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Đăng Nhập Đăng Ký

Ra Mắt Hay Ra Đi Raw - C121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21화
간만의 테스타 W라이브는 눈을 빛내는 차유진과 큰세진의 얼굴로 시작했다.
[됐나?]
[나와요!]
둘은 흥분한 사람들이 댓글을 올리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한 뒤, 시시덕거리며 카메라를 휙 뒤로 뺐다.
그러자 두 사람의 전문적인 차림이 훅 눈에 들어왔다.
요리에 전문적인… 앞치마와 라텍스 장갑이었다.
[안녕하세요 러뷰어!]
[안녕하십니까!]
두 사람은 꾸벅 고개를 숙이며 화면을 확인했다. 차유진이 얼결에 한글 댓글 하나를 확인하고 손을 흔들었다.
[저도 반가워요!]
[하하, 저도요! 그리고 저희가 오늘 W라이브를 키게 된 이유는… 바로 이 닭을 요리하기 위해서입니다!]
큰세진이 카메라를 휙 조정하자, 셀카 필터를 먹어 뽀얀 생닭 두 마리가 잠시 카메라에 잡혔다.
[자, 저 닭 보이시나요? 사실 저건 문대 생일선물로 주문한 닭입니다!]
물음표로 가득한 반응에도 큰세진은 천연덕스럽게 다음 말을 이었다.
[오늘 멋지게 요리해서 연말 파티 겸 문대에게 맛있는 밥을 해줄까 합니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치킨 스프!]
-뭐여
-저거 요리해?
-할 수 있겠어요?ㅜㅜ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가 드립이 아니었다니ㅋㅋㅋㅋㅋㅋ
걱정 어린 댓글에도 두 사람은 호탕하게 웃었다.
[맛없게 나오면 저희가 먹고 문대랑 멤버들은 맛있는 거 시켜주죠 뭐!]
[근데 이번에 잘해요!]
차유진의 근거 없는 자신감에 댓글들이 더 불안해했다.
-문대 불러
-얘들아 이거 아닌 것 같아
-귀여운데 두렵다
팀 내에서 대인관계 멘탈 강한 걸로는 확실히 상위권인 둘은 ‘노잼’, ‘나대지마ㅜ’ 등 악플을 싹 거르고 팬 반응만 쓱쓱 받아들였다.
[아하, 문대 형! 형들 금방 와요!]
[맞습니다~ 스케줄 때문에 약간 늦어요! 저희가 먼저 딱 메인 요리를 준비해 두고, 좀 간단한 것들은 같이 만들어볼 예정입니다!]
참고로 거짓말이었다.
그냥 안무가 약간 수정되는 바람에 추가 연습에 들어가느라 한두 시간 퇴근이 늦게 된 것이다.
다만 제일 빨리 익힌 두 사람은 양해를 구하고 일찍 귀가해서 계획한 시간에 맞게 W라이브를 킬 수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멤버들은 이 둘이 설마 W라이브에서 요리 컨텐츠를 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자 시작하겠습니다!]
[최고!]
그리고 둘의 요리는 안정적으로 망했다.
지난번 선아현과 제조한 망령의 탄 스프 경험을 잊지 않은 차유진은 꽤 훌륭하게 불 조절을 했지만, 문제는 다른 데서도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와우! 다음은… 쿠민!]
[음? 쿠민? 안타깝게도 저희 숙소에는 그런 이국적인 향신료는 없습니다. 고춧가루를 넣죠!]
[좋아요! 꿀도 넣어요!]
[꿀 좋다!]
둘은 멀쩡한 레시피를 두고 개성 강한 추가 재료들을 느낌대로 때려 넣었다.
댓글들은 혼란과 당황, 그리고 웃음 범벅이 되었다.
-아냐
-꿀 버려
-치킨스톡 없니? 얘들아!!ㅠㅠㅠ
-그래 요샌 배달도 잘 나오더라
-댓글 너무 빨라서 어지러웤ㅋㅋㅋㅋㅋ
그리고 팬들의 예상대로, 결과는 오묘한 맛의 닭 국물이었다.
[오 완성!]
[자, 일단 맛을…….]
[…….]
[…….]
신나서 맛을 본 둘은 모두 할 말을 잃어버린 표정이 되었다.
댓글은 누구 가릴 것 없이 폭소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둘은 망한 요리 맛본 사람 특유의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큰세진은 음식 낭비라는 반응이 나오기 전에 상심한 척 칼같이 차단했다.
