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3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1화
에서 참가자들이 소화했던 ‘기다림이 좋아’는 특유의 동양적이고 아련한 분위기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조회수가 붙는 무대였다.
물론 이 곡 외에도 테스타는 각자 성공한 팀전 무대가 제법 많았다.?
당연히 그중 다시 해보고 싶은 무대에 대한 의견은 그들이 콘서트를 준비하는 내내 다양하게 나왔다.
-아무래도 히어로 컨셉이 콘서트용으로 스케일을 키우기 가장 적합할 것 같습니다!
-새, 새로운 세상으로… 다, 다시 하면, 더 잘할 것 같은데…!
-뱀파이어! 저 하고 싶어요!
-얘들아, 혹시 브이틱 선배님 곡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니? 지금은 가능할 것 같은데…….
-…진정하세요, 형.
하지만 대부분은 논의 단계에서 탈락했다. 인원이 너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탈락자들에게 곡까지 뺏는다’는 꼬투리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큰세진이 적극적으로 밀었던 이 곡은 그런 불안 요소가 없었다.
-하하, 우리 멤버들 그대로 여기 있는데요 뭘~
?달토끼는 골드 1을 제외하면 모든 팀원이 테스타로 데뷔에 성공한 것이다.
게다가 곧 데뷔하는 골드 1은 본인 콘서트에서도 써먹겠다는 것을 전제하에 흔쾌히 문자로 허락까지 남겼다.
그렇게 테스타는 신나게 무대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어두운 두루마기를 두른 7명의 인영이 무대 전면에 등장했다.
대금 소리가 울렸다.
우웅-. 우우우웅-. 우우- 우우우-.
우아하고 구슬픈 소리.?
이 자리에 있는 관객 전부가 한번은 들어본 소리였다.
그 순간, 한 인영이 우아하게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두루마기 자락을 휘날리며 공중으로 거꾸로 박차고 올랐다.
그 쭉 뻗은, 선뜩한 선이 예전보다 더 높게 도약했다가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나부끼는 군청색 두루마기에서 화려한 황금빛 곤룡포 무늬가 빛났다.
“……!”
관객들은 잠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가, 토끼 탈의 디테일이 스크린에 잡히는 순간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악!”
“미친!!”
재롱잔치에 이어서, 그리운 토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호화롭게 치장한 채로.
-널 기다리는 길목마다
언제나 설레는 내가 있어
멤버들이 휙 넘긴 토끼 탈 아래로 화려한 비취 노리개가 흔들렸다.
아주사 때보다 배는 휘황찬란해진 의상 디테일은 장신의 인영들이 움직일 때마다 보기 좋은 원과 반짝거림을 만들었다.
그리고 테스타는 당시의 묘한 분위기와 살짝 비인간적인 군무까지 고스란히 가져왔다.?
아니, 오히려 더 강렬해졌다.?
-난 기다림이 좋아
내 기다림은 길고
언제나 즐거우니까
인원이 늘어난 덕에, 후렴의 안무에서도 대형과 전체 움직임이 한층 성대했다.
-이 기다림이 끝나면
마주칠 너를 알아
벌써 내 맘이 밝아
박문대가 후렴의 고음을 맑게 소화했다. 스크린에 잡힌 그 얼굴에는, 아직도 유닛 무대의 반짝이가 살짝 남아있었다.
그리고 때 무대 시간 문제로 잘려 나갔던 2절이, 이번에는 잘리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새롭게 달토끼에 합류한 친구들이 새 구절을 소화했다.
-다시 흘러가는 순간마다
내 초점은 네게 멈춰 있어
차유진이 씩 웃더니, 가벼운 발동작으로 화려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그 두루마기 끝자락까지 안무를 받아 갔다.
-스쳐 지나가도 상관없어
이미 알고 있으니까 난 꼭
달토끼들은 벅차서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무대를 표현했고, 관객들은 똑같이 전염되어서 끙끙 앓으며 무대를 즐겼다.
반가움과 즐거움으로 달아오른 공연장은 뜨거웠다.
그리고 다가온 브릿지 파트.
