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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126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26화
‘…댄스 중심으로 각 잡고 해보겠다는 거군.’
일단, 발상은 알겠다.
이번 콘서트 유닛 무대는 위튜브 자체 컨텐츠로 홍보가 들어가고 공개 영상까지 뜰 예정이니, 팬들의 주목은 확실했다.
여기서 정말 차유진보다 잘한다? 아마 다시는 포지션 관련 뒷말은 안 나올 것이다.
근데 그게 가능하냐는 말이다.
“…차라리 이번 앨범에서 네가 댄스 브레이크를 받으면?”
“하하. 내가 어지간히 잘해도… 아현이나 유진이가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말이 나오겠지?”
큰세진이 곧바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제법 오래 이 상황을 곱씹어본 모양이었다.
‘…그래도 차유진이랑 진검승부는 좀.’
큰세진의 능력치가 별로라는 뜻은 아니었다.
‘…상태창.’
나는 오랜만에 큰세진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이세진]
가창 : C+ (B+)
춤 : A (S)
외모 : A- (A+)
끼 : A- (A+)
특성 : 정숙하세요(B)
!상태이상 :
상태창은 대단히 준수했다. 이번 시상식 시즌에 ‘끼’ 항목이 A 등급에 진입하면서 성장이 더 눈에 띄었다.
‘어디 내놔도 튈 능력치지.’
…문제는 종합적으로 차유진 능력치에서 약간 하위호환이라는 점이다.
동급인 가창을 제외한 모든 스탯이 차유진보다 약간 아래였다.
차라리 한두 개쯤 등급이 벌어져도 뭐 하나 더 높은 항목이 있으면 낫겠는데, 이건… 애매했다.
‘어지간해선 차유진한테 잡아먹힌다.’
그놈은 이제 끼가 S-였다. 거기에 미친 개사기 특성인 블랙홀까지 달고 있다고.
게다가 남에게 시너지 효과를 주는 타입도 아니었다. 그냥 자기 혼자만 미친 듯이 눈에 띄는 놈이다.
솔직히 완전히 포지션이 다른 나도 차유진이랑 단둘이 하는 무대는 썩 내키지 않았다.
‘…박곰머 저 새끼 아직도 뚝딱거린단 소리 듣긴 딱 좋지.’
포인트 다 처박아서 춤 스탯 올려놓은 보람이 싹 사라지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군.
나는 한숨을 참으며 큰세진을 쳐다봤다.
“…다 거르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래.”
“너든, 선아현이든, 아니, 누굴 붙여놔도 일대일이면 차유진보다 눈에 띄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데.”
“…….”
“아마 너도 생각은 했을 거야.”
차라리 3번에 와서 어떻게든 본인이 주목받을 만한 파트를 뽑아내는 게 나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차유진을 골랐다는 건… 자기 증명에 대한 욕심과 공포가 어지간히 큰 모양이었다.
큰세진은 바닥을 보고 허탈하게 물었다.
“…영 불가능할 것 같냐?”
“내 생각에는… 차유진을 이기겠다는 것 말고,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그나마 가장 가능성 있어 보이는 상황이 있긴 했다.
“그냥, 무대 자체를 잘 뽑아. 너랑 차유진이랑 누가 더 잘하는지 각 잡고 비교할 마음 자체가 안 들게.”
‘저 댄스 유닛 무대 진짜 좋다’ 같은 이야기만 미친 듯이 튀어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그 상태에 네 파트에서 밀리지 않으면, 댄스 포지션 인상은 확실하겠지.”
어려운 일이겠지만, 듀오 무대에서 차유진 이기는 것보다는 할 만할 것이다.
“차유진이 무대에서 협조하게 만들어야 돼.”
“……그래.”
큰세진은 제법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깍지 낀 양손은 얼마나 힘을 준 건지 허옇다.
‘…손까지 떠는데.’
이놈이 이렇게까지 긴장하고 신경 쓰는 건 파이널 직전에도 못 본 모습이었다.
‘거의 학폭 루머 터졌을 때 수준이잖아.’
좀 과하지 않나.
“너 무슨 다른 일도 있냐?”
