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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134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4화
우선, 첫날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본 적 없던 팝업이 하나 떴다.
[성공적 공연!]
절대 다수에게 감명을 주었습니다!
-관객수 : 13,120명 (NEW!)
-감명받은 비율 : 96% (NEW!)
: 영웅 특성 뽑기 ☜ Click!
그리고 업적도 하나 달성되었다.
‘최초의 공연’ 업적이었다. 그 덕에 간만에 레벨업도 했다.
‘무대가 아니라 공연으로 잡히는 건가.’
아무래도 단발성 무대와 단독 콘서트는 서로 다른 분야로 카운트되는 모양이었다.
‘이건 이득이긴 하지.’
상태창이 정체기였는데 이렇게 얻어먹을 구석이 더 나와주니 운용하기 좋았다.
오랜만의 레벨업에 특성 뽑기까지 뜨니, 여러모로 콘서트는 수확이 좋았다.
‘…재밌기도 했고.’
좀… 현대인이 보통 경험하는 류의 재미는 아닌 것 같았으나, 압도적인 감각인 건…… 확실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 수많은 불빛, 목소리, 열기와 감정들이…….
“…….”
나는 잠시 감상에 잠길 뻔했으나, 그 순간 내가 했던 행동까지 같이 떠올려 버렸다.
‘……질질 짰지.’
…그리고 아까 쓴 고깔 모자의 문구까지 생각났다.
‘망할.’
고깔모자가 자체 제작인 탓에 여분이 없고, W라이브에서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 쓸 수밖에 없었다.
‘다신 안 운다.’
그 X 같은 울보 왕 문구는 다음엔 그걸 만든 새끼의 타이틀이 될 것이다.
“문대 넌 맥주?”
“예.”
나는 마침 류청우가 내미는 맥주캔을 받아다가 들이켰다. 잘 들어갔다.
“다들 참 고생 많았다!”
“후, 이제 활동 시작인데 벌써 끝난 것 같네요~”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 시작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저희 앨범 발표 날짜는 내일이기 때문입니다.”
“…뮤직비디오 공개도 아직이야. 삼십 분 뒤.”
“이, 이따가 보고 자면 어떨까요?”
“좋지!”
다들 제대로 신났군.
잠시 후에 동영상 녹화를 한 번 더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뮤직비디오 첫 리액션이니까 찍어둬서 나쁠 건 없겠지.’
나는 낡은 저가형 폰 대신, 노란 강아지 케이스가 덮인 새 최신형 스마트폰을 잠시 만지작거렸다.
…생일날 받은 선물 중에 있던 것이다.
원래 써오던 폰들과 운영 체제가 달라서 적응에 좀 시간이 걸리긴 했다만, 기능이 다양해서 즐거웠고… 고마웠다.
하지만 최신형 스마트폰 선물을 일곱 번쯤 받고 나서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동일 기종만 이걸로 3대였지.’
일부러 카메라에 잡히도록 만들어서 몇 번 인증까지 했는데, 스마트폰이 끝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선물로 웬만한 전자제품이나 명품은 종류별로 받은 것 같거든.
‘…너무 고가야.’
갚을 액수를 계산하다가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어차피 바빠서 제대로 쓸 시간도 없었다.
내가 쓰는 걸 보여줄 수도 없는데 계속 받기만 하는 건 자기만족일 뿐이었다.
‘하다못해 팔아먹을 것도 아니고.’
