘이런 거 하나씩 먹여두면 일 터졌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신경 써준단 말이지.’
어려운 것도 아닌데 겸사겸사 미리 해두면 좋지 않나.
물론 대단한 건 아니다. 그냥 사무실에서 쓸 만한… 좀 비싼 실내용 고급 슬리퍼다.
하지만 먹을 것보단 나을 것이다.
‘이 사람들한테는 먹을 건 줘봤자 그때뿐이야.’
계속 보급할 게 아니면 악수다.
차라리 일하는 환경에서 계속 쓸 수 있는 물건인 편이 좋았다. 그럼 효과가 좀 오래 갈 것이다.
‘적재적소에 괜찮은 소비였지.’
나는 계좌에 남은 금액을 떠올렸다.
그러다가… 마지막 출금액도 떠올렸다.
‘…기부도 좀, 했고.’
익명으로 아동복지재단에 넣었다.
…‘박문대’가 받은 부모님 보험금을 썼으니, 그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그게 이번 정산금 소비의 끝이었다.
‘참, 인생 알 수 없군.’
나는 목 뒤를 주무르며 스마트폰을 내려놨다.
마침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스텐바이 들어간다!”
이번 활동기 마지막 음악방송 생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테스타 올라갑니다!”
“예~”
무대는 언제나처럼 꽤 재밌었다.
…그리고 다른 상황은 모르겠지만, 여기 위에선 이 나이 어린 놈들이 있어서 제법 든든하긴 했다.
‘…괜찮은 팀이지.’
류청우의 말이 은근히 머리에 남는군.
나는 괜한 감상을 털어내며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다음 스케줄을 떠올리려던 순간, 저쪽에서부터 우다다 달려온 매니저와 눈이 마주쳤다.
‘뭐지?’
매니저가 두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얘들아! 너희 빌보드 차트 들었대!”
“……??”
“…?”
“예?”
성적이 안 되는데 무슨 헛소리신지…?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41화
박스가 배부된 시점은 음악방송 사전 녹화가 끝나고 팬들이 빠져나갈 때였다.
덕분에 사람들은 귀갓길에 박스를 열어보게 되었다.
테스타의 로고 스티커까지 붙은 연보라색 박스는 대놓고 외치는 것 같았다.
‘저 역조공이에요!’
당연히 팬들 모두는 상황을 빠르게 눈치챘다.
‘어쩐지 공방 포카를 입장할 때 안 주더니…!’
아마 이 상자 안에 사녹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주는 포토 카드도 함께 들어 있을 것이다.
이미 크림빵이나 커피, 간단한 간식은 몇 번 받아본 팬들은 그저 기쁜 마음으로 박스를 열었다.
‘닭강정 들었으면 좋겠다.’
‘묵직한 게… 이번엔 음료인가?’
하지만 박스 안에 보이는 것은 화려하게 포장된 큼직한 마카롱 28구였다.
“……!!”
“으헉.”
7구씩 네 줄이 좌르르 놓여 있는 것이 엄청난 박력이었다.
사람들은 지하철과 버스에서, 혹은 차 안에서 각자 기겁했다.
당연히, 살면서 마카롱을 굳이 28구나 한꺼번에 살 일이 없던 사람도 많았다.
‘우리 인원이 300명이었는데 인당 28구를…?’
‘이게 무슨 일이여.’
물량에 무슨 착오가 있던 건 아닌가, 몇몇 팬들은 의심했을 정도였다.
심지어 그냥 기성품도 아니었다.
마카롱을 들어보니, 꼬끄에 동물 발바닥 모양 아이싱까지 올라가 있었다.
‘미친, 새 발바닥도 있어!’
‘이 유독 작은 건 햄스터야? 햄스터냐고!’
심지어 사슴 발굽 모양까지 있었다.
팬들은 발을 구르고 시트를 두들기고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고이 박스를 접어두려고 했다.
‘인증샷이나 찍고 얌전히 두자.’
‘영원히 냉동시켜 놔야지.’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박스 커버 안쪽에 뭔가가 붙어 있었다.