“뭐라고?”
“지금 말 나오는 게 팬들 전반적인 여론도 아니야. 그냥 물 밑에서 좀 떠드는 거지. 너도 알 텐데, 과하게 초조해하는 것 같아서.”
“…….”
큰세진은 한참 말이 없었다.
그리고 허탈하게 웃었다.
“이런 것까지 말하게 되나…… 야, 내가 예전에 데뷔조에서 빠진 게 뭐 때문인 줄 알아? 포지션이 애매해서야.”
“……!”
“하필 딱 출범 직전에, 부모님 두 분이 전부 배우인 애가 새로 들어왔거든? 인지도가 있어서 팀에 넣어야겠는데… 윗분이 꼭 7명으로 내겠다는 거야. 어쩌겠어? 한 명 잘리는 거지.”
“……”
“그런데 팀에 나보다 춤 잘 추는 놈, 어린 놈, 잘생긴 놈, 노래 잘하는 놈, 랩 하는 놈이 하나씩 있었거든. 리더는 리더라서 못 빼고, 결국 애매한 내가 적임자였다 이 말이야.”
큰세진은 허벅지를 손으로 탁탁 내려쳤다.
“그래서 잘린 거지. 뭐, 별수 있나…… 아무튼, 그래서 손 놓곤 못 있겠다는 말이야. 이러다 말 커져서 내가 빠져도 안 아쉬운 분위기 되면 너무… 웃기잖아. 재계약 때 나만 딜이 별로거나… 하, 별말을 다 하네 진짜…….”
큰세진은 혀를 차며 고개를 숙였다. 평소 상태였다면 말할 리 없는 것까지 떠든 모양이었다.
‘…이건 진짜 술 들어가야 할 이야긴데.’
맨정신에 들으려니 나도 좀 아찔했다.
‘아무튼, 상황은 이해했다.’
처음 데뷔 직전에 팀에서 빠졌던 게 상당히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아마 에서 내내 ‘리더’나 ‘메인 댄서’ 포지션에 신경 썼던 것도 방송 분량 챙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겠구나 싶다.
‘근데 뭐라고 반응해야 하냐.’
나도 너무 많이 들어버려서 좀 당황했다.
이런 과거사 이야기에 뭐 해결책을 제시할 건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내가 위로에 썩 재능이 넘치는 것도 아니고.
…별수 없었다. 그냥 하던 대로 긍정적인 팩트나 나열하자.
나는 한숨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일단… 포지션, 뭐 그런 걸 떠나서… 그냥 팀에 네가 필요하긴 해.”
“뭐, 예능용으로?”
“아니, 구설수 자르는 용으로.”
“……!”
슬프지만 진실이었다.
“알겠지만, 우리 팀의 절반은 눈치가 없고, 절반 이상은 마음이 여리지. 생각해 봐라, 너 없었으면 과연 이 팀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지.”
“…….”
데뷔 전 한 달 러쉬부터 최근 오닉스 사태까지 돌아보는 듯, 큰세진은 잠시 말이 없어졌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의견은 너 혼자 거의 다 냈잖아. 큰 변화는 없었을걸.”
“음, 그거 말인데, 사실 널 좀 믿고 질렀다.”
“뭐?”
“아니… 일단 쓸 만한 의견이면 네가 무조건 분위기 몰아줄 줄 알았거든.”
“…….”
좀 머쓱했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리더는 청우 형이긴 하지. 근데 가장 팀플레이에 적합한 사람을 고르라면 너라고 생각한다. 무대든, 방송이든, 팀 내부든, 외부든… 모든 상황에서 다 제 몫 하는 사람은 정말 드무니까.”
말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육각형 밸런스가 좋은 멤버도 아이돌 그룹에 꼭 필요한 포지션이잖아. 뭐… 그렇다고.”
“…….”
내 말을 끝까지 들은 큰세진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설마 우냐.’
안 울었으면 좋겠다. 정말 분위기 이상해질 테니까.
그리고 잠시 뒤, 큰세진을 정말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울음이 아니라 웃음을.
“으하하! 너 지금 오글거려서 죽을 것 같지!”
“……웃어?”
“큽, 야, 너라면 이 상황에 안 웃겠냐?! 박문대 같은 놈이 위로 좀 해보겠다고 별소리를 다 하는데!”
이 새끼가 기껏 칭찬을 해줘도 지랄이야.
목베개로 후려갈기기 전에 큰세진은 웃음을 멈췄다.
“하하하, 진짜……. 후, 아무튼 알겠어. 웃긴데 좀… 마음에 위로가 되네. 야 대단한데?”