아마 팔다가 걸리면 그날로 인터넷에서 화형식이 열릴 것이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내가 쓰라고 준 선물인데, 팔 수는 없지 않은가.
‘그만 주셔도 된다고 공지라도 해야겠는데.’
나 혼자만 안 받겠다고 해봤자 괜한 어그로 먹잇감만 던져주는 꼴이니, 정산 들어오는 대로 이놈들에게 이야기라도 꺼내 봐야겠다.
다만 지금은 안 되겠다.
말 꺼내봤자 홧김에 오케이만 외치고 다음 날 후회할 것 같은 술자리 분위기가 따로 없었다.
“아이고 스무 살 두 분 어떠세요, 맥주는 마음에 드세요?”
“써요.”
“당도가 전혀 없었군요….”
“그, 그럼… 이, 이건 어떨까?”
처음으로 합법 음주 중인 놈들에게 자기 마시던 걸 권하는 놈들이 섞여서 시음 평이 난무했다.
“이거 좋아요!”
“다, 다행이다…! 그, 근데 많이 마시진 말고…… 어어.”
‘난리군.’
나는 리액션 비디오 생각을 접었다. 저 꼴을 공개하려면 연차가 3년은 더 쌓여야 할 것 같다.
“문대는 뭐 추천 없어~?”
“사이다나 마시라고 해라.”
“싫어요!”
그래 뭐, 그럼 술 계속 마시고 뻗어라.
나는 맥주캔을 새로 따며, 홧김에 특성 뽑기를 돌렸다.
‘영웅 특성 뽑기면 최소 B등급이던가.’
쓸 만한 게 나와줬으면 좋겠다. 바쿠스가 한 번 더 나와서 업그레이드되는 게 최고일 것 같고.
이제 익숙해진 슬롯머신이 뜨더니, 황금색 칸에 간간이 백금색 칸이 섞인 슬롯이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멘탈 갑]
[집중]
[말랑뽀짝 귀요미]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중략)]
[공감이 필요해]
[바쿠스]
[……]
어디서 본 것 같은 특성과 제발 안 걸렸으면 하는 문구들이 번갈아서 휙휙 지나가더니, 이윽고 멈췄다.
땡!
몇 없던, 백금색 칸이었다.
“……!”
파파파팡!
꽃가루와 함께 A급 특성이 떴다.
[특성 : 유학생(A)]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 외국어 습득 능력 +200%
“…??”
뭐야 이게.
이 뜬금없는 취준생용 특성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냐.
‘외국어 습득 능력 증가?’
왜, 아예 언어 하나 통으로 구사하게 해주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상태창으로도 안 되나 보지?
‘…A급 하나 날렸군.’
나는 쓴웃음과 함께 새로 뽑은 특성을 버리려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잠깐.’
…지금까지 사례를 생각해 보자.
부동심. 나오자마자 버리고 과거사 논란이 터졌다.
수도꼭지. 나오자마자 버리고 콘서트에서 질질 짰…… X발.
설마 이거, 그때그때 제일 필요할 만한 특성을 던져주는 거냐.
지난번부터 떠올린 불길한 예감이 아주 설득력 있게 보이기 시작한다.
“……후.”
진정하고. 일단, 유추해 보자.
외국어 습득 능력이 필요한 상황.
‘이건 해외 진출밖에 없지.’
근시일 내로 납치당해서 해외 고기잡이배에 팔리는 게 아닌 이상, 아이돌로서 개연성 있는 미래는 그 정도였다.
‘슬슬 투어 정도는 시도할 때가 되긴 했어.’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특성상 테스타의 해외 팬덤은 국내에 비해 빈약한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일단 국내에서 인기가 생기면 해외에서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따라오는 경향이 있더라고.
