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29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29화
“사람 많아?”
“진짜 많아요!”
“아직 공연 시작까지 8시간 이상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분들이 여럿 보입니다…!”
화장실에 가는 척 바깥을 염탐하고 온 김래빈과 차유진이 흥분해서 떠들었다.
무대 위에 선 멤버들이 얼굴을 가리거나 심호흡을 했다.
“후아…….”
“리허설 소리 다 들리시겠네.”
그렇다. 지금 콘서트 리허설을 하러 무대에 올라온 참이다.
해외투어를 하는 아이돌의 경우 리허설 관람을 포함해서 표를 팔기도 하는데, 그 케이스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첫 콘서트에서 리허설까지 공개면 아마 지금보다 열 배는 긴장한 놈들이 속출했을 테니까.
물론 지금도 다들 기합은 바짝 들어가 있다.
“우리 진짜 잘하자. 연습을 그렇게 했는데, 한 만큼은 보여드려야지.”
“맞아요!”
“정말… 정말 많이 했어.”
배세진의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 지난 연습 기간을 떠올리는 모양이었다.
‘좀 심하긴 했지.’
체력이고 나발이고 폐활량이 안 버텨주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덕분에 숙소에 사이클 머신을 들였다. PT 받는 시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에 만장일치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유닛 무대 제작 리얼리티에서는 활기찬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결국 이날이 왔군.’
아쉽거나 불안하지는 않았다. 준비는 다 끝났다.
그리고 그건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 이번에야말로 연습량을 믿고 가보자.”
“넵!”
그 단단한 분위기 속에서, 큰세진이 슬쩍 손을 들었다.
“저희 구호라도 한 번 외치고 갈까요~?”
“구호?”
“그거 있잖아요~”
“…아.”
무슨 말인지 그제야 깨달은 놈들의 얼굴 위로 느낌표가 떴다.
그리고 잠시 뒤, 턱턱 손이 모였다.
“아 테스타 오늘 뭔가 보여준다!”
“가자!”
…민망함과 분위기를 등가교환 하는 문구였다만, 효과는 있었다.
“오프닝부터 가는 거죠?”
리허설은 문제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아직 비어 있는 관객석이 다 찰 때까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 * *
체조경기장 앞은 인산인해였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목적 중 하나는 바로 콘서트 관련 상품 구매였다.
‘MD 다 건졌다!!’
박문대의 홈마도 양손 가득 쇼핑백을 가지고 입장 줄에 섰다. 성공적인 사냥의 증거품이었다.
게다가 다들 퀄리티가 괜찮았다!
특히, 응원봉에 부착해서 커스텀이 가능한 반짝이는 파츠 세트가 아주 예뻤다.
사전 구매 당시 이미지 컷만으로도 순식간에 제일 먼저 품절 되는 것을 이미 SNS로 확인했다.
‘생각보다 너무 잘 뽑았어.’
최근 대기업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티원의 행보에 많은 팬이 누그러든 상태였다.
거기에 이것저것 잘 뽑으니, 슬슬 우호적으로 돌아서는 사람들까지 나왔다.
하지만 홈마는 마음을 다잡았다.
‘…방심하지 말자.’
콘서트 블루레이에서 이것도 저것도 애들이 시안을 냈다는 걸 확인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개로 마음이 들뜨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준비 빡세게 한 것 같지?!’
콘서트가 너무 기대된 나머지 만면에 웃음이 번졌다. 표가 있는 자만 느낄 수 있는 보람이 벌써 물밀듯 밀려왔다.
게다가 그녀의 객석은… 2층 8구역이었다!
바로 박문대가 도전하려 했지만, 시도도 못 해보고 실패한 그 자리였다.
‘문대야, 내가 여기 앉는다…!’
원래 그녀는 직캠이 잘 나오도록 스탠딩과 교환을 구해볼 생각이었으나, 테스타의 티켓팅 영상을 본 순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일 더 각 잡고 찍지 뭐!’
내일도 표가 있는 자라 가질 수 있는 여유였다.
“저, 이거 혹시 드실래요…?”
“헉, 감사합니다!”
그녀는 옆자리의 낯선 김래빈 팬이 준비해 온 간식과 작은 포토 엽서를 받았다.
