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30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0화
테스타의 콘서트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온갖 곳에 출몰했다.
-31일 막콘 표 양도 구합니다 당연히 없겠지만ㅠ
-제발 추가 일정 잡아줘 평일이라도 좋아
-표는 없지만 그냥 한번 겉돌 와봤다ㅎ 나 같은 사람 진짜 많더라 웃기다ㅋㅋㅋ
사실 안 웃김(사진)
정말, 정말로 많았다.
게다가 콘서트에 관심은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배로 늘었다.
-아 테스타 콘서트 오늘이야?
각 잡고 티켓팅까지 할 마음은 없지만, 무대는 궁금한 사람들이었다.
테스타의 티켓팅 동영상이 잠시 화제가 된 덕에, 로 미리 형성된 대중 인지도가 콘서트에까지 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온갖 커뮤니티와 SNS에서 녹음으로, 또는 저화질 휴대폰 영상으로 콘서트가 중계되고 있었다.
-오 와이어
-박문대 라이브 진짜 잘한다
-방금 위로 지나간 거 선아현이야? 개멋졌는데 중계하던 분이 화면 흔들어서 잘 못 봄.. 아쉽다ㅠ
물론 불법이었지만, 어차피 콘서트 VOD 수요에 영향이 미칠 정도의 퀄리티도 아니었기에 슬그머니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지도 않은 테스타의 콘서트를 두고 실컷 떠들 수 있었다.
-타이틀 벌써 다 지나감? 후반에 어쩌려고 그러지
-수록곡 끝나면 알려줘ㅋㅋ
-테스타 진짜 빡세게 잘 춘다 역시 첫콘이 좋아 내 돌도 첫콘 때 저랬는데…ㅎ
-와 무대 때깔이ㅋㅋㅋ 티원 돈 좀 썼구만ㅋㅋ
물론 호의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만 있던 것은 아니다.
-아… 테스타 생각보다는 라이브 별로다ㅠ 하도 무대 난리라 기대했는데 어설퍼… 앞으로는 방송 보정 감안해야겠다.
└엥 개잘하는데?
└중계 엿들으면서 아주 대법관 납셨네ㅋㅋㅋ
└팬들 왜 이렇게 공격적이야? 입막음 그만해
└테스타 팬들을 왜 여기서 찾앜ㅋㅋㅋㅋ
└지들끼리 콘서트 달리느라 바쁘던데 자기 혼자 머리채 잡고 있네
└야 그냥 좀 보자 이런 걸로 품평질은 너무 나갔음
어그로 시도는 번번이 차단되었다.
어지간히 대놓고 망하지 않는 이상, 정식 송출되는 것도 아닌 해적 영상으로 실력에 대해 떠드는 것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재밌게도, 몹시 잘하는 것은 대놓고 티가 났다.
-카우보이 뭐냐ㅋㅋㅋ 쩔어
-딱딱 맞을 때 쾌감 오졌다
-유닛 팀 짜는 거 볼 때부터 여기 무대 재밌을 줄 알았음 댄스 라인이라ㅇㅇ
-이건 진짜 보고 싶다
첫 유닛 무대가 끝난 뒤 쏟아지던 무대에 대한 호평은 다음 유닛 무대에 대한 기대로 연결되었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나머지 유닛은 뭐 하려나ㅋㅋㅋ
-다음 누군지 모르지? 청우-래빈, 문대-아현-배세 이렇게 인가?
└ㅇㅇ 둘 중 하나
└오 무슨 무대 할지 감도 안 오는데
└ㅋㅋㅋㅋㅋㅋㄹㅇ
└나 리얼리티 봤는데도 모르겠음 둘 다 무슨 옛날 노래 골랐더라
메인 포지션이 겹치지 않는 멤버들끼리의 조합이었기에,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어지는 무대에 반응하며 다음 유닛 무대에 대한 기대감은 시들해졌다.
-베러미 나온다
-방금 겁나 큰 황금 깃발 같은 거? 올라탄 거 차유진인가? 진짜 자본 맛 잘 살리네
-와 127 콜라보 곡도 한다 나 이거 좋아ㅠㅠ
-밴드 라이브 편곡한 거 음원 내주면 좋겠다
-테스타 숨은 쉬냐? 군무 계속 몰아치네
사람들은 한 곡의 발라드 이후 계속되는 강렬한 퍼포먼스의 단체 무대에 재밌어하며 콘서트 중계에 몰입하고 있었다.
