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39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9화
둘이 뜬금없이 MC를 역으로 공격해버린 댄스 신고식은 예상대로 잘리지 않고 통째로 잘 나왔다.
[쏟아지는 찬사에 그만 DJ 공백]
[23년 예능 외길, 첫 출연 핑크 요정에게 압도적 패배]
주로 MC를 희화화하는 구도로 편집이 되었으나, 그래도 임팩트는 잘 챙겼다.
[요새 신인은 다 이런 거야?]
[무섭다… 너무 무섭다!]
…날개가 형광색으로 불타는 CG랑 이런 정도의 자막도 받았고.
‘등장할 때마다 폭소하진 않겠다’는 다짐 후에 사운드를 되찾은 멤버들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헛기침을 해댔다.
“하하, 흠, 예능 잘하고 왔네.”
“훌륭하, 큼, 하십니다!”
“형은 무서운 사람이에요. 멋져요!”
“…어, 고맙다.”
차유진은 자막의 ‘무섭다’를 ‘위협적으로 잘난’으로 창조 해석한 것 같다.
어쨌든, 민망은 둘째치고 잘 뽑히긴 했다.
실시간 체크 중인 시청자 반응도 썩 좋았다.
-ㅋㅋㅋㅋㅋ왜 니들이 그걸 햌ㅋㅋㅋ
-디제이최 죽었는데욬ㅋㅋㅋㅋㅋ
-뭐야 이 도른자들은
-스탭 웃는 소리 들림ㅋㅋㅋ
-날개 뭐얔ㅋㅋㅋ 미쳤나봐 너무 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
-와 패기 오졌다
-브이틱 산 채로 구워 먹었을 듯
마침 화면에서 VTIC 두 사람이 나와서 멋진 댄스를 선보였다.
바로 10초 후에, 멘트를 이기지 못하고 기어 다니게 됐지만 말이다.
“……흠.”
저것도 나름 웃기네.
‘브이틱 팬들도 그럭저럭 만족하겠군.’
후한 평가를 내려주고 있자니, 슬슬 반전과 함께 도플갱어 팀전이 시작되었다.
[같은 몸이니 벌칙도 같이 받아야죠~ 도플갱어잖아요! 그래서, !]
재미야 있었다만, 이 게임 초반 30분에서는 특별히 베스트 컷으로 더 건질 만한 사항은 없었다.
그냥 열심히 게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몇 컷, 그리고 브이틱의 자폭에 당황하는 리액션만 잡혔을 뿐이다.
“날개 왜 없어요??”
“위험하니까 빼놓고 했지~”
“아하!”
이 정도 선선한 대화를 나누면서, 이번 주 모니터링은 끝났다.
“둘이 예능 참 잘했다.”
“재, 재밌었어…!”
후한 평가였지만, 아직 다음 주 분량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듣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다음 주에도 본방 시청해 주세요~”
“하하, 알았어.”
류청우는 너스레를 떠는 큰세진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다음 주에 무슨 꼴을 보게 될지 상상도 못 하는 얼굴이었다.
인터넷 반응도 적당히 팬들 위주로 다음 주를 기대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일반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강렬한 등장 덕에 ‘테스타 둘 재밌네~’ 정도의 호의적인 감상이 주를 이뤘다.
흠, 딱 좋았다. 너무 기대받지 않을 때 효과가 더 좋을 테니까.
나는 기지개를 켜며 소파 앞에서 일어났다.
‘한 주 더 기다려 봐야겠군.’
큰 문제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아주 순조로웠다.
하지만 이후, 우려했던 상황이 드디어 발생했다.
내 여론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 * *
박문대가 의 다음 방영분을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은 또다시 시끄러워졌다.
박문대의 예상대로, 최원길의 녹음본 폭로자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폭로자는 이번엔 아예 글을 올렸다. 스탭 인증과 함께 에서 최원길의 악명에 대해 증언하는 내용이었다.
-헐 스탭이었구나
-녹음본 짜깁기가 아니라 중간중간 녹음버튼 누르느라 대화가 잘린 거라고 함
-최원길 무섭다 문대 협박당한 거 아니야?ㅠ
-그 소속사 걸러야 할 듯
하지만 며칠 가지 못했다.
