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3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2화
처음 보는 광경도 아니었다.
팬들이 콘서트에서 가수에게 이벤트를 해주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지 않은가.
나도 서너 번 데이터 의뢰받고 갈 때마다 봤었다.
특별한 감흥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냥 그 많은 사람이 돈 받는 것도 아닌데 타이밍 맞춰서 해내는 게 신기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건…… 내가 직접 그 대상이 되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넘실거리는 저 수많은 불빛이 하나하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이렇게 실감 될 수 있는 거였나.
외부자가 아니라, 그 중심에서 체감하는 이 압도적인 공유감.
…뭐라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
그 와중에도 노랫소리는 계속되었다.
……내 파트였다.
변하지 않는 건 없어도
지금 이 순간의 마법은
Maybe it’s YOU
상상도 하지 못한 전율이, 정수리에 뜨거운 물을 부은 것처럼 발끝까지 흘렀다.
“……후읍.”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시야에서 사라지자 좀 나았다.
하지만 동시에 고개를 들어서 더 보고 싶었다.
‘……난리 났군.’
어처구니가 없었다.
귀에서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 노랫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마치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
게다가 이젠 다른 놈들까지 합세해서 부르고 있었다.
처음은 큰세진이었다.
“…너라면 다 괜찮아질 거야~”
어지간히 감동적이었는지, 자기 파트를 부르는 놈마다 목소리가 떨리는 게 아주 잘 들렸다.
“Li, Life is strange, 가볍게….”
코를 훌쩍거리는 김래빈의 랩 파트가 이어졌다.
그리고 곧 내 파트가 다가왔다.
‘…돌아버리겠네.’
나는 일단 마이크를 들었다.
“……날 보면,”
…한 소절을 통으로 날렸다. 뒤늦게 들어간 말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망할.’
나는 이를 악물었다.
침묵이 길어지자 이상했는지, 드디어 시선이 쏟아졌다.
“…문대?”
“무, 문대야?”
“너 울어?”
갑자기, 여러 개의 손이 어깨를 흔들고 목 뒤와 등을 두드렸다. 노래를 부르던 팬들의 목소리 사이로 당황한 감탄사가 섞였다.
‘…맙소사.’
나는 한 손으로 눈 주변을 눌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최대한 침착하게 주변을 살폈다.
멤버들은 대부분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그러나 울먹이거나 그렁그렁한 놈은 있어도 눈물을 주룩주룩 쏟는 놈은… 없었다.
심지어 배세진도 이렇게는 안 운다.
‘이런 X발.’
지금 이거 나만… 나만 이상한 놈 된 거 아니냐.
“아이고 세상에.”
“문대가 이러네.”
모여든 놈들이 몇 번 웃더니, 다행히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했다. 이놈들도 참고 있던 게 분명했다.
“……우리, 잘하자.”
분위기에 취한 놈들이 머리 위와 어깨에서 사정없이 포옹해 왔다. 후끈거렸다.
부둥켜안는 게 숨 막히는 건지, 이 상황 자체가 숨 막히는 건지 모르겠다.
어떡해
울지마
괜찮아?
간주가 흐르는 중, 노랫소리 대신 온갖 외침이 귀에 들어왔다.
“어휴.”
포옹이 풀리고, 어딘가로 달려갔다가 돌아온 큰세진이 얼굴 앞에 천을 들이댔다.
생각할 것도 없이 잡아다가 얼굴에 눌렀다.
연보라색 바탕에 남색 글씨 보였다.
…슬로건이다.
누군가 무대 위로 던져준 것이다.
‘미치겠네.’
나는 그냥 얼굴을 파묻었다. 아주 그냥, 웃긴 꼴이었을 것이다.
누군가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고생했어.”
간주가 끝나기 전에 멤버들에게 이끌려 무대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나란히 손을 잡은 채, 크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노랫소리 대신 함성이 머리를 울렸다.
나는 비틀거리며 마이크를 들었다.
“…그래, 마법은 바로 너야.”
다행히, 마지막 구절은 어떻게든 불렀다.