게다가 지난번에 커버한 오닉스 무대가 제법 해외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모양이다.
‘그런 게 그쪽 취향인가 보지.’
전에 번역기 돌리는 외국인한테 몇 번 데이터 팔아본 적이 있는데, 유독 국내보다 거래 성사율이 높던 그룹들이 그런 컨셉이었다.
비트 강하고 퍼포먼스도 격렬한 힙합 베이스 댄스곡들 말이다.
‘테스타가 그걸 메인으로 잡은 그룹은 아니긴 한데.’
모든 게 경향성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지만, 언젠가 해외를 노려야 한다면 한두 번 정도는 저런 곡도 싱글 타이틀로 시도해 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무튼… 각설하고, 올해 내로 해외 투어가 잡힐 예정이라 이 특성이 나왔다는 추측으로 돌아가 보자.
‘…그래도 투어에 저런 능력까지 필요할 것 같진 않다.’
나도 그냥 대졸 수준의 영어는 구사한다. 가벼운 소통 정도는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미 우리 팀에는 네이티브도 있지 않은가. 차유진…….
“더 마셔요!”
“잠깐, 유진이 그만하자~”
“너, 너무 많이 마셨어…!”
“…….”
차유진… 이 유일한 네이티브 스피커란 말이지.
그리고 남은 유학파는 선아현이다. 둘의 의사소통 궁합은 더 말할 것 없이 처참한 수준이고.
‘이건… 안 되겠다.’
나는 결국 귀납법에 따르기로 했다.
부동심과 수도꼭지를 버렸을 당시 같은 꼴을 또 보느니, 여차하면 다음 특성 잡을 때까지 외국어 공부나 하는 편이 나았다.
그러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세 가지 특성 중 하나를 삭제해야 하는데… 뭐, 이건 뻔했다.
[특성 :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C)이 삭제되었습니다!]
데뷔 이후 아예 이 특성을 써본 적이 없다. 전 본부장 설득할 때도, 선아현한테 상담 권유할 때도 안 터진 놈이다.
‘등급도 제일 낮으니 이걸 보내 버리는 게 맞다.’
이제 때처럼 미친 서바이벌 개인전에서 조별 과제 하면서 줄타기하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정리된 내 상태창을 다시 확인했다.
[이름 : 박문대 (류건우)]
Level : 16
칭호 : 없음
가창 : A+
춤 : B
외모 : A-
끼 : B
특성 : 잠재력 무한, 유학생(A), 바쿠스500(B), 잡아채는 귀(A)
!상태이상 : 상이 아니면 죽음을
남은 포인트 : 2
일단 B-에서 B로 자연 성장한 춤 스탯이 눈에 들어왔다.
‘구른 보람이 있군.’
연말 무대와 콘서트 준비를 거치며 이룬 쾌거였다. 이제 웬만한 놈 옆에 붙어 있어도 썩 잘 추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운용 가능한 남은 포인트 2점으로는… 음, 사실 여분도 하나 있으니, 하나를 가창에 찍어버리고 싶다. 등급이 달라지니까.
‘S에 진입하면 소리가 얼마나 달라지는 건지 확인하고 싶은데.’
하지만 끼나 춤에 두 포인트를 부어서 A 등급을 세 개로 만드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어떻게 할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앞으로의 스케줄 중 하나를 떠올린 후에 마음을 정했다.
‘이게 맞을 것 같군.’
그리고 포인트를 분배하는 순간, 누군가 등을 툭툭 두드렸다.
“박문대, 이거 봤어?”
“뭔데.”