중간 토크가 다시 시작된 것은 딱 그때쯤이었다.
단, 마이크를 잡은 건 두 사람뿐이었다.
-??
-다들 어디 갔어
-차유진이랑 큰세진인가?
둘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방긋방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헉!]
[하압, 후, 여기 안에 아파요! 근데 기분 최고예요!]
[유진이가, 후, 숨이 찬데 여러분 봐서 좋답니다!]
[맞아요!]
-ㅋㅋㅋㅋㅋ차유진 귀여워 기분 최고래
-아이고 숨 고르고 말하지ㅋㅋㅋ
-아주사 소감 때 생각 난다ㅠㅠ
└이제 아주사 좀 보내주면 안 되겠냐…
온갖 긍정적인 반응을 적극적으로 보내는 관객들 사이에서, 둘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은 후에야 다음 무대를 발표했다.
[다음은…….]
[다음은!]
[두 번째 유닛 무대입니다~!]
두 사람은 환호하는 관객들을 향해 ‘자세한 건 화면으로 만나 보시라’는 말을 남긴 채, 싱글벙글 웃으며 무대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그리고 몇 초 뒤, 스크린에 세 사람이 떠올랐다.
[화면 켜졌나요?]
스크린의 이목구비는 중계로 엿보는 사람들에게도 확실히 보였다.
-박문대 유닛이다
-오오
-뭐 보여줄지 궁금
-선아현 춤 박문대 노래 배세진… 연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체 뭘 준비했을지.. 제일 확률 높은 건 박문대 중심으로 보컬 퍼포먼스이긴 한데
└선곡 때문에 그러면 개노잼일 것 같다고ㅠㅠ
사람들은 한마디씩 얹으며, 두 번째 유닛의 VCR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저희가 준비한 곡… 미소 선배님의 .]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세 사람이 손을 흔드는 것을 끝으로 스크린이 꺼졌다.
그리고 잠시 뒤.
중계화면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뭐여
-중계 왜 이래
동시에 ‘어? 어?’ 하는 소리가 순식간에 지나가더니, 곧 찢어질 것 같은 환호와 비명이 가득 찼다.
노랫소리가 제대로 안 들릴 정도의 함성들이 저음질로 바뀌며 어마어마한 노이즈를 생성했다.
-헐 뭐야
-지금 중계 이상한 거 나뿐임?
-ㅋㅋㅋㅋㅋㅋ반응 봐
-아니 대체 뭐했냐고
-벗고 나왔니?
└ㅋㅋㅋㅋㅋㅋ아 미쳤냐고!
-진짜 너무 궁금해 미친ㅠㅠㅠ
중계로 콘서트를 엿보던 사람들은 그 엄청난 리액션에 기겁하면서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뭔진 몰라도 굉장한 일이 일어난 것은 확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몇 영상 중계들은 아예 끊겼다.
-왘ㅋㅋㅋㅋ
-중계 어디 갔냐
-폰 떨어트렸나 봐 화면이 우당탕탕 꺼짐ㅋㅠ
-무슨 일인지 아는 사람?ㅠㅠ
-소리 중계에서 계속 비명만 들렼ㅋㅋㅋㅋ
혼란으로 가득 찬 그 반응들 속에서, 마침내 정황이 담긴 글이 하나 올라왔다.
========================
[미친 방금 박문대]
내가 보던 중계 꺼지기 전 마지막에 본 것
(사진)
========================
첨부된 사진 속 박문대는… 반짝거리는 핑크 스팽글 리본 띠를 야무지게 차고 있었다!
* * *
콘서트가 열리는 체조경기장 안.
두 번째 유닛의 무대는 전화부스에 스포트라이트가 꽂히며 시작되었다.
지이이잉-.
리프트 장치로 돌출무대 위로 올라온 세 개의 전화부스는 얌전한 파스텔톤이었다.
‘꼭! 꼭 찍어간다!’
박문대의 홈마는 카메라를 부여잡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추리했다.
‘부스에 기대서 노래하는 컨셉인가?’
80년대의 감성적인 곡이니 느리게 편곡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문대 파트 많았으면!’
그 순간, 전주가 흘러나왔다.
청량한 실로폰 소리와 발랄한 신스브라스 소리가 경쾌하게 비트를 어지럽혔다.