토크의 탈을 쓴 팬 이벤트가 끝나고, 간신히 소감 몇 마디 말하고 나서야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그제야 겨우 질질 짜는 걸 멈췄다.
‘…5분 전에 이랬어야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설마 근 7년 만에 처음 우는 상황이 만삼천 명과 카메라 앞에서 라이브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SNS 모니터링을 피하지 말았어야 했나.’
미리 알기라도 했으면 나았을 텐데, 콘서트 코앞이라 괜한 영향 안 받으려고 다 같이 합의하에 일주일쯤 인터넷을 안 들여다봤다.
특별히 모니터링이 필요한 활동을 했던 게 아니어서 괜찮을 줄 알았지.
‘그사이에 이런… 일이 물밑에서 오갈 줄이야.’
앞으로 내 인생에 이런 쓰잘머리 없는 인터넷 디톡스는 없을 것이다.
나는 손에 든 슬로건을 구길 뻔했으나, 간신히 참고 근처 의자에 잘 접어서 올려두었다.
“야 너 진짜 예상도 못 했다. 1위 해도 안 울더니.”
“…….”
“역시 아이돌 하려고 태어난 남자야. 팬 사랑 앞에서만 우는… 캬.”
“그만해라.”
자기도 오열한 주제에 내려오니 입만 잘 털었다. 큰세진은 깔깔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
“괘, 괜찮아?”
“…괜찮지.”
이쪽은 진짜 걱정이라 화도 못 내겠군.
선아현은 크게 감동 받은 것 같았으나, 그다지 울진 않아 얼굴이 멀쩡해서 스탭의 수고를 덜었다.
반대로, 배세진은 내려오고 나서야 눈물을 줄줄 흘리는 통에 스탭도 당황했다.
“…형은 좀 어때요.”
“머, 멀쩡하거든.”
배세진은 겨우 훌쩍임을 멈추며 마저 메이크업을 받았다.
“우리 시간 얼마 안 남았다. 이동해야 돼.”
빨리 울고 빨리 정신을 차린 류청우는 얼른 상황을 다독였다. 그 옆에서 안 울고 신나기만 한 차유진이 벌써 옷을 다 갈아입은 상태였다.
“가요, 가요!”
…그래. 가야 할 시간이다.
대망의 타이틀 무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VCR 남은 시간 50초!”
우리는 스탠바이 장소까지 달려서 이동했다.
아마 조명이 꺼진 중앙 무대에는 이미 세트가 다 올라온 상태일 것이다.
나는 콘티의 장면을 떠올렸다.
고풍스러운 고 저택. 먼지 쌓인 샹들리에, 나비표본과 녹슨 새장.
그리고 등 뒤의 태엽.
“올라갑니다!”
무대 장치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바닥이 열리고 무대 위로 머리가 드러나는 순간, 빛과 함성이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
하지만 이젠 압도당할 때가 아니었다. 모든 감상을 털어내고, 다시 집중할 시간이다.
푸른 조명이 무대에 꽂혔다.
테스타는 대형을 잡았다.
* * *
“허어어…….”
테스타의 콘서트가 이틀 모두 끝난 31일 주말 밤.
박문대 홈마는 가방을 움켜쥔 채로 비틀비틀 발걸음을 옮겼다.
가방 속에는 스탠딩에서 촬영 임무를 끝마친 기특한 카메라가 잘 담겨있었다.
이틀간 콘서트를 뛰고, 이틀 내내 울고, 사진을 찍고, 심지어 오늘은 서서 무대를 관람한 탓에 체력이 바닥나 있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한 점도, 진짜 티끌만큼도!!
‘너무 좋았어…….’
처음부터 끝까지 아쉬운 요소가 하나도 없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 좋았을 뿐만 아니라, 그냥 무대 자체가 너무 재밌고 좋았다.
마치 다른 세상에 잠깐 들어갔다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틀로 끝내기 너무 아쉽다…!’