미처 지우지 못한 메타데이터로 인해 폭로자의 신상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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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최원길 폭로자 쓰레기잖아]
: (캡처) 여기 구석에 이미지 원주소 보이지? 끝부분이 아이디 같아서 구글링해보니까 행적 다 뜨네 ㅅㅂㅋㅋㅋㅋ
고인 능욕하는 무직 허언증 환자임
스탭증도 도용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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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바로 회사의 고소 진행 공지가 떴다.
‘유포자는 최원길과 안면도 없는 사람이며, 일일 알바 도중 우연히 대화를 들어 녹음하게 되었다’가 중론이었다.
동시에 최원길의 소속사는 각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정정 글을 올리며, 폭로자의 정체를 최대한 자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최원길 루머 유포자 = 유명한 고인 능욕 네임드]
[상상 이상으로 끔찍한 최원길 폭로자 정체]
그 작업이 끝나자, 여론은 드디어 최원길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개역겨워 최원길 불쌍;
-진짜 무섭다 아주사 끝난 지가 언젠데 그때 악편이 지금까지 애를 잡네ㅠㅠ
-지금 녹음 들어보니까 1번 너무 슬퍼.. 얼마나 고생했으면 애가 저러냐
자연스럽게, 여론의 주목이 옮겨가며 박문대를 향하던 동정과 인성 고평가는 시들시들해졌다.
그리고 그때만을 기다리던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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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박문대와 최원길 관련 의견 갈리는 상황]
: 종영되고 올라온 아주사 비하인드 영상임 (캡처)
1차 팀전 때 원래 최원길 파트였던 브릿지를 박문대가 하게 됨
박문대가 이 파트를 단독 편곡할 거라고 말하면서 최원길 힐끗 쳐다보는 장면
참고로 이 파트 자기 혼자 초고음 성녀 편곡해서 박문대 떡상했음
(캡처) 최원길 당황한 얼굴
‘박문대가 최원길 맥인 거다’
vs
‘기분 탓이고 억측이다’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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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 또 시작하네
-왜 이런 걸 지금 올려? 싸우라고?
└팬 눈치 보면서 글 올릴 타이밍 골라야 돼?
-대체 어디서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요ㅋㅋㅋㅋ갈리길 바라는 거겠지.
주로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대세였으나, 흐름을 타보려는 악의도 많았다.
-오 생각보다 박문대 쎄하다…
-곰인 척하는 여우 재질인 거 다들 아는 줄ㅋㅋㅋㅋ
-얘 이미지메이킹 진짜 잘하잖아 솔직히 이번에 최원길 해명 올린 것도 다 손익 계산해본 거라고 생각
└맞아 사람이 좀 음습한 느낌임
└사랑 못 받고 자란?? 특유의 그 느낌 있음…
-박문대 팬들 녹본에서 최원길이 다짜고짜 시비 건 건 맞지 않냐고 그러던데… 솔직히 다 개연성이 있었을 듯
└나도 이 생각 했어ㅋㅋㅋ
-이거 최원길이 후렴 하겠다고 해서 바꿔준 건데 무슨 개소리야 앞뒤가 다 바뀌었네
└또 최원길 탓하고 싶어?
물론 이 글은 신고와 반박으로 얼마 안 가서 삭제되었다. 하지만 팬들에게 찝찝한 뒷맛을 준 건 어쩔 수 없었다.
이후로도 불쑥불쑥, 박문대의 지난 행적을 악의적으로 꼬집는 글이 인기글에 등장했다가 싸움이 나서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들의 노린 반응은 이것이었다.
[박문대 인성 좋다고 난리 치더니 아니잖아. 괘씸하네?]
박문대의 발 빠른 대처와 테스타 자체의 스타성으로 인해 그 정도의 역풍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위태로운 며칠이었다.
팬들은 긴장에 찌든 채 하루하루를 넘겼다.
박문대가 촬영한 2번째 가 방영되기 시작한 건 바로 그 타이밍이었다.
‘제발 뭐 하나만 걸려라.’
‘제발 노잼이어도 되니 아무 일도 없어라.’
두 마음이 교차하는 가운데, 의 ‘이심동체’ 2번째 회차가 방영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적당히 웃겼다.
[이야~ 끝이 안 나!]
[다들 왜 이렇게 잘해요??]