그 신나는 비트에 맞춰서, 차례대로 부스의 문이 열렸다.
빰! 빰! 빰!
온갖 요란한 장식과 꽃가루, 풍선이 각 부스에서마다 무대 위로 튀어나왔다.
“……?!”
그리고 그 반짝이 사이로 부스에 기대어 자세를 취한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금발!’
가운데 부스에 박문대가 있었다. …핏 좋은 청바지에 흰 티셔츠, 그리고 어깨 밑으로 느슨한 청재킷을 걸친 채!
‘착장이!!’
홈마가 당장 카메라를 들어 올리려던 순간, 박문대가 부스 밖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곧바로 안무와 함께, 첫 소절이 시작되었다.
-우! 마음이 들려요~
수줍은 가슴의 떨림이
그대 귀까지 들릴까 봐
입술이 꼭 다물어져요
박문대는 눈웃음을 지으며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등 뒤에 감추고 있던 것을 꺼내어 금발 위에 올렸다.
반짝이는… 거대한 리본이었다.
“허어억!”
끼 없으면 시도도 못 할 것 같은 애교 섞인 제스처의 안무가, 몸을 유연하게 쓰는 가운데 청량감 있게 펼쳐졌다.
그 와중에 거대한 스크린에 하얀 얼굴이 잡혔다. 박문대의 눈 밑에는 반짝이는 글리터용 스티커까지 붙어있었다.
‘미친! 박문대 미친!’
80년대 여성 솔로 가수의 곡을 완전 클래식한 의미의 아이돌 스타일로 해석해 놓은 것이다!
-마음이 간지러워 잠을 설치죠
내가 먼저 다가가볼까
그대 오늘 어때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배세진이 다음 파트를 이어 불렀다. 그 머리 위에도 색만 다른 하늘색 리본이 올라갔다.
안무가 유연하고 예쁜 선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살짝 힘이 부족한 배세진도 제법 맵시 있게 소화할 수 있었다.
게다가 표정이 워낙 좋아서 얼굴로 시선이 빨려 들어가 줬다.
-그때 짠하고 그대가 나타났죠
난 깜짝 아무 말 못 해
꼭 안아주는 그대 품속이
너무 뜨거워 가슴이 뛰는걸
그리고 선아현이 나와서 미성으로 프리코러스를 불렀다. 머리 위에서 보라색 리본이 흔들렸다.
‘미친 얼굴…….’
청재킷에 하얀 티셔츠라는 착장이 선아현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이 보였다.
그리고 다 함께 들어가는 코러스.
안무에 따라 청재킷이 어깨에 걸쳐졌다가 다시 팔꿈치 아래로 내려갔다.
흰 티는 반팔이었다.
-우우우 놀라워!
그대의 모든 것이
난 매일 두근대!
오늘도 잠들 수 없어요
착장, 헤어, 연출, 안무, 편곡까지.
아이돌의 기막힌 재롱을 보여주고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의지는 아주 제대로 먹혔다.
한 치만 어긋나도 과할 수도 있는 요소들을 부담스럽지 않게 소화하는 얼굴과 끼 덕분이었다.
그 덕에 무대를 보는 관객들은 그저 흐뭇함과 과몰입의 절정이었다.
‘허…….’
직캠은 확인하지도 못하고 간신히 각도만 고정해 둔 채 무대를 보던 홈마는, 문득 주변이 엄청난 비명과 신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롱 200% 상태인 박문대를 보느라 이렇게 시끄러운지도 모르고 있던 것이다.
‘…나도 소리 질렀겠지?’
아마 직캠에는 선명한 자신의 비명소리가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저걸 보고 비명을 참는 팬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이상한 게 아닐까!’
그녀는 꾹꾹 눌러 비명을 참으며 2절에서도 무대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전화 부스에서 풍선까지 뜯어온 세 아이돌은 풍선 줄로 몇 가지 보기 좋은 안무까지 선보이며 화려하게 무대를 마무리했다.
“허어어어…….”
홈마는 흐느적거리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다가, 그때서야 저 유닛이 여성 보컬 원키로 라이브도 끝내주게 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롱잔치의 부작용이었다.
* * *
“패, 팬들이 좋아했어!”
무대 아래로 내려오자마자 선아현이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 드물게도 아주 확신에 가득 차 있다.