-너도 날 기다려왔다고
말하는, 선명한 기시감
달토끼들은 달짝지근한 관능미가 느껴지는 그 구절을 돌출무대까지 달려 나와서 소화했다.
두루마기 안쪽에서 꺼낸 부채를 든 채로.
“아아아악!”
“으학!”
주변 스탠딩에서 들리는 비명은 처절했다.
전신으로 바닥을 쓸어 두루마기를 내리는 안무 끝에, 이제 그들은 셔츠차림이었다.?
띠로 묶는 하얀 셔츠 위로 반짝이는 끈 장신구들이 아롱다롱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마지막 후렴구의 끝.
다시 누군가를 설레며 기다리는 것처럼, 허밍과 함께 발을 움직이는 안무가 즐겁게 이어졌다.
-Hum hu hu hum- huhu
DDu-ru Du-ru Du Du
관객들이 허밍을 따라부르며 신나게 호응했다.?
뚜뚜루뚜루뚜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직한 발음의 떼창이었다.
예상 못 한 귀여운 상황에, 달토끼들은 결국 계획했던 미소보다 큰 웃음과 함께 무대를 마무리했다.
-기다려줘
기어코 큰세진의 마지막 소절마저 떼창이 나왔다.?
큰세진은 씩 웃으며 팔짱을 낀 채로, 돌출무대로 나온 거대한 나무 몸통에 픽 머리를 기댔다.
무대가 암전되고 나서도 함성은 끊이지 않았다.
와아아아악!!
전개상 VCR이 이어지며, 새 무대를 예고할 타이밍이었다. 사람들은 전 무대의 여운으로 잔뜩 흥분한 채 다음 무대를 기대했다.
하지만 몇 초가 지나도 무대는 그냥 암전 상태였다.
환호를 보내던 관객 중 몇 명은 곧 의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음?”
“어어??”
“뭐야?”
혹시 무대 사고인가 싶어서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직전.
갑자기 무대에 불이 돌아왔다.
픽.
단 한줄기의 거대한 스포트라이트였다.?
그 빛줄기는 돌출무대 위의… 거대한 그루터기를 비추고 있었다!
“…!!”
원래 나무가 있던 자리였다. 하지만 마치 몸통이 찢겨 나간 것처럼, 그 위는 통째로 사라지고 덩그러니 그루터기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그루터기 위에… 머리 검은 두 사람이 고개를 숙인 채 걸터앉아 있었다.
“……?!”
느릿한 현악기 독주가 흘렀다. 두 사람은 천천히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 얼굴은 토끼 탈로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다만, 탈은 머리 부분이 일부 파손된 채, 그 부위에서 물감이 흘러내렸다.
“…….”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조용해진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노래가 시작되었다.
-Je te donne des fleurs que……
피치가 극단적으로 조절되어 다소 기괴해진, 샹송의 반주 위.
세 번째 유닛 무대는 그렇게 예고 없이 시작되었다.
?
* * *
“야, 청우 형이랑 래빈이 진짜 대단하지 않냐.”
다시 내려온 무대 아래.?
큰세진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황급히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말을 걸어왔다.
“갑자기 왜.”
“왜긴, 지금 안무 없이 딱 자기 편곡이랑 목소리만 들고 승부 보는 거잖아. 배짱 봐. 완전 멋있지~”
숨쉬기도 바쁜 와중에 뜬금없이 자리에 없는 놈들 칭찬이었다.
‘무슨 생각이지.’
하지만 고개를 돌리니, 콘서트 비하인드용 카메라가 보였다.?
‘역시.’
그랬군. 정말 한결같은 놈이다. 나는 감탄하며 대답했다.
“뭐, 그렇지.”
아마 류청우는 저 말대로 ‘아이돌 콘서트’라는 특성의 리스크까지 생각했을 것이다.?
다만 김래빈은 배짱을 가질 필요도 없었겠고.
‘편곡 잘 나왔고 라이브도 잘 되니 뭐가 문제냐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정말로 편곡이 잘 나오긴 했다.
몇십 년 전에 나온 고전적인 샹송을 이리저리 깨부수고 재조합해서 최근 음원차트에서 잘 먹히는 인디 스타일로 바꿔놨더라고.