맹렬하게 게임에 달려들어 열심히 하는 아이돌과 배우들의 모습은 훈훈하고 마음 편히 보기 좋았다.
벌칙을 받고 돌아오는 배우를 챙기는 큰세진의 모습도 ‘벌써 절친 다 됐다’며 부드럽게 조명해 주었다.
이상한 낌새는 그다음 게임부터였다.
[이번 게임은~ ‘가만히 멈춰라’입니다! 어떤 상황에도 동요하지 않고, 가만~히, 오래 버티는 분이 성공!]
입에 생수를 한가득 담은 채로, 가장 오랫동안 물을 뿜지 않고 참는 사람이 속한 팀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박문대는 물대포로 난장판이 된 테이블에서 홀로 살아남았다.
[…….]
[아니, 문대 씨, 깨어 계신 건 맞죠?!]
[이게 가능해??]
스탭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섹시 댄스를 춰도, DJ 부스에서 원숭이가 튀어나와도, 눈앞에서 코끼리를 탄 단원이 불꽃 저글링을 하면서 지나가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무 동요 없이 허공을 응시하는 박문대의 얼굴은 평온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박문대가 겪었던 미친 상황에 비하면 코끼리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실제 자연계에 존재라도 하지.’
상태창에게 협박당하는 판타지 소설 주인공의 비애였다.
그리고 그 자막이 오랜만에 박문대의 머리에 붙었다.
[평-온]
티벳여우 CG까지 뒤에 등장했다.
두 볼이 물 때문에 다소 면적이 넓어진 덕에 기가 막힌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초유의 상황]
[지금 제작진이… 제작진이 준비한 게 다 떨어졌다고 합니다!]
[와!!]
[대박이다 진짜!]
완승이었다.
박문대는 물을 삼키고 꾸벅꾸벅 주변에 인사를 돌렸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겐 즐거움을 돌려줬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웃겨 진짜
-박문대는 정말 한결같아… 놀라워
-변한 게 없엌ㅋㅋㅋㅋㅋㅋㅋㅋ
-티벳 여우 대승리
-너무 귀엽네요ㅠㅠㅋㅋㅋ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MC가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큰세진 저격이었다.
[자, 그럼 이번 벌칙자는… 이세진 씨입니다!]
[네??]
[에이 그건 아니죠!]
[세진이보다 먼저 탈락한 사람이 셋이나 되는데요?]
[결정적인 그 순간! 거기서 탈락하시면서 팀의 힘이 무너지는 거거든요~ 아~ 보세요! 세진 씨가 빵 터지면서 지금 연달아 둘이 같이 웃어버렸어요~]
MC는 그럴싸한 말로 상황을 몰아가며, 당황한 큰세진의 반응을 뽑아내려 했다.
하지만 큰세진은 활짝 웃었다.
[아, 좋죠!]
[…!?]
[세진아?]
[너 아이돌이 얼굴에 낙서 괜찮아?]
[그것보다 팀의 승리가 더 중요하니까요!]
[?!]
당황한 자막 너머로 큰세진이 박문대에게 검지를 뻗었다.
[문대야!]
[……?]
[너 자꾸 잘하면 내가 무조건 벌칙 받아버릴 거야!!]
[…!!]
[팀은 이겨도 넌 올 벌칙이라구! 잘 생각해!]
승리를 향한 광기였다.
[희생정신…?]
자막도 당황했다.
하지만 박문대는 당황하지 않았다.
[좋아. 올 벌칙 받죠, 뭐.]
[!!!!]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잖아요. 도플갱어 잡아야죠.]
[얘들아 너희 너무 몰입했어!!]
[이거 예능인 거 알지??]
[저희 꼭 이겨서 가짜 잡고 나가요.]
[가짜 중요하지! 근데 너희 이거 자료 앞으로 평생 간다니까?!]
[가짜를 여기서 못 잡으면 우리 팀에 앞으로가 없잖아요.]
[맙소사.]
말이 안 통했다.
둘은 나란히 나가서 고양이 수염과 너구리 낙서를 당했다.
귀여웠지만 눈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진짜 광기]
자막도 불타오르는 가운데, 다음 판이 진행되었다.
[이번 판은~ ‘가요 대백과’! 지금은 몇 년도? 88년도~ 올해 발매된 곡을 듣고 이름을 맞히면 됩니다!]