‘하긴, 그걸 듣고 확신 안 하기도 힘들겠군.’
인이어를 뚫고 들어오는 함성이 엄청났다. 어느 정도였냐면, 하마터면 2절 후렴 들어갈 때 반 박자 늦을 뻔했다.
연습 초기에 자괴감으로 괴로워하던 배세진도, 머리띠를 뜯어내며 덤덤히 인정했다.
“컨셉… 괜찮은 생각, 맞았네.”
“그, 그렇죠…!”
선아현은 격하게 동의했다. 누가 보면 저놈이 낸 의견인 줄 알겠다.
‘뭐, 저 둘이 선곡했으니… 어느 정도는 선아현의 의견도 맞군.’
난 선곡 이후부터만 의견을 내서 이 컨셉을 제안했었다.
‘이렇게 하는 게 제일 콘서트에 어울릴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이 선택은… 콘서트 전체 구성상의 문제기도 했다.
‘분위기 푸는 곡이 없어.’
그나마 Hi-five 정도가 신나는 곡이고, 나머지 라인업은 좀 과하게 컨셉추얼했다.
중반쯤에 하나는 이런 웃고 넘길 수 있는 곡을 넣어줄 필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면 분위기상 신선할 테니 반응이 좋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음, 생각보다 더 좋아서 좀 놀라긴 했다.
‘……재미도 있었고.’
하지만 더 상념에 빠질 시간은 없었다. VCR 끝나기 전에 당장 환복하고 메이크업도 손봐야 하니까.
사실 지금 떠들면서도 그렇게 움직이는 중이다.
“이야~ 리본 멋지더라!”
“신나요!”
뛰어서 다음 동선을 맞추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나머지 멤버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적당히 받아주며 내 자리를 잡았다. 멤버들은 서로의 착장을 확인하며 피식피식 웃었다.
“이번 곡 기대되는데.”
“나도.”
시간이 없다는 걸 다들 알았기 때문에, 대화는 그걸로 끊겼다.
우우우웅-.
눈앞의 무대 장치가 열리며, 관객석이 펼쳐졌다.
반짝이는 빛들이 거대한 공간 전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무슨 공상과학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광경에 아드레날린이 치솟았다.
다시 들리는 함성 속에서, 나는 첫 소절을 시작했다.
-내 기다림은 길고
언제나 즐거우니까
3차 팀전.
달토끼팀의 ‘기다림이 좋아’가 체조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0화
테스타의 콘서트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온갖 곳에 출몰했다.
-31일 막콘 표 양도 구합니다 당연히 없겠지만ㅠ
-제발 추가 일정 잡아줘 평일이라도 좋아
-표는 없지만 그냥 한번 겉돌 와봤다ㅎ 나 같은 사람 진짜 많더라 웃기다ㅋㅋㅋ
사실 안 웃김(사진)
정말, 정말로 많았다.
게다가 콘서트에 관심은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배로 늘었다.
-아 테스타 콘서트 오늘이야?
각 잡고 티켓팅까지 할 마음은 없지만, 무대는 궁금한 사람들이었다.
테스타의 티켓팅 동영상이 잠시 화제가 된 덕에, 로 미리 형성된 대중 인지도가 콘서트에까지 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온갖 커뮤니티와 SNS에서 녹음으로, 또는 저화질 휴대폰 영상으로 콘서트가 중계되고 있었다.
-오 와이어
-박문대 라이브 진짜 잘한다
-방금 위로 지나간 거 선아현이야? 개멋졌는데 중계하던 분이 화면 흔들어서 잘 못 봄.. 아쉽다ㅠ
물론 불법이었지만, 어차피 콘서트 VOD 수요에 영향이 미칠 정도의 퀄리티도 아니었기에 슬그머니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지도 않은 테스타의 콘서트를 두고 실컷 떠들 수 있었다.
-타이틀 벌써 다 지나감? 후반에 어쩌려고 그러지
-수록곡 끝나면 알려줘ㅋㅋ
-테스타 진짜 빡세게 잘 춘다 역시 첫콘이 좋아 내 돌도 첫콘 때 저랬는데…ㅎ
-와 무대 때깔이ㅋㅋㅋ 티원 돈 좀 썼구만ㅋㅋ
물론 호의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만 있던 것은 아니다.