고개를 돌리자 큰세진이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들이댔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3차 팀전이었던 달토끼 단체방의 새 메시지였다.
[하일준 형님 : 콘서트 잘 끝냈다며! 축하한다(눈물 흘리는 이모티콘) 초대해 줬는데 못 가서 미안하구먼!]
[하일준 형님 : 사실 나 4월에 데뷔야! 데뷔 준비하느라고 못 갔어ㅠㅠ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테스타 선배님! (인사하는 이모티콘)]
오, 골드 1이 데뷔하는군.
그런데 축하 말고 더 할 말이 있나? 특이사항은 없어 보이는데.
“…아, 잠만. 스크롤 올라갔네.”
큰세진은 내 표정을 확인하더니, 보여주던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내렸다.
그러자 새 메시지가 나타났다.
[하일준 형님 : 근데 우리 팀에서 원길이도 같이 데뷔하거든. 혹시 인터뷰 같은 곳에서 너희랑 사이 어떻냐고 질문하면, 다 잘 풀고 넘어갔다는 정도로 말해도 괜찮을까?]
[하일준 형님: 친하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그냥 딱 그 정도만!]
그렇군.
최원길도 결국 한 팀으로 데뷔하는 모양이었다.
테스타 멤버들 과반수가 에서 최원길의 트롤 짓을 경험했고 그게 다 방송을 탔으니, 확실히 질 나쁜 인터뷰에서 나올 만한 소리긴 했다.
‘골드 1이 걱정할 만하군.’
큰세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떻게 생각해?”
어쩌긴, 별생각 없었다.
골드 1은 멍청한 관종은 아니었으니 정말 딱 저 정도로만 말할 것이다. 잘 풀었다 정도.
그리고 최원길은 그때 방송국 계단에서 사과했던 걸 생각하면, 쓸데없는 소리 안 할 정도로는 마음 고쳐먹은 것 같고.
“상관없어.”
“그래? 사실 나도 그래. 그럼 올린다.”
큰세진은 웃으며 단체 메시지 방에 글을 올렸다.
[나 : 헉 형님 데뷔~ 너무 축하드려요! (눈 반짝이는 이모티콘) 인터뷰 그 정도는 당연히 괜찮죠~ 우리가 뭐 싸운 사이도 아닌데요 뭘!]
“이 정도로 한다? 너도 축하나 올려~”
“그래.”
“다른 애들은, 음… 정신 차리면 축하 글 올리겠지?”
“그러겠지.”
선아현과 김래빈이었다. 뻔했다.
지금 술 마시랴 차유진 말리랴 정신이 없어 보이니 나중에 정신 차리면 알아서 할 것이다.
“무, 문대야! 너도 마실래?!”
“…괜찮아.”
눈이 마주치자 무슨 포X몬 시합처럼 말을 걸어왔다. 피하자.
결국 막판에는 그 개판에 끼어서 와인까지 마시게 됐지만, 어쨌든 지금 상황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발생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며칠 뒤, 음악방송 첫 컴백 직전에 올라온 그 위튜브 인기 동영상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
[최원길 녹음2]
========================
여기까지만 해도 내 일은 아니었다.
근데 재생을 누르니 달라지더라고.?
그냥 영상 없이 검은 바탕에 소리만 나오는 녹음본이었는데, 어디서 들어본 대화가 나왔다.
“……??”
야 설마.
댓글로 내렸다.
누가 친절하게 해석 자막까지 달아줬다.
-들리는 대로 받아적었음
최원길: 그렇게 사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 주는데?
박문대(추정) : (한숨 쉼)
…….
내가 왜 여기서 나와…?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4화