콘서트 음반이 나온다면 아마 제일 잘 될 것이다.
큰세진은 내 동의에 씩 웃었다.
“그치? 아, 물론 문대 배짱도 굉장했지. 리본 머리띠 어마어마했어~”
“……어, 그래.”
옆에 카메라가 있다. 잊지 말자.
“문대문대, 나한테는 뭐 해줄 말 없니? 카우보이 봤지?”
“어 멋졌다.”
“좀 더 마음에서 우러나는 느낌으로 다시 해줘~”
나는 개소리를 무시하며, 무대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음울한 비트 위에 올린, 귀에 잘 붙는 쨍한 리프 멜로디.?
-…마르지 않는 상처
눈물은 딱지처럼 굳어
흔적을 남기네 저 아래…
그리고 랩이 들렸다.
아이코닉한 도입부와 후렴을 뺀 곡 전개를 랩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구성이니, 더 귀에 잘 붙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랩과 보컬, 그리고 분위기로만 밀어버리는 노래의 마력이 과연 콘서트에서도 통했을지 궁금했다.
‘분위기가 한몫할 것 같긴 한데.’
무대 위 세트와 조명을 연극처럼 활용해서 강한 서사를 주기로 했었다.
그리고 스크린에서는 샹송 가사의 뜻이 잉크가 튀는 것처럼 검게 떠올랐을 것이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꽃을 건네요
오늘은 특별한 날
거리에 웃음이 넘치네
-보잘것없는 순간들이
먼지처럼 쌓여서
보석처럼 빛나요
지금도 당신의 숨을 느껴요.
원곡에서는 산뜻했을 가사가 음울한 비트와 랩을 만나서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인상은 강렬하겠군.’
그리고 저 가사 덕분에, 사실 우리가 만들었던 첫 세트리스트 시안에서는 다음 곡이 만장일치로 결정되었었다.
바로 새 앨범 타이틀을 잇기로 했던 것이다.
‘가사 맥락이 비슷했어.’
빌드업에 좋은 구성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 쪽에서 기각했다. 체력과 시간 소요의 문제였다.
-래빈씨랑 청우씨 쓰러질 것 같은데요?!
-연달아 이러면 의상 갈아입다 실수할 것 같아요. 신곡 공개 무대에 치명적일 수 있으니까, 최대한 피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하나하나 주옥같이 맞는 말이라 입 다물고 수긍했다.
그래서 짧은 토크와 관객 소통이 추가되었는데, 과연 저 곡 다음에 토크를 해도 분위기가 살지는… 모르겠다.
‘토크는 신나는 곡이나 서정적인 곡 다음에 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곡 풀이 적어서 구성상 어쩔 수 없었지만, 좀 아쉬웠다.
나는 혀를 차며 의상과 헤어 정비를 마치고, 동선대로 복도를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 번째 유닛 무대를 마친 사람들이 합류했다.
“오오~”
“좋았어요?”
“응. 생각보다도 훨씬 좋았어.”
“보여드리고 싶던 건 전부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대답하는 얼굴들이 밝았다. 반응이 썩 괜찮았던 듯하다.
‘함성이 길었지.’
별 불안 요소 없이, 콘서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올라갑니다! 착석 조심하세요!”
“네!”
우리는 일곱 개의 의자에 나란히 앉은 채로, 리프트 장치를 통해 중앙 무대 위로 올라갔다.
눈앞에서, 거대한 공간을 가득 채운 수많은 빛이 반짝이며 물결쳤다.?
와아아아아
환호가 마치 빛이 내는 소리 같았다.
‘…이거 장난 아닌데.’
무대를 해야 할 때는 좀 덜 했는데, 이렇게 다짜고짜 앉아서 맨정신으로 여기 앉아있으려니 머리가 아찔했다.
만 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이 자리, 저 빛마다 앉아있다고 생각하면… 아니, 그만하자.?
‘대본 진행하기도 벅차다.’
나는 첫 토크를 시작할 류청우가 마이크를 들어 올리는 것을 확인했다.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러분! 공연은 잘 즐기고 계시나요? 저희 유닛 무대는 괜찮았나요?]
