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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123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23화
선아현이 말을 더듬지 않았다.
“…앞으로도 지금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활동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하고, 언제나 노력하겠습니다.”
느리고, 호흡을 들이키며 쉬는 구간이 많았다. 군데군데 발음을 끌다가 문장을 잇는 경우도 들렸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더듬진 않았다.
“……그리고, 응원해 주시는 러뷰어님들,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러뷰어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마지막 문장까지 무사히 마친 선아현의 뒤로 멤버들이 우르르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그럴 것도 없었다.
팬석은 이미 충격과 감격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었다.
아아아악!
잘했어!! 잘했어!
어떡해!! 으아아아아!!
심지어 영상으로 보던 사람들에게도 테스타의 마이크까지 울리는 관객석의 소리가 들렸다.
-엌ㅋㅋㅋㅋ팬들 소리 너무 잘 들렼ㅋㅋㅋㅋ
-선아현 팬들 숨 넘어가겠다
-ㅋㅋㅋ이건 비밀인데 사실 나도 좀 감동받음
└나돜ㅋㅋㅋㅋㅠㅠㅠ
└ㅋㅋㅋㅋ이게 바로 주주 후유증인가
-선아현 잘됐네ㅠㅠ
-쉬운 일 아니었을 텐데 대단
-암튼 테스타 ㅊㅋㅊㅋ 받을만했지
그렇게 테스타는 자기 증명 속에서 수상을 마쳤다.
작년 말에 사람들이 예상했던 조롱과 비난은 그림자도 없었다.
* * *
수상을 마치고 가수석으로 복귀하며, 팀원들이 선아현에게 한마디씩 칭찬을 던졌다.
“아현아 목표 달성 축하한다!”
“축하합니다!”
선아현의 얼굴이 벌게졌다.
“고, 고맙습니다…….”
흠, 축하받을 만했다. 저놈이 꽤 길게 고생했기 때문이다.
‘대충… 한 달 반쯤 연습했나.’
선아현이 말더듬 증상 치료를 시작한 건 연말 무대 연습 때문에 더럽게 바빴던 그 타이밍이었다.
시작 단계다 보니 목적의식을 위해 어렵지 않은 단기 목표를 하나 잡게 했다는데, 선아현이 잡은 게 바로 이거였다.
수상소감 자리에서 더듬지 않고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
덕분에 숙소와 연습실, 차 안에서 종일 저 짧은 소감문을 잡고 중얼거리는 선아현을 매번 봤다.
‘…일주일 만에 매니저까지 소감문을 다 외웠지.’
그리고 모두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선아현의 중얼거림을 반쯤 수면용 ASMR처럼 취급하게 됐다.
아무튼, 과하게 조급해하지 않고 긴 기간 잘 연습해서 성공했다는 건 확실히 인상적인 일이다.
‘일단 한번 성공하면 계속하게 된다는 점도 있고.’
그렇게 선아현의 상태이상 재발생 가능성이 멀어진다면 그룹에도 좋은 일이다.
나도 칭찬을 얹었다.
“혹시 연습한 대로 안 나와도 괜찮다고 했었지.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었더라. 잘하던데.”
“…! 그, 그 정도는 아니고…… 너무 숨을 많이 쉰 부분도 있고, 다, 다음에는 진짜로 잘할게……!”
“…….”
아니… 그냥 잘했다니까. 뭘 저렇게 변명처럼 대답하냐.
하지만 뭘 정정하기도 전에 선아현이 먼저 선수를 쳤다.
“사, 상담해 보라고… 말해줘서, 고마워.”
흠, 이건 좀 감사받아도 될 건이긴 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말씀을.”
“오, 훈훈해~”
“우리 팀 분위기 정말 좋다.”
논란도 사라졌고 신인상도 잘 탔겠다, 근심 걱정이 싹 사라진 놈들은 허허 웃으며 기분 좋게 가수석으로 향했다.
하지만 내 기분은 가수석으로 복귀할수록 더러워지고 있었다.