그리고 패턴상 이 게임을 예측하고 예습해 온 큰세진이 정답을 쓸어가기 시작했다.
[정답입니다!]
[예이!]
큰세진이 속한 팀의 승리가 확실시된 그 순간.
이번에는 박문대가 자폭하기 시작했다.
[아… 문대 씨, 땡!]
[…후배님 뭐 하시는……?]
[제가 최다 오답률을 기록해서 벌칙을 받으려고요.]
[!!!!]
놀라 나자빠지는 자막 너머로 박문대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세진도 잘할수록 벌칙 맛을 볼 겁니다.]
[잠깐.]
[이게 원래 이렇게 쓰라고 있는 규칙이 아니야 얘들아!]
파국이었다.
결국 게임이 진행될수록 말려든 출연진들은, 활약하는 사람을 자폭으로 저격해 벌칙을 받게 만드는 방식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말았다.
시청자들은 뒤집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웃어서 토할 것 같음
-돌았냐고 왜 이렇게 됐냐고
-미치겠어
-과몰입 신인이 불러온 대참사ㅋㅋㅋㅋㅋ
분명 팀의 승리를 위해 희생하는 구도인데도, 현실성이라고는 없는 예능에 과몰입한 덕에 이상하게 흘러가는 상황이 그냥 웃길 뿐이었다.
[야 가자.]
[에휴.]
심지어 기성 출연진까지 분위기에 휘말려서 자체적으로 희생했다. 다 포기한 얼굴로 어깨동무를 하고 벌칙을 받으러 가는 모습은 희극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최종 승부를 가르는 마지막 게임에서 또 일이 터졌다.
말랑달콤 소현이 막판에 자폭 위협을 포기한 것이다.
[미안해 문대 씨! 영린 언니 고소공포증이 있어! 이건 아닌 것 같아!]
[!!!!]
과몰입은 그렇게 배신당한 채로 끝났다.
영린은 성공적으로 깃발을 들어 올리며 팀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그래서 진짜는… 파티 팀입니다!]
[와아아아아!!]
쓸쓸한 표정으로 넋이 나간 박문대의 얼굴은 정말 웃겼다.
-하얗게 불태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귀여워
-아니 이런 거에 과몰입하지 말라구 바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짴ㅋㅋㅋ 넘 웃곀ㅋㅋㅋ
-진짜 귀엽다ㅋㅋㅋ신인이라 가능한 대환장 파팈ㅋㅋㅋ
-얘 아주사 때도 방송에 너무 진심이더니 여기서돜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 회차의 테스타 중심 클립은 위튜브에 올라오는 순간 순식간에 인기 동영상에 올랐다.
[(토요 파티) ‘저놈의 도플갱어를 매우 쳐라!’ 테스타의 과몰입 모음.zip | 레전드 | SBC]
안티들이 열심히 빌드업 하던 ‘아닌 척 음습하게 사람 꼽 주고 머리 굴리는 박문대’는 ‘과몰입 티벳 여우 사차원 문대가또’의 파도에 밀려서 산산조각이 났다.
* * *
‘됐다.’
나는 복잡한 의미의 한숨을 쉬며, 스마트폰을 껐다.
좀… 많이 민망했지만, 만족스럽긴 했다.
‘분위기 제대로 잡혔군.’
브이틱에게 일부러 더 호들갑을 떨어달라고 부탁했던 보람이 확실했다.
덕분에 테스타의 행동이 더 유별나게 이상해 보였기 때문이다. 리액션 효과였다.
그리고 이렇게 웃긴 이미지가 확고하게 붙은 덕에, 한동안은 사소한 일로 요동칠 것 같지 않았다.
그러자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맘 편히 진행할 수 있겠어.’
이번 활동 시작할 때부터 계획했던 일을 슬슬 진행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먼저 사전작업이 필요했다.
‘정산 액수 정리부터 하자.’
드디어 작년 성과를 까볼 때였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9화
둘이 뜬금없이 MC를 역으로 공격해버린 댄스 신고식은 예상대로 잘리지 않고 통째로 잘 나왔다.
주로 MC를 희화화하는 구도로 편집이 되었으나, 그래도 임팩트는 잘 챙겼다.