우선, 첫날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본 적 없던 팝업이 하나 떴다.

절대 다수에게 감명을 주었습니다!

-관객수 : 13,120명 (NEW!)

-감명받은 비율 : 96% (NEW!)

: 영웅 특성 뽑기 ☜ Click!

그리고 업적도 하나 달성되었다.

‘최초의 공연’ 업적이었다. 그 덕에 간만에 레벨업도 했다.

‘무대가 아니라 공연으로 잡히는 건가.’

아무래도 단발성 무대와 단독 콘서트는 서로 다른 분야로 카운트되는 모양이었다.

‘이건 이득이긴 하지.’

상태창이 정체기였는데 이렇게 얻어먹을 구석이 더 나와주니 운용하기 좋았다.

오랜만의 레벨업에 특성 뽑기까지 뜨니, 여러모로 콘서트는 수확이 좋았다.

‘…재밌기도 했고.’

좀… 현대인이 보통 경험하는 류의 재미는 아닌 것 같았으나, 압도적인 감각인 건…… 확실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 수많은 불빛, 목소리, 열기와 감정들이…….

“…….”

나는 잠시 감상에 잠길 뻔했으나, 그 순간 내가 했던 행동까지 같이 떠올려 버렸다.

‘……질질 짰지.’

…그리고 아까 쓴 고깔 모자의 문구까지 생각났다.

‘망할.’

고깔모자가 자체 제작인 탓에 여분이 없고, W라이브에서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 쓸 수밖에 없었다.

‘다신 안 운다.’

그 X 같은 울보 왕 문구는 다음엔 그걸 만든 새끼의 타이틀이 될 것이다.

“문대 넌 맥주?”

“예.”

나는 마침 류청우가 내미는 맥주캔을 받아다가 들이켰다. 잘 들어갔다.

“다들 참 고생 많았다!”

“후, 이제 활동 시작인데 벌써 끝난 것 같네요~”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 시작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저희 앨범 발표 날짜는 내일이기 때문입니다.”

“…뮤직비디오 공개도 아직이야. 삼십 분 뒤.”

“이, 이따가 보고 자면 어떨까요?”

“좋지!”

다들 제대로 신났군.

잠시 후에 동영상 녹화를 한 번 더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뮤직비디오 첫 리액션이니까 찍어둬서 나쁠 건 없겠지.’

나는 낡은 저가형 폰 대신, 노란 강아지 케이스가 덮인 새 최신형 스마트폰을 잠시 만지작거렸다.

…생일날 받은 선물 중에 있던 것이다.

원래 써오던 폰들과 운영 체제가 달라서 적응에 좀 시간이 걸리긴 했다만, 기능이 다양해서 즐거웠고… 고마웠다.

하지만 최신형 스마트폰 선물을 일곱 번쯤 받고 나서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동일 기종만 이걸로 3대였지.’

일부러 카메라에 잡히도록 만들어서 몇 번 인증까지 했는데, 스마트폰이 끝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선물로 웬만한 전자제품이나 명품은 종류별로 받은 것 같거든.

‘…너무 고가야.’

갚을 액수를 계산하다가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어차피 바빠서 제대로 쓸 시간도 없었다.

내가 쓰는 걸 보여줄 수도 없는데 계속 받기만 하는 건 자기만족일 뿐이었다.

‘하다못해 팔아먹을 것도 아니고.’

아마 팔다가 걸리면 그날로 인터넷에서 화형식이 열릴 것이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내가 쓰라고 준 선물인데, 팔 수는 없지 않은가.

‘그만 주셔도 된다고 공지라도 해야겠는데.’

나 혼자만 안 받겠다고 해봤자 괜한 어그로 먹잇감만 던져주는 꼴이니, 정산 들어오는 대로 이놈들에게 이야기라도 꺼내 봐야겠다.

다만 지금은 안 되겠다.

말 꺼내봤자 홧김에 오케이만 외치고 다음 날 후회할 것 같은 술자리 분위기가 따로 없었다.

“아이고 스무 살 두 분 어떠세요, 맥주는 마음에 드세요?”

“써요.”

“당도가 전혀 없었군요….”

“그, 그럼… 이, 이건 어떨까?”

처음으로 합법 음주 중인 놈들에게 자기 마시던 걸 권하는 놈들이 섞여서 시음 평이 난무했다.

“이거 좋아요!”

“다, 다행이다…! 그, 근데 많이 마시진 말고…… 어어.”

‘난리군.’

나는 리액션 비디오 생각을 접었다. 저 꼴을 공개하려면 연차가 3년은 더 쌓여야 할 것 같다.

“문대는 뭐 추천 없어~?”

“사이다나 마시라고 해라.”

“싫어요!”

그래 뭐, 그럼 술 계속 마시고 뻗어라.

나는 맥주캔을 새로 따며, 홧김에 특성 뽑기를 돌렸다.

‘영웅 특성 뽑기면 최소 B등급이던가.’

쓸 만한 게 나와줬으면 좋겠다. 바쿠스가 한 번 더 나와서 업그레이드되는 게 최고일 것 같고.