[오오~ 형, 소리 들리세요? 다들 즐기고 계신답니다, 너무 좋았대요!]
[정말 좋아요!]
나도 마이크에 입을 댔다.
[어떤 무대가 가장 좋으셨나요.]
여기저기서 온갖 단어가 밀물처럼 몰아쳤다.
전부!
다 좋아!
토끼!
와이어!!
문대 무대~!
날 선 말 하나 없는 그 표현들이 귀를 울렸다.
“…….”?
나는 잠시, 의도치 않게 입을 다물었다. ……준비한 대답은, 한 박자 늦게 나왔다.
[…저도 다 좋았어요.]
[아, 문대 완전 감동했네~]
[저도 감동해요!]
[이게 생각하시는 것보다도 드문 일입니다, 여러분.]
잠시 가벼운 놀림감이 된 후에, 진행이 계속되었다.
[자, 그럼… 코너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준비한 질문들과 함께 본격적인 컨텐츠에 들어가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무대 주변의 조명들이 훅 어두워졌다.
“…?”
예정에 없던 일이다.
살짝 당황한 멤버들과 눈이 마주쳤다.
‘뭐야?’
‘사고인가.’
그 순간, 갑자기 뒤에서부터 빛이 쏟아졌다.
스크린에서 나오는 빛이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스크린에서 계획에 없던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테스타의 데뷔 쇼케이스였다.
[마법처럼 찾아온 나의 가수]
[고마워! 사랑해!]
자막과 함께, 영상은 계속 흘렀다.
지난 9개월간의 활동이 시간을 따라 화면에 나타났다. 첫 공중파 무대부터 연말 무대까지, 온갖 의상을 입은 테스타가 컷으로 지나갔다.
그리고 관객석으로 화면이 돌아갔다.
어느새, 사람들의 손에는 똑같은 연보랏빛 천이 들려있었다.
그건…… 슬로건이었다.
거대한 스크린에서 그 문구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테스타에게 날려 보내는]
[러뷰어의 종이비행기]
그리고 이미 아는 노래의 반주가 갑자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테스타의 첫 팬송이었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마치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
눈 깜짝할 사이, 공연장 안은 수많은 소리로 가득 찼다.
너라면 다 괜찮아질 거야
낯설지만 어쩐지 좋을 거야
만 명의 노랫소리였다.
수많은 목소리가 결을 이루며, 불빛과 함께 별똥별처럼 온 사방에서 쏟아져 내렸다.
숨이 턱, 막혔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1화
에서 참가자들이 소화했던 ‘기다림이 좋아’는 특유의 동양적이고 아련한 분위기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조회수가 붙는 무대였다.
물론 이 곡 외에도 테스타는 각자 성공한 팀전 무대가 제법 많았다.?
당연히 그중 다시 해보고 싶은 무대에 대한 의견은 그들이 콘서트를 준비하는 내내 다양하게 나왔다.
-아무래도 히어로 컨셉이 콘서트용으로 스케일을 키우기 가장 적합할 것 같습니다!
-새, 새로운 세상으로… 다, 다시 하면, 더 잘할 것 같은데…!
-뱀파이어! 저 하고 싶어요!
-얘들아, 혹시 브이틱 선배님 곡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니? 지금은 가능할 것 같은데…….
-…진정하세요, 형.
하지만 대부분은 논의 단계에서 탈락했다. 인원이 너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탈락자들에게 곡까지 뺏는다’는 꼬투리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큰세진이 적극적으로 밀었던 이 곡은 그런 불안 요소가 없었다.
-하하, 우리 멤버들 그대로 여기 있는데요 뭘~
?달토끼는 골드 1을 제외하면 모든 팀원이 테스타로 데뷔에 성공한 것이다.
게다가 곧 데뷔하는 골드 1은 본인 콘서트에서도 써먹겠다는 것을 전제하에 흔쾌히 문자로 허락까지 남겼다.
그렇게 테스타는 신나게 무대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어두운 두루마기를 두른 7명의 인영이 무대 전면에 등장했다.
대금 소리가 울렸다.
우웅-. 우우우웅-. 우우- 우우우-.
우아하고 구슬픈 소리.?
