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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127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27화
생각보다 빠르게 신인상 관련 상태이상이 풀렸다.
‘2월까지는 가야 할 줄 알았는데.’
마지막 대형시상식에서 상을 받자마자 풀렸다는 건… 그만큼 현재 여론이 압도적이라는 뜻일 것이다.
신인상 논란으로 난장판이었을 때 정면 돌파한 영향이겠지. 이게 상태이상 해제 시기에까지 미칠 줄은 몰랐다.
‘뭐, 빨리 확인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지만.’
어차피 한동안은 ‘진실 확인’을 클릭할 생각이 없었으니, 빨리 달성됐다고 해서 새 상태이상을 너무 이르게 맞을 일도 없었다.
“감사합니다!”
생각하는 사이, 소감을 마친 큰세진이 자리를 비켜서 스탠드 마이크 앞자리를 내줬다.
내 차례라는 뜻이었다.
나는 천천히 걸어 나와서 마이크 앞에 섰다.
정면의 번쩍이는 물결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발광력, 테스타의 응원봉이다.
‘…다른 시상식보다 압도적으로 많은데.’
아마 VTIC이 불참이라 그런 것 같았다. 나는 그 광경을 확인하며, 마이크에 입을 댔다.
“우선, 저도 감사하다는 말로 소감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수상소감을 말하는 걸 꺼릴 것은 없다만, 그렇다고 나서서 하고 싶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
‘그냥 돌아가면서 하는 거니까 했던 거지.’
하지만 지금 보니… 감사를 표현하는 방법으로는, 괜찮은 수단인 것 같다.
“…테스타는 오랜 기간 한 팀으로 준비한 그룹은 아닙니다. 팀으로서 검증되지 않은 저희가 짧은 준비 기간을 거쳐 그룹으로 데뷔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습니다.”
물론 고민만 한 건 아니고 회사 욕도 했지만, 어쨌든 거짓 없는 진실이었다.
그리고 다음 말도 그랬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계셨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데뷔 준비만이 아니었다.
이번 신인상 논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반전되면, 바로 호응해 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 원초적인 방법도 고를 수 있었다.
좋은 결과물을 내놓기만 하면 그걸 좋아하려고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이상하고 대단한 일이지 않은가.
“믿고 기다려 주셔서, 기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피곤한 여론과 짜증 나는 상황에서도 기대를 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마웠다.
“테스타의 내일을 생각하실 때 걱정보다 설렘을 드릴 수 있는 그룹이 되도록, 앞으로도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약간 오래, 인사를 계속했다.
머리 위로 찬란한 함성이 쏟아졌다. 응원봉의 발광력만큼 박력 넘치는 그 소리가 어쩐지 뜨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등을 두드리는 손들이 느껴졌다.
‘멤버들이겠지.’
좋은 그림일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던 찰나, 약간 당황한 속삭임도 들렸다.
‘무, 문대 괜찮아?’
‘너 울어?’
안 운다.
다른 놈이 진지하게 속삭였다.
‘고개 바로 들기 그런 거면 얼굴 가리고 뒤로 돌아.’
대체 왜 우느라 쪽팔려서 고개를 못 든다고 생각하는 거냐.
‘감동과 감사로 인사가 길어진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 아니냐고.’
나는 한숨을 참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함성만큼 찬란한 응원봉이 수없이 흔들거리며 물결쳤다.
어쩐지 아까보다도 거대해 보이는 게 은하수 같았다.
“…….”
‘큰일 날 뻔했네.’
아무 생각 없이 대가리 들었다간 진짜로 나 혼자 뽕 차서 눈물 짤 뻔했다.
우냐고 오해한 놈들 덕분에 짜게 식어서 중화된 덕분에 도리어 웃긴 꼴을 면했다.
‘식은땀이 다 나네.’
그리고 동시에 몇 달 전, 내가 보자마자 버린 특성이 생각났다.
[특성 : 눈 밑 수도꼭지(B)]
-편하게 열고 잠그세요!
: 눈물 제어 능력 MAX
약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설마 필요해지는 건 아니겠지.’
버리자마자 필요해진 부동심 꼴이 나는 건 아닐까, 잠시 의심했으나… 곧 내심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걸로 다른 특성을 포기할 순 없지.’
여차하면 좀 쪽팔리고 말면 그만이다.
그리고 뭐,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겠는가? 오늘처럼 복합적인 사정이 겹친 날이나 그런 거지.
‘손이나 흔들자.’
나는 ‘운 줄 알았는데!’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로 옆구리를 찌르려 드는 놈들과 함께 관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고개를 꾸벅였다.
