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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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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22화
최원길. 에서 팀전마다 갈등을 쏠쏠하게 유발해서 결국 편집빔을 맞고 떡락한 놈이다.
약게 굴고 싶은데 티가 다 나서 망한 케이스라고 해야 할까.
선아현까지 ‘쟤는 너무 못된 애’라고 씩씩거리도록 만들었으니, 어떤 의미로는 한결같이 대단한 놈이었다.
‘흠, 골드 1 소속사로 탈주하면서 하차했던가.’
그래서 둘이 같이 이동 중인 거야 특별히 놀랄 일은 아니지만, 장소가 연말 가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방송국이라는 건 의외였다.
‘아직 데뷔 안 했을 텐데.’
올해 신인 동향은 그놈의 신인상 때문에 다 체크했는데, 저 둘의 소속사는 라인업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골드 1은 시시덕거리며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와, 진짜 반갑다! 아니 잠깐만, 선배님이라고 불러드려야 합니까? 선배님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이고 됐습니다~”
“펴, 편하게 말씀하세요 형…!”
“야 아현이 넌 여전히 애가 너무 착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충 골드 1과 최원길의 외관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댄서로 온 거군.’
저 소속사에서 아이돌 출신 여성 솔로 하나가 최근 성적이 아주 좋았다.
그리고 경험 쌓기 겸 언론 보도용으로 데뷔조 연습생을 댄서로 써먹는 거야 제법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골드 1은 자신과 똑같이 검은 의상을 입은 주변 놈들을 앞으로 밀며 소개했다.
“맞다, 얘네 같이 연습 중인 동생들이야!”
“어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인사하는 놈들의 눈이 호기심과 부러움, 동경으로 빛났다. 이런 반응이 어색한지, 멤버 중 몇몇은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갑자기 지목이 들어왔다.
“저, 저기 박문대 선배님!”
“예?”
“저 악수 한 번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옆에서 기겁하며 진압했다.
“야야, 나대지 마!”
“하이고 이 문디자슥 여기서도 허!”
얘네 뭐하냐.
나는 떨떠름함을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 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슨 기업 회장이라도 만난 것처럼 극도의 정중함 속에서 악수 교환이 이루어졌다.
“아 너무 좋아요!”
행복해하는 악수 종자를 두고 골드 1의 팀원들이 숙덕거렸다.
“야 사람이 역시 용기가 있어야 하나 봐.”
“그러게.”
…누가 보면 가요계의 전설적인 대선배라도 만난 줄 알겠군.
보니까 저기 이미 팀이 확정된 상태 같은데, 내년 초에 정식 데뷔한다면 테스타와 연차가 1년도 차이 나지 않을 텐데 말이다.
‘…뭐, 성적이 전부긴 하지.’
저 우러러보는 시선은 순수하게 ‘뜬 그룹’을 향한 심리적 격차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걸 느끼는 건 저 애들만은 아닌 듯싶었다.
좀 다른 방향이긴 했지만.
“와, 사전녹화하는데 막 나 찍는 것도 아닌데 진짜 떨리더라.”
“아니, 몇십만 뷰 직캠도 있는 분이 너무 엄살떠시는 거 아니에요~?”
“야 그거랑 다르지! 선배님 무대 망치는 게 더 무섭잖아!”
“흠, 우열을 가리기 힘든 문제 같습니다.”
근황을 주고받는 골드 1과 테스타 멤버들 뒤, 최원길은 시선을 피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눌렸네.’
서열이 완전히 정리되면 끝나는 타입일 것 같긴 했다.
테스타의 올해 활동이 워낙 잘됐다 보니 뭘 말해볼 엄두도 안 나는 모양이다.
그 와중에 골드 1은 기어코 배세진과도 인사를 마쳤다. 그리고 약간 아쉽다는 표정으로 마무리 멘트를 던졌다.
“아~ 할 이야기 많은데, 바쁘지? 다음에 내가 밥이라도 한 번 살게!”
이만 볼일 보러 가보라는 뜻이다.
하지만 마침 자리에 빈말을 잘 못 알아듣는 놈이 하나 있었다.
김래빈 말이다.
“아, 저희는 다음 무대까지 시간적 여유가 충분합니다. 대기실로 이동하면 대화를 계속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을 듯합니다.”
골드 1은 당황했다.
“하하, 래빈아 권유는 고마운데, 나 잘 모르는 분들은 불편하실 거 아니냐~.”
하지만 그게 차유진과 류청우였다.
“불편 안 해요!”
“아, 괜찮아. 편하게 해.”
“그, 그래?”
깔끔한 오케이에 골드 1은 당황했다.
그리고 상황을 눈치챈 골드 1의 팀원들은 냉큼 도주했다.