테스타의 좌석 위치가 VTIC 바로 옆이었기 때문이다.
‘왜 하필 신인을 이 옆에 붙이냐.’
덕분에 이동할 때마다 VTIC한테 대가리 박아서 인사를 해야 했는데, 뭐 그것까지는 괜찮았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문제는 인사할 때마다 청려가 실실 쪼개면서 봤다는 점이다.
‘X발.’
누가 보면 그냥 흐뭇해서 웃는 줄 알 것이다.
저 새끼가 신인상 논란에 불 질러놨던 SNS 글 수습을 꽤 잘해놨기 때문이다.
연말 프로그램에 나올 때마다 똑같이 SNS에 사진을 대량 업로드하면서, 그 사이사이 무작위 출연진을 오닉스와 비슷한 문구를 붙여서 추가한 것이다.
말하자면, 물타기였다.
덕분에 팬들의 적극적인 해명 글로 다들 오닉스 건은 우연의 일치였거니 하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됐다.
…‘박문대하고 친분 있는 것 같았는데 이상하긴 했어~’라는 반응이 제일 빡쳤다는 점만… 말해두겠다.
“…….”
인사가 끝난 뒤, 나는 일부러 천천히 들어가서 VTIC과 최대한 떨어진 쪽 의자에 앉았다.
별 의미는 없고, 그냥 기분이나 덜 나빠 보려고 하는 짓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1부가 끝나고 몇 분간의 광고 타임에 들어갔다.
그리고 광고가 전광판에도 떴다.
[마법소년 테스타의 마법 같은 인공지능 비서!]
“으아아악!”
“와 제발…….”
흑역사(현재진행형) 공개 인증에 멤버들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탁자에 머리를 박았다. 공포의 러시안룰렛이 돌아갔다.
[뀨! 큐리어스!]
이번 희생자는 배세진이었다.
햄스터 귀 그림 CG가 올라간 배세진의 연기는 자연스러웠으나, 본체는 완전히 맛이 갔다.
“…화장, 화장실 좀.”
배세진은 얼굴이 벌겋게 변한 채로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황급히 달려갔다.
그리고 멤버들은 동정과 폭소를 동시에 해냈다.
“으하하하하!!”
“세진아 괜찮, 푸흐흡!”
박수 치는 놈부터 무릎에 머리 끼우는 놈까지 별 반응이 다 나왔다.
‘나만 아니면 된다 이거군.’
맞는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병을 땄다.
입에 물병 주둥이를 꽂아 넣는 순간, 배세진의 자리에 누군가 앉았다.
그리고 물었다.
“저거 멤버별로 하나씩 있죠? 재밌네.”
“푸흑.”
코로 나올 뻔했다.
‘X발.’
청려였다.
웃던 멤버들이 놀라서 고개를 꾸벅거렸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 잠시만 문대랑 이야기만 좀 하고 갈게요.”
“넵!”
거북한 티라도 좀 내줘라 새끼들아.
하지만 배세진이 없어서 딱히 그럴 놈이 없었다. 젠장.
그나마 큰세진은 청려의 SNS 업로드 사건을 고의라고 거의 확신하는 것 같았다만, 지금은 웃으며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이게 맞았다.
‘깔린 게 가수석 직캠이다.’
관중석에서 누군가가 분명히 이 광경을 찍고 있을 것이다.
VTIC이든 테스타 멤버든, 분명 적어도 스무 개 이상의 카메라에 현 상황이 잡히겠지.
‘침착하자.’
어차피 여기서 대화해 봤자 워낙 시끄러워서 소리는 안 퍼진다. 아마 일부러 목청 크게 말하지 않는 이상 멤버들에게도 안 들릴 것이다.
“하실 이야기라는 게?”
“지난번 통화할 때 말했을 텐데… 기억 안 나요?”
아, 그 자기 SNS 업로드가 나쁜 의도가 아니고 어쩌고 하던 그거군.
한마디로 ‘내가 널 X 되게 만들려던 게 아니야.’를 길게 설명해 주고 싶다는 뜻이다.?
이렇게 된 이상 대충 들어주고 ‘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하고 끝내고 싶다만, 문제가 있다.
“…그걸 광고 타임 안에 다 설명하시겠다고요.”
“아 충분하죠. 들어봐요.”
청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타이밍에서 한번 죽는 게 가장 편하거든.”
“……!”