이야기를 나누며 간간이 SNS에서 상황을 확인하자니,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슬슬 콘서트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안내 방송이 회장을 울렸다.
“……후우.”
박문대의 홈마는 카메라를 능숙하게 꺼내서 짐으로 감추었다.
그 순간, 회장의 불이 어두워졌다.
“……!”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뚝 멈춘 자리로, 거대한 스크린의 빛이 쏟아졌다.
우우우웅-.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교실 바닥에 원형으로 누운 7명의 인영이었다.
테스타였다.
와아아아아!!!
환호와 함께 영상이 전개되었다.
바닥에서 눈을 뜨는 테스타의 얼굴이 한 사람씩 클로즈업되더니, 다음 순간 그들의 머리 위로 비눗방울이 훅 지나갔다.
멤버들은 비눗방울을 쫓아, 햇살이 쏟아지는 교실 창문 밖으로 가볍게 몸을 날렸다.
그리고 뚝, 화면이 꺼졌다.
♬♪♩♪- ♬♪♬♪- ♪♩-
다시 어두워진 공연장. 익숙한 멜로디가 더 화려하게 변주되어 울렸다.
그리고 어느새 현장은 쏟아지는 비눗방울과 응원봉의 반짝이는 불빛으로 가득 찼다.
“……!”
보랏빛 조명에 일렁이는 그 환상적인 공간에서, 박문대의 ‘마법소년’ 도입부가 들리기 시작했다.
-내일 만난 너를 오늘 내내 생각해
천장에서 와이어를 탄 인영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
테스타 7명이 모두 사방에서 와이어를 탄 채 등장한 것이다.
아이돌들은 무대 장치에 몸을 맡긴 채, 공연장을 휘감고 돌기 시작했다.
-But reality is breathing, All the time…
그녀의 머리 위로 선아현이 자신의 파트를 부르며 휙 날아갔다.
‘미친!’
주변에서 비명 같은 환호가 쏟아졌다.
아아아악!!
선아현이 지나간 자리로부터 살랑이는 바람이 불어 머리를 간지럽혔다.
소름이 쭉 돋았다.
‘문대, 문대는?!’
박문대는 그녀와 약간 떨어진 스탠딩 위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내일 내 구역 저긴데!!’
금발이 찰랑이는 것이 스크린에 잡혔다. 박문대는 가볍게 미소 짓고 있었다.
‘요정! 내일도 제발 저기에 있어줘…!!’
그녀는 울부짖으며 카메라를 들었다.
-Cast a spell
테스타는 2절 후렴이 되기 직전, 삽입된 작은 간주 부분에 중앙 무대로 모였다.
그리고 장치에서 내리며 후렴안무를 시작했다.
뮤직비디오의 것보다 훨씬 화려한 교복 의상의 장식들이 조명에 반짝였다.
그리고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몰아치듯 반주가 연결되며 다음 곡이 이어졌다. 두 번째 활동기의 타이틀인 ‘비행기’였다.
-마음이 울렁거려, 어딘가로 날려 보내고파
테스타는 오프닝부터 와이어를 쓰고 날아와서, 첫 번째 무대로 순식간에 보유한 타이틀을 다 털어버린 것이다.
‘세상에.’
다음 구성이고 뭐고 일단 몰입부터 시켜놓고 보겠다는 느낌이 강렬했다.
다만 분위기는 확실했다.
히트곡만 연달아 나오자, 관객들은 공연 후반부 구성이 걱정되기도 전에 머리가 아드레날린으로 달아올랐다.
테스타의 첫 콘서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 * *
테스타는 ‘Choose your side’ 앨범에 수록된 나직한 발라드를 한 곡 더 부른 후, 그제야 가벼운 토크를 진행했다.
[후, 오프닝, 재밌으셨나요??]
네!!!
살짝 울리는 목소리에 찢어질 것 같은 긍정의 대답들이 공연장을 채웠다.
말을 꺼낸 류청우는 그 기세에 약간 놀란 것 같았으나, 곧 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쟤도 자꾸 보니까 귀여워.’