이제 익숙해진 슬롯머신이 뜨더니, 황금색 칸에 간간이 백금색 칸이 섞인 슬롯이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특성과 제발 안 걸렸으면 하는 문구들이 번갈아서 휙휙 지나가더니, 이윽고 멈췄다.

땡!

몇 없던, 백금색 칸이었다.

“……!”

파파파팡!

꽃가루와 함께 A급 특성이 떴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 외국어 습득 능력 +200%

“…??”

뭐야 이게.

이 뜬금없는 취준생용 특성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냐.

‘외국어 습득 능력 증가?’

왜, 아예 언어 하나 통으로 구사하게 해주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상태창으로도 안 되나 보지?

‘…A급 하나 날렸군.’

나는 쓴웃음과 함께 새로 뽑은 특성을 버리려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잠깐.’

…지금까지 사례를 생각해 보자.

부동심. 나오자마자 버리고 과거사 논란이 터졌다.

수도꼭지. 나오자마자 버리고 콘서트에서 질질 짰…… X발.

설마 이거, 그때그때 제일 필요할 만한 특성을 던져주는 거냐.

지난번부터 떠올린 불길한 예감이 아주 설득력 있게 보이기 시작한다.

“……후.”

진정하고. 일단, 유추해 보자.

외국어 습득 능력이 필요한 상황.

‘이건 해외 진출밖에 없지.’

근시일 내로 납치당해서 해외 고기잡이배에 팔리는 게 아닌 이상, 아이돌로서 개연성 있는 미래는 그 정도였다.

‘슬슬 투어 정도는 시도할 때가 되긴 했어.’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특성상 테스타의 해외 팬덤은 국내에 비해 빈약한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일단 국내에서 인기가 생기면 해외에서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따라오는 경향이 있더라고.

게다가 지난번에 커버한 오닉스 무대가 제법 해외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모양이다.

‘그런 게 그쪽 취향인가 보지.’

전에 번역기 돌리는 외국인한테 몇 번 데이터 팔아본 적이 있는데, 유독 국내보다 거래 성사율이 높던 그룹들이 그런 컨셉이었다.

비트 강하고 퍼포먼스도 격렬한 힙합 베이스 댄스곡들 말이다.

‘테스타가 그걸 메인으로 잡은 그룹은 아니긴 한데.’

모든 게 경향성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지만, 언젠가 해외를 노려야 한다면 한두 번 정도는 저런 곡도 싱글 타이틀로 시도해 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무튼… 각설하고, 올해 내로 해외 투어가 잡힐 예정이라 이 특성이 나왔다는 추측으로 돌아가 보자.

‘…그래도 투어에 저런 능력까지 필요할 것 같진 않다.’

나도 그냥 대졸 수준의 영어는 구사한다. 가벼운 소통 정도는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미 우리 팀에는 네이티브도 있지 않은가. 차유진…….

“더 마셔요!”

“잠깐, 유진이 그만하자~”

“너, 너무 많이 마셨어…!”

“…….”

차유진… 이 유일한 네이티브 스피커란 말이지.

그리고 남은 유학파는 선아현이다. 둘의 의사소통 궁합은 더 말할 것 없이 처참한 수준이고.

‘이건… 안 되겠다.’

나는 결국 귀납법에 따르기로 했다.

부동심과 수도꼭지를 버렸을 당시 같은 꼴을 또 보느니, 여차하면 다음 특성 잡을 때까지 외국어 공부나 하는 편이 나았다.

그러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세 가지 특성 중 하나를 삭제해야 하는데… 뭐, 이건 뻔했다.

데뷔 이후 아예 이 특성을 써본 적이 없다. 전 본부장 설득할 때도, 선아현한테 상담 권유할 때도 안 터진 놈이다.

‘등급도 제일 낮으니 이걸 보내 버리는 게 맞다.’

이제 때처럼 미친 서바이벌 개인전에서 조별 과제 하면서 줄타기하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정리된 내 상태창을 다시 확인했다.