딱 이틀만이라도 더 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방금 보고 나오는 길인데도, 또 살아 움직이는 테스타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녀는 끓어오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며, 폰을 열어서 SNS에 접속했다.
그리고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다시 스마트폰으로 찍은, 화질 조악한 사진이나마 빠르게 업로드했다.
========================
[2X0331 막콘 박문대 프리뷰]
(눈시울 붉히는 박문대 사진) (유닛 무대에서 손가락으로 볼 가리키는 박문대 사진) (와이어에 타서 돌아보는 박문대 사진)
사랑해 문대야
#테스타 #TeSTAR #박문대 #문댕댕
========================
홈마는 특히 첫 번째로 첨부한 사진을 볼 때마다 심장이 아팠다.
바로, 종이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선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참는 박문대의 모습이었다.
홈마는 내심 가슴을 두들겼다.
‘우리 애는 진짜 댕댕 천사야…….’
박문대는 콘서트 두 번째 날에도 울었다.
팬들은 첫날과 다른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바로 테스타가 앵콜에서 팬송을 부르는 도중 허공에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내는 것이었다.
당연히 테스타는 색색의 종이비행기 만 개가 공연장에 다 같이 떠오르는 어마어마한 광경에 또 압도당했다.
그리고 무대 위에 운 좋게 도착한 몇몇 비행기들을 잡아들던 테스타는 그 속 내용까지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어, 이거…….
-잠깐만요, 아…….
-…….
팬들은 비행기로 접은 종이 안마다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적어둔 것이다.
잔인할 정도로 감동적인 이벤트였다.
그 과정에서 몇몇 멤버는 기어이 눈시울을 붉혔고, 그 중 박문대의 모습을 찍은 게 바로 홈마의 첫 번째 프리뷰 사진이었다.
그리고 박문대는… 가장 안 울 것 같은 이미지였던 주제에 콘서트에서 가장 크게 운 멤버기도 했다.
아주사 1위를 할 때도, 데뷔 후 첫 공중파 1위에서도, 어떤 시상식에서도 눈물 한 방울은커녕 웃어버리던 사람의 폭포수 같은 눈물은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있었다.
첫날에는 그야말로 팬들은 물론 각종 커뮤니티까지 뒤집어졌었다.
-미친 곰머까지 울었냐?
└그냥 운 것도 아니고 오열 수준 (사진)
└헐
└찐이네 와 눈물범벅
-ㅋㅋㅋ대상 탈 때도 안 울 줄 알았는데 겨우 콘서트 떼창 한 번에 무너졌냐고 개짜릿
└히이익 변태! (입틀막
└이 새끼 손 치우면 웃고 있을 듯
└어케 알았냐
-앞으로도 콘서트마다 울면 VOD 산다 일단 이번 건 샀다 얼른 고화질로 보고 싶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셤별 놈들 다 잘 우네 하긴 나도 첫콘이 체조면 울었지
└어그로 X나 꼬이고 데뷔 전부터 사회의 불닭맛 보며 커서 그런지 빠들 소중한 건 아는 듯
└그래 몰라도 아는 척은 할 놈들이라 빠는 맛 난다ㅋ 이것도 못 하면 망주사에서 벌써 처맞고 탈락했겠지만
-응 핑크 리본 달고 재롱부리는 내 곰머 천년돌♡♡ 셤별 곰머한테 잘해 개구린 선곡도 심폐소생하잖아♡♡ 곰머 많이 울고 계속 빠들한테 부채감 느껴줘♡♡
└ㅋㅋㅋㅋㅋㅋㅋㅋ악개 어서 오고
참고로 셤별은 극한까지 변형된 테스타의 검색 방지명이다.
어쨌든 필터링 없이 막말이 오가는 커뮤니티부터 예의와 상식이 있는 팬 계정까지, 다양한 곳에서 테스타의 이번 콘서트 행보는 빠르게 공유되었다.
새로운 유닛 무대, 파격적인 신곡 무대, 그리고 우는 모습까지 온갖 떠들만한 이야기가 다 나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박문대의 홈마의 프리뷰 공유 수치가 올린 지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천 단위를 가볍게 돌파한 것이 하나의 증거였다.