후하게 평을 내리면서도 홈마의 눈과 카메라는 박문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박문대는 자신이 마신 물병을 옆의 선아현에게 건네주며, 살짝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러뷰어. 저는 문대…입니다. 오늘 재밌고 신나는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귀여워!!’
일부러 SNS 말투를 재현하려고 한 노력이 보였다. 하지만 제법 부끄러웠는지 귀가 발갰다.
‘우리 댕댕이가 용기를 냈어…!’
울부짖으며 카메라를 잡고 있는데, 옆에서 흑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귀엽잖아…….”
“……?”
이 옆자리의 사람은 분명 김래빈 개인 팬인 것 같았는데 말이다.
어쨌든 문대가 그만큼 파괴적으로 귀엽다는 뜻이니, 그녀는 훈훈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번 무대는~ 저희가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을 이미 다들 보셨을 것 같은데요!]
[바로 첫 번째 유닛 무대입니다!]
멤버들은 긴장한 듯 보였지만, 그래도 들뜬 얼굴로 곧잘 토크를 소화했다.
[아, 어느 팀이 첫 번째냐고요? 그건… 비밀입니다!]
[비밀!]
장난스러운 팬들의 야유와 웃는 테스타의 멘트가 몇 번 더 교차한 후에야, 테스타는 무대 아래로 내려갈 채비를 했다.
[다들 준비되셨나요? 그럼 누가 나올지, 기대와 함께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곧 공개해요!]
그리고 테스타가 손을 흔들며 무대 뒤로 뛰어갔다.
그것을 일부러 다 보여준 뒤에야, 조명이 꺼지며 다시 스크린에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빰바밤!]
[빠바바밤!!]
고개를 내민 둘은… 차유진과 큰세진이었다!
‘여기를 벌써??’
댄스 퍼포먼스를 주로 하는 유닛은 분위기 구성상 후반부에 등장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차유진이 있지 않은가. 무대 박살 내는 차유진, 개인 팬 제조기 차유진!
‘…에이 몰라. 문대가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
그녀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문대가 안 나오니 좀 편하게 볼 생각이었다.
‘뭐, 차유진이 날아다니고… 세진이도 잘 추겠지?’
그녀가 대충 위튜브 리얼리티에서 봤던 기억으로는, 좀 유명하고 오래된 재즈풍 알앤비 팝송을 할 것 같았다.
두 사람이 키득거리는 귀여운 VCR도 금방 끝났다.
[그래서 저희 컨셉은……, 뭐라고 유진아?]
[황야의 무법자!]
차유진의 말을 마지막으로, 화면은 한번 검게 끊겼다.
그리고 다시 뜬 스크린은… 정말로 황량한 황야였다.
‘어?’
전형적인 미국 서부물에서 볼 것 같은 풍경이었다.
Bam Bam Bam Barabarararabam
전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원곡보다 훨씬 유쾌한 색소폰 리듬과 함께 화면에 그림이 떴다.
[WANTED]
[$100,000,000]
현상금 포스터였다. 두 사람의 익살맞은 카툰 캐리커처가 척척 영상에 붙는 효과가 났다.
-Who’s next?
비음 섞인 차유진의 목소리가 한 소절을 날카롭게 던져놓은 순간.
두 사람이 중앙 무대의 양 끝 아래에서 동시에 튀어 올랐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
왼쪽과 오른쪽에서 세차게 달려든 둘은 서로를 향해 미끄러지듯 안무 동작을 교차하더니, 마법처럼 휙 몸을 일으켜 다시 서로를 뒤를 돌아보았다.
장신의 둘은 모두 가죽바지에 느슨한 셔츠와 조이는 조끼, 그리고 카우보이모자를 삐딱하게 눌러쓰고 있었다.
다만 차유진은 밝은 갈색이었고, 큰세진은 어두운 갈색이었다.
-Now~ You have to know
What is right D’oh
What is Left
둘은 동시에 모자를 집어 던졌다.
유쾌한 팝송에 맞춰 큰세진의 보컬이 툭툭 튀는 가운데, 비딱하게 웃고 있던 두 사람의 뒤로 검은 옷을 입은 댄서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둘은 허리춤에서 로프를 꺼내 들었다.
“……?!”