큰세진은 싱글벙글거리더니, 또 갑자기 자신의 팔짱을 끼며 일부러 과장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근데 세진이가 이렇게 대단한 아이돌인 걸 팬들이 모르면 아무 소용 없는 거 아닐까? 청우 형 리더 자리라도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농담인 척 진심 말하지 말아라 새끼야.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
“이미 대부분은 다 알걸. 넌 네가 본 의견이 다른 팬들한테까지 번질까 봐 걱정하지만… 사실 난 반대로 장기전으로 갈수록 네가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래?”
“어. 약점이 없는 건 연차가 쌓일수록 더 잘 드러나니까.”
실제 데이터 시장에서 확인한 경향성이기도 했다.
한 멤버씩 돌아가면서 수요가 떡락하는 시기가 찾아올 때, 유독 방어가 잘 되는 타입이 그런 쪽이더라고.
큰세진은 이 말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서 무대 잘해볼게~”
그래도 저건 진심인 것 같았다.
어쨌든 자기 마음에서 결론이 난 것 같으니, 특성 효과는 받을 것 같았다.
[정숙하세요(B)]
: 토 달지 맙시다!
-추진력 +100%
명칭만 봤을 때는 큰세진 성향상 여론 관련 특성이 아닐까 했는데, 까보니 저래서 약간 놀랐었다.
‘뭐, 저것도 어울리긴 하지.’
아마 토 달지 말라는 건 본인과 주변 모두를 가리키는 게 아닌가 싶다.
이번 유닛 무대 준비하면서 차유진한테도 비슷한 스텐스겠지.
‘…살살 어르고 달래서 원하는 요소만 싹싹 뽑아 먹겠군.’
과연 어디까지 통할지 궁금했다.
“그럼 난 이만 올라간다. 정리되면 올라와.”
“자기가 다 정리해 놓고 뭐래. 야, 같이 올라가자!”
“…….”
큰세진은 앞으로 기지개를 켜며 차에서 나갈 준비를 했다.
그 손을 보고 있자니, 문득 카드를 조작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카드는 어떻게 표시했냐?”
“어?”
“그 유닛 정하는 카드. 조작했던 거.”
“아~ 헐? 잠깐.”
큰세진이 킬킬 웃었다.
“야, 나 조작은 안 했어!”
“…!”
“카드 만지다가 뒷면에 스크레치 모양을 기억해 버린 걸 어떡하냐~ 내가 머리가 좋아서… 아이고, 내 머리가 잘못했네!”
“…….”
조작까지 간 건 아니라니 다행이긴 한데… 어쩐지 열 받는군.
차 밖으로 나와 대기실로 걸어가면서도, 큰세진은 몇 번 더 키득거렸다.
그리고 대기실 앞에서 약간 진지하게 말했다.
“아무튼… 그럼 더 고맙네. 조작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사정 들어보려고 했다는 거 아냐.”
“…콘서트 잘 끝나면 소 사든지.”
큰세진이 빵 터졌다.
“그래. 그러면 그냥 소가 뭐냐? 한우 살게.”
“그래라.”
“…너도 고민 있으면 말하고.”
“…….”
내 고민이라.?
나는 잠시 이놈들에게 내 사정을 설명하는 것을 떠올려보았다.
…음, 그날부로 활동 중단당하고 정신과 상담 예약을 잡아야 할 것 같군.
역시 이건 그냥 없는 셈 쳐야겠다.
“어. 생기면.”
“오~ 아직은 없다는 자신감!”
큰세진은 웃으며 대기실로 들어갔다.
매니저는 그새 상황을 파악했는지, 컨디션이 돌아온 큰세진을 확인하고 나에게 작게 엄지를 치켜들어 보였다.
‘큰세진한테도 다 보이겠는데요.’
어쨌든, 이후 대기시간은 별일 없이 평화로웠다. 김래빈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자이롭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테스타는 이날 4분기 앨범 본상과 신인상을 챙겼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가 지난주에 데뷔 200일을 맞이했었는데….”
마이크를 잡고 청산유수처럼 말하는 큰세진의 다음 차례를 기다리다가, 나는 드디어 기다리던 소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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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26화