지인과 팔로워들의 반응도 우수수 달렸다.
-문대 금발 소중해 절대 지켜
-SO CUTE♡
-아이고 우리 문댕 또 울었구나ㅠㅠ 풀문베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His real skin color is beautiful, too. STOP whitewashing (우는 이모티콘)
└보정 안 한 프리뷰인데요 미친아 좀 꺼져 아무데서나 화이트워싱 무새질;
슬슬 해외 팬들도 많이 붙는지, 외국어 어그로도 출몰하기 시작했다.
‘얘네는 모든 홈마한테 시비네.’
익히 봐온 꼴이었기 때문에 홈마는 가뿐히 무시했다. 그리고 마침 도착한 지하철에 얼른 탑승했다.
‘으, 사람 진짜 많다…….’
첫날은 다른 곳에서 관람한 친구의 차를 얻어 탄 덕에 편하게 갔는데, 오늘은 그런 요행이 불가능했다.
‘택시나 호텔 잡을 걸 그랬나!’
후회하려던 순간, 다행히 바로 앞에 자리가 나서 앉을 수 있었다.
‘다행이다.’
홈마는 자리에 앉자마자 카메라를 들고, 촬영된 것을 앞으로 휙휙 넘기기 시작했다.
신곡 무대가 머리 한구석에서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진짜 미쳤지.’
설마 그런 걸 들고 올 줄은 몰랐다. 근데 들고 와 줘서 너무 고마웠다!
첫 임펙트가 중요하니 암묵적으로 신곡 무대의 사진이나 직캠은 자정까지 업로드하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솔직히 정말 자랑하고 싶었다.
‘돌려보기라도 하자.’
홈마가 그렇게 오늘 촬영한 직캠을 확인하려던 순간, 갑자기 무릎에서 진동이 울렸다.
드르르르-
스마트폰이었다.
그리고 알림창에는… 기대도 하지 않은 소식이 떠 있었다.
[테스타의 콘서트 뒷풀이에 러뷰어를 초대합니다! (박수치는 이모티콘)]
W라이브 알림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2화
처음 보는 광경도 아니었다.
팬들이 콘서트에서 가수에게 이벤트를 해주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지 않은가.
나도 서너 번 데이터 의뢰받고 갈 때마다 봤었다.
특별한 감흥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냥 그 많은 사람이 돈 받는 것도 아닌데 타이밍 맞춰서 해내는 게 신기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건…… 내가 직접 그 대상이 되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넘실거리는 저 수많은 불빛이 하나하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이렇게 실감 될 수 있는 거였나.
외부자가 아니라, 그 중심에서 체감하는 이 압도적인 공유감.
…뭐라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
그 와중에도 노랫소리는 계속되었다.
……내 파트였다.
변하지 않는 건 없어도
지금 이 순간의 마법은
Maybe it’s YOU
상상도 하지 못한 전율이, 정수리에 뜨거운 물을 부은 것처럼 발끝까지 흘렀다.
“……후읍.”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시야에서 사라지자 좀 나았다.
하지만 동시에 고개를 들어서 더 보고 싶었다.
‘……난리 났군.’
어처구니가 없었다.
귀에서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 노랫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마치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
게다가 이젠 다른 놈들까지 합세해서 부르고 있었다.
처음은 큰세진이었다.
“…너라면 다 괜찮아질 거야~”
어지간히 감동적이었는지, 자기 파트를 부르는 놈마다 목소리가 떨리는 게 아주 잘 들렸다.
“Li, Life is strange, 가볍게….”
코를 훌쩍거리는 김래빈의 랩 파트가 이어졌다.
그리고 곧 내 파트가 다가왔다.
‘…돌아버리겠네.’
나는 일단 마이크를 들었다.
“……날 보면,”
…한 소절을 통으로 날렸다. 뒤늦게 들어간 말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망할.’
나는 이를 악물었다.
침묵이 길어지자 이상했는지, 드디어 시선이 쏟아졌다.