사방에서 공격적인 군무가 전개했다.
차유진과 큰세진은 발과 로프를 사용하여, 기묘하고 활기찬 동작으로 댄서들을 하나둘씩 걸어 눕히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댄서들의 안무와 유사점이 있으면서도, 서로에게도 맞춰져 있었다. 소절마다 서로 같은 타이밍에 같은 동작을 구사하는 부분이 꼭 있던 것이다.
그래서 무대의 통일감은 매끄럽게 유지했다.
입을 떡 벌리고 볼 묘기였다.
-Take my gun and
Bababababa-by Say
Goodbye!
후렴에 들어가는 순간, 둘은 조끼를 뜯어서 뒤로 던졌다.
그러자 숨겨진 의상 요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총이 든 건홀더였다.
-Oh my~
둘은 한 손으로 서로에게 총을 겨눈 채로 안무를 계속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계속 위치를 바꾸면서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안무는 다분히 뮤지컬스러웠지만, 동시에 한쪽 손이 제약되며 다른 동작들이 더 과격해졌다.
그리고 마지막.
서로가 든 총을 쳐내는 동작으로 안무가 마무리되었다.
-Say Goooodbye~~
드럼 롤과 미친 듯 연주되는 색소폰 소리 위에서, 둘은 천천히 없는 모자를 들어 인사하는 것 같은 동작을 공들여 취했다.
그리고 서서히 무대 아래로 사라졌다.
-Yay ha!
곡의 마지막 구절이 나오기도 전에, 공연장은 비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헐.’
품평할 새도 없이 몰입한 나머지 휙 지나가 버린 무대에, 박문대의 홈마는 벌어지는 입을 다물려 노력했다.
‘엄청 좋네…….’
‘황야의 무법자’라는 키워드를 듣자마자 관객들이 기대했을 법한 요소를, 기대 이상으로 푹푹 찍어낸 강렬한 구성의 무대였다.
‘…만우절에 이 무대 컷을 올려볼까.’
조끼를 던지는 컷이 잘 나온 것 같다며, 그녀는 애써 침착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처럼, 첫 번째 유닛 무대를 본 관객들 대다수의 뇌리에는 무대가 진하게 남았다.
어떤 멤버 개인이 아니라, 무대가.
큰세진의 판정승이었다.
* * *
‘유닛 무대가 방금 끝났군.’
의상을 갈아입고 대기하는 중, 환호성으로 무대 아래까지 진동이 울렸다.
“두, 둘이 정말 잘했나 봐!”
선아현이 환한 표정으로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밀렸겠지.’
뭐, 사실 큰세진이 크게 우려되진 않았다.
며칠 전, 샤워하고 나오다가 선곡의 전말을 대뜸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문대야 재밌는 거 알려줄까?
-뭐?
-나 기본기 저걸로 연습했다? 연습생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
-그러다 보니 그냥 혼자 연습할 때마다 저걸 쓰게 되더라고.
-……얼마나?
-글쎄… 아마도 8년? 하하.
간단히 말하자면, 차유진은 이놈이 8년간 가지고 논 곡에 붙은 것이다.
물론 그냥 오래 붙잡고 있다고 그 곡을 잘 소화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큰세진 놈 성격을 고려하자면, 아주 곡의 요소란 요소는 다 뜯어서 뽑을 수 있는 퍼포먼스는 이미 다 뽑아봤을 것이다.
거기서 분명 본인이 생각하기에 잘하고 좋았던 것만 추려다가 차유진을 살살 꼬셨을 테니, 결과는 뻔했다.
‘큰세진이 잘하는 방향으로 좋은 무대가 나왔지.’
게다가 큰세진은 장치를 하나 더했다.
‘…솔로 파트가 없었어.’
저 유닛 무대에는 누군가 혼자 움직이는 단독 파트 자체가 없었다. 무조건 함께 움직였다.
그리고 둘이 같이 움직이는 거의 모든 순간에서, 큰세진은 시선을 무작정 빼앗기지 않았다.
한 사람만 보면 재미가 덜하도록 유기적인 무대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물론 실력이 없으면 무슨 짓을 하든 소용이 없었겠지. 하지만 큰세진은 실력이 있었다.