‘…댄스 중심으로 각 잡고 해보겠다는 거군.’

일단, 발상은 알겠다.

이번 콘서트 유닛 무대는 위튜브 자체 컨텐츠로 홍보가 들어가고 공개 영상까지 뜰 예정이니, 팬들의 주목은 확실했다.

여기서 정말 차유진보다 잘한다? 아마 다시는 포지션 관련 뒷말은 안 나올 것이다.

근데 그게 가능하냐는 말이다.

“…차라리 이번 앨범에서 네가 댄스 브레이크를 받으면?”

“하하. 내가 어지간히 잘해도… 아현이나 유진이가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말이 나오겠지?”

큰세진이 곧바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제법 오래 이 상황을 곱씹어본 모양이었다.

‘…그래도 차유진이랑 진검승부는 좀.’

큰세진의 능력치가 별로라는 뜻은 아니었다.

‘…상태창.’

나는 오랜만에 큰세진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가창 : C+ (B+)

춤 : A (S)

외모 : A- (A+)

끼 : A- (A+)

특성 : 정숙하세요(B)

!상태이상 :

상태창은 대단히 준수했다. 이번 시상식 시즌에 ‘끼’ 항목이 A 등급에 진입하면서 성장이 더 눈에 띄었다.

‘어디 내놔도 튈 능력치지.’

…문제는 종합적으로 차유진 능력치에서 약간 하위호환이라는 점이다.

동급인 가창을 제외한 모든 스탯이 차유진보다 약간 아래였다.

차라리 한두 개쯤 등급이 벌어져도 뭐 하나 더 높은 항목이 있으면 낫겠는데, 이건… 애매했다.

‘어지간해선 차유진한테 잡아먹힌다.’

그놈은 이제 끼가 S-였다. 거기에 미친 개사기 특성인 블랙홀까지 달고 있다고.

게다가 남에게 시너지 효과를 주는 타입도 아니었다. 그냥 자기 혼자만 미친 듯이 눈에 띄는 놈이다.

솔직히 완전히 포지션이 다른 나도 차유진이랑 단둘이 하는 무대는 썩 내키지 않았다.

‘…박곰머 저 새끼 아직도 뚝딱거린단 소리 듣긴 딱 좋지.’

포인트 다 처박아서 춤 스탯 올려놓은 보람이 싹 사라지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군.

나는 한숨을 참으며 큰세진을 쳐다봤다.

“…다 거르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래.”

“너든, 선아현이든, 아니, 누굴 붙여놔도 일대일이면 차유진보다 눈에 띄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데.”

“…….”

“아마 너도 생각은 했을 거야.”

차라리 3번에 와서 어떻게든 본인이 주목받을 만한 파트를 뽑아내는 게 나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차유진을 골랐다는 건… 자기 증명에 대한 욕심과 공포가 어지간히 큰 모양이었다.

큰세진은 바닥을 보고 허탈하게 물었다.

“…영 불가능할 것 같냐?”

“내 생각에는… 차유진을 이기겠다는 것 말고,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그나마 가장 가능성 있어 보이는 상황이 있긴 했다.

“그냥, 무대 자체를 잘 뽑아. 너랑 차유진이랑 누가 더 잘하는지 각 잡고 비교할 마음 자체가 안 들게.”

‘저 댄스 유닛 무대 진짜 좋다’ 같은 이야기만 미친 듯이 튀어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그 상태에 네 파트에서 밀리지 않으면, 댄스 포지션 인상은 확실하겠지.”

어려운 일이겠지만, 듀오 무대에서 차유진 이기는 것보다는 할 만할 것이다.

“차유진이 무대에서 협조하게 만들어야 돼.”

“……그래.”

큰세진은 제법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깍지 낀 양손은 얼마나 힘을 준 건지 허옇다.

‘…손까지 떠는데.’

이놈이 이렇게까지 긴장하고 신경 쓰는 건 파이널 직전에도 못 본 모습이었다.

‘거의 학폭 루머 터졌을 때 수준이잖아.’

좀 과하지 않나.

“너 무슨 다른 일도 있냐?”

“뭐라고?”

“지금 말 나오는 게 팬들 전반적인 여론도 아니야. 그냥 물 밑에서 좀 떠드는 거지. 너도 알 텐데, 과하게 초조해하는 것 같아서.”