불빛은 여전히 뜨거웠다.
* * *
시상식 시즌이 다 마무리된 뒤, 본격적인 콘서트 준비가 진행되었다.
그중에는 물론 카메라와 함께하는 유닛 무대 준비 과정도 있었다.
[마법소년 테스타의 마법 같은 인공지능 비서!]
“이젠 위튜브까지 나오냐.”
“청우 형이에요!”
차유진의 말대로, 위튜브와 연결된 TV 화면에서는 류청우가 나오고 있었다.
새 날개 그림이 어깨 위로 합성된 류청우는 웃으며 윙크와 함께 검지와 엄지로 살짝 쏘는 동작을 취했다.
[캐치, 큐리어스!]
류청우가 쾌활한 미남으로 나오는, 굉장히 멀쩡한 광고 장면이었다.
“뭐야!”
“왜 형만 멋있는 거 해요!?”
“……동물이, 아니네?”
마지막 배세진의 질문은 거의 음산하게까지 들렸다.
하지만 류청우는 이것마저도 민망했던지 웃으며 머리를 털 뿐이었다.
“하하, 멋진 건 아니고… 팬분들이 나를 ‘새’랑 많이 비교해 주셔서, 맞추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 같네.”
그러나 멤버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삐약삐약 병아리로 할 수도 있었는데 멋진 거 했잖아.”
“스킵 눌러 드리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습니다.”
“아니, 내가 정한 것도 아니잖아 얘들아!”
류청우는 잠깐 당황했지만, 곧 가벼운 억울함에서 나온 반응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웃으며 상황을 귀엽게 보고 넘겼다.
‘…이미지 동물이 매라서 좋겠군.’
누군 강아지를 밀다가 그 꼴이 됐었는데 말이다.
나는 떠오르는 내 광고 컷을 빠르게 떨쳐내고, 재생되는 영상에 집중했다.
[Je te donne des fleurs que…….]
화면에서는 느릿하고 아름다운 샹송이 흐르고 있었다. 바로 김래빈과 류청우가 선택한 유닛 곡이었다.
큰세진이 관성적으로 감탄하며 물었다.
“오, 저 곡 쓰려고?”
“예.”
김래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반짝였다.
“청우 형 음색과 잘 어울리는 멜로디라고 생각합니다. 건반악기 소리만 남기고 리듬을 키치하게 바꾸면 굉장히 감각적인 Inst가 될 겁니다…!”
“그래. 래빈이가 재밌어하는 것 같아서 나도 기대된다.”
류청우가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팀이 대충 어떤 분위기로 진행 중인지 짐작이 갔다.
‘김래빈이 폭주하는 걸 그대로 두는군.’
어차피 유닛 한 무대니까 류청우도 보수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김래빈의 아이디어를 전면 수용해 주는 모양이다.
‘재밌는 그림이 나오겠는데.’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차유진이 신나서 동영상을 검색해 틀었다.
갈색 앨범 커버를 바탕으로 올드 팝송이 흘러나왔다.
‘…굳이 팝송을?’
재미교포인 차유진에게 너무 유리한 선곡이 아닌가 싶었으나, 곧 그럴 리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큰세진은 차유진을 배려하는 구도만 챙긴 뒤 자신이 원하는 곡을 골랐을 것이다.
‘이 판에 저놈이 양보했으면 성을 간다.’
이미 갈린 성이지만 한 번 더 걸어봤다.
큰세진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보일 듯 말 듯이 눈썹을 찡긋거렸다. 아마 저 팝송이 본인이 유도한 곡이 맞는 듯싶었다.
“저 이 곡 좋아요! 완전 기대해요!”
“맞아, 우리 멋진 무대 만들자구~”
“만들어요!”
차유진이 신나서 손을 들자, 큰세진이 신나는 하이파이브로 응답했다.
‘뭐, 둘 다 만족한다니 됐군.’
아직까진 별문제 없어 보였다.
“그, 그럼… 저희가 고른 곡을 재생하겠습니다…!”
“오오~”
마지막은 나와 배세진, 그리고 선아현의 조였다.
선아현이 대본대로 앞으로 나와서 위튜브 화면을 조작했다.
그러자 촌스럽고 느긋한 밴드 반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우! 마음이 들려요~]
“어?”
약간 당황한 다른 조의 놈들을 보고, 나는 웃으며 설명했다.
“미소 선배님의 입니다.”
80년대 후반에 왕성히 활동했던 여성 솔로 가수의 곡이었다. 적당히 밝고, 적당히 감성적인.
이 곡의 ‘우우우~ 놀라워!’라는 후렴구는 아마 10대나 20대도 예능 등지에서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정도의 인지도를 가졌다.
하지만 딱 그게 전부였다.
아마 최신 콘서트에서 쓸 곡이라기엔 임펙트와 분위기 모두 어울리지 않아 보였겠지.
류청우는 약간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이 곡을 너희 셋이 하게?”
“네.”
나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머지 두 팀원도 약간 상기된 얼굴로 긍정했다.
류청우는 그 면면을 살핀 뒤,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문대가 고른 거지?”
“…? 아뇨. 선아현과 세진 형이 골랐습니다.”
둘이 먼저 후보곡에 올려서 상의 후에 같이 고른 것이다.
“……음. 그렇구나.”
류청우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지만, 걱정을 숨기는 게 느껴졌다.
‘카메라만 없었으면 벌써 정말 이걸로 괜찮겠냐고 물어봤겠군.’