-아… 테스타 생각보다는 라이브 별로다ㅠ 하도 무대 난리라 기대했는데 어설퍼… 앞으로는 방송 보정 감안해야겠다.
└엥 개잘하는데?
└중계 엿들으면서 아주 대법관 납셨네ㅋㅋㅋ
└팬들 왜 이렇게 공격적이야? 입막음 그만해
└테스타 팬들을 왜 여기서 찾앜ㅋㅋㅋㅋ
└지들끼리 콘서트 달리느라 바쁘던데 자기 혼자 머리채 잡고 있네
└야 그냥 좀 보자 이런 걸로 품평질은 너무 나갔음
어그로 시도는 번번이 차단되었다.
어지간히 대놓고 망하지 않는 이상, 정식 송출되는 것도 아닌 해적 영상으로 실력에 대해 떠드는 것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재밌게도, 몹시 잘하는 것은 대놓고 티가 났다.
-카우보이 뭐냐ㅋㅋㅋ 쩔어
-딱딱 맞을 때 쾌감 오졌다
-유닛 팀 짜는 거 볼 때부터 여기 무대 재밌을 줄 알았음 댄스 라인이라ㅇㅇ
-이건 진짜 보고 싶다
첫 유닛 무대가 끝난 뒤 쏟아지던 무대에 대한 호평은 다음 유닛 무대에 대한 기대로 연결되었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나머지 유닛은 뭐 하려나ㅋㅋㅋ
-다음 누군지 모르지? 청우-래빈, 문대-아현-배세 이렇게 인가?
└ㅇㅇ 둘 중 하나
└오 무슨 무대 할지 감도 안 오는데
└ㅋㅋㅋㅋㅋㅋㄹㅇ
└나 리얼리티 봤는데도 모르겠음 둘 다 무슨 옛날 노래 골랐더라
메인 포지션이 겹치지 않는 멤버들끼리의 조합이었기에,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어지는 무대에 반응하며 다음 유닛 무대에 대한 기대감은 시들해졌다.
-베러미 나온다
-방금 겁나 큰 황금 깃발 같은 거? 올라탄 거 차유진인가? 진짜 자본 맛 잘 살리네
-와 127 콜라보 곡도 한다 나 이거 좋아ㅠㅠ
-밴드 라이브 편곡한 거 음원 내주면 좋겠다
-테스타 숨은 쉬냐? 군무 계속 몰아치네
사람들은 한 곡의 발라드 이후 계속되는 강렬한 퍼포먼스의 단체 무대에 재밌어하며 콘서트 중계에 몰입하고 있었다.
중간 토크가 다시 시작된 것은 딱 그때쯤이었다.
단, 마이크를 잡은 건 두 사람뿐이었다.
-??
-다들 어디 갔어
-차유진이랑 큰세진인가?
둘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방긋방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ㅋㅋㅋㅋㅋ차유진 귀여워 기분 최고래
-아이고 숨 고르고 말하지ㅋㅋㅋ
-아주사 소감 때 생각 난다ㅠㅠ
└이제 아주사 좀 보내주면 안 되겠냐…
온갖 긍정적인 반응을 적극적으로 보내는 관객들 사이에서, 둘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은 후에야 다음 무대를 발표했다.
두 사람은 환호하는 관객들을 향해 ‘자세한 건 화면으로 만나 보시라’는 말을 남긴 채, 싱글벙글 웃으며 무대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그리고 몇 초 뒤, 스크린에 세 사람이 떠올랐다.
스크린의 이목구비는 중계로 엿보는 사람들에게도 확실히 보였다.
-박문대 유닛이다
-오오
-뭐 보여줄지 궁금
-선아현 춤 박문대 노래 배세진… 연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체 뭘 준비했을지.. 제일 확률 높은 건 박문대 중심으로 보컬 퍼포먼스이긴 한데
└선곡 때문에 그러면 개노잼일 것 같다고ㅠㅠ
사람들은 한마디씩 얹으며, 두 번째 유닛의 VCR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세 사람이 손을 흔드는 것을 끝으로 스크린이 꺼졌다.
그리고 잠시 뒤.
중계화면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뭐여
-중계 왜 이래
동시에 ‘어? 어?’ 하는 소리가 순식간에 지나가더니, 곧 찢어질 것 같은 환호와 비명이 가득 찼다.
노랫소리가 제대로 안 들릴 정도의 함성들이 저음질로 바뀌며 어마어마한 노이즈를 생성했다.