이 자리에 있는 관객 전부가 한번은 들어본 소리였다.
그 순간, 한 인영이 우아하게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두루마기 자락을 휘날리며 공중으로 거꾸로 박차고 올랐다.
그 쭉 뻗은, 선뜩한 선이 예전보다 더 높게 도약했다가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나부끼는 군청색 두루마기에서 화려한 황금빛 곤룡포 무늬가 빛났다.
“……!”
관객들은 잠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가, 토끼 탈의 디테일이 스크린에 잡히는 순간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악!”
“미친!!”
재롱잔치에 이어서, 그리운 토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호화롭게 치장한 채로.
-널 기다리는 길목마다
언제나 설레는 내가 있어
멤버들이 휙 넘긴 토끼 탈 아래로 화려한 비취 노리개가 흔들렸다.
아주사 때보다 배는 휘황찬란해진 의상 디테일은 장신의 인영들이 움직일 때마다 보기 좋은 원과 반짝거림을 만들었다.
그리고 테스타는 당시의 묘한 분위기와 살짝 비인간적인 군무까지 고스란히 가져왔다.?
아니, 오히려 더 강렬해졌다.?
-난 기다림이 좋아
내 기다림은 길고
언제나 즐거우니까
인원이 늘어난 덕에, 후렴의 안무에서도 대형과 전체 움직임이 한층 성대했다.
-이 기다림이 끝나면
마주칠 너를 알아
벌써 내 맘이 밝아
박문대가 후렴의 고음을 맑게 소화했다. 스크린에 잡힌 그 얼굴에는, 아직도 유닛 무대의 반짝이가 살짝 남아있었다.
그리고 때 무대 시간 문제로 잘려 나갔던 2절이, 이번에는 잘리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새롭게 달토끼에 합류한 친구들이 새 구절을 소화했다.
-다시 흘러가는 순간마다
내 초점은 네게 멈춰 있어
차유진이 씩 웃더니, 가벼운 발동작으로 화려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그 두루마기 끝자락까지 안무를 받아 갔다.
-스쳐 지나가도 상관없어
이미 알고 있으니까 난 꼭
달토끼들은 벅차서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무대를 표현했고, 관객들은 똑같이 전염되어서 끙끙 앓으며 무대를 즐겼다.
반가움과 즐거움으로 달아오른 공연장은 뜨거웠다.
그리고 다가온 브릿지 파트.
-너도 날 기다려왔다고
말하는, 선명한 기시감
달토끼들은 달짝지근한 관능미가 느껴지는 그 구절을 돌출무대까지 달려 나와서 소화했다.
두루마기 안쪽에서 꺼낸 부채를 든 채로.
“아아아악!”
“으학!”
주변 스탠딩에서 들리는 비명은 처절했다.
전신으로 바닥을 쓸어 두루마기를 내리는 안무 끝에, 이제 그들은 셔츠차림이었다.?
띠로 묶는 하얀 셔츠 위로 반짝이는 끈 장신구들이 아롱다롱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마지막 후렴구의 끝.
다시 누군가를 설레며 기다리는 것처럼, 허밍과 함께 발을 움직이는 안무가 즐겁게 이어졌다.
-Hum hu hu hum- huhu
DDu-ru Du-ru Du Du
관객들이 허밍을 따라부르며 신나게 호응했다.?
뚜뚜루뚜루뚜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직한 발음의 떼창이었다.
예상 못 한 귀여운 상황에, 달토끼들은 결국 계획했던 미소보다 큰 웃음과 함께 무대를 마무리했다.
-기다려줘
기어코 큰세진의 마지막 소절마저 떼창이 나왔다.?
큰세진은 씩 웃으며 팔짱을 낀 채로, 돌출무대로 나온 거대한 나무 몸통에 픽 머리를 기댔다.
무대가 암전되고 나서도 함성은 끊이지 않았다.
와아아아악!!
전개상 VCR이 이어지며, 새 무대를 예고할 타이밍이었다. 사람들은 전 무대의 여운으로 잔뜩 흥분한 채 다음 무대를 기대했다.
하지만 몇 초가 지나도 무대는 그냥 암전 상태였다.
환호를 보내던 관객 중 몇 명은 곧 의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음?”