“형 편하게 다녀오세요. 저희 숙소 가 있을게요!”
“올 때 메롱나!”
“아주사 근황 토크, 아 화이팅~”
“이 미친놈들이!”
검은 옷을 입은 놈들은 우르르 복도를 뛰어서 사라졌다.
그러나 타이밍을 잡지 못한 최원길은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
이 팀에 막 합류한 탓에 썩 못 어울리고 있던가, 아니면 저쪽에서 같은 아주사 출신이라고 두고 간 것 같았다.
‘상황 애매한데.’
다행히 골드 1은 최원길을 챙겼다.
“아 원길아, 우리 이 친구들 대기실 방문은 처음이니까 마실 거라도 사갈까?”
“제가 사 올게요.”
“어?”
그리고 최원길은 골드 1이 뭐라 더 말하기도 전에 달려갔다.
‘이대로 안 돌아올 것 같군.’
골드 1은 한숨을 쉬었다.
“미안, 좀 불편했지?”
“괘, 괜찮아요!”
“괜찮기는……. 근데 원길이 쟤 많이 나아졌어. 인터넷 반응 너무 찾아보는 건 좀 걱정되긴 하는데…. 뭐 요새야 별 얘기도 안 나오고.”
골드 1은 한숨을 푹 쉬었다. 꽤 마음고생을 한 듯싶었다.
큰세진이 웃으며 힐끗 최원길이 사라진 자리를 확인했다.
“쟤도 데뷔조인 거죠?”
“어. 사실 뭐, 노래도 잘하고… 어리고. 인지도도 있잖아.”
하기야 아주사로 데뷔한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방송 이미지의 문제기 때문에 대충 악편이라고 뭉개고 넘어갈 수 있다.
그룹에 하나 정도 끼우는 것에는 큰 문제 없다는 것이다.
‘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
혹시 저쪽이 내년에 초동 30만 장이 넘어가면 그때부터나 분석해 보자.
“어, 문대 어디가?”
“화장실.”
나는 대기실로 이동하는 행렬에서 슬쩍 빠져서 복도를 걸었다.
‘여기 아래층이 사람이 없었지.’
시간도 넉넉하니 사람 안 만날 수 있는 방향으로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리고 화장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최원길을 마주쳤다.
놀랍게도 편의점 대신 비상계단 한구석에 앉아서 고독을 씹고 있더라고.
“…….”
“…….”
화장실이나 가자.
나는 슬쩍 고개만 까닥거리고 최원길을 지나쳐서 계단을 내려갔다.
그러자 불쑥 최원길이 외쳤다.
“좋겠네요, 형은.”
“……??”
“다 잘되고……. 사람들이 다 좋아하고.”
왜 갑자기 일일드라마 대사 같은 게 튀어나오냐?
모르겠다. 뭐 황당함, 이런 것보다… 굉장히 숙연하고 민망하다.
‘비상계단이라 소리 다 울리는데.’
그래서 더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이 외진 계단 위아래로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
이 대사를 듣는 당사자가 나라는 걸 누구도 몰랐으면 하거든.
“그렇게 사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세상이 다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 주는 거.”
그리고 이런 말을 현실에서 꺼내는 새끼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최원길은 이제 훌쩍거리고 있다.
‘감수성이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지.’
아이돌 지망생들에게서 간혹 느끼는 괴리감을 또 한 번 느끼고 있다.
‘그냥 갈까.’
나는 슬쩍 발걸음을 뗐으나, 난간 저 밑에서 움직이는 인영을 발견했다.
“…!”
들리나?
거리가 꽤 됐다. 하지만 소리가 울려서 불분명할 수는 있어도, 드문드문 들린 것 같긴 했다.
이놈이 계속 떠들게 뒀다가는 이상한 소문이라도 생기는 거 아닌가?
‘…수습하고 떠야 하나.’
나는 최원길을 확인했다.
“다들 원래 그렇게 살잖아요! 나만 그런 것처럼 막… 다들 파트 싸움하고, 욕하고 그랬으면서.”
“…….”
이젠 순 자기 마음대로 떠들고 있다. 한번 터지니 자제가 안 되는 모양이다.
‘근데 왜 나한테 이러냐고.’
“혀, 형도 제 파트 했잖아요. 또, 또… 세진 형도 짜증 냈었는데, 나만 더 못되게 군 것처럼 나오고. 희승이한테도 사과했는데 안 나오고.”
최원길은 계속 아주사 중후반부에 본인이 받았던 분량을 되새김질하며 중얼거렸다.
‘아직 머리가 아주사에서 못 벗어났군.’
뭐, 그럴 수도 있다.
어리고 자의식 강한 놈이 갑자기 불특정 다수에게 몇 달이나 원색적인 욕을 먹었으니까.
지난 반년간 다양한 미친 일을 겪은 테스타야 아주사 당시의 느낌을 빨리 털었다. 하지만 연습만 했던 이놈은 좀 다르겠지.
아마 나한테 이러는 것도, 아주사 등급 평가 때부터의 견제심리와 열폭이 아직도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테스타 중 하나가 아니라 개인으로 마주치니 훅 터진 모양이다.
‘…저 정도면 상담이라도 한번 받아보는 게 낫지 않나?’
물론 그런 이야기까지 할 필요도 의욕도 없다. 그냥 소문 안 나게 상황이나 잘 정리하고 얼른 뜨자.
나는 한숨을 참고 입을 열었다.
“내가 부럽다고? 왜?”
“…형은 뭐든 다 잘됐으니까요.”
“아닌데.”
나는 최원길을 빤히 쳐다보았다.
“너 나랑 바꾸라면 할 거야?”
“……못 바꾸잖아요…!”
“바꾸고 싶은 마음은 있다는 거네. 음…….”