“잘 생각해 봤는데, 내가 처음에 제일 힘들었던 게 그거였어. 다시 시작하는 데에 거부감이 있던 거야.”
청려가 탁자를 툭툭 쳤다.
“근데 한번 해보면 별거 아니었던 걸 바로 깨닫거든요? 그럼 그다음부턴 훨씬 일이 쉽지.”
“…….”
상상 이상으로 제정신이 아닌 이유가 튀어나왔다.
‘와 이거 장난 아닌데.’
나는 의식적으로 물병을 들어서 꿀꺽꿀꺽 물을 삼켰다.
손바닥에 땀이 났다.
“후배님도 이번에 아쉬운 점이 분명 있었죠? 돌아가서 한번 고쳐봐요. 그럼 부담감이 사라지고… 대신 성취감이 있어.”
“잠깐.”
물병을 내려놨다.
“그럼 일단 제가 신인상에 실패해서 죽게 만들려던 건 맞군요.”
“내가 그랬다고 신인상을 못 받나? 그건 아니고… 그냥 좀 귀찮게 만든 거죠.”
청려가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여론도 안 좋고, 상황이 짜증 나니까 다시 해보고 싶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제 죽음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서 수월한 진행을 도우려고 하셨다?”
“네.”
“음, 거짓말 마시고.”
“…뭐?”
“제 진행이 수월해지든 말든 선배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굳이 그럴 이유가 없잖습니까.”
“…!”
내가 이놈이랑 뭐 대단히 호의적인 사이라고, 이런 놈이 아무 콩고물도 없이 이타적인 의도로 움직였을 리가 없다.
대충 듣고 넘길 생각이었는데, 이쯤 되니 대체 무슨 개소리가 나올지 예측이 안 돼서 한번 끊어봤다.
청려는 약간 머쓱한 얼굴이 되었다.
“음, 물론 제 입장도 좀 고려한 선택이긴 했는데요.”
“…….”
“이게 후배님에게 영향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좀 궁금해서.”
청려가 목을 살짝 꺾었다.
“혹시 너 죽으면 나도 재시작하는지 알고 싶잖아.”
“……!”
“그렇지. 꼭 내가 돌아갔던 첫 시점 아니어도 괜찮고……. 너 돌아간 지점 정도도 괜찮지. 올해 상반기에 고치고 싶은 점이 몇 가지 있거든.”
이 새끼는 완전히 돌았다.
진정한 의미의 리셋 증후군이었다.
“아, 물론 계속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건 아니고…… 하지만 미리 확인해 두면 확실하고 좋잖아요. 아닌가?”
“잠깐.”
이거 잘못하면 VTIC 스캔들 나는 날 이 새끼가 날 암매장해 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미치겠네.’
…이건 굳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차라리 말하는 편이 리스크가 덜 할 것 같다.
일단… 아직 논리는 통하는 놈 같으니, 논리부터 쓰자.
“…우선, 저는 실패하면 그냥 끝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음?”
“느낌이 그렇습니다. 그냥 죽고 끝일 것 같습니다.”
상태창을 말할 수 없으니 느낌이라고 뭉개긴 했지만, 사실이었다.
‘내 상태이상에는 ‘죽음’이라고만 명시되어 있다.’
청려 저놈의 상태이상처럼 ‘돌아간다’는 표현 자체가 없던 것이다.
‘아마 이번 한 번으로 끝일 거야.’
혹시 돌아갈 수 있더라도, 모험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진짜 죽고 끝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가짐에 좋았다.
하지만 청려는 실소했다.
“아, 그거 처음에는 그래요. 근데 아닐 텐데?”
“…….”
“겁먹지 말고 해보라니까.”
이 개새끼가 진짜.
나는 열이 뻗친 채로 대답했다.
“아뇨. 애초에 전 다시 시작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서 끝을 보고 싶은데요. 지금 멤버들이 좋고, 팬들이 좋아요. 바꾸고 싶은 건 없습니다.”
“…….”
청려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표정 없이 허공을 보았다.