[하하, 이 패배의 맛은 저희가 다 먹을 테니, 혹시라도 걱정 마시길 바랍니다…….]
[먹는 거 괜찮아요.]
말리거나 웃는 댓글들을 확인하고, 큰세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다시 소통을 시작했다.
[그럼 일단 치킨 배달부터……]
그리고 그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멤버들이 복귀했다.
[왔다!]
[잘 왔어요!]
차유진이 뛰쳐나가는 순간, 큰세진은 카메라를 향해 입술에 손을 대는 동작을 했다.
그리고 얼른 냄비를 감춰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물론 택도 없었다.
[너 뭐 해?]
[어? 하하! 덥앱하지~ 문대도 러뷰어 여러분께 인사!]
[아.]
박문대는 일단 추궁을 멈추고 화면을 향해 얼굴을 숙였다.
[다들 잘 지내셨나요?]
순식간에 댓글에 수많은 인사가 지나갔다. 박문대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문대!]
[…….]
절묘한 타이밍 선정이었다.
자신의 SNS 말버릇을 따라 한 뒤 폭소하는 큰세진을, 박문대는 짜게 식은 눈으로 잠시 쳐다보았다.
부엌으로 들어오던 멤버 몇 명도 황급히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참았다.
‘이 새끼를 진짜.’
박문대의 속마음과 달리 댓글은 호평 일색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과 강아지 이모티콘으로 도배된 채팅창을 보며, 박문대는 한번 참기로 했다.
‘가성비는 좋네.’
그리고 대신 냄비를 제대로 확인하기로 결정했다.
[여러분, 얘네 뭐 했나요.]
분위기 맞춘 커버와 소수의 고자질로 댓글이 요동쳤다.
-같이 놀았어!
-토크~
-이야기만 했어요
-유진이 애교 봤다ㅠㅠ 문대도 애교 해줘
-요리ㅋㅋㅋ
-세진이가 읍읍읍
-아무 것도 안 했엌ㅋㅋ
큰세진은 능청스럽게 박문대의 등을 치며 각도를 돌렸다.
[우리? 가벼운 소통을 하고 있었지~ 그렇지 유진아?]
[맞아요!]
차유진은 해맑게 덧붙였다.
[그리고 요리했어요!]
[으악.]
큰세진이 침몰했다.
그리고 김래빈은 도무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앞치마를 하고 계시는데 들키지 않는 상황을 예상하셨다고…?]
팬들이 폭소했다.
그리고 박문대는 큰세진이 슬쩍 내려둔 냄비를 바로 확인했다.
[…설마 치킨 스프야?]
[맞아요.]
[연말이고, 너 생일도 기념할 겸 닭 요리해 주려고 했지… 근데 그냥 치킨 시켜줄게. 그건 우리가 다 먹는다!]
[먹는다!]
[…….]
박문대는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가, 냄비 속 내용물을 한 입 맛보았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너희 차유진 어머니가 주신 대로 안 했지.]
[창의력을 발휘해 봤지.]
[꿀 넣었어요.]
[그래. 그런 것 같다.]
박문대는 혀를 차더니, 결국 냄비를 잡아서 조리대에 도로 올렸다.
그리고 냉장고 안에서 재료들을 더 꺼내고서는 뚝딱뚝딱 냄비 속에 첨가하기 시작했다.
[오 문대!]
[맛있게 주세요!]
큰세진과 차유진은 상황을 파악하고 즉시 가벼운 숭배 모드를 장착했다.
[나, 나도 도울게…!]
[…그래? 그럼 이거 맛 좀 봐줘.]
[으, 으응!]
박문대의 완곡한 거절을 알아차리지 못한 선아현은 성의 성심껏 숟가락을 가져와서 국물을 맛봤다.
그리고 물음표와 느낌표가 번갈아 뜬 표정이 되었다.
[마, 맛있어! 그, 근데…… 그, 맛이….]
[닭볶음탕이라고?]
[어, 어어!! 맞아!]
그렇다.
치킨 스프는 온데간데없이, 냄비 속 음식은 닭볶음탕이 되어 있었다…!
충격적인 진술에 또 팬들의 민심이 술렁거렸다. 하지만 요리한 당사자는 태연했다.
