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38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8화
뮤직비디오를 클릭하자, 5초짜리 광고보다 먼저 동영상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테스타(TeSTAR) ‘자정, 그리고 다음 (00 :01)’ Official MV]
[조회수 22,147,586회]
‘헉, 이천이백만 됐네.’
얼마 전에 봤을 때는 이천만이었는데, 발매 일주일이 지난 참인데도 조회수 붙는 속도가 꽤 빨랐다.
1,000만까지 걸린 시간도 그룹 자체 신기록이었다.
‘나도 또 보고 있는데 뭐.’
그럴 만도 하다며, 대학원생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테스타의 이번 뮤직비디오는 기존의 것들과는 좀 결이 달랐기 때문이다.
“아, 시작한다.”
그 순간, 광고가 끝나고 뮤직비디오가 시작되었다.
[…….]
먼지가 쌓이고 거미줄 쳐진 고풍스러운 축음기가 화면에 잡혔다.
흰 손이 불쑥 구석에서 나와, 축음기의 바늘을 눌렀다.
투두둑.
거미줄이 끊기며, 느리고 지직거리는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일부러 음질을 낮춘 것 같은 로파이(Lo-fi) 재즈였다.
로맨틱하고 서글픈 피아노가 울렸다.
어느새 화면은 대저택의 현관으로 컷이 바뀌었다.
오래됐지만, 사치스러운 흔적이 여전한 그 구조물은 잡히는 프레임에서 엄청난 영상미를 선보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먼지가 쌓인 채 빛나는 샹들리에 아래, 대형을 갖추어 앉은 일곱 명의 모습에 초점이 잡혔다.
노래가 시작되었다.
-서서히 잠기는
시간을 밤을
벗어나고 싶지 않아
-고요해 이제는
노래도 꿈도
다 잊어버려 여긴 자정,
너의 Midnight
안무가 펼쳐졌다.
현대 무용과 왈츠의 색채가 두드러졌다. 온몸을 쓰며 서로를 지탱하는 동작이 많은, 우아하고 복잡한 안무였다.
긴 소맷단이 흔들렸다.
따라 추기 쉬운, 외우기 쉬운 반복적 동작은 없었다. 오로지 입을 벌린 채 보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움직임이었다.
그 구조적인 선들이 샹들리에 불빛 아래 길게 잡혔다.
-시계 초침이 달려 날 불러도
끌어올릴 수는 없어 오늘도
나는 여기, 너의 자정
너의 Midnight
영상은 낡고 사치스러운 현관에서 비가 내리는 고상한 서재로, 녹슨 새장들만 즐비한 거대한 식탁으로, 붉은 향초로 가득한 욕실로 배경을 바꾸었다.
그때마다 머리와 의상도 그 형태와 색을 바꾸며 순식간에 배경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미친 것 같은 영상미였다.
그리고 배경은 어느새 황금빛 푸른 나비가 날아다니는 침실까지 왔다.
화려한 정장을 기초로 구성된, 끝이 없을 것 같던 의상의 변천사도 마지막까지 왔다.
고전적 형태의 가벼운 셔츠였다.
그 어깨 사이 등골에서, 돌아가는 고동빛 태엽이 보였다.
-번지는 Midnight
일그러진 초점이
흔들려 시간을 애태워
마지막 후렴의 만개하는 안무.
나비들은 대형이 바뀔 때마다 모여들어, 횟대에 앉는 새처럼 태엽에 앉았다.
바닥의 그림자가 늘어지며 나비 날개를 길게 드리웠다.
-넘치는 Midnight
허물어진 Shape
찢어져 새로운 날이 와
의미심장한 컷신, 연기, 돌출된 서사는 없었다.
오로지 안무, 그리고 적절한 클로즈업 샷으로만 이루어진 영상은 순식간에 시간을 삼키고 지나갔다.
아름답고 황홀한 영상미와 달라붙는 듯이 어울리는 곡이 흐르는 뮤직비디오였다.