‘…너무 나갔나?’
갑자기 어디서 오함마 꺼내와서 내 뚝배기를 깨려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청려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랬던 것 같은데.”
“…….”
“음, 알겠어요. 뭐, 그렇다면야.”
이게 통했다고?
갑자기 긴장이 쭉 풀릴 뻔했으나 참았다. 이러고 또 뒤통수칠지도 모를 놈이다.
하지만 청려는 그냥 약간 미안한 표정이 되었을 뿐이다.
“아무튼 이번에 나 때문에 마음고생 했다면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근데 다음에는 제 의사부터 확인해 주시죠.”
“네. 아, 그럼 뭔가 마음 편할 소식이라도 알려줘야 하나… 음, 그렇지.”
“……?”
“신인상 과제 기준을 알려줄게요.”
청려가 웃었다.
“한대음 ‘올해의 신인’상입니다.”
“…!”
한대음?
‘그’ 한대음?
…, 상업성을 배제하고 오로지 음악성으로만 평가한다는… 곳이다.
내가 알기론, 지금까지 아이돌이 신인상을 받은 적은, 전무…….
잠깐, 그럼 이 새끼도 못 받았다는 거잖아.
“하하! 당연히 농담이고.”
“…….”
언젠가… 상태이상이 끝나면, 이 새끼 면상에 테스타의 대상 트로피를 뭉개버릴 것이다.
다행히 내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에, 청려는 제대로 된 정보를 뱉었다.
“중요한 건 신인상을 받은 이후의 여론이야.”
“…!”
“너희가 받을 만한 상을 받았다, 이 반응이 확고한 대중 여론이어야 넘어가더라고요. 물론 진짜 시상식 과반수에서 상 받는 게 전제고.”
…그렇군.
‘상태창이 말하는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은 여론이었나.’
그럴싸했다.
어쩐지 이번 골디 신인상에도 상태이상 목표 달성 팝업이 안 뜨더니, 아마 2월이나 돼야 뜰 성싶다.
그리고 내가 결론을 내리는 순간, 도망갔던 배세진이 돌아왔다.
“……! 저기.”
“아, 미안합니다. 일어나볼게요. 문대야, 또 연락할게.”
“…….”
차마 긍정적 답변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직캠을 의식해서 고개는 끄덕였다.
청려는 테스타 전체에게 손을 흔들고 자리로 돌아갔다.
배세진은 약간 떨떠름한 얼굴로 청려를 보다가, 자신의 자리를 약간 찝찝해하면서 착석했다.
“…너 저 사람이랑 친해?”
왜 선배로 안 부르나 짧게 생각했는데, 곧 배세진이 데뷔한 지 14년이 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편하게 정색했다.
“아뇨. 일 얘기하시던데요.”
“…일?”
“오 문대의 사회생활~”
목소리가 좀 컸는지, 큰세진이 듣고서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아마 대충 SNS 변명하고 갔겠거니 짐작하는 모양이었다.
다만 배세진은 약간 심각한 얼굴로 속삭였다.
“혹시 괴롭히는 거면 말해.”
“…….”
아마 배세진은 지난 아역배우 경험을 떠올리며, 업계 선배의 갑질 따위를 생각하는 것 같으나… 잠깐, 이것도 어떤 의미로는 맞는 것 같긴 하군.
어쨌든, 설명은 불가능한 문제였기 때문에 나는 그냥 애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혹시 그러면 말할게요. 감사합니다.”
“…뭘.”
이날 테스타는 본상까지 받고, 무대를 실수 없이 잘 소화한 뒤 귀가했다.
참고로 대상은 VTIC이었다.
…내 상태이상이 끝나는 날까지는, 웬만하면 계속 저놈들이 대상을 탔으면 좋겠다.
어떤 미친놈이 재시작하겠답시고 야밤에 습격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 * *
그리고 골디 시상식이 끝난 다음 날.
슬슬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그다지 달갑지 않은 소식이 들렸다.
“오늘 출근하셨다는데?”
회사에 새 본부장이 발령 난 것이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23화