[잘됐네.]
박문대는 W라이브가 송출되는 스마트폰으로 고개를 돌린 뒤, 제법 친절하게 설명했다.
[꿀에 고춧가루까지 들어가서… 그냥 간장, 고추장 넣고 한식으로 살렸습니다. 국물도 많이 졸아서 이게 맞는 것 같네요.]
[헐 맛있어! 여러분 이거 진짜 맛있어요. 어떻게 한 거지? 박문대 대체 뭐지?]
[와우 요리 성공!]
[…….]
박문대는 일시적으로 두 사람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었다. 물론 바란 적도 없다.
그래도 그 냄비 하나로 저녁을 때우기는 턱없이 부족했고, 자연스럽게 멤버들은 사이좋게 불판을 가져와서 삼겹살을 구웠다.
[이번 건 진짜 잘할 수 있다!]
[저 고기 굽는 거 잘해요!]
놀랍게도 차유진과 큰세진은 고기 굽는 데는 정말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에, 순조롭게 망한 전 요리를 잘 만회했다.
[…맛있어.]
[정말 연말 파티 느낌 나는 것 같은데? 좋다!]
자진해서 주방을 정리하고 온 두 큰형도 호평했다.
그리고 둘 다 냄비의 요리가 치킨 스프였다는 것에 먹는 내내 위화감을 느꼈다.
들어갔던 파스타면이 좀 어색했지만, 수제비라고 생각하니 또 괜찮았기 때문이다.
[치킨 스프라니…….]
[그거 또 만들었구나.]
그 의미심장한 말에, 댓글들은 이번에야말로 ‘또’의 의미를 알려달라며 울부짖었다.
-분명 사연 있다
-치킨 스프와 절친 바이브 해명해라
-ㅠㅠㅠ공유해줘
[아 당연히 말씀드려야죠!]
[그것은 지난 15일 문대 형의 생신 당일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덕분에 테스타는 적당히 쳐낼 부분은 쳐내며, 박문대의 생일 에피소드를 즐겁게 떠들 수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테스타에게는 드물게도 아주 본격적인 실시간 소통의 분위기였다. 소문을 듣고 라이트팬들까지 접속하며 시청자가 쭉 붙었다.
그리고 시작한 지 2시간 반이 넘게 지났을 시점, 드디어 멤버들이 ‘그 질문’을 확인했다.
[이번 질문은… 오, 이거. ‘KBC 아현이 덤블링 원래 안무였나요 애드립이였나요?’]
사실 이 질문은 초반부터 이미 몇 번이나 올라왔었다.
하지만 차유진은 요리에 극도로 집중한 데다가, 빠르게 넘어가는 긴 한글 댓글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리고 큰세진은 다분히 고의적으로 못 본 척해버렸다.
다 같이 있을 때 대답하는 편이 임펙트가 크고 캡처가 돌아다닐 때도 그림이 좋기 때문이었다.
분위기에 취해서 살짝 유쾌해진 류청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 이거 애드립 맞습니다! 진짜 대단했죠!]
[대단해요!]
[아, 자세한 상황이요? 그때 저희 인이어에 문제가 좀 생겨서…….]
테스타는 즐겁게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고, 중간중간 박문대와 큰세진이 혹시 모를 방지선을 그었다.
[저 두 분이 아현이 등을 딱 붙잡은 거죠! 그래서 어땠다구요, 아현 씨?]
[왜,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 한번 뛰어봤습니다…!]
[정말 대단한 광경이었지만 절대 저희가 의도한 바는 아니구요, 아현이도 앞으로는 안전이 확보된 후에만 시도한다고 합니다. 맞지?]
[으, 응! 모, 몸이 중요하니까…!]
테스타는 얼마 안 가서 그 화제를 마무리한 뒤 다른 소소한 이야기를 반 시간쯤 더 떠들고 방송을 종료했지만, 가장 먼저 캡처가 돈 것은 당연히 이 부분이었다.
========================
[테스타 사고 애드립 궁예 다 맞다고 함]
: 본인들이 직접 덥앱에서 인증
(자막 있는 캡처연결본)
========================
-이게 다 사실이라니
-선아현 무슨 수련이라도 했대?
-팬들 망상이라고 비웃던 애들 어쩌냐ㅋㅋㅋ
-선아현 그는 신인가