-널 만났던
자정
그리고 다음
노랫말은 그렇게 끝났다. 모든 소리가 잠시 멈췄다.
마지막 반주는 가냘프게 다시 시작되었다.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가 툭툭 흐르는 가운데, 첫 장면처럼 흰 손이 등장했다. 다만 이번에는 팔을 타고 카메라가 올라갔다.
흰 손의 주인은 선아현이었다.
안무 대형에서 벗어난 선아현은 침실 한 편의 괘종시계로 향했다.
그리고 시계 위에 매달린 푸른 나비박제의 오른쪽 아랫날개를 뜯어냈다.
날개 밑의 유리에서, 대각선으로 난 금이 드러났다.
[00:01]
정면에서 다시 잡힌 괘종시계 위로 유려한 필기체 자막이 뜨며, 영상이 끝났다.
‘후!’
다시 봐도 너무 좋았다!
대학원생은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며, 문대의 클로즈업이 잡히는 마지막 소절을 돌렸다.
푸른 나비가 관자놀이 부근에 날아다니고, 살짝 위를 응시하는 박문대의 색조가 오른 얼굴은 정말 최고였다.
그리고 화룡점정도 있었다.
‘목에 초커!!’
비록 재질과 분위기는 전혀 달랐지만, 그녀가 처음 박문대를 봤던 2차 팀전이 떠올라서 더 좋았다.
대학원생은 이미 했으면서도 괜히 그 장면을 한 번 더 캡처해 봤다.
‘아, 진짜 이번 뮤직비디오 너무 좋아! 곡도 그냥 듣기 좋고!’
괜히 머리에 물음표 뜨는 일 없이 4분간 황홀한 영상미와 귀에 편한 곡을 즐기게 해주는 게 딱 그녀의 취향이었다.
그리고 그 점이 당장 썸네일에서부터 드러났다.
원래 테스타는 ‘마법소년’ 때부터 손이나 풍경, 소품처럼 서사적이고 의미심장한 썸네일을 써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놓고 멤버 상반신 클로즈업을 썸네일에 걸어놨다.
김래빈이었다.
“으음.”
문대가 아니라 아쉬웠고, 하필 처음 만났던 팬의 인상이 영 별로였던 김래빈이라 대학원생은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컷 자체는 예술이었다.
‘……래빈이 잘생겼지.’
목에 코르셋 초커를 하고, 턱 아래 푸른 나비가 보이는 김래빈의 물기 젖은 컷은 대단했다.
그리고 이 곡에 완전히 어울리는 인물이기도 했다.
아주 나른하고 사치스러운 컨셉이었기에, 약간 퇴폐적인 인상인 김래빈이 잘 어울렸다.
뮤직비디오도 세계관이고 나발이고 시각과 청각을 폭격하겠다는 식이었지 않은가.
‘앗, 넘어갔다.’
그녀가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 다시 흐른 영상이 끝나며 자동재생으로 연관 동영상이 이어 재생되었다.
바로 콘서트에서 했던 ‘자정, 그리고 다음’의 첫 무대였다.
[아아아아악!!!]
[으아악!!]
비명 때문에 노랫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였다.
‘아 맞아! 다들 이랬어!’
그녀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킬킬 웃었다.
홈마인 친구가 보내준 본인의 직캠 영상 링크에는 깔끔하게 음향 편집까지 해놔서 잊고 있었다.
친구에게 듣기로는, 직전까지 공개된 컨셉 포토에서는 낌새도 안 줬기 때문에 더 난리였던 거라고 한다.
‘음, 그러고 보니 그냥 사진 예쁘다! 기대된다!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
맞다.
더 극적인 첫 무대 임팩트를 위해, 테스타와 회사는 박문대의 의견을 수용해 컨셉 포토와 티저를 심심하게 찍었다.
그냥 적당한 정장과 저택을 이용해서 적당히 보기 좋은 컷을 낸 것이다.