선아현이 말을 더듬지 않았다.

“…앞으로도 지금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활동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하고, 언제나 노력하겠습니다.”

느리고, 호흡을 들이키며 쉬는 구간이 많았다. 군데군데 발음을 끌다가 문장을 잇는 경우도 들렸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더듬진 않았다.

“……그리고, 응원해 주시는 러뷰어님들,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러뷰어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마지막 문장까지 무사히 마친 선아현의 뒤로 멤버들이 우르르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그럴 것도 없었다.

팬석은 이미 충격과 감격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었다.

아아아악!

잘했어!! 잘했어!

어떡해!! 으아아아아!!

심지어 영상으로 보던 사람들에게도 테스타의 마이크까지 울리는 관객석의 소리가 들렸다.

-엌ㅋㅋㅋㅋ팬들 소리 너무 잘 들렼ㅋㅋㅋㅋ

-선아현 팬들 숨 넘어가겠다

-ㅋㅋㅋ이건 비밀인데 사실 나도 좀 감동받음

└나돜ㅋㅋㅋㅋㅠㅠㅠ

└ㅋㅋㅋㅋ이게 바로 주주 후유증인가

-선아현 잘됐네ㅠㅠ

-쉬운 일 아니었을 텐데 대단

-암튼 테스타 ㅊㅋㅊㅋ 받을만했지

그렇게 테스타는 자기 증명 속에서 수상을 마쳤다.

작년 말에 사람들이 예상했던 조롱과 비난은 그림자도 없었다.

* * *

수상을 마치고 가수석으로 복귀하며, 팀원들이 선아현에게 한마디씩 칭찬을 던졌다.

“아현아 목표 달성 축하한다!”

“축하합니다!”

선아현의 얼굴이 벌게졌다.

“고, 고맙습니다…….”

흠, 축하받을 만했다. 저놈이 꽤 길게 고생했기 때문이다.

‘대충… 한 달 반쯤 연습했나.’

선아현이 말더듬 증상 치료를 시작한 건 연말 무대 연습 때문에 더럽게 바빴던 그 타이밍이었다.

시작 단계다 보니 목적의식을 위해 어렵지 않은 단기 목표를 하나 잡게 했다는데, 선아현이 잡은 게 바로 이거였다.

수상소감 자리에서 더듬지 않고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

덕분에 숙소와 연습실, 차 안에서 종일 저 짧은 소감문을 잡고 중얼거리는 선아현을 매번 봤다.

‘…일주일 만에 매니저까지 소감문을 다 외웠지.’

그리고 모두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선아현의 중얼거림을 반쯤 수면용 ASMR처럼 취급하게 됐다.

아무튼, 과하게 조급해하지 않고 긴 기간 잘 연습해서 성공했다는 건 확실히 인상적인 일이다.

‘일단 한번 성공하면 계속하게 된다는 점도 있고.’

그렇게 선아현의 상태이상 재발생 가능성이 멀어진다면 그룹에도 좋은 일이다.

나도 칭찬을 얹었다.

“혹시 연습한 대로 안 나와도 괜찮다고 했었지.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었더라. 잘하던데.”

“…! 그, 그 정도는 아니고…… 너무 숨을 많이 쉰 부분도 있고, 다, 다음에는 진짜로 잘할게……!”

“…….”

아니… 그냥 잘했다니까. 뭘 저렇게 변명처럼 대답하냐.

하지만 뭘 정정하기도 전에 선아현이 먼저 선수를 쳤다.

“사, 상담해 보라고… 말해줘서, 고마워.”

흠, 이건 좀 감사받아도 될 건이긴 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말씀을.”

“오, 훈훈해~”

“우리 팀 분위기 정말 좋다.”

논란도 사라졌고 신인상도 잘 탔겠다, 근심 걱정이 싹 사라진 놈들은 허허 웃으며 기분 좋게 가수석으로 향했다.

하지만 내 기분은 가수석으로 복귀할수록 더러워지고 있었다.

테스타의 좌석 위치가 VTIC 바로 옆이었기 때문이다.