그 기색을 알아차리지 못한 선아현은 그냥 들뜬 얼굴로 중얼거렸다.
“저, 저희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벌써 기대돼요!”
배세진도 말할까 말까 주저하는 표정이었지만, 결국 카메라를 보며 입을 열었다.
“…멋진 무대가 될 것 같으니까, 기대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드물게 적극적인 두 사람의 의견 표명을 보던 류청우의 얼굴이 점점 편안해졌다.
저렇게 좋아하니 자신은 모르겠지만, 이 곡에 무슨 매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류청우는 마지막으로 쓱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확신을 바라는 얼굴로 물었다.
“…문대도 자신 있고?”
“어떤 무대든 무조건 자신 있기는 힘들죠. 최선을 다해서 완성해 보겠습니다.”
“…….”
“저희 모두 힘내죠!”
“힘냅시다!”
“테스타 화이팅!”
류청우는 촬영이 끝나자마자 ‘정말 괜찮겠냐’는 질문을 세 번쯤 했고, 나는 세 번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류청우는 다소 안심한 얼굴로 커피를 내리러 사라졌다.
‘괜히 장난쳤나.’
혼자 광고 러시안룰렛을 피해서 좀 놀려줄 생각이었는데, 원체 책임감 강한 놈이라 예상보다 더 잘 먹혔다.
‘사실 내가 걱정하는 건 다른 부분이긴 한데.’
내 걱정은… 신곡 무대였다.
‘음원이 나오기도 전에 콘서트에서 첫 무대라.’
타이틀 곡과 서브 곡. 관객들에게 생소하며 대중에게 검증되지도 않은 것을 두 곡이나 즐겁게 감상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분위기가 처지지 않도록 끌고 나가는 게 중요했다.
“……흠.”
나는 고민하다가, 짧고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자본을 쏟자.’
다행히 회사가 돈이 많았다.
* * *
테스타가 한창 콘서트와 새 앨범 준비에 매진하고 있을 시점.
드디어 콘서트 날짜가 공지되었다.
========================
[콘서트 공지 떴다]
: 3월 30일~31일 주말 양일 일정
(공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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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미친 드디어 콘서트
-으아아악
-헐 대관 뜬 거 맞았구나
-아 제발 내 자리 하나만ㅠㅠ
-데뷔 9개월 만에 콘서트라니 세상에 우리 애들 무슨 일이야
-많은 걸 바라진 않을게 진짜 갈 수만 있다면 좋겠어ㅠㅠ
-벌써 응원봉 들고 팬송 부르는 상상함
이미 팬들은 소속사가 체조경기장을 대관했다는 소식을 알음알음 확인했기 때문에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다.
그리고 기대가 현실로 이뤄지는 순간, 사람들은 기쁨의 비명을 내지르며 즉시 티케팅 준비를 시작했다.
-콘서트 갈 지방 러뷰어는 빨리 숙소부터 잡아 느긋하게 하다간 예약 금방 차고 가격 엄청 오름ㅠㅠ
-애프터파크 서버 시간 어디로 확인해?
-팬클럽 선예매 따로 준비할 거 있을까?
-스탠딩 잡고 싶다 정말 간절하다
하지만 그들이 침착하게 티케팅 준비를 시작하기도 전에, 새 소식이 쏟아져 들어왔다.
-헐 우리 새 앨범 다음 달부터 예약받는다는데? (공지 링크)
└?? 뭐야
└갑자기?
└4월 1일 컴백을 벌써 공지해?
└헐 콘서트 다음 날이네
└콘서트 끝나자마자 컴백? 떡밥 많아서 좋긴 한데… 어…
팬들은 거기서 이미 당황했지만, 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사 떴다… 콘서트에서 신곡 최초 공개한다고 함 (기사 링크)
└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럼 뮤직비디오 나오기도 전에 콘서트에서 첫 무대부터 하는 거임?
└헐 미친 콘서트 못 가면 돌아버릴 듯…
더 있었다.
-테스타 첫 콘서트에서 유닛 무대를 하는데, 무대 제작기를 위튜브에 리얼리티 컨텐츠로 공개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링크)
└예?
└잠깐 갑자기 너무 많은 일잌ㅋㅋㅋㅋ
└유닛 무대를 하는데 리얼리티도 만들어준다고?
└너무 좋아서 의심이 멈추질 않는다 티원이 일할 리가 없는데…?
팬들은 정신없이 소식들을 소화하려 안간힘을 쓰면서도,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히 굳히고 있었다.
‘콘서트 경쟁률 미치게 높겠구나!’
그리고 이 혼란과 긴장의 소용돌이 속에서. 테스타는 SNS글을 하나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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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타가 드디어 첫 콘서트를 하게 됐습니다! >_< 다들 저희 보러 와주실 건가요?ㅠㅠ 저희도 러뷰어와 함께 콘서트 예매를 도전해 보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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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장이 따로 없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27화