작은 상자가 하나 더 있던 것이다.
‘설마.’
‘또?’
팬들은 상자를 뜯어내어 뒤집었다. 그러자 정체가 드러났다.
잘 포장된 고급 브랜드 향수였다.
그것도 샘플 사이즈가 아니라, 50㎖짜리 본품.
‘헐.’
‘잠깐.’
‘이거 무슨 당첨 박스인가? 설마 다 준 거야 이걸?’
기쁨을 넘어서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또 뭔가가 나왔다.
툭.
박스 사이에 끼어 있던 편지 봉투가 떨어진 것이다.
봉투가… 상당히 두툼했다.
이쯤 되니 슬슬 무서워진 팬들도 나왔다.
‘설마 뭐가 또 있어?’
‘대체 어디까지 했냐…?’
침을 삼키며 봉투를 열어보니, 자필 쪽지를 복사한 것 같은 편지지가 나왔다.
========================
: 오늘 마지막 음악방송 녹화에도 응원하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번에 저희가 정산을 받았어요!
무엇을 드리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이번 활동의 기념이 될 만한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해 봤습니다.
활동 끝나기 전에 드리려고 급하게 하느라… 혹시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ㅠ♡
ps. 향수는 각자 좋아하는 향을 골랐습니다. 7가지 중 랜덤으로 하나가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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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러뷰어 사랑해’라고 쓴 낙서로 끝났다.
이 부분은… 진짜로 친필인 것 같았다.
그리고, 편지지를 꺼낸 봉투 안에는 인화된 사진이 잔뜩 들어 있었다.
숙소에서 찍은 것처럼 보이는 테스타의 사진이었다.
이것 때문에 봉투가 그렇게 두툼했던 것이다…!
‘미친!!’
‘미친놈들…! 이 미친놈들이!!’
이쯤 되니 공방에 왔던 팬 대다수가 내적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SNS에서는 불이 나기 시작했다.
* * *
-미미미친 테스타가 마카롱 28개랑 향수랑 사진이 으아아악 으악 세상에 얘들아 무슨 1주년도 안 온 돌이 역조공을 이렇게 하냐고 으아아하 (사진)
“뭐??”
박문대의 홈마는 소파에서 굴러떨어졌다.
야밤에 식중독에 걸려 응급실에 실려 가는 바람에 못 간 마지막 공방에서 빅 이벤트가 벌어졌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탓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확인해 본 타임라인은… 박스 인증샷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X발!!’
홈마는 소파에 머리를 퍽퍽 박았다.
공짜 마카롱과 향수가 아까워서는 당연히 아니다.
내 아이돌의 팬사랑 증거품이 눈에 보이는데, 그걸 못 받았다는 게…! 너무 억울해서였다…!
‘갈 수 있었는데!’
하필 빠진 날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너무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그녀 혼자만의 감상은 아니었다.
-X발 배 찢어지겠다 나도 우리 애들이 준 딸기 마카롱 먹고 싶어ㅠㅠ
-마지막 음방이라고 준 건가… 아 나 진짜 코앞에서 신청 잘렸는데 너무 허망하다
-4세트나 줄 거면 마지막 주 음방에 나눠서 줘도 좋았을 텐데 물론 애들 맘이지만… 흑흑 나도 햄찌 발바닥 마카롱 하나만…ㅠㅠ
워낙 신경 쓴 티가 났기 때문에, 분위기는 도리어 부러움을 넘어서 살짝 박탈감으로까지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역조공은 일반 연예 커뮤니티에서도 제법 화제가 되었다.