나는 목 뒤를 주물렀다.
“근데 솔직히, 가족을 바꾸고 싶진 않을 거 아니야.”
“……!”
최원길은 웅크린 그대로 움찔거렸다. 당연하지만, 이놈도 박문대의 가정사는 아는 모양이다.
나는 일부러 느릿느릿 말했다.
“네가 부러운 건 그냥… 지금 내 직업적 상태뿐인 거지. 그리고 이런 건 몇 년 뒤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
“부모님이랑 잘 지내?”
“…네.”
“그래.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
최원길은 고개를 푹 숙였다.
‘됐네.’
가불기가 잘 들어갔다.
‘이제 쓸데없는 열등감은 좀 버렸겠지’
가정사가 유명한 걸 이렇게도 써먹는군.
‘대충 힘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끝내자.’
하지만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죄송해요.”
“…!”
최원길 입에서 사과가 나온 것이다.
“처음에 막… 운만 좋다고 그래서, 죄송해요.”
음… 그랬었나?
아마 등급 평가 연습 때 최원길이 비꼬려고 던졌던 말 중에 하난 것 같다.
‘원래 뱉은 놈은 기억 못 하고 들은 놈만 기억하는 게 국룰 아닌가.’
저놈만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어쨌든 상황 마무리하기 좋은 대화였다. 누가 듣고 있다면 더 좋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과 잘 받으마. 너도 데뷔 준비 잘하고.”
“…….”
최원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최원길은 좀 얄미운 놈이긴 했지만, 무슨 대단한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었다. 머리도 덜 여물어서 영악하지도 못하고.
‘정치질로 누굴 망하게 할 능력 자체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심지어 본인이 대놓고 무시했던 골드 2가 본인보다 더 잘되지 않았는가.
종합적으로, 짜증 나는 트롤러였을 뿐이다.
‘앞으로 볼 일 없었으면 좋겠군.’
나는 계단을 도로 걸어 내려갔다.
혹시 몰라 난간 아래를 슬쩍 재확인했지만, 아까 봤던 인영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 *
“Happy New Year!!”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테스타는 그대로 MBS에서 카운트다운까지 챙기며 신년을 맞았다.
하지만 당연히 느긋하게 새해 감성을 즐길 여유는 없었다.
당장 5일 뒤에 새 시상식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법 유명하고 오래된 시상식 중 하나였기 때문에, 박문대가 임의로 세워둔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 후보에 들어가 있기도 했다.
음원과 음반 부분으로 나누어서 이틀에 걸쳐 진행됐지만 그래도 신인상 부문은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테스타가 참석한 음반 부분 시상식 날짜 큐시트에 신인상 시상 파트가 포함되어 있었다.
모두가 내심 생각했다.
‘솔직히 테스타가 안 받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지.’
그리고 모두의 예상대로, 테스타는 자신들의 무대 순서가 다가오기도 전에 일찌감치 신인상을 탔다.
“축하합니다! 테스타!”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하도 장애물이 많았던 탓인지 팬과 테스타 모두에게 희열감이 넘쳐흘렀다!
“와아아아악!!”
근 두 달간 인터넷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팬들은 가열 차게 응원봉을 흔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감사합니다!”
테스타는 꾸벅꾸벅 인사를 하며 무대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꽃다발과 트로피를 받자, 갑자기 꿍꿍이 있는 미소를 지은 채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마이크를 곧장 선아현에게 넘겼다.
“……??”
순간 살짝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관객석을 지나갔다.
를 한 화라도 본 사람이라면 선아현의 말더듬 증세를 알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선아현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일은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본인이 당황하며 뒤로 빠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선아현은 약간 긴장된 얼굴이었지만, 곧바로 마이크를 받아들었다.
“……과분한 상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22화