…날개가 형광색으로 불타는 CG랑 이런 정도의 자막도 받았고.
‘등장할 때마다 폭소하진 않겠다’는 다짐 후에 사운드를 되찾은 멤버들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헛기침을 해댔다.
“하하, 흠, 예능 잘하고 왔네.”
“훌륭하, 큼, 하십니다!”
“형은 무서운 사람이에요. 멋져요!”
“…어, 고맙다.”
차유진은 자막의 ‘무섭다’를 ‘위협적으로 잘난’으로 창조 해석한 것 같다.
어쨌든, 민망은 둘째치고 잘 뽑히긴 했다.
실시간 체크 중인 시청자 반응도 썩 좋았다.
-ㅋㅋㅋㅋㅋ왜 니들이 그걸 햌ㅋㅋㅋ
-디제이최 죽었는데욬ㅋㅋㅋㅋㅋ
-뭐야 이 도른자들은
-스탭 웃는 소리 들림ㅋㅋㅋ
-날개 뭐얔ㅋㅋㅋ 미쳤나봐 너무 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
-와 패기 오졌다
-브이틱 산 채로 구워 먹었을 듯
마침 화면에서 VTIC 두 사람이 나와서 멋진 댄스를 선보였다.
바로 10초 후에, 멘트를 이기지 못하고 기어 다니게 됐지만 말이다.
“……흠.”
저것도 나름 웃기네.
‘브이틱 팬들도 그럭저럭 만족하겠군.’
후한 평가를 내려주고 있자니, 슬슬 반전과 함께 도플갱어 팀전이 시작되었다.
재미야 있었다만, 이 게임 초반 30분에서는 특별히 베스트 컷으로 더 건질 만한 사항은 없었다.
그냥 열심히 게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몇 컷, 그리고 브이틱의 자폭에 당황하는 리액션만 잡혔을 뿐이다.
“날개 왜 없어요??”
“위험하니까 빼놓고 했지~”
“아하!”
이 정도 선선한 대화를 나누면서, 이번 주 모니터링은 끝났다.
“둘이 예능 참 잘했다.”
“재, 재밌었어…!”
후한 평가였지만, 아직 다음 주 분량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듣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다음 주에도 본방 시청해 주세요~”
“하하, 알았어.”
류청우는 너스레를 떠는 큰세진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다음 주에 무슨 꼴을 보게 될지 상상도 못 하는 얼굴이었다.
인터넷 반응도 적당히 팬들 위주로 다음 주를 기대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일반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강렬한 등장 덕에 ‘테스타 둘 재밌네~’ 정도의 호의적인 감상이 주를 이뤘다.
흠, 딱 좋았다. 너무 기대받지 않을 때 효과가 더 좋을 테니까.
나는 기지개를 켜며 소파 앞에서 일어났다.
‘한 주 더 기다려 봐야겠군.’
큰 문제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아주 순조로웠다.
하지만 이후, 우려했던 상황이 드디어 발생했다.
내 여론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 * *
박문대가 의 다음 방영분을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은 또다시 시끄러워졌다.
박문대의 예상대로, 최원길의 녹음본 폭로자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폭로자는 이번엔 아예 글을 올렸다. 스탭 인증과 함께 에서 최원길의 악명에 대해 증언하는 내용이었다.
-헐 스탭이었구나
-녹음본 짜깁기가 아니라 중간중간 녹음버튼 누르느라 대화가 잘린 거라고 함
-최원길 무섭다 문대 협박당한 거 아니야?ㅠ
-그 소속사 걸러야 할 듯
하지만 며칠 가지 못했다.
미처 지우지 못한 메타데이터로 인해 폭로자의 신상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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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처) 여기 구석에 이미지 원주소 보이지? 끝부분이 아이디 같아서 구글링해보니까 행적 다 뜨네 ㅅㅂㅋㅋㅋㅋ
고인 능욕하는 무직 허언증 환자임
스탭증도 도용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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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바로 회사의 고소 진행 공지가 떴다.
‘유포자는 최원길과 안면도 없는 사람이며, 일일 알바 도중 우연히 대화를 들어 녹음하게 되었다’가 중론이었다.