“어어??”
“뭐야?”
혹시 무대 사고인가 싶어서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직전.
갑자기 무대에 불이 돌아왔다.
픽.
단 한줄기의 거대한 스포트라이트였다.?
그 빛줄기는 돌출무대 위의… 거대한 그루터기를 비추고 있었다!
“…!!”
원래 나무가 있던 자리였다. 하지만 마치 몸통이 찢겨 나간 것처럼, 그 위는 통째로 사라지고 덩그러니 그루터기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그루터기 위에… 머리 검은 두 사람이 고개를 숙인 채 걸터앉아 있었다.
“……?!”
느릿한 현악기 독주가 흘렀다. 두 사람은 천천히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 얼굴은 토끼 탈로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다만, 탈은 머리 부분이 일부 파손된 채, 그 부위에서 물감이 흘러내렸다.
“…….”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조용해진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노래가 시작되었다.
-Je te donne des fleurs que……
피치가 극단적으로 조절되어 다소 기괴해진, 샹송의 반주 위.
세 번째 유닛 무대는 그렇게 예고 없이 시작되었다.
?
* * *
“야, 청우 형이랑 래빈이 진짜 대단하지 않냐.”
다시 내려온 무대 아래.?
큰세진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황급히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말을 걸어왔다.
“갑자기 왜.”
“왜긴, 지금 안무 없이 딱 자기 편곡이랑 목소리만 들고 승부 보는 거잖아. 배짱 봐. 완전 멋있지~”
숨쉬기도 바쁜 와중에 뜬금없이 자리에 없는 놈들 칭찬이었다.
‘무슨 생각이지.’
하지만 고개를 돌리니, 콘서트 비하인드용 카메라가 보였다.?
‘역시.’
그랬군. 정말 한결같은 놈이다. 나는 감탄하며 대답했다.
“뭐, 그렇지.”
아마 류청우는 저 말대로 ‘아이돌 콘서트’라는 특성의 리스크까지 생각했을 것이다.?
다만 김래빈은 배짱을 가질 필요도 없었겠고.
‘편곡 잘 나왔고 라이브도 잘 되니 뭐가 문제냐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정말로 편곡이 잘 나오긴 했다.
몇십 년 전에 나온 고전적인 샹송을 이리저리 깨부수고 재조합해서 최근 음원차트에서 잘 먹히는 인디 스타일로 바꿔놨더라고.
콘서트 음반이 나온다면 아마 제일 잘 될 것이다.
큰세진은 내 동의에 씩 웃었다.
“그치? 아, 물론 문대 배짱도 굉장했지. 리본 머리띠 어마어마했어~”
“……어, 그래.”
옆에 카메라가 있다. 잊지 말자.
“문대문대, 나한테는 뭐 해줄 말 없니? 카우보이 봤지?”
“어 멋졌다.”
“좀 더 마음에서 우러나는 느낌으로 다시 해줘~”
나는 개소리를 무시하며, 무대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음울한 비트 위에 올린, 귀에 잘 붙는 쨍한 리프 멜로디.?
-…마르지 않는 상처
눈물은 딱지처럼 굳어
흔적을 남기네 저 아래…
그리고 랩이 들렸다.
아이코닉한 도입부와 후렴을 뺀 곡 전개를 랩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구성이니, 더 귀에 잘 붙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랩과 보컬, 그리고 분위기로만 밀어버리는 노래의 마력이 과연 콘서트에서도 통했을지 궁금했다.
‘분위기가 한몫할 것 같긴 한데.’
무대 위 세트와 조명을 연극처럼 활용해서 강한 서사를 주기로 했었다.
그리고 스크린에서는 샹송 가사의 뜻이 잉크가 튀는 것처럼 검게 떠올랐을 것이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꽃을 건네요
오늘은 특별한 날
거리에 웃음이 넘치네
-보잘것없는 순간들이
먼지처럼 쌓여서
보석처럼 빛나요
지금도 당신의 숨을 느껴요.
원곡에서는 산뜻했을 가사가 음울한 비트와 랩을 만나서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인상은 강렬하겠군.’