최원길. 에서 팀전마다 갈등을 쏠쏠하게 유발해서 결국 편집빔을 맞고 떡락한 놈이다.

약게 굴고 싶은데 티가 다 나서 망한 케이스라고 해야 할까.

선아현까지 ‘쟤는 너무 못된 애’라고 씩씩거리도록 만들었으니, 어떤 의미로는 한결같이 대단한 놈이었다.

‘흠, 골드 1 소속사로 탈주하면서 하차했던가.’

그래서 둘이 같이 이동 중인 거야 특별히 놀랄 일은 아니지만, 장소가 연말 가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방송국이라는 건 의외였다.

‘아직 데뷔 안 했을 텐데.’

올해 신인 동향은 그놈의 신인상 때문에 다 체크했는데, 저 둘의 소속사는 라인업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골드 1은 시시덕거리며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와, 진짜 반갑다! 아니 잠깐만, 선배님이라고 불러드려야 합니까? 선배님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이고 됐습니다~”

“펴, 편하게 말씀하세요 형…!”

“야 아현이 넌 여전히 애가 너무 착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충 골드 1과 최원길의 외관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댄서로 온 거군.’

저 소속사에서 아이돌 출신 여성 솔로 하나가 최근 성적이 아주 좋았다.

그리고 경험 쌓기 겸 언론 보도용으로 데뷔조 연습생을 댄서로 써먹는 거야 제법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골드 1은 자신과 똑같이 검은 의상을 입은 주변 놈들을 앞으로 밀며 소개했다.

“맞다, 얘네 같이 연습 중인 동생들이야!”

“어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인사하는 놈들의 눈이 호기심과 부러움, 동경으로 빛났다. 이런 반응이 어색한지, 멤버 중 몇몇은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갑자기 지목이 들어왔다.

“저, 저기 박문대 선배님!”

“예?”

“저 악수 한 번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옆에서 기겁하며 진압했다.

“야야, 나대지 마!”

“하이고 이 문디자슥 여기서도 허!”

얘네 뭐하냐.