생각보다 빠르게 신인상 관련 상태이상이 풀렸다.

‘2월까지는 가야 할 줄 알았는데.’

마지막 대형시상식에서 상을 받자마자 풀렸다는 건… 그만큼 현재 여론이 압도적이라는 뜻일 것이다.

신인상 논란으로 난장판이었을 때 정면 돌파한 영향이겠지. 이게 상태이상 해제 시기에까지 미칠 줄은 몰랐다.

‘뭐, 빨리 확인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지만.’

어차피 한동안은 ‘진실 확인’을 클릭할 생각이 없었으니, 빨리 달성됐다고 해서 새 상태이상을 너무 이르게 맞을 일도 없었다.

“감사합니다!”

생각하는 사이, 소감을 마친 큰세진이 자리를 비켜서 스탠드 마이크 앞자리를 내줬다.

내 차례라는 뜻이었다.

나는 천천히 걸어 나와서 마이크 앞에 섰다.

정면의 번쩍이는 물결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발광력, 테스타의 응원봉이다.

‘…다른 시상식보다 압도적으로 많은데.’

아마 VTIC이 불참이라 그런 것 같았다. 나는 그 광경을 확인하며, 마이크에 입을 댔다.

“우선, 저도 감사하다는 말로 소감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수상소감을 말하는 걸 꺼릴 것은 없다만, 그렇다고 나서서 하고 싶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

‘그냥 돌아가면서 하는 거니까 했던 거지.’

하지만 지금 보니… 감사를 표현하는 방법으로는, 괜찮은 수단인 것 같다.

“…테스타는 오랜 기간 한 팀으로 준비한 그룹은 아닙니다. 팀으로서 검증되지 않은 저희가 짧은 준비 기간을 거쳐 그룹으로 데뷔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습니다.”

물론 고민만 한 건 아니고 회사 욕도 했지만, 어쨌든 거짓 없는 진실이었다.