-헐 뭐야
-지금 중계 이상한 거 나뿐임?
-ㅋㅋㅋㅋㅋㅋ반응 봐
-아니 대체 뭐했냐고
-벗고 나왔니?
└ㅋㅋㅋㅋㅋㅋ아 미쳤냐고!
-진짜 너무 궁금해 미친ㅠㅠㅠ
중계로 콘서트를 엿보던 사람들은 그 엄청난 리액션에 기겁하면서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뭔진 몰라도 굉장한 일이 일어난 것은 확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몇 영상 중계들은 아예 끊겼다.
-왘ㅋㅋㅋㅋ
-중계 어디 갔냐
-폰 떨어트렸나 봐 화면이 우당탕탕 꺼짐ㅋㅠ
-무슨 일인지 아는 사람?ㅠㅠ
-소리 중계에서 계속 비명만 들렼ㅋㅋㅋㅋ
혼란으로 가득 찬 그 반응들 속에서, 마침내 정황이 담긴 글이 하나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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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던 중계 꺼지기 전 마지막에 본 것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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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된 사진 속 박문대는… 반짝거리는 핑크 스팽글 리본 띠를 야무지게 차고 있었다!
* * *
콘서트가 열리는 체조경기장 안.
두 번째 유닛의 무대는 전화부스에 스포트라이트가 꽂히며 시작되었다.
지이이잉-.
리프트 장치로 돌출무대 위로 올라온 세 개의 전화부스는 얌전한 파스텔톤이었다.
‘꼭! 꼭 찍어간다!’
박문대의 홈마는 카메라를 부여잡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추리했다.
‘부스에 기대서 노래하는 컨셉인가?’
80년대의 감성적인 곡이니 느리게 편곡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문대 파트 많았으면!’
그 순간, 전주가 흘러나왔다.
청량한 실로폰 소리와 발랄한 신스브라스 소리가 경쾌하게 비트를 어지럽혔다.
그 신나는 비트에 맞춰서, 차례대로 부스의 문이 열렸다.
빰! 빰! 빰!
온갖 요란한 장식과 꽃가루, 풍선이 각 부스에서마다 무대 위로 튀어나왔다.
“……?!”
그리고 그 반짝이 사이로 부스에 기대어 자세를 취한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금발!’
가운데 부스에 박문대가 있었다. …핏 좋은 청바지에 흰 티셔츠, 그리고 어깨 밑으로 느슨한 청재킷을 걸친 채!
‘착장이!!’
홈마가 당장 카메라를 들어 올리려던 순간, 박문대가 부스 밖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곧바로 안무와 함께, 첫 소절이 시작되었다.
-우! 마음이 들려요~
수줍은 가슴의 떨림이
그대 귀까지 들릴까 봐
입술이 꼭 다물어져요
박문대는 눈웃음을 지으며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등 뒤에 감추고 있던 것을 꺼내어 금발 위에 올렸다.
반짝이는… 거대한 리본이었다.
“허어억!”
끼 없으면 시도도 못 할 것 같은 애교 섞인 제스처의 안무가, 몸을 유연하게 쓰는 가운데 청량감 있게 펼쳐졌다.
그 와중에 거대한 스크린에 하얀 얼굴이 잡혔다. 박문대의 눈 밑에는 반짝이는 글리터용 스티커까지 붙어있었다.
‘미친! 박문대 미친!’
80년대 여성 솔로 가수의 곡을 완전 클래식한 의미의 아이돌 스타일로 해석해 놓은 것이다!
-마음이 간지러워 잠을 설치죠
내가 먼저 다가가볼까
그대 오늘 어때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배세진이 다음 파트를 이어 불렀다. 그 머리 위에도 색만 다른 하늘색 리본이 올라갔다.
안무가 유연하고 예쁜 선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살짝 힘이 부족한 배세진도 제법 맵시 있게 소화할 수 있었다.
게다가 표정이 워낙 좋아서 얼굴로 시선이 빨려 들어가 줬다.
-그때 짠하고 그대가 나타났죠
난 깜짝 아무 말 못 해
꼭 안아주는 그대 품속이
너무 뜨거워 가슴이 뛰는걸
그리고 선아현이 나와서 미성으로 프리코러스를 불렀다. 머리 위에서 보라색 리본이 흔들렸다.