-셤별이 드디어 컨셉충을 벗어났다는 소식 듣고 옴
└어 개노잼 됐다
└그래도 애들은 이뻐 그럼 됐지
-아 뭔가 아쉬운데
-이번엔 한 턴 쉬고 가나? 정규라 작업할 것도 많고 콘도 겹쳐서 무난히 가는 거 아닌가
└행복 회로 튼튼하네 분리수거 힘들겠어
-초심 다 뒤졌다 곧 살도 찔 듯
대학원생은 잘 몰랐으나, 물 밑의 적나라한 반응은 이 정도였다.
하지만 콘서트가 나오는 순간 모든 게 뒤집혔다.
심지어 테스타는 콘서트 의상이니 좀 과해도 된다는 생각에, 진짜 태엽에 나비 모형을 꼬리처럼 달고 나오기까지 했다.
자본이 투하되니 그 정도로 과해도 의상이 어색하지 않았다.
-셤별놈들은 컨셉에 진심이다
-코르셋 초커에 저 셔츠 대체 누가 낸 의견이냐 인간적으로 성과금 줘라
-♡나비 소년 너무 조아♡
단물 다 빨아먹은 학교 세계관은 이제 퇴물이지 이거 밀자
-빠수니 초심 풀충전
-역시 남돌은 섹시야
그 뒤에 앨범 전용으로 뮤직비디오의 컨셉을 고스란히 딴 스페셜 포토를 추가하고, 일부는 테스타 SNS에 올린 것까지 완벽했다.
그러나 그런 치밀한 계산을 굳이 알 일 없이, 대학원생은 그냥 행복했다.
‘그래, 문대 직캠도 보자!’
대학원생은 신나게 위튜브 검색어를 집어넣고, 박문대의 이번 신곡 음악방송 직캠을 찾아냈다.
이마를 반만 드러낸 헤어스타일과 느슨한 무대용 정장이 정말 잘 어울렸다.
‘금발 최고…!’
그녀는 행복하게 동영상을 보다가, 문득 댓글 창을 열었다.
물론 베스트 댓글이 영문으로 도배되어있다는 것을 경험상 알았지만, 한두 개 정도의 한글 댓글을 찾으면 반갑기 때문이다.
그 주접을 보고 있으면 자기도 쓱 대댓글로 뭔가 달아보고 싶기도 했다.
“흠흠~”
대학원생은 행복하게 댓글 창을 내리다가, 드디어 한글 댓글을 발견했다.
그러나… 생각하던 느낌의 댓글이 아니었다.
-박문대 화이팅~ 씩씩하고 멋진 모습 좋아용
-문대 잘 돼라! 힘들지 않았으면ㅠㅠ
“……?”
…위화감이 느껴졌다.
이번 컨셉은 근사함과 우아함을 바탕으로 약간 섹시하기까지 했고… 요소마다 예술성을 신경 썼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박문대는 그 컨셉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아주 적절히 소화한 천재 아이돌이었다!
‘근데 왜 무대 이야기 대신 이런 게 이렇게 위에…?’
물론 좋은 말이었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다만… 좀, 흥이 식었다.
“으음.”
대학원생은 그냥 댓글을 넘기고 쓱쓱 내렸다. 다행히 곧 그녀와 마음이 꼭 맞는 주접 댓글을 발견하고 하트를 누를 수 있었다.
-문대가 눈 깜박거릴 때마다 세상이 깜박거리잖아 이게 바로 개기일식이다
‘이거지!’
대학원생은 히히 웃으며 즐거워했다.
위화감은 금방 잊어버렸지만, 이제는 그녀도 친구가 불안해하던 지점이 뭔지, 슬쩍 알 것도 같았다.
‘문대보다 문대가 착한 데에 더 관심이 많구나…….’
물론 사람들 대다수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기류가 생겼다는 게 이젠 즐겁지 않았다.
‘얼른 문대 예능이나 보고 싶다.’
대학원생은 예능을 기다리며, 간간이 쉬는 시간마다 지난 콘서트 유닛 무대 준비 영상과 유닛 무대 직캠을 돌려보았다.
그리고 돌아온 방영 날.