그리고 다음 말도 그랬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계셨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데뷔 준비만이 아니었다.

이번 신인상 논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반전되면, 바로 호응해 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 원초적인 방법도 고를 수 있었다.

좋은 결과물을 내놓기만 하면 그걸 좋아하려고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이상하고 대단한 일이지 않은가.

“믿고 기다려 주셔서, 기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피곤한 여론과 짜증 나는 상황에서도 기대를 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마웠다.

“테스타의 내일을 생각하실 때 걱정보다 설렘을 드릴 수 있는 그룹이 되도록, 앞으로도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약간 오래, 인사를 계속했다.

머리 위로 찬란한 함성이 쏟아졌다. 응원봉의 발광력만큼 박력 넘치는 그 소리가 어쩐지 뜨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등을 두드리는 손들이 느껴졌다.

‘멤버들이겠지.’

좋은 그림일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던 찰나, 약간 당황한 속삭임도 들렸다.

‘무, 문대 괜찮아?’

‘너 울어?’

안 운다.

다른 놈이 진지하게 속삭였다.

‘고개 바로 들기 그런 거면 얼굴 가리고 뒤로 돌아.’

대체 왜 우느라 쪽팔려서 고개를 못 든다고 생각하는 거냐.

‘감동과 감사로 인사가 길어진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 아니냐고.’

나는 한숨을 참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함성만큼 찬란한 응원봉이 수없이 흔들거리며 물결쳤다.

어쩐지 아까보다도 거대해 보이는 게 은하수 같았다.

“…….”

‘큰일 날 뻔했네.’

아무 생각 없이 대가리 들었다간 진짜로 나 혼자 뽕 차서 눈물 짤 뻔했다.

우냐고 오해한 놈들 덕분에 짜게 식어서 중화된 덕분에 도리어 웃긴 꼴을 면했다.

‘식은땀이 다 나네.’

그리고 동시에 몇 달 전, 내가 보자마자 버린 특성이 생각났다.

-편하게 열고 잠그세요!

: 눈물 제어 능력 MAX

약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설마 필요해지는 건 아니겠지.’

버리자마자 필요해진 부동심 꼴이 나는 건 아닐까, 잠시 의심했으나… 곧 내심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걸로 다른 특성을 포기할 순 없지.’

여차하면 좀 쪽팔리고 말면 그만이다.

그리고 뭐,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겠는가? 오늘처럼 복합적인 사정이 겹친 날이나 그런 거지.

‘손이나 흔들자.’

나는 ‘운 줄 알았는데!’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로 옆구리를 찌르려 드는 놈들과 함께 관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고개를 꾸벅였다.

불빛은 여전히 뜨거웠다.

* * *

시상식 시즌이 다 마무리된 뒤, 본격적인 콘서트 준비가 진행되었다.

그중에는 물론 카메라와 함께하는 유닛 무대 준비 과정도 있었다.

“이젠 위튜브까지 나오냐.”

“청우 형이에요!”

차유진의 말대로, 위튜브와 연결된 TV 화면에서는 류청우가 나오고 있었다.

새 날개 그림이 어깨 위로 합성된 류청우는 웃으며 윙크와 함께 검지와 엄지로 살짝 쏘는 동작을 취했다.

류청우가 쾌활한 미남으로 나오는, 굉장히 멀쩡한 광고 장면이었다.

“뭐야!”

“왜 형만 멋있는 거 해요!?”

“……동물이, 아니네?”

마지막 배세진의 질문은 거의 음산하게까지 들렸다.

하지만 류청우는 이것마저도 민망했던지 웃으며 머리를 털 뿐이었다.

“하하, 멋진 건 아니고… 팬분들이 나를 ‘새’랑 많이 비교해 주셔서, 맞추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 같네.”

그러나 멤버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삐약삐약 병아리로 할 수도 있었는데 멋진 거 했잖아.”

“스킵 눌러 드리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습니다.”

“아니, 내가 정한 것도 아니잖아 얘들아!”

류청우는 잠깐 당황했지만, 곧 가벼운 억울함에서 나온 반응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웃으며 상황을 귀엽게 보고 넘겼다.

‘…이미지 동물이 매라서 좋겠군.’