그러니 아마도, 모든 전략이 잘 통했을 것이다.
‘…머리는 진짜 잘 돌아가는 놈이야.’
나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남의 유닛 무대에 더 신경 써줄 시간은 이제 없었다.
“우, 우리 무대가… 두 번째니까. 우리도 잘하고 오자!”
이제 곧 내 차례였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29화
“사람 많아?”
“진짜 많아요!”
“아직 공연 시작까지 8시간 이상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분들이 여럿 보입니다…!”
화장실에 가는 척 바깥을 염탐하고 온 김래빈과 차유진이 흥분해서 떠들었다.
무대 위에 선 멤버들이 얼굴을 가리거나 심호흡을 했다.
“후아…….”
“리허설 소리 다 들리시겠네.”
그렇다. 지금 콘서트 리허설을 하러 무대에 올라온 참이다.
해외투어를 하는 아이돌의 경우 리허설 관람을 포함해서 표를 팔기도 하는데, 그 케이스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첫 콘서트에서 리허설까지 공개면 아마 지금보다 열 배는 긴장한 놈들이 속출했을 테니까.
물론 지금도 다들 기합은 바짝 들어가 있다.
“우리 진짜 잘하자. 연습을 그렇게 했는데, 한 만큼은 보여드려야지.”
“맞아요!”
“정말… 정말 많이 했어.”
배세진의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 지난 연습 기간을 떠올리는 모양이었다.
‘좀 심하긴 했지.’
체력이고 나발이고 폐활량이 안 버텨주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덕분에 숙소에 사이클 머신을 들였다. PT 받는 시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에 만장일치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유닛 무대 제작 리얼리티에서는 활기찬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결국 이날이 왔군.’
아쉽거나 불안하지는 않았다. 준비는 다 끝났다.
그리고 그건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 이번에야말로 연습량을 믿고 가보자.”
“넵!”
그 단단한 분위기 속에서, 큰세진이 슬쩍 손을 들었다.
“저희 구호라도 한 번 외치고 갈까요~?”
“구호?”
“그거 있잖아요~”
“…아.”
무슨 말인지 그제야 깨달은 놈들의 얼굴 위로 느낌표가 떴다.
그리고 잠시 뒤, 턱턱 손이 모였다.
“아 테스타 오늘 뭔가 보여준다!”
“가자!”
…민망함과 분위기를 등가교환 하는 문구였다만, 효과는 있었다.
“오프닝부터 가는 거죠?”
리허설은 문제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아직 비어 있는 관객석이 다 찰 때까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 * *
체조경기장 앞은 인산인해였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목적 중 하나는 바로 콘서트 관련 상품 구매였다.
‘MD 다 건졌다!!’
박문대의 홈마도 양손 가득 쇼핑백을 가지고 입장 줄에 섰다. 성공적인 사냥의 증거품이었다.
게다가 다들 퀄리티가 괜찮았다!
특히, 응원봉에 부착해서 커스텀이 가능한 반짝이는 파츠 세트가 아주 예뻤다.
사전 구매 당시 이미지 컷만으로도 순식간에 제일 먼저 품절 되는 것을 이미 SNS로 확인했다.
‘생각보다 너무 잘 뽑았어.’
최근 대기업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티원의 행보에 많은 팬이 누그러든 상태였다.
거기에 이것저것 잘 뽑으니, 슬슬 우호적으로 돌아서는 사람들까지 나왔다.
하지만 홈마는 마음을 다잡았다.
‘…방심하지 말자.’
콘서트 블루레이에서 이것도 저것도 애들이 시안을 냈다는 걸 확인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개로 마음이 들뜨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준비 빡세게 한 것 같지?!’
콘서트가 너무 기대된 나머지 만면에 웃음이 번졌다. 표가 있는 자만 느낄 수 있는 보람이 벌써 물밀듯 밀려왔다.
게다가 그녀의 객석은… 2층 8구역이었다!
바로 박문대가 도전하려 했지만, 시도도 못 해보고 실패한 그 자리였다.
‘문대야, 내가 여기 앉는다…!’