그녀는 박문대와 큰세진의 첫 등장씬부터 사레가 들린다.
“크헙!!”
박문대와 큰세진이… 유아용 핑크빛 요정 날개를 야무지게 챙겨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
두 사람은 음악에 맞추어, 80년대 음악다방풍 스테이지에서 척척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추는 마법! 솟구치는 주식! 테스타의 빛나는 두 별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멜빵 바지를 입은 그 모습이 물론 귀엽고 잘생겼다.
하지만 핑크빛 요정 날개가 시청자의 시야를 강탈했다.
자막도 떴다.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꿈결의 춤사위!]
[요정인가 인간인가]
DJ의 새 멘트였다.
‘왜… 왜 저런 걸 꼈지?’
대학원생은 혼란스럽게 화면을 보다가, 곧 깨달았다.
“아, 나비!”
이번 신곡이 팬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나비소년’이라고 불리는 걸 의식한 것 같았다!
‘너무 귀여워!’
개그 겸 홍보를 위한 큰 그림이었지만, 어쨌든 보는 팬은 즐거웠다.
“아하학!!”
대학원생은 폭소하며 볼륨을 키웠다.
그리고 같은 시간, 테스타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 * *
“으하하하하!!”
“크, 크흐흠!”
굳이 를 모니터링해 주겠다며 거실에 모인 놈들이 폭소했다.
‘이럴 줄 알았다.’
좀 민망은 했으나… 이런 일로 평정심이 무너지기엔 지금까지 별 괴상망측한 일을 다 겪었지 않은가.
“그렇게 웃기냐.”
“네!!”
차유진이 대답하자 옆에서 배세진이 고꾸라졌다. 저 대답까지 웃긴 모양이다.
‘…참자.’
나는 리모컨으로 향하려는 눈을 둘렸다.
……하지만 나와 큰세진이 DJ 부스를 둘러싸고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화면의 내가 외쳤다.
[와, 최고의 국민 MC!]
틱.
나는 음소거 버튼을 눌렀다.
“어??”
“야, 왜~”
“문대야, 재밌어! 괜찮아!”
안 괜찮다.
나는 씁쓸한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촬영 후반부가 참… 기대된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8화
뮤직비디오를 클릭하자, 5초짜리 광고보다 먼저 동영상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헉, 이천이백만 됐네.’
얼마 전에 봤을 때는 이천만이었는데, 발매 일주일이 지난 참인데도 조회수 붙는 속도가 꽤 빨랐다.
1,000만까지 걸린 시간도 그룹 자체 신기록이었다.
‘나도 또 보고 있는데 뭐.’
그럴 만도 하다며, 대학원생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테스타의 이번 뮤직비디오는 기존의 것들과는 좀 결이 달랐기 때문이다.
“아, 시작한다.”
그 순간, 광고가 끝나고 뮤직비디오가 시작되었다.
먼지가 쌓이고 거미줄 쳐진 고풍스러운 축음기가 화면에 잡혔다.
흰 손이 불쑥 구석에서 나와, 축음기의 바늘을 눌렀다.
투두둑.
거미줄이 끊기며, 느리고 지직거리는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일부러 음질을 낮춘 것 같은 로파이(Lo-fi) 재즈였다.
로맨틱하고 서글픈 피아노가 울렸다.
어느새 화면은 대저택의 현관으로 컷이 바뀌었다.
오래됐지만, 사치스러운 흔적이 여전한 그 구조물은 잡히는 프레임에서 엄청난 영상미를 선보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먼지가 쌓인 채 빛나는 샹들리에 아래, 대형을 갖추어 앉은 일곱 명의 모습에 초점이 잡혔다.
노래가 시작되었다.
-서서히 잠기는
시간을 밤을
벗어나고 싶지 않아
-고요해 이제는
노래도 꿈도
다 잊어버려 여긴 자정,
너의 Midnight
안무가 펼쳐졌다.
현대 무용과 왈츠의 색채가 두드러졌다. 온몸을 쓰며 서로를 지탱하는 동작이 많은, 우아하고 복잡한 안무였다.