동시에 최원길의 소속사는 각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정정 글을 올리며, 폭로자의 정체를 최대한 자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그 작업이 끝나자, 여론은 드디어 최원길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개역겨워 최원길 불쌍;
-진짜 무섭다 아주사 끝난 지가 언젠데 그때 악편이 지금까지 애를 잡네ㅠㅠ
-지금 녹음 들어보니까 1번 너무 슬퍼.. 얼마나 고생했으면 애가 저러냐
자연스럽게, 여론의 주목이 옮겨가며 박문대를 향하던 동정과 인성 고평가는 시들시들해졌다.
그리고 그때만을 기다리던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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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영되고 올라온 아주사 비하인드 영상임 (캡처)
1차 팀전 때 원래 최원길 파트였던 브릿지를 박문대가 하게 됨
박문대가 이 파트를 단독 편곡할 거라고 말하면서 최원길 힐끗 쳐다보는 장면
참고로 이 파트 자기 혼자 초고음 성녀 편곡해서 박문대 떡상했음
(캡처) 최원길 당황한 얼굴
‘박문대가 최원길 맥인 거다’
vs
‘기분 탓이고 억측이다’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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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 또 시작하네
-왜 이런 걸 지금 올려? 싸우라고?
└팬 눈치 보면서 글 올릴 타이밍 골라야 돼?
-대체 어디서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요ㅋㅋㅋㅋ갈리길 바라는 거겠지.
주로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대세였으나, 흐름을 타보려는 악의도 많았다.
-오 생각보다 박문대 쎄하다…
-곰인 척하는 여우 재질인 거 다들 아는 줄ㅋㅋㅋㅋ
-얘 이미지메이킹 진짜 잘하잖아 솔직히 이번에 최원길 해명 올린 것도 다 손익 계산해본 거라고 생각
└맞아 사람이 좀 음습한 느낌임
└사랑 못 받고 자란?? 특유의 그 느낌 있음…
-박문대 팬들 녹본에서 최원길이 다짜고짜 시비 건 건 맞지 않냐고 그러던데… 솔직히 다 개연성이 있었을 듯
└나도 이 생각 했어ㅋㅋㅋ
-이거 최원길이 후렴 하겠다고 해서 바꿔준 건데 무슨 개소리야 앞뒤가 다 바뀌었네
└또 최원길 탓하고 싶어?
물론 이 글은 신고와 반박으로 얼마 안 가서 삭제되었다. 하지만 팬들에게 찝찝한 뒷맛을 준 건 어쩔 수 없었다.
이후로도 불쑥불쑥, 박문대의 지난 행적을 악의적으로 꼬집는 글이 인기글에 등장했다가 싸움이 나서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들의 노린 반응은 이것이었다.
박문대의 발 빠른 대처와 테스타 자체의 스타성으로 인해 그 정도의 역풍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위태로운 며칠이었다.
팬들은 긴장에 찌든 채 하루하루를 넘겼다.
박문대가 촬영한 2번째 가 방영되기 시작한 건 바로 그 타이밍이었다.
‘제발 뭐 하나만 걸려라.’
‘제발 노잼이어도 되니 아무 일도 없어라.’
두 마음이 교차하는 가운데, 의 ‘이심동체’ 2번째 회차가 방영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적당히 웃겼다.
맹렬하게 게임에 달려들어 열심히 하는 아이돌과 배우들의 모습은 훈훈하고 마음 편히 보기 좋았다.
벌칙을 받고 돌아오는 배우를 챙기는 큰세진의 모습도 ‘벌써 절친 다 됐다’며 부드럽게 조명해 주었다.
이상한 낌새는 그다음 게임부터였다.
입에 생수를 한가득 담은 채로, 가장 오랫동안 물을 뿜지 않고 참는 사람이 속한 팀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박문대는 물대포로 난장판이 된 테이블에서 홀로 살아남았다.
스탭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섹시 댄스를 춰도, DJ 부스에서 원숭이가 튀어나와도, 눈앞에서 코끼리를 탄 단원이 불꽃 저글링을 하면서 지나가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무 동요 없이 허공을 응시하는 박문대의 얼굴은 평온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박문대가 겪었던 미친 상황에 비하면 코끼리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실제 자연계에 존재라도 하지.’
상태창에게 협박당하는 판타지 소설 주인공의 비애였다.
그리고 그 자막이 오랜만에 박문대의 머리에 붙었다.