척 보기에도 고액이라 관심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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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사진)
마카롱 4세트에 브랜드 향수
마카롱 멤버들 시그니처 따서 제작한 수제로 추정. 향수도 일괄 아니고 같은 브랜드 여러 향 섞여 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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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팬들 부럽고 테스타가 대단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곧 상황을 분석하려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건 회사 픽이네 갑자기 역조공 스타일 확 달라짐.. 브랜드 나온 거 보니 광고 찍은 듯
└헐 이건가 딱 봐도 뭔가 과한 구성이라 이상했어ㅋㅋㅋ
-애초에 역조공 회사에서 해주거나 정산에서 반반 까는 게 많잖아 근데 너무 이러니까 좀 위화감 들긴 함ㅋㅋㅋ 티 좀 덜 나게 하지
-가격대가 2년 차 돌이 준비할 급이 아닌데?ㅎㅎ 그래도 팬들 좋았겠다 부러워ㅠ 나도 마카롱이랑 향수 공짜로 가지고 싶어ㅠ
-오 혹시 향수 광고 찍나? 아이돌 향수 광고 드문데 신기
진심이든 악의든, 오해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여론이 안 좋은 수렁에 빠지기 전에, 역조공 편지지 인증 글이 이어서 줄줄 올라왔다.
-우리 애들.. 첫 정산 받았다고 신나서 일단 지른 것 같습니다… (편지지 사진)
정산 언급에 향수를 골라서 샀다는 내용까지.
편지글은 테스타가 직접 역조공을 준비했다는 확언이나 다름없었다.
일반 커뮤니티 여론은 그 선에서 정리되었다.
-미친 자기들이 정산받아서 직접 샀대
-뭐야 궁예질 다 틀렸네ㅋㅋ으휴
-광고가 아니라 현찰 박치기 본새난다 진짜ㅋㅋㅋㅋ부럽다 재력이
-테스타 공방 신청 어렵지? 다음 활동 때 뭐 줄지 궁금해 더 비싼 거 주면 나도 가보고 싶엌ㅋㅋㅋ
└나도ㅋㅋㅋㅋㅋ
└진심임?;; 선 넘네
-돈 개많이 받았나보다 이렇게 막 쓰고
└앨범을 그렇게 팔았는데 못 받으면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닐까ㅋㅋㅋ
└누가 뭐래?
└엥 왜 화내ㅠ 테스타 초동 보고 화 풀어♡ 83만이야 (캡처)
몇몇 어그로가 성공적으로 퇴치당하며, 테스타는 훈훈한 역조공으로 적당히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팬들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며칠 전 멤버 목격담과 연결 짓는 사람들이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미친 설마 화욜에 디저트 맛집 투어 다닌 게 이거 고르려던 거야 얘들아?ㅠㅠㅠ
└헐
└헐 맞는 듯?
└추측인데 기정사실처럼 이야기하는 거 자제하자 좀…
└마카롱 사진 확인해봄. 일단 포장지 위에 ‘X그네트 스윗’은 화요일에 아문래 목격담이 뜬 집 중 하나는 맞습니다…. (로고에 동그라미 친 사진)
└으허어어억
-그 맛집 투어가… 활동기의 일탈이 아니라… 역조공 준비였다고…?
팬들은 이 스토리가 과하게 감동적이라 오히려 충격에 휩싸였다.
-너무 과대해석 하지 말자 혹시 아니면 또 이걸로 욕하려는 정병들 나옴
-그냥 정산받았다고 팬들한테 맛난 거 준 것만으로도 너무 귀엽고 훈훈하잖아ㅠㅠ
하지만 역조공 마카롱을 만든 가게의 SNS 계정에 후기 글까지 떴다.
-X그네트 스윗 후기 떴다..(링크)
-애들이 마지막 주 음방에 맞춰서… 다 넣고 싶어 했는데, 이미 예약이 다 차서 못했던 거래ㅠㅠ (인하트 캡처)
-그리고 여기가 진짜 맛있다고 계속 그래서, 주인장분이 엄청 으쓱하셨다고…
확인 사살이었다.
모든 게 진실이라는 엄청난 상황에, 팬들은 완전히 감동과 아련함에 젖어서 우는 이모티콘으로 글을 도배해버리기 시작했다…….
-진짜 정산받자마자 허겁지겁 준비했나 봐 아 수니심장 너무 뛰어서 터질 것 같ㄷㅏ….