긴 소맷단이 흔들렸다.
따라 추기 쉬운, 외우기 쉬운 반복적 동작은 없었다. 오로지 입을 벌린 채 보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움직임이었다.
그 구조적인 선들이 샹들리에 불빛 아래 길게 잡혔다.
-시계 초침이 달려 날 불러도
끌어올릴 수는 없어 오늘도
나는 여기, 너의 자정
너의 Midnight
영상은 낡고 사치스러운 현관에서 비가 내리는 고상한 서재로, 녹슨 새장들만 즐비한 거대한 식탁으로, 붉은 향초로 가득한 욕실로 배경을 바꾸었다.
그때마다 머리와 의상도 그 형태와 색을 바꾸며 순식간에 배경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미친 것 같은 영상미였다.
그리고 배경은 어느새 황금빛 푸른 나비가 날아다니는 침실까지 왔다.
화려한 정장을 기초로 구성된, 끝이 없을 것 같던 의상의 변천사도 마지막까지 왔다.
고전적 형태의 가벼운 셔츠였다.
그 어깨 사이 등골에서, 돌아가는 고동빛 태엽이 보였다.
-번지는 Midnight
일그러진 초점이
흔들려 시간을 애태워
마지막 후렴의 만개하는 안무.
나비들은 대형이 바뀔 때마다 모여들어, 횟대에 앉는 새처럼 태엽에 앉았다.
바닥의 그림자가 늘어지며 나비 날개를 길게 드리웠다.
-넘치는 Midnight
허물어진 Shape
찢어져 새로운 날이 와
의미심장한 컷신, 연기, 돌출된 서사는 없었다.
오로지 안무, 그리고 적절한 클로즈업 샷으로만 이루어진 영상은 순식간에 시간을 삼키고 지나갔다.
아름답고 황홀한 영상미와 달라붙는 듯이 어울리는 곡이 흐르는 뮤직비디오였다.
-널 만났던
자정
그리고 다음
노랫말은 그렇게 끝났다. 모든 소리가 잠시 멈췄다.
마지막 반주는 가냘프게 다시 시작되었다.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가 툭툭 흐르는 가운데, 첫 장면처럼 흰 손이 등장했다. 다만 이번에는 팔을 타고 카메라가 올라갔다.
흰 손의 주인은 선아현이었다.
안무 대형에서 벗어난 선아현은 침실 한 편의 괘종시계로 향했다.
그리고 시계 위에 매달린 푸른 나비박제의 오른쪽 아랫날개를 뜯어냈다.
날개 밑의 유리에서, 대각선으로 난 금이 드러났다.
정면에서 다시 잡힌 괘종시계 위로 유려한 필기체 자막이 뜨며, 영상이 끝났다.
‘후!’
다시 봐도 너무 좋았다!
대학원생은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며, 문대의 클로즈업이 잡히는 마지막 소절을 돌렸다.
푸른 나비가 관자놀이 부근에 날아다니고, 살짝 위를 응시하는 박문대의 색조가 오른 얼굴은 정말 최고였다.
그리고 화룡점정도 있었다.
‘목에 초커!!’
비록 재질과 분위기는 전혀 달랐지만, 그녀가 처음 박문대를 봤던 2차 팀전이 떠올라서 더 좋았다.
대학원생은 이미 했으면서도 괜히 그 장면을 한 번 더 캡처해 봤다.
‘아, 진짜 이번 뮤직비디오 너무 좋아! 곡도 그냥 듣기 좋고!’
괜히 머리에 물음표 뜨는 일 없이 4분간 황홀한 영상미와 귀에 편한 곡을 즐기게 해주는 게 딱 그녀의 취향이었다.
그리고 그 점이 당장 썸네일에서부터 드러났다.
원래 테스타는 ‘마법소년’ 때부터 손이나 풍경, 소품처럼 서사적이고 의미심장한 썸네일을 써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놓고 멤버 상반신 클로즈업을 썸네일에 걸어놨다.