‘왜 하필 신인을 이 옆에 붙이냐.’

덕분에 이동할 때마다 VTIC한테 대가리 박아서 인사를 해야 했는데, 뭐 그것까지는 괜찮았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문제는 인사할 때마다 청려가 실실 쪼개면서 봤다는 점이다.

‘X발.’

누가 보면 그냥 흐뭇해서 웃는 줄 알 것이다.

저 새끼가 신인상 논란에 불 질러놨던 SNS 글 수습을 꽤 잘해놨기 때문이다.

연말 프로그램에 나올 때마다 똑같이 SNS에 사진을 대량 업로드하면서, 그 사이사이 무작위 출연진을 오닉스와 비슷한 문구를 붙여서 추가한 것이다.

말하자면, 물타기였다.

덕분에 팬들의 적극적인 해명 글로 다들 오닉스 건은 우연의 일치였거니 하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됐다.

…‘박문대하고 친분 있는 것 같았는데 이상하긴 했어~’라는 반응이 제일 빡쳤다는 점만… 말해두겠다.

“…….”

인사가 끝난 뒤, 나는 일부러 천천히 들어가서 VTIC과 최대한 떨어진 쪽 의자에 앉았다.

별 의미는 없고, 그냥 기분이나 덜 나빠 보려고 하는 짓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1부가 끝나고 몇 분간의 광고 타임에 들어갔다.

그리고 광고가 전광판에도 떴다.

“으아아악!”

“와 제발…….”

흑역사(현재진행형) 공개 인증에 멤버들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탁자에 머리를 박았다. 공포의 러시안룰렛이 돌아갔다.

이번 희생자는 배세진이었다.

햄스터 귀 그림 CG가 올라간 배세진의 연기는 자연스러웠으나, 본체는 완전히 맛이 갔다.

“…화장, 화장실 좀.”

배세진은 얼굴이 벌겋게 변한 채로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황급히 달려갔다.

그리고 멤버들은 동정과 폭소를 동시에 해냈다.

“으하하하하!!”

“세진아 괜찮, 푸흐흡!”

박수 치는 놈부터 무릎에 머리 끼우는 놈까지 별 반응이 다 나왔다.

‘나만 아니면 된다 이거군.’

맞는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병을 땄다.

입에 물병 주둥이를 꽂아 넣는 순간, 배세진의 자리에 누군가 앉았다.

그리고 물었다.

“저거 멤버별로 하나씩 있죠? 재밌네.”

“푸흑.”

코로 나올 뻔했다.

‘X발.’

청려였다.

웃던 멤버들이 놀라서 고개를 꾸벅거렸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 잠시만 문대랑 이야기만 좀 하고 갈게요.”

“넵!”

거북한 티라도 좀 내줘라 새끼들아.

하지만 배세진이 없어서 딱히 그럴 놈이 없었다. 젠장.

그나마 큰세진은 청려의 SNS 업로드 사건을 고의라고 거의 확신하는 것 같았다만, 지금은 웃으며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이게 맞았다.

‘깔린 게 가수석 직캠이다.’

관중석에서 누군가가 분명히 이 광경을 찍고 있을 것이다.

VTIC이든 테스타 멤버든, 분명 적어도 스무 개 이상의 카메라에 현 상황이 잡히겠지.

‘침착하자.’

어차피 여기서 대화해 봤자 워낙 시끄러워서 소리는 안 퍼진다. 아마 일부러 목청 크게 말하지 않는 이상 멤버들에게도 안 들릴 것이다.

“하실 이야기라는 게?”

“지난번 통화할 때 말했을 텐데… 기억 안 나요?”

아, 그 자기 SNS 업로드가 나쁜 의도가 아니고 어쩌고 하던 그거군.

한마디로 ‘내가 널 X 되게 만들려던 게 아니야.’를 길게 설명해 주고 싶다는 뜻이다.?

이렇게 된 이상 대충 들어주고 ‘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하고 끝내고 싶다만, 문제가 있다.

“…그걸 광고 타임 안에 다 설명하시겠다고요.”