“…….”

큰세진은 한참 말이 없었다.

그리고 허탈하게 웃었다.

“이런 것까지 말하게 되나…… 야, 내가 예전에 데뷔조에서 빠진 게 뭐 때문인 줄 알아? 포지션이 애매해서야.”

“……!”

“하필 딱 출범 직전에, 부모님 두 분이 전부 배우인 애가 새로 들어왔거든? 인지도가 있어서 팀에 넣어야겠는데… 윗분이 꼭 7명으로 내겠다는 거야. 어쩌겠어? 한 명 잘리는 거지.”

“……”

“그런데 팀에 나보다 춤 잘 추는 놈, 어린 놈, 잘생긴 놈, 노래 잘하는 놈, 랩 하는 놈이 하나씩 있었거든. 리더는 리더라서 못 빼고, 결국 애매한 내가 적임자였다 이 말이야.”

큰세진은 허벅지를 손으로 탁탁 내려쳤다.

“그래서 잘린 거지. 뭐, 별수 있나…… 아무튼, 그래서 손 놓곤 못 있겠다는 말이야. 이러다 말 커져서 내가 빠져도 안 아쉬운 분위기 되면 너무… 웃기잖아. 재계약 때 나만 딜이 별로거나… 하, 별말을 다 하네 진짜…….”

큰세진은 혀를 차며 고개를 숙였다. 평소 상태였다면 말할 리 없는 것까지 떠든 모양이었다.

‘…이건 진짜 술 들어가야 할 이야긴데.’

맨정신에 들으려니 나도 좀 아찔했다.

‘아무튼, 상황은 이해했다.’

처음 데뷔 직전에 팀에서 빠졌던 게 상당히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아마 에서 내내 ‘리더’나 ‘메인 댄서’ 포지션에 신경 썼던 것도 방송 분량 챙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겠구나 싶다.

‘근데 뭐라고 반응해야 하냐.’

나도 너무 많이 들어버려서 좀 당황했다.

이런 과거사 이야기에 뭐 해결책을 제시할 건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내가 위로에 썩 재능이 넘치는 것도 아니고.

…별수 없었다. 그냥 하던 대로 긍정적인 팩트나 나열하자.

나는 한숨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일단… 포지션, 뭐 그런 걸 떠나서… 그냥 팀에 네가 필요하긴 해.”

“뭐, 예능용으로?”

“아니, 구설수 자르는 용으로.”

“……!”

슬프지만 진실이었다.

“알겠지만, 우리 팀의 절반은 눈치가 없고, 절반 이상은 마음이 여리지. 생각해 봐라, 너 없었으면 과연 이 팀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지.”

“…….”

데뷔 전 한 달 러쉬부터 최근 오닉스 사태까지 돌아보는 듯, 큰세진은 잠시 말이 없어졌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의견은 너 혼자 거의 다 냈잖아. 큰 변화는 없었을걸.”

“음, 그거 말인데, 사실 널 좀 믿고 질렀다.”

“뭐?”

“아니… 일단 쓸 만한 의견이면 네가 무조건 분위기 몰아줄 줄 알았거든.”

“…….”

좀 머쓱했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리더는 청우 형이긴 하지. 근데 가장 팀플레이에 적합한 사람을 고르라면 너라고 생각한다. 무대든, 방송이든, 팀 내부든, 외부든… 모든 상황에서 다 제 몫 하는 사람은 정말 드무니까.”

말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육각형 밸런스가 좋은 멤버도 아이돌 그룹에 꼭 필요한 포지션이잖아. 뭐… 그렇다고.”

“…….”

내 말을 끝까지 들은 큰세진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설마 우냐.’

안 울었으면 좋겠다. 정말 분위기 이상해질 테니까.

그리고 잠시 뒤, 큰세진을 정말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울음이 아니라 웃음을.

“으하하! 너 지금 오글거려서 죽을 것 같지!”

“……웃어?”

“큽, 야, 너라면 이 상황에 안 웃겠냐?! 박문대 같은 놈이 위로 좀 해보겠다고 별소리를 다 하는데!”

이 새끼가 기껏 칭찬을 해줘도 지랄이야.

목베개로 후려갈기기 전에 큰세진은 웃음을 멈췄다.