나는 떨떠름함을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 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슨 기업 회장이라도 만난 것처럼 극도의 정중함 속에서 악수 교환이 이루어졌다.

“아 너무 좋아요!”

행복해하는 악수 종자를 두고 골드 1의 팀원들이 숙덕거렸다.

“야 사람이 역시 용기가 있어야 하나 봐.”

“그러게.”

…누가 보면 가요계의 전설적인 대선배라도 만난 줄 알겠군.

보니까 저기 이미 팀이 확정된 상태 같은데, 내년 초에 정식 데뷔한다면 테스타와 연차가 1년도 차이 나지 않을 텐데 말이다.

‘…뭐, 성적이 전부긴 하지.’

저 우러러보는 시선은 순수하게 ‘뜬 그룹’을 향한 심리적 격차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걸 느끼는 건 저 애들만은 아닌 듯싶었다.

좀 다른 방향이긴 했지만.

“와, 사전녹화하는데 막 나 찍는 것도 아닌데 진짜 떨리더라.”

“아니, 몇십만 뷰 직캠도 있는 분이 너무 엄살떠시는 거 아니에요~?”

“야 그거랑 다르지! 선배님 무대 망치는 게 더 무섭잖아!”

“흠, 우열을 가리기 힘든 문제 같습니다.”

근황을 주고받는 골드 1과 테스타 멤버들 뒤, 최원길은 시선을 피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눌렸네.’

서열이 완전히 정리되면 끝나는 타입일 것 같긴 했다.

테스타의 올해 활동이 워낙 잘됐다 보니 뭘 말해볼 엄두도 안 나는 모양이다.

그 와중에 골드 1은 기어코 배세진과도 인사를 마쳤다. 그리고 약간 아쉽다는 표정으로 마무리 멘트를 던졌다.

“아~ 할 이야기 많은데, 바쁘지? 다음에 내가 밥이라도 한 번 살게!”

이만 볼일 보러 가보라는 뜻이다.

하지만 마침 자리에 빈말을 잘 못 알아듣는 놈이 하나 있었다.

김래빈 말이다.

“아, 저희는 다음 무대까지 시간적 여유가 충분합니다. 대기실로 이동하면 대화를 계속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을 듯합니다.”

골드 1은 당황했다.

“하하, 래빈아 권유는 고마운데, 나 잘 모르는 분들은 불편하실 거 아니냐~.”

하지만 그게 차유진과 류청우였다.

“불편 안 해요!”

“아, 괜찮아. 편하게 해.”

“그, 그래?”

깔끔한 오케이에 골드 1은 당황했다.

그리고 상황을 눈치챈 골드 1의 팀원들은 냉큼 도주했다.

“형 편하게 다녀오세요. 저희 숙소 가 있을게요!”

“올 때 메롱나!”

“아주사 근황 토크, 아 화이팅~”

“이 미친놈들이!”

검은 옷을 입은 놈들은 우르르 복도를 뛰어서 사라졌다.

그러나 타이밍을 잡지 못한 최원길은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

이 팀에 막 합류한 탓에 썩 못 어울리고 있던가, 아니면 저쪽에서 같은 아주사 출신이라고 두고 간 것 같았다.

‘상황 애매한데.’

다행히 골드 1은 최원길을 챙겼다.

“아 원길아, 우리 이 친구들 대기실 방문은 처음이니까 마실 거라도 사갈까?”

“제가 사 올게요.”

“어?”

그리고 최원길은 골드 1이 뭐라 더 말하기도 전에 달려갔다.

‘이대로 안 돌아올 것 같군.’

골드 1은 한숨을 쉬었다.

“미안, 좀 불편했지?”

“괘, 괜찮아요!”

“괜찮기는……. 근데 원길이 쟤 많이 나아졌어. 인터넷 반응 너무 찾아보는 건 좀 걱정되긴 하는데…. 뭐 요새야 별 얘기도 안 나오고.”

골드 1은 한숨을 푹 쉬었다. 꽤 마음고생을 한 듯싶었다.

큰세진이 웃으며 힐끗 최원길이 사라진 자리를 확인했다.