원래 그녀는 직캠이 잘 나오도록 스탠딩과 교환을 구해볼 생각이었으나, 테스타의 티켓팅 영상을 본 순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일 더 각 잡고 찍지 뭐!’
내일도 표가 있는 자라 가질 수 있는 여유였다.
“저, 이거 혹시 드실래요…?”
“헉, 감사합니다!”
그녀는 옆자리의 낯선 김래빈 팬이 준비해 온 간식과 작은 포토 엽서를 받았다.
이야기를 나누며 간간이 SNS에서 상황을 확인하자니,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슬슬 콘서트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안내 방송이 회장을 울렸다.
“……후우.”
박문대의 홈마는 카메라를 능숙하게 꺼내서 짐으로 감추었다.
그 순간, 회장의 불이 어두워졌다.
“……!”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뚝 멈춘 자리로, 거대한 스크린의 빛이 쏟아졌다.
우우우웅-.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교실 바닥에 원형으로 누운 7명의 인영이었다.
테스타였다.
와아아아아!!!
환호와 함께 영상이 전개되었다.
바닥에서 눈을 뜨는 테스타의 얼굴이 한 사람씩 클로즈업되더니, 다음 순간 그들의 머리 위로 비눗방울이 훅 지나갔다.
멤버들은 비눗방울을 쫓아, 햇살이 쏟아지는 교실 창문 밖으로 가볍게 몸을 날렸다.
그리고 뚝, 화면이 꺼졌다.
♬♪♩♪- ♬♪♬♪- ♪♩-
다시 어두워진 공연장. 익숙한 멜로디가 더 화려하게 변주되어 울렸다.
그리고 어느새 현장은 쏟아지는 비눗방울과 응원봉의 반짝이는 불빛으로 가득 찼다.
“……!”
보랏빛 조명에 일렁이는 그 환상적인 공간에서, 박문대의 ‘마법소년’ 도입부가 들리기 시작했다.
-내일 만난 너를 오늘 내내 생각해
천장에서 와이어를 탄 인영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
테스타 7명이 모두 사방에서 와이어를 탄 채 등장한 것이다.
아이돌들은 무대 장치에 몸을 맡긴 채, 공연장을 휘감고 돌기 시작했다.
-But reality is breathing, All the time…
그녀의 머리 위로 선아현이 자신의 파트를 부르며 휙 날아갔다.
‘미친!’
주변에서 비명 같은 환호가 쏟아졌다.
아아아악!!
선아현이 지나간 자리로부터 살랑이는 바람이 불어 머리를 간지럽혔다.
소름이 쭉 돋았다.
‘문대, 문대는?!’
박문대는 그녀와 약간 떨어진 스탠딩 위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내일 내 구역 저긴데!!’
금발이 찰랑이는 것이 스크린에 잡혔다. 박문대는 가볍게 미소 짓고 있었다.
‘요정! 내일도 제발 저기에 있어줘…!!’
그녀는 울부짖으며 카메라를 들었다.
-Cast a spell
테스타는 2절 후렴이 되기 직전, 삽입된 작은 간주 부분에 중앙 무대로 모였다.
그리고 장치에서 내리며 후렴안무를 시작했다.
뮤직비디오의 것보다 훨씬 화려한 교복 의상의 장식들이 조명에 반짝였다.
그리고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몰아치듯 반주가 연결되며 다음 곡이 이어졌다. 두 번째 활동기의 타이틀인 ‘비행기’였다.
-마음이 울렁거려, 어딘가로 날려 보내고파
테스타는 오프닝부터 와이어를 쓰고 날아와서, 첫 번째 무대로 순식간에 보유한 타이틀을 다 털어버린 것이다.
‘세상에.’
다음 구성이고 뭐고 일단 몰입부터 시켜놓고 보겠다는 느낌이 강렬했다.
다만 분위기는 확실했다.
히트곡만 연달아 나오자, 관객들은 공연 후반부 구성이 걱정되기도 전에 머리가 아드레날린으로 달아올랐다.
테스타의 첫 콘서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 * *
테스타는 ‘Choose your side’ 앨범에 수록된 나직한 발라드를 한 곡 더 부른 후, 그제야 가벼운 토크를 진행했다.
네!!!