‘미친 얼굴…….’
청재킷에 하얀 티셔츠라는 착장이 선아현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이 보였다.
그리고 다 함께 들어가는 코러스.
안무에 따라 청재킷이 어깨에 걸쳐졌다가 다시 팔꿈치 아래로 내려갔다.
흰 티는 반팔이었다.
-우우우 놀라워!
그대의 모든 것이
난 매일 두근대!
오늘도 잠들 수 없어요
착장, 헤어, 연출, 안무, 편곡까지.
아이돌의 기막힌 재롱을 보여주고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의지는 아주 제대로 먹혔다.
한 치만 어긋나도 과할 수도 있는 요소들을 부담스럽지 않게 소화하는 얼굴과 끼 덕분이었다.
그 덕에 무대를 보는 관객들은 그저 흐뭇함과 과몰입의 절정이었다.
‘허…….’
직캠은 확인하지도 못하고 간신히 각도만 고정해 둔 채 무대를 보던 홈마는, 문득 주변이 엄청난 비명과 신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롱 200% 상태인 박문대를 보느라 이렇게 시끄러운지도 모르고 있던 것이다.
‘…나도 소리 질렀겠지?’
아마 직캠에는 선명한 자신의 비명소리가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저걸 보고 비명을 참는 팬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이상한 게 아닐까!’
그녀는 꾹꾹 눌러 비명을 참으며 2절에서도 무대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전화 부스에서 풍선까지 뜯어온 세 아이돌은 풍선 줄로 몇 가지 보기 좋은 안무까지 선보이며 화려하게 무대를 마무리했다.
“허어어어…….”
홈마는 흐느적거리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다가, 그때서야 저 유닛이 여성 보컬 원키로 라이브도 끝내주게 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롱잔치의 부작용이었다.
* * *
“패, 팬들이 좋아했어!”
무대 아래로 내려오자마자 선아현이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 드물게도 아주 확신에 가득 차 있다.
‘하긴, 그걸 듣고 확신 안 하기도 힘들겠군.’
인이어를 뚫고 들어오는 함성이 엄청났다. 어느 정도였냐면, 하마터면 2절 후렴 들어갈 때 반 박자 늦을 뻔했다.
연습 초기에 자괴감으로 괴로워하던 배세진도, 머리띠를 뜯어내며 덤덤히 인정했다.
“컨셉… 괜찮은 생각, 맞았네.”
“그, 그렇죠…!”
선아현은 격하게 동의했다. 누가 보면 저놈이 낸 의견인 줄 알겠다.
‘뭐, 저 둘이 선곡했으니… 어느 정도는 선아현의 의견도 맞군.’
난 선곡 이후부터만 의견을 내서 이 컨셉을 제안했었다.
‘이렇게 하는 게 제일 콘서트에 어울릴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이 선택은… 콘서트 전체 구성상의 문제기도 했다.
‘분위기 푸는 곡이 없어.’
그나마 Hi-five 정도가 신나는 곡이고, 나머지 라인업은 좀 과하게 컨셉추얼했다.
중반쯤에 하나는 이런 웃고 넘길 수 있는 곡을 넣어줄 필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면 분위기상 신선할 테니 반응이 좋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음, 생각보다 더 좋아서 좀 놀라긴 했다.
‘……재미도 있었고.’
하지만 더 상념에 빠질 시간은 없었다. VCR 끝나기 전에 당장 환복하고 메이크업도 손봐야 하니까.
사실 지금 떠들면서도 그렇게 움직이는 중이다.
“이야~ 리본 멋지더라!”
“신나요!”
뛰어서 다음 동선을 맞추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나머지 멤버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적당히 받아주며 내 자리를 잡았다. 멤버들은 서로의 착장을 확인하며 피식피식 웃었다.
“이번 곡 기대되는데.”
“나도.”
시간이 없다는 걸 다들 알았기 때문에, 대화는 그걸로 끊겼다.
우우우웅-.
눈앞의 무대 장치가 열리며, 관객석이 펼쳐졌다.
반짝이는 빛들이 거대한 공간 전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무슨 공상과학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광경에 아드레날린이 치솟았다.
다시 들리는 함성 속에서, 나는 첫 소절을 시작했다.
-내 기다림은 길고
언제나 즐거우니까
3차 팀전.
달토끼팀의 ‘기다림이 좋아’가 체조경기장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