“쟤도 데뷔조인 거죠?”

“어. 사실 뭐, 노래도 잘하고… 어리고. 인지도도 있잖아.”

하기야 아주사로 데뷔한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방송 이미지의 문제기 때문에 대충 악편이라고 뭉개고 넘어갈 수 있다.

그룹에 하나 정도 끼우는 것에는 큰 문제 없다는 것이다.

‘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

혹시 저쪽이 내년에 초동 30만 장이 넘어가면 그때부터나 분석해 보자.

“어, 문대 어디가?”

“화장실.”

나는 대기실로 이동하는 행렬에서 슬쩍 빠져서 복도를 걸었다.

‘여기 아래층이 사람이 없었지.’

시간도 넉넉하니 사람 안 만날 수 있는 방향으로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리고 화장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최원길을 마주쳤다.

놀랍게도 편의점 대신 비상계단 한구석에 앉아서 고독을 씹고 있더라고.

“…….”

“…….”

화장실이나 가자.

나는 슬쩍 고개만 까닥거리고 최원길을 지나쳐서 계단을 내려갔다.

그러자 불쑥 최원길이 외쳤다.

“좋겠네요, 형은.”

“……??”

“다 잘되고……. 사람들이 다 좋아하고.”

왜 갑자기 일일드라마 대사 같은 게 튀어나오냐?

모르겠다. 뭐 황당함, 이런 것보다… 굉장히 숙연하고 민망하다.

‘비상계단이라 소리 다 울리는데.’

그래서 더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이 외진 계단 위아래로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

이 대사를 듣는 당사자가 나라는 걸 누구도 몰랐으면 하거든.

“그렇게 사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세상이 다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 주는 거.”

그리고 이런 말을 현실에서 꺼내는 새끼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최원길은 이제 훌쩍거리고 있다.

‘감수성이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지.’

아이돌 지망생들에게서 간혹 느끼는 괴리감을 또 한 번 느끼고 있다.

‘그냥 갈까.’

나는 슬쩍 발걸음을 뗐으나, 난간 저 밑에서 움직이는 인영을 발견했다.

“…!”

들리나?

거리가 꽤 됐다. 하지만 소리가 울려서 불분명할 수는 있어도, 드문드문 들린 것 같긴 했다.

이놈이 계속 떠들게 뒀다가는 이상한 소문이라도 생기는 거 아닌가?

‘…수습하고 떠야 하나.’

나는 최원길을 확인했다.

“다들 원래 그렇게 살잖아요! 나만 그런 것처럼 막… 다들 파트 싸움하고, 욕하고 그랬으면서.”

“…….”

이젠 순 자기 마음대로 떠들고 있다. 한번 터지니 자제가 안 되는 모양이다.

‘근데 왜 나한테 이러냐고.’

“혀, 형도 제 파트 했잖아요. 또, 또… 세진 형도 짜증 냈었는데, 나만 더 못되게 군 것처럼 나오고. 희승이한테도 사과했는데 안 나오고.”

최원길은 계속 아주사 중후반부에 본인이 받았던 분량을 되새김질하며 중얼거렸다.

‘아직 머리가 아주사에서 못 벗어났군.’

뭐, 그럴 수도 있다.

어리고 자의식 강한 놈이 갑자기 불특정 다수에게 몇 달이나 원색적인 욕을 먹었으니까.

지난 반년간 다양한 미친 일을 겪은 테스타야 아주사 당시의 느낌을 빨리 털었다. 하지만 연습만 했던 이놈은 좀 다르겠지.

아마 나한테 이러는 것도, 아주사 등급 평가 때부터의 견제심리와 열폭이 아직도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테스타 중 하나가 아니라 개인으로 마주치니 훅 터진 모양이다.

‘…저 정도면 상담이라도 한번 받아보는 게 낫지 않나?’

물론 그런 이야기까지 할 필요도 의욕도 없다. 그냥 소문 안 나게 상황이나 잘 정리하고 얼른 뜨자.

나는 한숨을 참고 입을 열었다.