“아 충분하죠. 들어봐요.”

청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타이밍에서 한번 죽는 게 가장 편하거든.”

“……!”

“잘 생각해 봤는데, 내가 처음에 제일 힘들었던 게 그거였어. 다시 시작하는 데에 거부감이 있던 거야.”

청려가 탁자를 툭툭 쳤다.

“근데 한번 해보면 별거 아니었던 걸 바로 깨닫거든요? 그럼 그다음부턴 훨씬 일이 쉽지.”

“…….”

상상 이상으로 제정신이 아닌 이유가 튀어나왔다.

‘와 이거 장난 아닌데.’

나는 의식적으로 물병을 들어서 꿀꺽꿀꺽 물을 삼켰다.

손바닥에 땀이 났다.

“후배님도 이번에 아쉬운 점이 분명 있었죠? 돌아가서 한번 고쳐봐요. 그럼 부담감이 사라지고… 대신 성취감이 있어.”

“잠깐.”

물병을 내려놨다.

“그럼 일단 제가 신인상에 실패해서 죽게 만들려던 건 맞군요.”

“내가 그랬다고 신인상을 못 받나? 그건 아니고… 그냥 좀 귀찮게 만든 거죠.”

청려가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여론도 안 좋고, 상황이 짜증 나니까 다시 해보고 싶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제 죽음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서 수월한 진행을 도우려고 하셨다?”

“네.”

“음, 거짓말 마시고.”

“…뭐?”

“제 진행이 수월해지든 말든 선배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굳이 그럴 이유가 없잖습니까.”

“…!”

내가 이놈이랑 뭐 대단히 호의적인 사이라고, 이런 놈이 아무 콩고물도 없이 이타적인 의도로 움직였을 리가 없다.

대충 듣고 넘길 생각이었는데, 이쯤 되니 대체 무슨 개소리가 나올지 예측이 안 돼서 한번 끊어봤다.

청려는 약간 머쓱한 얼굴이 되었다.

“음, 물론 제 입장도 좀 고려한 선택이긴 했는데요.”

“…….”

“이게 후배님에게 영향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좀 궁금해서.”

청려가 목을 살짝 꺾었다.

“혹시 너 죽으면 나도 재시작하는지 알고 싶잖아.”

“……!”

“그렇지. 꼭 내가 돌아갔던 첫 시점 아니어도 괜찮고……. 너 돌아간 지점 정도도 괜찮지. 올해 상반기에 고치고 싶은 점이 몇 가지 있거든.”

이 새끼는 완전히 돌았다.

진정한 의미의 리셋 증후군이었다.

“아, 물론 계속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건 아니고…… 하지만 미리 확인해 두면 확실하고 좋잖아요. 아닌가?”

“잠깐.”

이거 잘못하면 VTIC 스캔들 나는 날 이 새끼가 날 암매장해 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미치겠네.’

…이건 굳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차라리 말하는 편이 리스크가 덜 할 것 같다.

일단… 아직 논리는 통하는 놈 같으니, 논리부터 쓰자.

“…우선, 저는 실패하면 그냥 끝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음?”

“느낌이 그렇습니다. 그냥 죽고 끝일 것 같습니다.”

상태창을 말할 수 없으니 느낌이라고 뭉개긴 했지만, 사실이었다.

‘내 상태이상에는 ‘죽음’이라고만 명시되어 있다.’

청려 저놈의 상태이상처럼 ‘돌아간다’는 표현 자체가 없던 것이다.

‘아마 이번 한 번으로 끝일 거야.’

혹시 돌아갈 수 있더라도, 모험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진짜 죽고 끝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가짐에 좋았다.

하지만 청려는 실소했다.

“아, 그거 처음에는 그래요. 근데 아닐 텐데?”

“…….”

“겁먹지 말고 해보라니까.”

이 개새끼가 진짜.

나는 열이 뻗친 채로 대답했다.

“아뇨. 애초에 전 다시 시작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서 끝을 보고 싶은데요. 지금 멤버들이 좋고, 팬들이 좋아요. 바꾸고 싶은 건 없습니다.”