“…문대?”
“무, 문대야?”
“너 울어?”
갑자기, 여러 개의 손이 어깨를 흔들고 목 뒤와 등을 두드렸다. 노래를 부르던 팬들의 목소리 사이로 당황한 감탄사가 섞였다.
‘…맙소사.’
나는 한 손으로 눈 주변을 눌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최대한 침착하게 주변을 살폈다.
멤버들은 대부분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그러나 울먹이거나 그렁그렁한 놈은 있어도 눈물을 주룩주룩 쏟는 놈은… 없었다.
심지어 배세진도 이렇게는 안 운다.
‘이런 X발.’
지금 이거 나만… 나만 이상한 놈 된 거 아니냐.
“아이고 세상에.”
“문대가 이러네.”
모여든 놈들이 몇 번 웃더니, 다행히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했다. 이놈들도 참고 있던 게 분명했다.
“……우리, 잘하자.”
분위기에 취한 놈들이 머리 위와 어깨에서 사정없이 포옹해 왔다. 후끈거렸다.
부둥켜안는 게 숨 막히는 건지, 이 상황 자체가 숨 막히는 건지 모르겠다.
어떡해
울지마
괜찮아?
간주가 흐르는 중, 노랫소리 대신 온갖 외침이 귀에 들어왔다.
“어휴.”
포옹이 풀리고, 어딘가로 달려갔다가 돌아온 큰세진이 얼굴 앞에 천을 들이댔다.
생각할 것도 없이 잡아다가 얼굴에 눌렀다.
연보라색 바탕에 남색 글씨 보였다.
…슬로건이다.
누군가 무대 위로 던져준 것이다.
‘미치겠네.’
나는 그냥 얼굴을 파묻었다. 아주 그냥, 웃긴 꼴이었을 것이다.
누군가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고생했어.”
간주가 끝나기 전에 멤버들에게 이끌려 무대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나란히 손을 잡은 채, 크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노랫소리 대신 함성이 머리를 울렸다.
나는 비틀거리며 마이크를 들었다.
“…그래, 마법은 바로 너야.”
다행히, 마지막 구절은 어떻게든 불렀다.
토크의 탈을 쓴 팬 이벤트가 끝나고, 간신히 소감 몇 마디 말하고 나서야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그제야 겨우 질질 짜는 걸 멈췄다.
‘…5분 전에 이랬어야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설마 근 7년 만에 처음 우는 상황이 만삼천 명과 카메라 앞에서 라이브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SNS 모니터링을 피하지 말았어야 했나.’
미리 알기라도 했으면 나았을 텐데, 콘서트 코앞이라 괜한 영향 안 받으려고 다 같이 합의하에 일주일쯤 인터넷을 안 들여다봤다.
특별히 모니터링이 필요한 활동을 했던 게 아니어서 괜찮을 줄 알았지.
‘그사이에 이런… 일이 물밑에서 오갈 줄이야.’
앞으로 내 인생에 이런 쓰잘머리 없는 인터넷 디톡스는 없을 것이다.
나는 손에 든 슬로건을 구길 뻔했으나, 간신히 참고 근처 의자에 잘 접어서 올려두었다.
“야 너 진짜 예상도 못 했다. 1위 해도 안 울더니.”
“…….”
“역시 아이돌 하려고 태어난 남자야. 팬 사랑 앞에서만 우는… 캬.”
“그만해라.”
자기도 오열한 주제에 내려오니 입만 잘 털었다. 큰세진은 깔깔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
“괘, 괜찮아?”
“…괜찮지.”
이쪽은 진짜 걱정이라 화도 못 내겠군.
선아현은 크게 감동 받은 것 같았으나, 그다지 울진 않아 얼굴이 멀쩡해서 스탭의 수고를 덜었다.
반대로, 배세진은 내려오고 나서야 눈물을 줄줄 흘리는 통에 스탭도 당황했다.
“…형은 좀 어때요.”
“머, 멀쩡하거든.”
배세진은 겨우 훌쩍임을 멈추며 마저 메이크업을 받았다.