-수습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이런 현실성 없는 상황이…
-와 예비 플랜도 아니고 그냥 즉흥;
-화제되니까 거짓말했을 가능성은?
└리허설 본 스탭이 몇 명인데 뭐하러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해
└테스타가 그럴 필요가 있는 급이냐?ㅋㅋㅋ
└냅둬 오닉스 같은 망돌 빨아서 잘 모르나 봄
가장 경이로운 쪽으로 나버린 결론에 사람들이 기겁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위튜브와 페이스리더 등지까지 물살을 타고 퍼졌다.
[테스타의 사고 수습, 말도 안 되는 추측이 맞아버렸다?]
[살아남은 아이돌 주식의 저력은 무서워]
[아주사 3위의 경악할 춤 실력]
안 그래도 테스타와 엮인 불공정 이미지와 논란은 힘을 잃은 상태였다. 테스타는 이번 화제로 그 찌꺼기까지 털어내버릴 수 있었다.
그렇게 신인상 논란은 더 말 꺼내기도 어색할만큼 완전히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우리 애들은 천재야..
-역시 아이돌은 무대 보는 맛이지 근데 테스타는 귀엽기까지하니 어쩔 수 없다 사랑하는 수 밖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겠어 귀여움도 영업할래ㅠㅠ
뽕이 차오른 테스타의 팬들은 막 W라이브에서 나온 훈훈한 떡밥을 퍼나르며 공유를 시도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이미 사람들은 테스타가 만든 자극적인 화제들에 길들어졌기 때문이다….
팬들은 약간 머쓱해하며 치킨 스프 이야기를 멈추었다.
어쨌든 1월의 굵직한 시상식들에서의 신인상 수상은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완전한 실력파 이미지를 수혈한 테스타는 성적 좋은 아이돌답게, 당연히 방송국에서 새해를 맞이할 예정이었다.
다만 거기서 예상치 못한 반가운 얼굴도 만나게 되었다.
* * *
12월 31일 MBS 가요대제전.
“감사합니다!”
주어진 첫 무대를 끝내자 시간이 훅 떴다.
MBS에서 무려 4시간이나 생방을 때리고 테스타 무대를 1, 3부에 흩뿌려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곡을 두 곡 시켜줬다는 건 아니다. 방금 한 무대는 2000년대 남자아이돌 곡 1절 커버였다.
게다가 3부 무대는 딱 3분만 주는 통에 2절 벌스를 잘라내야 했다.
흠, 올해 테스타 성적을 고려하자면 그림으로 그린 듯한 홀대다.
‘이걸 출신 차별로 봐야 할지 소속사 차별로 봐야 할지 궁금한데.’
아마 둘 다겠지 싶다.
“그래도 의상 갈아입을 시간은 넉넉하고 좋네요 좋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최악을 피하기도 했지.’
임진각 말이다.
“맞아. 야외도 안 갔고.”
“…그, 그러게.”
여름교복 입고 이 겨울에 야외 공연은 정말 대단한 볼 거리였을 것이다.
그렇게 잡담을 하며 방송국 복도를 가로지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인사를 해왔다.
“와 테스타다! 저 사인 좀 해줘요!”
들어본 목소리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사람을 확인한 멤버들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헐!”
“형!”
인사를 한 사람은 놀랍게도… 골드 1, 하일준이었다.
“이야, 잘 지냈어?”
골드 1은 한 무리의 사람들 사이에서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멤버 몇 명이 반색하며 다가갔다.
그리고 골드 1 옆에 익숙한 얼굴을 하나 더 발견했다.
“…오.”
최원길이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21화