그리고 저 가사 덕분에, 사실 우리가 만들었던 첫 세트리스트 시안에서는 다음 곡이 만장일치로 결정되었었다.
바로 새 앨범 타이틀을 잇기로 했던 것이다.
‘가사 맥락이 비슷했어.’
빌드업에 좋은 구성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 쪽에서 기각했다. 체력과 시간 소요의 문제였다.
-래빈씨랑 청우씨 쓰러질 것 같은데요?!
-연달아 이러면 의상 갈아입다 실수할 것 같아요. 신곡 공개 무대에 치명적일 수 있으니까, 최대한 피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하나하나 주옥같이 맞는 말이라 입 다물고 수긍했다.
그래서 짧은 토크와 관객 소통이 추가되었는데, 과연 저 곡 다음에 토크를 해도 분위기가 살지는… 모르겠다.
‘토크는 신나는 곡이나 서정적인 곡 다음에 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곡 풀이 적어서 구성상 어쩔 수 없었지만, 좀 아쉬웠다.
나는 혀를 차며 의상과 헤어 정비를 마치고, 동선대로 복도를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 번째 유닛 무대를 마친 사람들이 합류했다.
“오오~”
“좋았어요?”
“응. 생각보다도 훨씬 좋았어.”
“보여드리고 싶던 건 전부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대답하는 얼굴들이 밝았다. 반응이 썩 괜찮았던 듯하다.
‘함성이 길었지.’
별 불안 요소 없이, 콘서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올라갑니다! 착석 조심하세요!”
“네!”
우리는 일곱 개의 의자에 나란히 앉은 채로, 리프트 장치를 통해 중앙 무대 위로 올라갔다.
눈앞에서, 거대한 공간을 가득 채운 수많은 빛이 반짝이며 물결쳤다.?
와아아아아
환호가 마치 빛이 내는 소리 같았다.
‘…이거 장난 아닌데.’
무대를 해야 할 때는 좀 덜 했는데, 이렇게 다짜고짜 앉아서 맨정신으로 여기 앉아있으려니 머리가 아찔했다.
만 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이 자리, 저 빛마다 앉아있다고 생각하면… 아니, 그만하자.?
‘대본 진행하기도 벅차다.’
나는 첫 토크를 시작할 류청우가 마이크를 들어 올리는 것을 확인했다.
나도 마이크에 입을 댔다.
여기저기서 온갖 단어가 밀물처럼 몰아쳤다.
전부!
다 좋아!
토끼!
와이어!!
문대 무대~!
날 선 말 하나 없는 그 표현들이 귀를 울렸다.
“…….”?
나는 잠시, 의도치 않게 입을 다물었다. ……준비한 대답은, 한 박자 늦게 나왔다.
잠시 가벼운 놀림감이 된 후에, 진행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준비한 질문들과 함께 본격적인 컨텐츠에 들어가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무대 주변의 조명들이 훅 어두워졌다.
“…?”
예정에 없던 일이다.
살짝 당황한 멤버들과 눈이 마주쳤다.
‘뭐야?’
‘사고인가.’
그 순간, 갑자기 뒤에서부터 빛이 쏟아졌다.
스크린에서 나오는 빛이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스크린에서 계획에 없던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테스타의 데뷔 쇼케이스였다.
자막과 함께, 영상은 계속 흘렀다.
지난 9개월간의 활동이 시간을 따라 화면에 나타났다. 첫 공중파 무대부터 연말 무대까지, 온갖 의상을 입은 테스타가 컷으로 지나갔다.
그리고 관객석으로 화면이 돌아갔다.
어느새, 사람들의 손에는 똑같은 연보랏빛 천이 들려있었다.
그건…… 슬로건이었다.
거대한 스크린에서 그 문구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이미 아는 노래의 반주가 갑자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테스타의 첫 팬송이었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마치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
눈 깜짝할 사이, 공연장 안은 수많은 소리로 가득 찼다.
너라면 다 괜찮아질 거야
낯설지만 어쩐지 좋을 거야
만 명의 노랫소리였다.
수많은 목소리가 결을 이루며, 불빛과 함께 별똥별처럼 온 사방에서 쏟아져 내렸다.
숨이 턱,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