김래빈이었다.
“으음.”
문대가 아니라 아쉬웠고, 하필 처음 만났던 팬의 인상이 영 별로였던 김래빈이라 대학원생은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컷 자체는 예술이었다.
‘……래빈이 잘생겼지.’
목에 코르셋 초커를 하고, 턱 아래 푸른 나비가 보이는 김래빈의 물기 젖은 컷은 대단했다.
그리고 이 곡에 완전히 어울리는 인물이기도 했다.
아주 나른하고 사치스러운 컨셉이었기에, 약간 퇴폐적인 인상인 김래빈이 잘 어울렸다.
뮤직비디오도 세계관이고 나발이고 시각과 청각을 폭격하겠다는 식이었지 않은가.
‘앗, 넘어갔다.’
그녀가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 다시 흐른 영상이 끝나며 자동재생으로 연관 동영상이 이어 재생되었다.
바로 콘서트에서 했던 ‘자정, 그리고 다음’의 첫 무대였다.
비명 때문에 노랫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였다.
‘아 맞아! 다들 이랬어!’
그녀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킬킬 웃었다.
홈마인 친구가 보내준 본인의 직캠 영상 링크에는 깔끔하게 음향 편집까지 해놔서 잊고 있었다.
친구에게 듣기로는, 직전까지 공개된 컨셉 포토에서는 낌새도 안 줬기 때문에 더 난리였던 거라고 한다.
‘음, 그러고 보니 그냥 사진 예쁘다! 기대된다!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
맞다.
더 극적인 첫 무대 임팩트를 위해, 테스타와 회사는 박문대의 의견을 수용해 컨셉 포토와 티저를 심심하게 찍었다.
그냥 적당한 정장과 저택을 이용해서 적당히 보기 좋은 컷을 낸 것이다.
-셤별이 드디어 컨셉충을 벗어났다는 소식 듣고 옴
└어 개노잼 됐다
└그래도 애들은 이뻐 그럼 됐지
-아 뭔가 아쉬운데
-이번엔 한 턴 쉬고 가나? 정규라 작업할 것도 많고 콘도 겹쳐서 무난히 가는 거 아닌가
└행복 회로 튼튼하네 분리수거 힘들겠어
-초심 다 뒤졌다 곧 살도 찔 듯
대학원생은 잘 몰랐으나, 물 밑의 적나라한 반응은 이 정도였다.
하지만 콘서트가 나오는 순간 모든 게 뒤집혔다.
심지어 테스타는 콘서트 의상이니 좀 과해도 된다는 생각에, 진짜 태엽에 나비 모형을 꼬리처럼 달고 나오기까지 했다.
자본이 투하되니 그 정도로 과해도 의상이 어색하지 않았다.
-셤별놈들은 컨셉에 진심이다
-코르셋 초커에 저 셔츠 대체 누가 낸 의견이냐 인간적으로 성과금 줘라
-♡나비 소년 너무 조아♡
단물 다 빨아먹은 학교 세계관은 이제 퇴물이지 이거 밀자
-빠수니 초심 풀충전
-역시 남돌은 섹시야
그 뒤에 앨범 전용으로 뮤직비디오의 컨셉을 고스란히 딴 스페셜 포토를 추가하고, 일부는 테스타 SNS에 올린 것까지 완벽했다.
그러나 그런 치밀한 계산을 굳이 알 일 없이, 대학원생은 그냥 행복했다.
‘그래, 문대 직캠도 보자!’
대학원생은 신나게 위튜브 검색어를 집어넣고, 박문대의 이번 신곡 음악방송 직캠을 찾아냈다.
이마를 반만 드러낸 헤어스타일과 느슨한 무대용 정장이 정말 잘 어울렸다.
‘금발 최고…!’
그녀는 행복하게 동영상을 보다가, 문득 댓글 창을 열었다.
물론 베스트 댓글이 영문으로 도배되어있다는 것을 경험상 알았지만, 한두 개 정도의 한글 댓글을 찾으면 반갑기 때문이다.