간만의 테스타 W라이브는 눈을 빛내는 차유진과 큰세진의 얼굴로 시작했다.

둘은 흥분한 사람들이 댓글을 올리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한 뒤, 시시덕거리며 카메라를 휙 뒤로 뺐다.

그러자 두 사람의 전문적인 차림이 훅 눈에 들어왔다.

요리에 전문적인… 앞치마와 라텍스 장갑이었다.

두 사람은 꾸벅 고개를 숙이며 화면을 확인했다. 차유진이 얼결에 한글 댓글 하나를 확인하고 손을 흔들었다.

큰세진이 카메라를 휙 조정하자, 셀카 필터를 먹어 뽀얀 생닭 두 마리가 잠시 카메라에 잡혔다.

물음표로 가득한 반응에도 큰세진은 천연덕스럽게 다음 말을 이었다.

-뭐여

-저거 요리해?

-할 수 있겠어요?ㅜㅜ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가 드립이 아니었다니ㅋㅋㅋㅋㅋㅋ

걱정 어린 댓글에도 두 사람은 호탕하게 웃었다.

차유진의 근거 없는 자신감에 댓글들이 더 불안해했다.

-문대 불러

-얘들아 이거 아닌 것 같아

-귀여운데 두렵다

팀 내에서 대인관계 멘탈 강한 걸로는 확실히 상위권인 둘은 ‘노잼’, ‘나대지마ㅜ’ 등 악플을 싹 거르고 팬 반응만 쓱쓱 받아들였다.

참고로 거짓말이었다.

그냥 안무가 약간 수정되는 바람에 추가 연습에 들어가느라 한두 시간 퇴근이 늦게 된 것이다.

다만 제일 빨리 익힌 두 사람은 양해를 구하고 일찍 귀가해서 계획한 시간에 맞게 W라이브를 킬 수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멤버들은 이 둘이 설마 W라이브에서 요리 컨텐츠를 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둘의 요리는 안정적으로 망했다.

지난번 선아현과 제조한 망령의 탄 스프 경험을 잊지 않은 차유진은 꽤 훌륭하게 불 조절을 했지만, 문제는 다른 데서도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둘은 멀쩡한 레시피를 두고 개성 강한 추가 재료들을 느낌대로 때려 넣었다.

댓글들은 혼란과 당황, 그리고 웃음 범벅이 되었다.

-아냐

-꿀 버려

-치킨스톡 없니? 얘들아!!ㅠㅠㅠ

-그래 요샌 배달도 잘 나오더라

-댓글 너무 빨라서 어지러웤ㅋㅋㅋㅋㅋ

그리고 팬들의 예상대로, 결과는 오묘한 맛의 닭 국물이었다.

신나서 맛을 본 둘은 모두 할 말을 잃어버린 표정이 되었다.

댓글은 누구 가릴 것 없이 폭소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둘은 망한 요리 맛본 사람 특유의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큰세진은 음식 낭비라는 반응이 나오기 전에 상심한 척 칼같이 차단했다.

말리거나 웃는 댓글들을 확인하고, 큰세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다시 소통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멤버들이 복귀했다.

차유진이 뛰쳐나가는 순간, 큰세진은 카메라를 향해 입술에 손을 대는 동작을 했다.

그리고 얼른 냄비를 감춰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물론 택도 없었다.

박문대는 일단 추궁을 멈추고 화면을 향해 얼굴을 숙였다.

순식간에 댓글에 수많은 인사가 지나갔다. 박문대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절묘한 타이밍 선정이었다.

자신의 SNS 말버릇을 따라 한 뒤 폭소하는 큰세진을, 박문대는 짜게 식은 눈으로 잠시 쳐다보았다.