-다른 팬클럽에서 섭외가 와도 절대 안 넘어가고 어쩌고저쩌고 진짜 살아 있는 천재 아이돌 테스타 외않해?ㅠ
-첫 정산 받았다고… 비싼 먹을 거 왕창 사고 좋아하는 물건까지 팬들 바리바리 싸주는 아이돌… 평생 너희와 가겠다
-됐어 마카롱 가게 알았으니 주문 넣어서 먹으면 돼 얘들아 역조공 맛 짜릿하다…
팬들은 박탈감이고 나발이고 머리끝까지 뽕이 차올랐다.
그리고 어떤 향수가 누구의 취향인지 맹렬한 추리글이나 올리며 행복해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테스타는 이 타이밍에 역조공했던 사진 대부분을 SNS에 풀어버리기까지 했다.
-진짜 테스타는 전설이다…
-마카롱 주문하고 향수도 샀다 이제 사진만 인화하면 나도 역조공을 받은 것
즐거운 역조공의 시간이었다.
* * *
나는 엄지로 화면을 밀었다.
“흠.”
사진들은 잘 업로드되었다.
첫 팬 사인회 때와 비슷한 행동 원리로 움직인 결과였다.
‘서운한 사람이 더 많으면 안 한 것보다 못하지.’
정보와 컨텐츠는 모두에게 돌아가는 게 맞았다.
나는 올린 글을 한번 확인한 뒤,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반응 모니터링을 계속했다.
‘…분위기 좋네.’
낮 시간을 다 써서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기껏 돈 쓰고, 선물 받는 사람 마음에도 안 들면 그런 돈 낭비가 어디 있겠는가.
다행히 돈값은 제대로 한 모양이었다.
‘향수를 굳이 일곱 종류 중 랜덤 하나로 넣은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고.’
덕분에 목격담은 셋뿐이지만 테스타 이름으로 선물을 넣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역시 개인이 아니라 그룹부터 시작해야 분란 소지가 없어.’
내가 돈 내는 건 딱히 상관 없었고.
‘애초에 돈 들어갈 곳도 없다.’
가족도 지인도 없는데 뭐 어떤가.
당장 생활비나 집이 필요한 상황도 아닌 데다가 워낙 정산금이 고액이라 이 정도로 뭐라 하기도 웃겼다.
그래서 처음부터 계산은 내가 하고 명의는 그룹으로 뺄 생각이었다. 회사도 그러길 원했고.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듣자마자 류청우가 반대한 것이다.
-문대야 그건 안 되는데.
-예?
-네가 쉬는 시간까지 반납하면서 골라서 사 온 거잖아. 그럼 문대가 주는 선물로 들어가야지.
-아뇨. 안 그래도 괜찮습니다. 품목은 멤버들이 같이 고른 셈이니까요.
-문대 네가 괜찮아도 팬들은 안 괜찮을 거야.
-…!
-아무 것도 안 부담한 사람이 선물에 이름 올리는 건 거짓말이잖아. 사실을 알면 팬들이 알면 얼마나 슬프겠어.
-…….
-그리고 팬들이 몰라도 우리 마음이 안 괜찮아. 그렇지?
-네!
-마, 맞아요!
-이야 형님 말씀 진짜 잘하시네요~
류청우는 단호하게 정리했다.
-최소한 돈이라도 분담해야 해.
…그래서 멤버들의 열화같은 성원과 함께, 그냥 전부 N빵해 버렸다는 말이다.
고맙긴 하다만… 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었나 싶긴 하다.
‘혹시 말 새어나가면 여파가 걱정돼서도 아니고, ‘안 되는 일이라 안 된다’라…….’
흠, 그러고 보니 내 인성에 관해서 말 나올 때, 사랑 못 받은 티가 어떻다는 어그로를 봤던 것 같다.
‘불꽃 패드립이었지.’
하지만 별개로, ‘잘 자란 티’라는 건 이 류청우 같은 놈을 가리키는 걸 수도 있겠다 싶다.
‘구김살이 없다고 해야 하나.’