티벳여우 CG까지 뒤에 등장했다.
두 볼이 물 때문에 다소 면적이 넓어진 덕에 기가 막힌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완승이었다.
박문대는 물을 삼키고 꾸벅꾸벅 주변에 인사를 돌렸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겐 즐거움을 돌려줬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웃겨 진짜
-박문대는 정말 한결같아… 놀라워
-변한 게 없엌ㅋㅋㅋㅋㅋㅋㅋㅋ
-티벳 여우 대승리
-너무 귀엽네요ㅠㅠㅋㅋㅋ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MC가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큰세진 저격이었다.
MC는 그럴싸한 말로 상황을 몰아가며, 당황한 큰세진의 반응을 뽑아내려 했다.
하지만 큰세진은 활짝 웃었다.
당황한 자막 너머로 큰세진이 박문대에게 검지를 뻗었다.
승리를 향한 광기였다.
자막도 당황했다.
하지만 박문대는 당황하지 않았다.
말이 안 통했다.
둘은 나란히 나가서 고양이 수염과 너구리 낙서를 당했다.
귀여웠지만 눈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자막도 불타오르는 가운데, 다음 판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패턴상 이 게임을 예측하고 예습해 온 큰세진이 정답을 쓸어가기 시작했다.
큰세진이 속한 팀의 승리가 확실시된 그 순간.
이번에는 박문대가 자폭하기 시작했다.
놀라 나자빠지는 자막 너머로 박문대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파국이었다.
결국 게임이 진행될수록 말려든 출연진들은, 활약하는 사람을 자폭으로 저격해 벌칙을 받게 만드는 방식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말았다.
시청자들은 뒤집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웃어서 토할 것 같음
-돌았냐고 왜 이렇게 됐냐고
-미치겠어
-과몰입 신인이 불러온 대참사ㅋㅋㅋㅋㅋ
분명 팀의 승리를 위해 희생하는 구도인데도, 현실성이라고는 없는 예능에 과몰입한 덕에 이상하게 흘러가는 상황이 그냥 웃길 뿐이었다.
심지어 기성 출연진까지 분위기에 휘말려서 자체적으로 희생했다. 다 포기한 얼굴로 어깨동무를 하고 벌칙을 받으러 가는 모습은 희극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최종 승부를 가르는 마지막 게임에서 또 일이 터졌다.
말랑달콤 소현이 막판에 자폭 위협을 포기한 것이다.
과몰입은 그렇게 배신당한 채로 끝났다.
영린은 성공적으로 깃발을 들어 올리며 팀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쓸쓸한 표정으로 넋이 나간 박문대의 얼굴은 정말 웃겼다.
-하얗게 불태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귀여워
-아니 이런 거에 과몰입하지 말라구 바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짴ㅋㅋㅋ 넘 웃곀ㅋㅋㅋ
-진짜 귀엽다ㅋㅋㅋ신인이라 가능한 대환장 파팈ㅋㅋㅋ
-얘 아주사 때도 방송에 너무 진심이더니 여기서돜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 회차의 테스타 중심 클립은 위튜브에 올라오는 순간 순식간에 인기 동영상에 올랐다.
안티들이 열심히 빌드업 하던 ‘아닌 척 음습하게 사람 꼽 주고 머리 굴리는 박문대’는 ‘과몰입 티벳 여우 사차원 문대가또’의 파도에 밀려서 산산조각이 났다.
* * *
‘됐다.’
나는 복잡한 의미의 한숨을 쉬며, 스마트폰을 껐다.
좀… 많이 민망했지만, 만족스럽긴 했다.
‘분위기 제대로 잡혔군.’
브이틱에게 일부러 더 호들갑을 떨어달라고 부탁했던 보람이 확실했다.
덕분에 테스타의 행동이 더 유별나게 이상해 보였기 때문이다. 리액션 효과였다.
그리고 이렇게 웃긴 이미지가 확고하게 붙은 덕에, 한동안은 사소한 일로 요동칠 것 같지 않았다.
그러자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맘 편히 진행할 수 있겠어.’
이번 활동 시작할 때부터 계획했던 일을 슬슬 진행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먼저 사전작업이 필요했다.
‘정산 액수 정리부터 하자.’
드디어 작년 성과를 까볼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