부엌으로 들어오던 멤버 몇 명도 황급히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참았다.

‘이 새끼를 진짜.’

박문대의 속마음과 달리 댓글은 호평 일색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과 강아지 이모티콘으로 도배된 채팅창을 보며, 박문대는 한번 참기로 했다.

‘가성비는 좋네.’

그리고 대신 냄비를 제대로 확인하기로 결정했다.

분위기 맞춘 커버와 소수의 고자질로 댓글이 요동쳤다.

-같이 놀았어!

-토크~

-이야기만 했어요

-유진이 애교 봤다ㅠㅠ 문대도 애교 해줘

-요리ㅋㅋㅋ

-세진이가 읍읍읍

-아무 것도 안 했엌ㅋㅋ

큰세진은 능청스럽게 박문대의 등을 치며 각도를 돌렸다.

차유진은 해맑게 덧붙였다.

큰세진이 침몰했다.

그리고 김래빈은 도무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팬들이 폭소했다.

그리고 박문대는 큰세진이 슬쩍 내려둔 냄비를 바로 확인했다.

박문대는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가, 냄비 속 내용물을 한 입 맛보았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박문대는 혀를 차더니, 결국 냄비를 잡아서 조리대에 도로 올렸다.

그리고 냉장고 안에서 재료들을 더 꺼내고서는 뚝딱뚝딱 냄비 속에 첨가하기 시작했다.

큰세진과 차유진은 상황을 파악하고 즉시 가벼운 숭배 모드를 장착했다.

박문대의 완곡한 거절을 알아차리지 못한 선아현은 성의 성심껏 숟가락을 가져와서 국물을 맛봤다.

그리고 물음표와 느낌표가 번갈아 뜬 표정이 되었다.

그렇다.

치킨 스프는 온데간데없이, 냄비 속 음식은 닭볶음탕이 되어 있었다…!

충격적인 진술에 또 팬들의 민심이 술렁거렸다. 하지만 요리한 당사자는 태연했다.

박문대는 W라이브가 송출되는 스마트폰으로 고개를 돌린 뒤, 제법 친절하게 설명했다.

박문대는 일시적으로 두 사람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었다. 물론 바란 적도 없다.

그래도 그 냄비 하나로 저녁을 때우기는 턱없이 부족했고, 자연스럽게 멤버들은 사이좋게 불판을 가져와서 삼겹살을 구웠다.

놀랍게도 차유진과 큰세진은 고기 굽는 데는 정말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에, 순조롭게 망한 전 요리를 잘 만회했다.

자진해서 주방을 정리하고 온 두 큰형도 호평했다.

그리고 둘 다 냄비의 요리가 치킨 스프였다는 것에 먹는 내내 위화감을 느꼈다.

들어갔던 파스타면이 좀 어색했지만, 수제비라고 생각하니 또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 의미심장한 말에, 댓글들은 이번에야말로 ‘또’의 의미를 알려달라며 울부짖었다.

-분명 사연 있다

-치킨 스프와 절친 바이브 해명해라

-ㅠㅠㅠ공유해줘

덕분에 테스타는 적당히 쳐낼 부분은 쳐내며, 박문대의 생일 에피소드를 즐겁게 떠들 수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테스타에게는 드물게도 아주 본격적인 실시간 소통의 분위기였다. 소문을 듣고 라이트팬들까지 접속하며 시청자가 쭉 붙었다.

그리고 시작한 지 2시간 반이 넘게 지났을 시점, 드디어 멤버들이 ‘그 질문’을 확인했다.

사실 이 질문은 초반부터 이미 몇 번이나 올라왔었다.

하지만 차유진은 요리에 극도로 집중한 데다가, 빠르게 넘어가는 긴 한글 댓글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리고 큰세진은 다분히 고의적으로 못 본 척해버렸다.

다 같이 있을 때 대답하는 편이 임펙트가 크고 캡처가 돌아다닐 때도 그림이 좋기 때문이었다.