Level : 16

칭호 : 없음

가창 : A+

춤 : B

외모 : A-

끼 : B

특성 : 잠재력 무한, 유학생(A), 바쿠스500(B), 잡아채는 귀(A)

!상태이상 : 상이 아니면 죽음을

남은 포인트 : 2

일단 B-에서 B로 자연 성장한 춤 스탯이 눈에 들어왔다.

‘구른 보람이 있군.’

연말 무대와 콘서트 준비를 거치며 이룬 쾌거였다. 이제 웬만한 놈 옆에 붙어 있어도 썩 잘 추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운용 가능한 남은 포인트 2점으로는… 음, 사실 여분도 하나 있으니, 하나를 가창에 찍어버리고 싶다. 등급이 달라지니까.

‘S에 진입하면 소리가 얼마나 달라지는 건지 확인하고 싶은데.’

하지만 끼나 춤에 두 포인트를 부어서 A 등급을 세 개로 만드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어떻게 할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앞으로의 스케줄 중 하나를 떠올린 후에 마음을 정했다.

‘이게 맞을 것 같군.’

그리고 포인트를 분배하는 순간, 누군가 등을 툭툭 두드렸다.

“박문대, 이거 봤어?”

“뭔데.”

고개를 돌리자 큰세진이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들이댔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3차 팀전이었던 달토끼 단체방의 새 메시지였다.

오, 골드 1이 데뷔하는군.

그런데 축하 말고 더 할 말이 있나? 특이사항은 없어 보이는데.

“…아, 잠만. 스크롤 올라갔네.”

큰세진은 내 표정을 확인하더니, 보여주던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내렸다.

그러자 새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렇군.

최원길도 결국 한 팀으로 데뷔하는 모양이었다.

테스타 멤버들 과반수가 에서 최원길의 트롤 짓을 경험했고 그게 다 방송을 탔으니, 확실히 질 나쁜 인터뷰에서 나올 만한 소리긴 했다.

‘골드 1이 걱정할 만하군.’

큰세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떻게 생각해?”

어쩌긴, 별생각 없었다.

골드 1은 멍청한 관종은 아니었으니 정말 딱 저 정도로만 말할 것이다. 잘 풀었다 정도.

그리고 최원길은 그때 방송국 계단에서 사과했던 걸 생각하면, 쓸데없는 소리 안 할 정도로는 마음 고쳐먹은 것 같고.

“상관없어.”

“그래? 사실 나도 그래. 그럼 올린다.”

큰세진은 웃으며 단체 메시지 방에 글을 올렸다.

“이 정도로 한다? 너도 축하나 올려~”

“그래.”

“다른 애들은, 음… 정신 차리면 축하 글 올리겠지?”

“그러겠지.”

선아현과 김래빈이었다. 뻔했다.

지금 술 마시랴 차유진 말리랴 정신이 없어 보이니 나중에 정신 차리면 알아서 할 것이다.

“무, 문대야! 너도 마실래?!”

“…괜찮아.”

눈이 마주치자 무슨 포X몬 시합처럼 말을 걸어왔다. 피하자.

결국 막판에는 그 개판에 끼어서 와인까지 마시게 됐지만, 어쨌든 지금 상황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발생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며칠 뒤, 음악방송 첫 컴백 직전에 올라온 그 위튜브 인기 동영상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

========================

여기까지만 해도 내 일은 아니었다.

근데 재생을 누르니 달라지더라고.?

그냥 영상 없이 검은 바탕에 소리만 나오는 녹음본이었는데, 어디서 들어본 대화가 나왔다.

“……??”

야 설마.

댓글로 내렸다.

누가 친절하게 해석 자막까지 달아줬다.

-들리는 대로 받아적었음

최원길: 그렇게 사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 주는데?

박문대(추정) : (한숨 쉼)

…….

내가 왜 여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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