살짝 울리는 목소리에 찢어질 것 같은 긍정의 대답들이 공연장을 채웠다.
말을 꺼낸 류청우는 그 기세에 약간 놀란 것 같았으나, 곧 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쟤도 자꾸 보니까 귀여워.’
후하게 평을 내리면서도 홈마의 눈과 카메라는 박문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박문대는 자신이 마신 물병을 옆의 선아현에게 건네주며, 살짝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귀여워!!’
일부러 SNS 말투를 재현하려고 한 노력이 보였다. 하지만 제법 부끄러웠는지 귀가 발갰다.
‘우리 댕댕이가 용기를 냈어…!’
울부짖으며 카메라를 잡고 있는데, 옆에서 흑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귀엽잖아…….”
“……?”
이 옆자리의 사람은 분명 김래빈 개인 팬인 것 같았는데 말이다.
어쨌든 문대가 그만큼 파괴적으로 귀엽다는 뜻이니, 그녀는 훈훈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멤버들은 긴장한 듯 보였지만, 그래도 들뜬 얼굴로 곧잘 토크를 소화했다.
장난스러운 팬들의 야유와 웃는 테스타의 멘트가 몇 번 더 교차한 후에야, 테스타는 무대 아래로 내려갈 채비를 했다.
그리고 테스타가 손을 흔들며 무대 뒤로 뛰어갔다.
그것을 일부러 다 보여준 뒤에야, 조명이 꺼지며 다시 스크린에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고개를 내민 둘은… 차유진과 큰세진이었다!
‘여기를 벌써??’
댄스 퍼포먼스를 주로 하는 유닛은 분위기 구성상 후반부에 등장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차유진이 있지 않은가. 무대 박살 내는 차유진, 개인 팬 제조기 차유진!
‘…에이 몰라. 문대가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
그녀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문대가 안 나오니 좀 편하게 볼 생각이었다.
‘뭐, 차유진이 날아다니고… 세진이도 잘 추겠지?’
그녀가 대충 위튜브 리얼리티에서 봤던 기억으로는, 좀 유명하고 오래된 재즈풍 알앤비 팝송을 할 것 같았다.
두 사람이 키득거리는 귀여운 VCR도 금방 끝났다.
차유진의 말을 마지막으로, 화면은 한번 검게 끊겼다.
그리고 다시 뜬 스크린은… 정말로 황량한 황야였다.
‘어?’
전형적인 미국 서부물에서 볼 것 같은 풍경이었다.
Bam Bam Bam Barabarararabam
전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원곡보다 훨씬 유쾌한 색소폰 리듬과 함께 화면에 그림이 떴다.
현상금 포스터였다. 두 사람의 익살맞은 카툰 캐리커처가 척척 영상에 붙는 효과가 났다.
-Who’s next?
비음 섞인 차유진의 목소리가 한 소절을 날카롭게 던져놓은 순간.
두 사람이 중앙 무대의 양 끝 아래에서 동시에 튀어 올랐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
왼쪽과 오른쪽에서 세차게 달려든 둘은 서로를 향해 미끄러지듯 안무 동작을 교차하더니, 마법처럼 휙 몸을 일으켜 다시 서로를 뒤를 돌아보았다.
장신의 둘은 모두 가죽바지에 느슨한 셔츠와 조이는 조끼, 그리고 카우보이모자를 삐딱하게 눌러쓰고 있었다.
다만 차유진은 밝은 갈색이었고, 큰세진은 어두운 갈색이었다.
-Now~ You have to know
What is right D’oh
What is Left
둘은 동시에 모자를 집어 던졌다.
유쾌한 팝송에 맞춰 큰세진의 보컬이 툭툭 튀는 가운데, 비딱하게 웃고 있던 두 사람의 뒤로 검은 옷을 입은 댄서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둘은 허리춤에서 로프를 꺼내 들었다.
“……?!”
사방에서 공격적인 군무가 전개했다.
차유진과 큰세진은 발과 로프를 사용하여, 기묘하고 활기찬 동작으로 댄서들을 하나둘씩 걸어 눕히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댄서들의 안무와 유사점이 있으면서도, 서로에게도 맞춰져 있었다. 소절마다 서로 같은 타이밍에 같은 동작을 구사하는 부분이 꼭 있던 것이다.