분위기에 취해서 살짝 유쾌해진 류청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테스타는 즐겁게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고, 중간중간 박문대와 큰세진이 혹시 모를 방지선을 그었다.

테스타는 얼마 안 가서 그 화제를 마무리한 뒤 다른 소소한 이야기를 반 시간쯤 더 떠들고 방송을 종료했지만, 가장 먼저 캡처가 돈 것은 당연히 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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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들이 직접 덥앱에서 인증

(자막 있는 캡처연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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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사실이라니

-선아현 무슨 수련이라도 했대?

-팬들 망상이라고 비웃던 애들 어쩌냐ㅋㅋㅋ

-선아현 그는 신인가

-수습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이런 현실성 없는 상황이…

-와 예비 플랜도 아니고 그냥 즉흥;

-화제되니까 거짓말했을 가능성은?

└리허설 본 스탭이 몇 명인데 뭐하러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해

└테스타가 그럴 필요가 있는 급이냐?ㅋㅋㅋ

└냅둬 오닉스 같은 망돌 빨아서 잘 모르나 봄

가장 경이로운 쪽으로 나버린 결론에 사람들이 기겁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위튜브와 페이스리더 등지까지 물살을 타고 퍼졌다.

안 그래도 테스타와 엮인 불공정 이미지와 논란은 힘을 잃은 상태였다. 테스타는 이번 화제로 그 찌꺼기까지 털어내버릴 수 있었다.

그렇게 신인상 논란은 더 말 꺼내기도 어색할만큼 완전히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우리 애들은 천재야..

-역시 아이돌은 무대 보는 맛이지 근데 테스타는 귀엽기까지하니 어쩔 수 없다 사랑하는 수 밖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겠어 귀여움도 영업할래ㅠㅠ

뽕이 차오른 테스타의 팬들은 막 W라이브에서 나온 훈훈한 떡밥을 퍼나르며 공유를 시도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이미 사람들은 테스타가 만든 자극적인 화제들에 길들어졌기 때문이다….

팬들은 약간 머쓱해하며 치킨 스프 이야기를 멈추었다.

어쨌든 1월의 굵직한 시상식들에서의 신인상 수상은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완전한 실력파 이미지를 수혈한 테스타는 성적 좋은 아이돌답게, 당연히 방송국에서 새해를 맞이할 예정이었다.

다만 거기서 예상치 못한 반가운 얼굴도 만나게 되었다.

* * *

12월 31일 MBS 가요대제전.

“감사합니다!”

주어진 첫 무대를 끝내자 시간이 훅 떴다.

MBS에서 무려 4시간이나 생방을 때리고 테스타 무대를 1, 3부에 흩뿌려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곡을 두 곡 시켜줬다는 건 아니다. 방금 한 무대는 2000년대 남자아이돌 곡 1절 커버였다.

게다가 3부 무대는 딱 3분만 주는 통에 2절 벌스를 잘라내야 했다.

흠, 올해 테스타 성적을 고려하자면 그림으로 그린 듯한 홀대다.

‘이걸 출신 차별로 봐야 할지 소속사 차별로 봐야 할지 궁금한데.’

아마 둘 다겠지 싶다.

“그래도 의상 갈아입을 시간은 넉넉하고 좋네요 좋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최악을 피하기도 했지.’

임진각 말이다.

“맞아. 야외도 안 갔고.”

“…그, 그러게.”

여름교복 입고 이 겨울에 야외 공연은 정말 대단한 볼 거리였을 것이다.

그렇게 잡담을 하며 방송국 복도를 가로지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인사를 해왔다.

“와 테스타다! 저 사인 좀 해줘요!”

들어본 목소리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사람을 확인한 멤버들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헐!”

“형!”

인사를 한 사람은 놀랍게도… 골드 1, 하일준이었다.

“이야, 잘 지냈어?”

골드 1은 한 무리의 사람들 사이에서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멤버 몇 명이 반색하며 다가갔다.

그리고 골드 1 옆에 익숙한 얼굴을 하나 더 발견했다.

“…오.”

최원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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