“내가 부럽다고? 왜?”

“…형은 뭐든 다 잘됐으니까요.”

“아닌데.”

나는 최원길을 빤히 쳐다보았다.

“너 나랑 바꾸라면 할 거야?”

“……못 바꾸잖아요…!”

“바꾸고 싶은 마음은 있다는 거네. 음…….”

나는 목 뒤를 주물렀다.

“근데 솔직히, 가족을 바꾸고 싶진 않을 거 아니야.”

“……!”

최원길은 웅크린 그대로 움찔거렸다. 당연하지만, 이놈도 박문대의 가정사는 아는 모양이다.

나는 일부러 느릿느릿 말했다.

“네가 부러운 건 그냥… 지금 내 직업적 상태뿐인 거지. 그리고 이런 건 몇 년 뒤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

“부모님이랑 잘 지내?”

“…네.”

“그래.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

최원길은 고개를 푹 숙였다.

‘됐네.’

가불기가 잘 들어갔다.

‘이제 쓸데없는 열등감은 좀 버렸겠지’

가정사가 유명한 걸 이렇게도 써먹는군.

‘대충 힘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끝내자.’

하지만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죄송해요.”

“…!”

최원길 입에서 사과가 나온 것이다.

“처음에 막… 운만 좋다고 그래서, 죄송해요.”

음… 그랬었나?

아마 등급 평가 연습 때 최원길이 비꼬려고 던졌던 말 중에 하난 것 같다.

‘원래 뱉은 놈은 기억 못 하고 들은 놈만 기억하는 게 국룰 아닌가.’

저놈만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어쨌든 상황 마무리하기 좋은 대화였다. 누가 듣고 있다면 더 좋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과 잘 받으마. 너도 데뷔 준비 잘하고.”

“…….”

최원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최원길은 좀 얄미운 놈이긴 했지만, 무슨 대단한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었다. 머리도 덜 여물어서 영악하지도 못하고.

‘정치질로 누굴 망하게 할 능력 자체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심지어 본인이 대놓고 무시했던 골드 2가 본인보다 더 잘되지 않았는가.

종합적으로, 짜증 나는 트롤러였을 뿐이다.

‘앞으로 볼 일 없었으면 좋겠군.’

나는 계단을 도로 걸어 내려갔다.

혹시 몰라 난간 아래를 슬쩍 재확인했지만, 아까 봤던 인영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 *

“Happy New Year!!”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테스타는 그대로 MBS에서 카운트다운까지 챙기며 신년을 맞았다.

하지만 당연히 느긋하게 새해 감성을 즐길 여유는 없었다.

당장 5일 뒤에 새 시상식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법 유명하고 오래된 시상식 중 하나였기 때문에, 박문대가 임의로 세워둔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 후보에 들어가 있기도 했다.

음원과 음반 부분으로 나누어서 이틀에 걸쳐 진행됐지만 그래도 신인상 부문은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테스타가 참석한 음반 부분 시상식 날짜 큐시트에 신인상 시상 파트가 포함되어 있었다.

모두가 내심 생각했다.

‘솔직히 테스타가 안 받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지.’

그리고 모두의 예상대로, 테스타는 자신들의 무대 순서가 다가오기도 전에 일찌감치 신인상을 탔다.

“축하합니다! 테스타!”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하도 장애물이 많았던 탓인지 팬과 테스타 모두에게 희열감이 넘쳐흘렀다!

“와아아아악!!”

근 두 달간 인터넷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팬들은 가열 차게 응원봉을 흔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감사합니다!”

테스타는 꾸벅꾸벅 인사를 하며 무대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꽃다발과 트로피를 받자, 갑자기 꿍꿍이 있는 미소를 지은 채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마이크를 곧장 선아현에게 넘겼다.

“……??”

순간 살짝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관객석을 지나갔다.

를 한 화라도 본 사람이라면 선아현의 말더듬 증세를 알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선아현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일은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본인이 당황하며 뒤로 빠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선아현은 약간 긴장된 얼굴이었지만, 곧바로 마이크를 받아들었다.

“……과분한 상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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