회복 탄력성 좋고 다른 샛길로 안 빠지는 타입 말이다.
마침 당사자가 말을 걸었다.
“선물 반응 봐?”
“예.”
“나도 봤는데, 팬들 좋아하시더라. 사실 네가 다 한 거라 너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다.”
“뭐… 돈만 내려고 했던 건데요.”
“준비도 너 혼자 했으면서 무슨 소리야!”
류청우가 장난치듯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래도 다음엔 준비부터 다같이 하자. 뭐든 너 혼자 다 감당하려고 안 해도 괜찮아. 팀으로 움직이는데 팀원을 잘 써먹어야지.”
“…그렇죠.”
팀원이 전부 나보다 6살 이상 나이가 어리지만 않았어도 고민해 봤음직한 논제다.
류청우는 빙그레 웃으며 내 등 한번 치고 지나갔다.
나는 목 뒤를 문질렀다.
‘뭐… 애들이 협조적이긴 하다만.’
이번 팬 선물도 결국 막판엔 금액 분담을 넘어 다 같이 진행했다.
그래서 그림이 더 좋았긴 했다. 향수도 각자 고르고, 마카롱 시안도 같이 상의했고.
저기 앉아서 메이크업 수정 받고 있는 놈들과 협업한 결과가, 제법 괜찮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
“역시 누가 어떤 향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단서가 부족합니다. SNS 등으로 암시를 남기는 편이 좋을 것 같…….”
“마카롱 더 먹고 싶어요.”
“네 마카롱 욕구가 이 안건보다 더 중요해?”
“응.”
“도, 돌아가는 길에 주문하면…….”
“유진이 그만 주자~ 애 굴러다니겠어.”
“아니에요! 저 멋져요!”
얼굴에 붓 대고 참 말들도 많군. 잠시 혹한 내가 멍청이 같아진다.
…사실, 안 그래도 다른 선물들은 그냥 나 혼자 처리한 상태다.
…그렇다. ‘다른 선물’이 있다.
백화점에서 선아현의 생일 선물을 사면서, 가볍게 회사 실무진들 선물도 챙겼었거든.
‘이런 거 하나씩 먹여두면 일 터졌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신경 써준단 말이지.’
어려운 것도 아닌데 겸사겸사 미리 해두면 좋지 않나.
물론 대단한 건 아니다. 그냥 사무실에서 쓸 만한… 좀 비싼 실내용 고급 슬리퍼다.
하지만 먹을 것보단 나을 것이다.
‘이 사람들한테는 먹을 건 줘봤자 그때뿐이야.’
계속 보급할 게 아니면 악수다.
차라리 일하는 환경에서 계속 쓸 수 있는 물건인 편이 좋았다. 그럼 효과가 좀 오래 갈 것이다.
‘적재적소에 괜찮은 소비였지.’
나는 계좌에 남은 금액을 떠올렸다.
그러다가… 마지막 출금액도 떠올렸다.
‘…기부도 좀, 했고.’
익명으로 아동복지재단에 넣었다.
…‘박문대’가 받은 부모님 보험금을 썼으니, 그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그게 이번 정산금 소비의 끝이었다.
‘참, 인생 알 수 없군.’
나는 목 뒤를 주무르며 스마트폰을 내려놨다.
마침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스텐바이 들어간다!”
이번 활동기 마지막 음악방송 생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테스타 올라갑니다!”
“예~”
무대는 언제나처럼 꽤 재밌었다.
…그리고 다른 상황은 모르겠지만, 여기 위에선 이 나이 어린 놈들이 있어서 제법 든든하긴 했다.
‘…괜찮은 팀이지.’
류청우의 말이 은근히 머리에 남는군.
나는 괜한 감상을 털어내며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다음 스케줄을 떠올리려던 순간, 저쪽에서부터 우다다 달려온 매니저와 눈이 마주쳤다.
‘뭐지?’
매니저가 두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얘들아! 너희 빌보드 차트 들었대!”
“……??”
“…?”
“예?”
성적이 안 되는데 무슨 헛소리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