“우리 시간 얼마 안 남았다. 이동해야 돼.”
빨리 울고 빨리 정신을 차린 류청우는 얼른 상황을 다독였다. 그 옆에서 안 울고 신나기만 한 차유진이 벌써 옷을 다 갈아입은 상태였다.
“가요, 가요!”
…그래. 가야 할 시간이다.
대망의 타이틀 무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VCR 남은 시간 50초!”
우리는 스탠바이 장소까지 달려서 이동했다.
아마 조명이 꺼진 중앙 무대에는 이미 세트가 다 올라온 상태일 것이다.
나는 콘티의 장면을 떠올렸다.
고풍스러운 고 저택. 먼지 쌓인 샹들리에, 나비표본과 녹슨 새장.
그리고 등 뒤의 태엽.
“올라갑니다!”
무대 장치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바닥이 열리고 무대 위로 머리가 드러나는 순간, 빛과 함성이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
하지만 이젠 압도당할 때가 아니었다. 모든 감상을 털어내고, 다시 집중할 시간이다.
푸른 조명이 무대에 꽂혔다.
테스타는 대형을 잡았다.
* * *
“허어어…….”
테스타의 콘서트가 이틀 모두 끝난 31일 주말 밤.
박문대 홈마는 가방을 움켜쥔 채로 비틀비틀 발걸음을 옮겼다.
가방 속에는 스탠딩에서 촬영 임무를 끝마친 기특한 카메라가 잘 담겨있었다.
이틀간 콘서트를 뛰고, 이틀 내내 울고, 사진을 찍고, 심지어 오늘은 서서 무대를 관람한 탓에 체력이 바닥나 있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한 점도, 진짜 티끌만큼도!!
‘너무 좋았어…….’
처음부터 끝까지 아쉬운 요소가 하나도 없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 좋았을 뿐만 아니라, 그냥 무대 자체가 너무 재밌고 좋았다.
마치 다른 세상에 잠깐 들어갔다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틀로 끝내기 너무 아쉽다…!’
딱 이틀만이라도 더 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방금 보고 나오는 길인데도, 또 살아 움직이는 테스타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녀는 끓어오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며, 폰을 열어서 SNS에 접속했다.
그리고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다시 스마트폰으로 찍은, 화질 조악한 사진이나마 빠르게 업로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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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 붉히는 박문대 사진) (유닛 무대에서 손가락으로 볼 가리키는 박문대 사진) (와이어에 타서 돌아보는 박문대 사진)
사랑해 문대야
#테스타 #TeSTAR #박문대 #문댕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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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는 특히 첫 번째로 첨부한 사진을 볼 때마다 심장이 아팠다.
바로, 종이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선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참는 박문대의 모습이었다.
홈마는 내심 가슴을 두들겼다.
‘우리 애는 진짜 댕댕 천사야…….’
박문대는 콘서트 두 번째 날에도 울었다.
팬들은 첫날과 다른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바로 테스타가 앵콜에서 팬송을 부르는 도중 허공에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내는 것이었다.
당연히 테스타는 색색의 종이비행기 만 개가 공연장에 다 같이 떠오르는 어마어마한 광경에 또 압도당했다.
그리고 무대 위에 운 좋게 도착한 몇몇 비행기들을 잡아들던 테스타는 그 속 내용까지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어, 이거…….
-잠깐만요, 아…….
-…….
팬들은 비행기로 접은 종이 안마다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적어둔 것이다.
잔인할 정도로 감동적인 이벤트였다.
그 과정에서 몇몇 멤버는 기어이 눈시울을 붉혔고, 그 중 박문대의 모습을 찍은 게 바로 홈마의 첫 번째 프리뷰 사진이었다.
그리고 박문대는… 가장 안 울 것 같은 이미지였던 주제에 콘서트에서 가장 크게 운 멤버기도 했다.
아주사 1위를 할 때도, 데뷔 후 첫 공중파 1위에서도, 어떤 시상식에서도 눈물 한 방울은커녕 웃어버리던 사람의 폭포수 같은 눈물은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있었다.