누군 강아지를 밀다가 그 꼴이 됐었는데 말이다.

나는 떠오르는 내 광고 컷을 빠르게 떨쳐내고, 재생되는 영상에 집중했다.

화면에서는 느릿하고 아름다운 샹송이 흐르고 있었다. 바로 김래빈과 류청우가 선택한 유닛 곡이었다.

큰세진이 관성적으로 감탄하며 물었다.

“오, 저 곡 쓰려고?”

“예.”

김래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반짝였다.

“청우 형 음색과 잘 어울리는 멜로디라고 생각합니다. 건반악기 소리만 남기고 리듬을 키치하게 바꾸면 굉장히 감각적인 Inst가 될 겁니다…!”

“그래. 래빈이가 재밌어하는 것 같아서 나도 기대된다.”

류청우가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팀이 대충 어떤 분위기로 진행 중인지 짐작이 갔다.

‘김래빈이 폭주하는 걸 그대로 두는군.’

어차피 유닛 한 무대니까 류청우도 보수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김래빈의 아이디어를 전면 수용해 주는 모양이다.

‘재밌는 그림이 나오겠는데.’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차유진이 신나서 동영상을 검색해 틀었다.

갈색 앨범 커버를 바탕으로 올드 팝송이 흘러나왔다.

‘…굳이 팝송을?’

재미교포인 차유진에게 너무 유리한 선곡이 아닌가 싶었으나, 곧 그럴 리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큰세진은 차유진을 배려하는 구도만 챙긴 뒤 자신이 원하는 곡을 골랐을 것이다.

‘이 판에 저놈이 양보했으면 성을 간다.’

이미 갈린 성이지만 한 번 더 걸어봤다.

큰세진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보일 듯 말 듯이 눈썹을 찡긋거렸다. 아마 저 팝송이 본인이 유도한 곡이 맞는 듯싶었다.

“저 이 곡 좋아요! 완전 기대해요!”

“맞아, 우리 멋진 무대 만들자구~”

“만들어요!”

차유진이 신나서 손을 들자, 큰세진이 신나는 하이파이브로 응답했다.

‘뭐, 둘 다 만족한다니 됐군.’

아직까진 별문제 없어 보였다.

“그, 그럼… 저희가 고른 곡을 재생하겠습니다…!”

“오오~”

마지막은 나와 배세진, 그리고 선아현의 조였다.

선아현이 대본대로 앞으로 나와서 위튜브 화면을 조작했다.

그러자 촌스럽고 느긋한 밴드 반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어?”

약간 당황한 다른 조의 놈들을 보고, 나는 웃으며 설명했다.

“미소 선배님의 입니다.”

80년대 후반에 왕성히 활동했던 여성 솔로 가수의 곡이었다. 적당히 밝고, 적당히 감성적인.

이 곡의 ‘우우우~ 놀라워!’라는 후렴구는 아마 10대나 20대도 예능 등지에서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정도의 인지도를 가졌다.

하지만 딱 그게 전부였다.

아마 최신 콘서트에서 쓸 곡이라기엔 임펙트와 분위기 모두 어울리지 않아 보였겠지.

류청우는 약간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이 곡을 너희 셋이 하게?”

“네.”

나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머지 두 팀원도 약간 상기된 얼굴로 긍정했다.

류청우는 그 면면을 살핀 뒤,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문대가 고른 거지?”

“…? 아뇨. 선아현과 세진 형이 골랐습니다.”

둘이 먼저 후보곡에 올려서 상의 후에 같이 고른 것이다.

“……음. 그렇구나.”

류청우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지만, 걱정을 숨기는 게 느껴졌다.

‘카메라만 없었으면 벌써 정말 이걸로 괜찮겠냐고 물어봤겠군.’

그 기색을 알아차리지 못한 선아현은 그냥 들뜬 얼굴로 중얼거렸다.

“저, 저희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벌써 기대돼요!”

배세진도 말할까 말까 주저하는 표정이었지만, 결국 카메라를 보며 입을 열었다.

“…멋진 무대가 될 것 같으니까, 기대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드물게 적극적인 두 사람의 의견 표명을 보던 류청우의 얼굴이 점점 편안해졌다.