“하하하, 진짜……. 후, 아무튼 알겠어. 웃긴데 좀… 마음에 위로가 되네. 야 대단한데?”

큰세진은 싱글벙글거리더니, 또 갑자기 자신의 팔짱을 끼며 일부러 과장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근데 세진이가 이렇게 대단한 아이돌인 걸 팬들이 모르면 아무 소용 없는 거 아닐까? 청우 형 리더 자리라도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농담인 척 진심 말하지 말아라 새끼야.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

“이미 대부분은 다 알걸. 넌 네가 본 의견이 다른 팬들한테까지 번질까 봐 걱정하지만… 사실 난 반대로 장기전으로 갈수록 네가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래?”

“어. 약점이 없는 건 연차가 쌓일수록 더 잘 드러나니까.”

실제 데이터 시장에서 확인한 경향성이기도 했다.

한 멤버씩 돌아가면서 수요가 떡락하는 시기가 찾아올 때, 유독 방어가 잘 되는 타입이 그런 쪽이더라고.

큰세진은 이 말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서 무대 잘해볼게~”

그래도 저건 진심인 것 같았다.

어쨌든 자기 마음에서 결론이 난 것 같으니, 특성 효과는 받을 것 같았다.

: 토 달지 맙시다!

-추진력 +100%

명칭만 봤을 때는 큰세진 성향상 여론 관련 특성이 아닐까 했는데, 까보니 저래서 약간 놀랐었다.

‘뭐, 저것도 어울리긴 하지.’

아마 토 달지 말라는 건 본인과 주변 모두를 가리키는 게 아닌가 싶다.

이번 유닛 무대 준비하면서 차유진한테도 비슷한 스텐스겠지.

‘…살살 어르고 달래서 원하는 요소만 싹싹 뽑아 먹겠군.’

과연 어디까지 통할지 궁금했다.

“그럼 난 이만 올라간다. 정리되면 올라와.”

“자기가 다 정리해 놓고 뭐래. 야, 같이 올라가자!”

“…….”

큰세진은 앞으로 기지개를 켜며 차에서 나갈 준비를 했다.

그 손을 보고 있자니, 문득 카드를 조작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카드는 어떻게 표시했냐?”

“어?”

“그 유닛 정하는 카드. 조작했던 거.”

“아~ 헐? 잠깐.”

큰세진이 킬킬 웃었다.

“야, 나 조작은 안 했어!”

“…!”

“카드 만지다가 뒷면에 스크레치 모양을 기억해 버린 걸 어떡하냐~ 내가 머리가 좋아서… 아이고, 내 머리가 잘못했네!”

“…….”

조작까지 간 건 아니라니 다행이긴 한데… 어쩐지 열 받는군.

차 밖으로 나와 대기실로 걸어가면서도, 큰세진은 몇 번 더 키득거렸다.

그리고 대기실 앞에서 약간 진지하게 말했다.

“아무튼… 그럼 더 고맙네. 조작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사정 들어보려고 했다는 거 아냐.”

“…콘서트 잘 끝나면 소 사든지.”

큰세진이 빵 터졌다.

“그래. 그러면 그냥 소가 뭐냐? 한우 살게.”

“그래라.”

“…너도 고민 있으면 말하고.”

“…….”

내 고민이라.?

나는 잠시 이놈들에게 내 사정을 설명하는 것을 떠올려보았다.

…음, 그날부로 활동 중단당하고 정신과 상담 예약을 잡아야 할 것 같군.

역시 이건 그냥 없는 셈 쳐야겠다.

“어. 생기면.”

“오~ 아직은 없다는 자신감!”

큰세진은 웃으며 대기실로 들어갔다.

매니저는 그새 상황을 파악했는지, 컨디션이 돌아온 큰세진을 확인하고 나에게 작게 엄지를 치켜들어 보였다.

‘큰세진한테도 다 보이겠는데요.’

어쨌든, 이후 대기시간은 별일 없이 평화로웠다. 김래빈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자이롭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테스타는 이날 4분기 앨범 본상과 신인상을 챙겼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가 지난주에 데뷔 200일을 맞이했었는데….”

마이크를 잡고 청산유수처럼 말하는 큰세진의 다음 차례를 기다리다가, 나는 드디어 기다리던 소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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