그래서 무대의 통일감은 매끄럽게 유지했다.
입을 떡 벌리고 볼 묘기였다.
-Take my gun and
Bababababa-by Say
Goodbye!
후렴에 들어가는 순간, 둘은 조끼를 뜯어서 뒤로 던졌다.
그러자 숨겨진 의상 요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총이 든 건홀더였다.
-Oh my~
둘은 한 손으로 서로에게 총을 겨눈 채로 안무를 계속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계속 위치를 바꾸면서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안무는 다분히 뮤지컬스러웠지만, 동시에 한쪽 손이 제약되며 다른 동작들이 더 과격해졌다.
그리고 마지막.
서로가 든 총을 쳐내는 동작으로 안무가 마무리되었다.
-Say Goooodbye~~
드럼 롤과 미친 듯 연주되는 색소폰 소리 위에서, 둘은 천천히 없는 모자를 들어 인사하는 것 같은 동작을 공들여 취했다.
그리고 서서히 무대 아래로 사라졌다.
-Yay ha!
곡의 마지막 구절이 나오기도 전에, 공연장은 비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헐.’
품평할 새도 없이 몰입한 나머지 휙 지나가 버린 무대에, 박문대의 홈마는 벌어지는 입을 다물려 노력했다.
‘엄청 좋네…….’
‘황야의 무법자’라는 키워드를 듣자마자 관객들이 기대했을 법한 요소를, 기대 이상으로 푹푹 찍어낸 강렬한 구성의 무대였다.
‘…만우절에 이 무대 컷을 올려볼까.’
조끼를 던지는 컷이 잘 나온 것 같다며, 그녀는 애써 침착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처럼, 첫 번째 유닛 무대를 본 관객들 대다수의 뇌리에는 무대가 진하게 남았다.
어떤 멤버 개인이 아니라, 무대가.
큰세진의 판정승이었다.
* * *
‘유닛 무대가 방금 끝났군.’
의상을 갈아입고 대기하는 중, 환호성으로 무대 아래까지 진동이 울렸다.
“두, 둘이 정말 잘했나 봐!”
선아현이 환한 표정으로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밀렸겠지.’
뭐, 사실 큰세진이 크게 우려되진 않았다.
며칠 전, 샤워하고 나오다가 선곡의 전말을 대뜸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문대야 재밌는 거 알려줄까?
-뭐?
-나 기본기 저걸로 연습했다? 연습생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
-그러다 보니 그냥 혼자 연습할 때마다 저걸 쓰게 되더라고.
-……얼마나?
-글쎄… 아마도 8년? 하하.
간단히 말하자면, 차유진은 이놈이 8년간 가지고 논 곡에 붙은 것이다.
물론 그냥 오래 붙잡고 있다고 그 곡을 잘 소화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큰세진 놈 성격을 고려하자면, 아주 곡의 요소란 요소는 다 뜯어서 뽑을 수 있는 퍼포먼스는 이미 다 뽑아봤을 것이다.
거기서 분명 본인이 생각하기에 잘하고 좋았던 것만 추려다가 차유진을 살살 꼬셨을 테니, 결과는 뻔했다.
‘큰세진이 잘하는 방향으로 좋은 무대가 나왔지.’
게다가 큰세진은 장치를 하나 더했다.
‘…솔로 파트가 없었어.’
저 유닛 무대에는 누군가 혼자 움직이는 단독 파트 자체가 없었다. 무조건 함께 움직였다.
그리고 둘이 같이 움직이는 거의 모든 순간에서, 큰세진은 시선을 무작정 빼앗기지 않았다.
한 사람만 보면 재미가 덜하도록 유기적인 무대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물론 실력이 없으면 무슨 짓을 하든 소용이 없었겠지. 하지만 큰세진은 실력이 있었다.
그러니 아마도, 모든 전략이 잘 통했을 것이다.
‘…머리는 진짜 잘 돌아가는 놈이야.’
나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남의 유닛 무대에 더 신경 써줄 시간은 이제 없었다.
“우, 우리 무대가… 두 번째니까. 우리도 잘하고 오자!”
이제 곧 내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