그 주접을 보고 있으면 자기도 쓱 대댓글로 뭔가 달아보고 싶기도 했다.
“흠흠~”
대학원생은 행복하게 댓글 창을 내리다가, 드디어 한글 댓글을 발견했다.
그러나… 생각하던 느낌의 댓글이 아니었다.
-박문대 화이팅~ 씩씩하고 멋진 모습 좋아용
-문대 잘 돼라! 힘들지 않았으면ㅠㅠ
“……?”
…위화감이 느껴졌다.
이번 컨셉은 근사함과 우아함을 바탕으로 약간 섹시하기까지 했고… 요소마다 예술성을 신경 썼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박문대는 그 컨셉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아주 적절히 소화한 천재 아이돌이었다!
‘근데 왜 무대 이야기 대신 이런 게 이렇게 위에…?’
물론 좋은 말이었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다만… 좀, 흥이 식었다.
“으음.”
대학원생은 그냥 댓글을 넘기고 쓱쓱 내렸다. 다행히 곧 그녀와 마음이 꼭 맞는 주접 댓글을 발견하고 하트를 누를 수 있었다.
-문대가 눈 깜박거릴 때마다 세상이 깜박거리잖아 이게 바로 개기일식이다
‘이거지!’
대학원생은 히히 웃으며 즐거워했다.
위화감은 금방 잊어버렸지만, 이제는 그녀도 친구가 불안해하던 지점이 뭔지, 슬쩍 알 것도 같았다.
‘문대보다 문대가 착한 데에 더 관심이 많구나…….’
물론 사람들 대다수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기류가 생겼다는 게 이젠 즐겁지 않았다.
‘얼른 문대 예능이나 보고 싶다.’
대학원생은 예능을 기다리며, 간간이 쉬는 시간마다 지난 콘서트 유닛 무대 준비 영상과 유닛 무대 직캠을 돌려보았다.
그리고 돌아온 방영 날.
그녀는 박문대와 큰세진의 첫 등장씬부터 사레가 들린다.
“크헙!!”
박문대와 큰세진이… 유아용 핑크빛 요정 날개를 야무지게 챙겨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
두 사람은 음악에 맞추어, 80년대 음악다방풍 스테이지에서 척척 춤을 추기 시작했다.
멜빵 바지를 입은 그 모습이 물론 귀엽고 잘생겼다.
하지만 핑크빛 요정 날개가 시청자의 시야를 강탈했다.
자막도 떴다.
DJ의 새 멘트였다.
‘왜… 왜 저런 걸 꼈지?’
대학원생은 혼란스럽게 화면을 보다가, 곧 깨달았다.
“아, 나비!”
이번 신곡이 팬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나비소년’이라고 불리는 걸 의식한 것 같았다!
‘너무 귀여워!’
개그 겸 홍보를 위한 큰 그림이었지만, 어쨌든 보는 팬은 즐거웠다.
“아하학!!”
대학원생은 폭소하며 볼륨을 키웠다.
그리고 같은 시간, 테스타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 * *
“으하하하하!!”
“크, 크흐흠!”
굳이 를 모니터링해 주겠다며 거실에 모인 놈들이 폭소했다.
‘이럴 줄 알았다.’
좀 민망은 했으나… 이런 일로 평정심이 무너지기엔 지금까지 별 괴상망측한 일을 다 겪었지 않은가.
“그렇게 웃기냐.”
“네!!”
차유진이 대답하자 옆에서 배세진이 고꾸라졌다. 저 대답까지 웃긴 모양이다.
‘…참자.’
나는 리모컨으로 향하려는 눈을 둘렸다.
……하지만 나와 큰세진이 DJ 부스를 둘러싸고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화면의 내가 외쳤다.
틱.
나는 음소거 버튼을 눌렀다.
“어??”
“야, 왜~”
“문대야, 재밌어! 괜찮아!”
안 괜찮다.
나는 씁쓸한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촬영 후반부가 참…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