“…….”

청려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표정 없이 허공을 보았다.

‘…너무 나갔나?’

갑자기 어디서 오함마 꺼내와서 내 뚝배기를 깨려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청려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랬던 것 같은데.”

“…….”

“음, 알겠어요. 뭐, 그렇다면야.”

이게 통했다고?

갑자기 긴장이 쭉 풀릴 뻔했으나 참았다. 이러고 또 뒤통수칠지도 모를 놈이다.

하지만 청려는 그냥 약간 미안한 표정이 되었을 뿐이다.

“아무튼 이번에 나 때문에 마음고생 했다면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근데 다음에는 제 의사부터 확인해 주시죠.”

“네. 아, 그럼 뭔가 마음 편할 소식이라도 알려줘야 하나… 음, 그렇지.”

“……?”

“신인상 과제 기준을 알려줄게요.”

청려가 웃었다.

“한대음 ‘올해의 신인’상입니다.”

“…!”

한대음?

‘그’ 한대음?

…, 상업성을 배제하고 오로지 음악성으로만 평가한다는… 곳이다.

내가 알기론, 지금까지 아이돌이 신인상을 받은 적은, 전무…….

잠깐, 그럼 이 새끼도 못 받았다는 거잖아.

“하하! 당연히 농담이고.”

“…….”

언젠가… 상태이상이 끝나면, 이 새끼 면상에 테스타의 대상 트로피를 뭉개버릴 것이다.

다행히 내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에, 청려는 제대로 된 정보를 뱉었다.

“중요한 건 신인상을 받은 이후의 여론이야.”

“…!”

“너희가 받을 만한 상을 받았다, 이 반응이 확고한 대중 여론이어야 넘어가더라고요. 물론 진짜 시상식 과반수에서 상 받는 게 전제고.”

…그렇군.

‘상태창이 말하는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은 여론이었나.’

그럴싸했다.

어쩐지 이번 골디 신인상에도 상태이상 목표 달성 팝업이 안 뜨더니, 아마 2월이나 돼야 뜰 성싶다.

그리고 내가 결론을 내리는 순간, 도망갔던 배세진이 돌아왔다.

“……! 저기.”

“아, 미안합니다. 일어나볼게요. 문대야, 또 연락할게.”

“…….”

차마 긍정적 답변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직캠을 의식해서 고개는 끄덕였다.

청려는 테스타 전체에게 손을 흔들고 자리로 돌아갔다.

배세진은 약간 떨떠름한 얼굴로 청려를 보다가, 자신의 자리를 약간 찝찝해하면서 착석했다.

“…너 저 사람이랑 친해?”

왜 선배로 안 부르나 짧게 생각했는데, 곧 배세진이 데뷔한 지 14년이 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편하게 정색했다.

“아뇨. 일 얘기하시던데요.”

“…일?”

“오 문대의 사회생활~”

목소리가 좀 컸는지, 큰세진이 듣고서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아마 대충 SNS 변명하고 갔겠거니 짐작하는 모양이었다.

다만 배세진은 약간 심각한 얼굴로 속삭였다.

“혹시 괴롭히는 거면 말해.”

“…….”

아마 배세진은 지난 아역배우 경험을 떠올리며, 업계 선배의 갑질 따위를 생각하는 것 같으나… 잠깐, 이것도 어떤 의미로는 맞는 것 같긴 하군.

어쨌든, 설명은 불가능한 문제였기 때문에 나는 그냥 애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혹시 그러면 말할게요. 감사합니다.”

“…뭘.”

이날 테스타는 본상까지 받고, 무대를 실수 없이 잘 소화한 뒤 귀가했다.

참고로 대상은 VTIC이었다.

…내 상태이상이 끝나는 날까지는, 웬만하면 계속 저놈들이 대상을 탔으면 좋겠다.

어떤 미친놈이 재시작하겠답시고 야밤에 습격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 * *

그리고 골디 시상식이 끝난 다음 날.

슬슬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그다지 달갑지 않은 소식이 들렸다.

“오늘 출근하셨다는데?”

회사에 새 본부장이 발령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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