첫날에는 그야말로 팬들은 물론 각종 커뮤니티까지 뒤집어졌었다.
-미친 곰머까지 울었냐?
└그냥 운 것도 아니고 오열 수준 (사진)
└헐
└찐이네 와 눈물범벅
-ㅋㅋㅋ대상 탈 때도 안 울 줄 알았는데 겨우 콘서트 떼창 한 번에 무너졌냐고 개짜릿
└히이익 변태! (입틀막
└이 새끼 손 치우면 웃고 있을 듯
└어케 알았냐
-앞으로도 콘서트마다 울면 VOD 산다 일단 이번 건 샀다 얼른 고화질로 보고 싶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셤별 놈들 다 잘 우네 하긴 나도 첫콘이 체조면 울었지
└어그로 X나 꼬이고 데뷔 전부터 사회의 불닭맛 보며 커서 그런지 빠들 소중한 건 아는 듯
└그래 몰라도 아는 척은 할 놈들이라 빠는 맛 난다ㅋ 이것도 못 하면 망주사에서 벌써 처맞고 탈락했겠지만
-응 핑크 리본 달고 재롱부리는 내 곰머 천년돌♡♡ 셤별 곰머한테 잘해 개구린 선곡도 심폐소생하잖아♡♡ 곰머 많이 울고 계속 빠들한테 부채감 느껴줘♡♡
└ㅋㅋㅋㅋㅋㅋㅋㅋ악개 어서 오고
참고로 셤별은 극한까지 변형된 테스타의 검색 방지명이다.
어쨌든 필터링 없이 막말이 오가는 커뮤니티부터 예의와 상식이 있는 팬 계정까지, 다양한 곳에서 테스타의 이번 콘서트 행보는 빠르게 공유되었다.
새로운 유닛 무대, 파격적인 신곡 무대, 그리고 우는 모습까지 온갖 떠들만한 이야기가 다 나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박문대의 홈마의 프리뷰 공유 수치가 올린 지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천 단위를 가볍게 돌파한 것이 하나의 증거였다.
지인과 팔로워들의 반응도 우수수 달렸다.
-문대 금발 소중해 절대 지켜
-SO CUTE♡
-아이고 우리 문댕 또 울었구나ㅠㅠ 풀문베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His real skin color is beautiful, too. STOP whitewashing (우는 이모티콘)
└보정 안 한 프리뷰인데요 미친아 좀 꺼져 아무데서나 화이트워싱 무새질;
슬슬 해외 팬들도 많이 붙는지, 외국어 어그로도 출몰하기 시작했다.
‘얘네는 모든 홈마한테 시비네.’
익히 봐온 꼴이었기 때문에 홈마는 가뿐히 무시했다. 그리고 마침 도착한 지하철에 얼른 탑승했다.
‘으, 사람 진짜 많다…….’
첫날은 다른 곳에서 관람한 친구의 차를 얻어 탄 덕에 편하게 갔는데, 오늘은 그런 요행이 불가능했다.
‘택시나 호텔 잡을 걸 그랬나!’
후회하려던 순간, 다행히 바로 앞에 자리가 나서 앉을 수 있었다.
‘다행이다.’
홈마는 자리에 앉자마자 카메라를 들고, 촬영된 것을 앞으로 휙휙 넘기기 시작했다.
신곡 무대가 머리 한구석에서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진짜 미쳤지.’
설마 그런 걸 들고 올 줄은 몰랐다. 근데 들고 와 줘서 너무 고마웠다!
첫 임펙트가 중요하니 암묵적으로 신곡 무대의 사진이나 직캠은 자정까지 업로드하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솔직히 정말 자랑하고 싶었다.
‘돌려보기라도 하자.’
홈마가 그렇게 오늘 촬영한 직캠을 확인하려던 순간, 갑자기 무릎에서 진동이 울렸다.
드르르르-
스마트폰이었다.
그리고 알림창에는… 기대도 하지 않은 소식이 떠 있었다.
W라이브 알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