저렇게 좋아하니 자신은 모르겠지만, 이 곡에 무슨 매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류청우는 마지막으로 쓱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확신을 바라는 얼굴로 물었다.

“…문대도 자신 있고?”

“어떤 무대든 무조건 자신 있기는 힘들죠. 최선을 다해서 완성해 보겠습니다.”

“…….”

“저희 모두 힘내죠!”

“힘냅시다!”

“테스타 화이팅!”

류청우는 촬영이 끝나자마자 ‘정말 괜찮겠냐’는 질문을 세 번쯤 했고, 나는 세 번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류청우는 다소 안심한 얼굴로 커피를 내리러 사라졌다.

‘괜히 장난쳤나.’

혼자 광고 러시안룰렛을 피해서 좀 놀려줄 생각이었는데, 원체 책임감 강한 놈이라 예상보다 더 잘 먹혔다.

‘사실 내가 걱정하는 건 다른 부분이긴 한데.’

내 걱정은… 신곡 무대였다.

‘음원이 나오기도 전에 콘서트에서 첫 무대라.’

타이틀 곡과 서브 곡. 관객들에게 생소하며 대중에게 검증되지도 않은 것을 두 곡이나 즐겁게 감상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분위기가 처지지 않도록 끌고 나가는 게 중요했다.

“……흠.”

나는 고민하다가, 짧고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자본을 쏟자.’

다행히 회사가 돈이 많았다.

* * *

테스타가 한창 콘서트와 새 앨범 준비에 매진하고 있을 시점.

드디어 콘서트 날짜가 공지되었다.

========================

: 3월 30일~31일 주말 양일 일정

(공지 이미지)

========================

-미친미친 드디어 콘서트

-으아아악

-헐 대관 뜬 거 맞았구나

-아 제발 내 자리 하나만ㅠㅠ

-데뷔 9개월 만에 콘서트라니 세상에 우리 애들 무슨 일이야

-많은 걸 바라진 않을게 진짜 갈 수만 있다면 좋겠어ㅠㅠ

-벌써 응원봉 들고 팬송 부르는 상상함

이미 팬들은 소속사가 체조경기장을 대관했다는 소식을 알음알음 확인했기 때문에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다.

그리고 기대가 현실로 이뤄지는 순간, 사람들은 기쁨의 비명을 내지르며 즉시 티케팅 준비를 시작했다.

-콘서트 갈 지방 러뷰어는 빨리 숙소부터 잡아 느긋하게 하다간 예약 금방 차고 가격 엄청 오름ㅠㅠ

-애프터파크 서버 시간 어디로 확인해?

-팬클럽 선예매 따로 준비할 거 있을까?

-스탠딩 잡고 싶다 정말 간절하다

하지만 그들이 침착하게 티케팅 준비를 시작하기도 전에, 새 소식이 쏟아져 들어왔다.

-헐 우리 새 앨범 다음 달부터 예약받는다는데? (공지 링크)

└?? 뭐야

└갑자기?

└4월 1일 컴백을 벌써 공지해?

└헐 콘서트 다음 날이네

└콘서트 끝나자마자 컴백? 떡밥 많아서 좋긴 한데… 어…

팬들은 거기서 이미 당황했지만, 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사 떴다… 콘서트에서 신곡 최초 공개한다고 함 (기사 링크)

└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럼 뮤직비디오 나오기도 전에 콘서트에서 첫 무대부터 하는 거임?

└헐 미친 콘서트 못 가면 돌아버릴 듯…

더 있었다.

-테스타 첫 콘서트에서 유닛 무대를 하는데, 무대 제작기를 위튜브에 리얼리티 컨텐츠로 공개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링크)

└예?

└잠깐 갑자기 너무 많은 일잌ㅋㅋㅋㅋ

└유닛 무대를 하는데 리얼리티도 만들어준다고?

└너무 좋아서 의심이 멈추질 않는다 티원이 일할 리가 없는데…?

팬들은 정신없이 소식들을 소화하려 안간힘을 쓰면서도,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히 굳히고 있었다.

‘콘서트 경쟁률 미치게 높겠구나!’

그리고 이 혼란과 긴장의 소용돌이 속에서. 테스타는 SNS글을 하나 올린다.

========================

========================

도전장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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