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13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13화
요 며칠, 커뮤니티에서는 몇몇 하드 플레이어들이 ‘BETTER ME’ 뮤직비디오를 분석 중이었다.
트레일러와의 연관성 때문에, 게임 관련 떡밥이 있을 것이란 기묘한 믿음이 형성된 게 이유였다.
========================
[갓스타 이번 영상 확인했다]
: 중간에 나오는 교복 괴물들 생김새가 떡밥이다.
강남문고 마굴 가면 운석 떨어질 때 생존자들 기록 나오는데 거기 나오는 운석 때문에 변이한 사람들 묘사랑 똑같음 (게임 스크린샷)
즉 갓스타 영상은 7년 전 운석 떨어질 시점에 대한 떡밥임.
========================
-콜라보 침투가 여기까지?ㄷㄷ
-야 그럴싸해
-이 겜 하려면 남돌 뮤직비디오까지 봐야 하냐
-이게 과몰입 씹덕인가 하는 그거지?
-개소리 ㄴㄴ 그럼 7년이나 지났는데 얼굴 그대로란 뜻이자너 공장 변태들 이런 거 안 놓침
└이미 다들 운석 감염된 탈인간 상태라면? 갓스타 초능력자 컨셉이라는데 그 초능력이 운석 변이 때문이라면?
└이 새끼 머리 좋네
└뇌가 공장에 저당 잡혔냐 머리가 좋긴 씹덕 망상이구먼
하지만 이미 공장 로동자인 내 귀에는 솔깃하게 들린달까? 나쁜 생각 같지 않달까?
└미친놈들ㅋㅋㅋㅋㅋㅋㅋ
논란의 소지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뮤직비디오를 뜯어볼수록 의심스러운 요소를 찾아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식이었지만 일단 떠들고 보자는 식이었다.
-교실 뒤 달력 보이냐 2030년이다. 127섹션은 2037년 배경, 운석 사태 7년 전. 빼박이쥬? (흐릿한 MV 배경 캡처)
-갓스타 팬들이 비일이랑 박사 동일 인물 설 밀던데 이러면 왜 비일이만 코드네임인지 해명됨 비일이 드론 연동 안드로이드 클론인 거임
└ㅋㅋㅋㅋㅋㅋ이 새끼들 진짜 웃기네
하지만 큰 증거가 튀어나온 건 아니었고, 공식 콜라보로 지정된 영상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야기는 의심 선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평소처럼 초기 동료 염불 외는 사람들이 간혹 출몰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아 모르겠고 저격수나 돌려달라고 폐공장 새끼들아ㅋㅋㅋ 아님 동료 개명권이나 팔아라 저격수 이름 달아주게
└히익 오따끄…!
└너 그런 거 하니?
-저 방금 시작했는데 급해서 여쭤보는데 왜 다 죽어요? 이거 공략 좀 주세요
└그런 거 없어
└공식 카페 가면 너 같은 놈 시간마다 출몰한다 ㄱㄱ
이렇게 아직도 초기 동료들이 뜨거운 감자인 시기에, 테스타가 늦은 핼러윈 기념 안무 영상을 업로드한 것이다.
심지어 이 영상은 썸네일부터 테스타가 전부 바닥에 쓰러져있는 채로 시작했다.
그리고 ‘BETTER ME’의 전주가 흐르는 순간, 스르륵 일어난 멤버들은 각자 본래 안무와 다른 시작 자세를 취한 것이다.
바로 게임에서 전투에 돌입 시 뜨는 일러스트의 자세였다.
상당히 본격적으로 분장한 탓에 트레일러와 똑같은 멤버들은 표정까지 흡사하게 지으며 분위기를 돋웠다.
심지어 차유진은 도입부까지 바꿨다.
-Do you trust me?
It’s ME
Oooohh….
이후 모든 멤버들은 자신의 파트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나올 때마다, 캐릭터를 상징하는 작은 소품을 가지고 나와서 전투 하이라이트 컷 씬을 짧게 따라 했다.
대부분은 모자, 플라스크, 기껏해야 불빛을 내줄 꼬마전구 무더기 정도로 타협하며 안무를 살리는데 때문에 분위기는 가볍고 유쾌했다.
다만 김래빈은 자신이 부르는 후렴구, 카메라 사각지대에서 마네킹을 끌고 나오다가 넘어뜨리고 당황했다.
-It’s just confusing
언제부터였는지
I’m just confused
Umm
어디까지 가는지
당황한 김래빈과 웃음을 참고 같이 마네킹을 옮겨주는 멤버들까지, 우울한 노랫말이 어쩐지 밈처럼 웃기게 들리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이런 일을 아주 뻔뻔스럽게 소화하는 멤버부터, 과장된 전투 모션 등을 좀 멋쩍어하거나 부끄러워하는 멤버들까지 게임에서 캐릭터들이 보여줬던 인상과 일치했다.
덕분에 영상을 보던 사람들의 과몰입은 더욱 심화되다가, 마지막 파트에서 절정을 찍었다.
-감사합니다!
-또 봐요~
-다시 만나요!!
원래도 우울한 분위기가 풀어지고 절정으로 치닫던 막판 댄스 브레이크였다.
그런데 즐겁게 춤을 춘 멤버들이 손을 흔들며 저렇게 말하기까지 하는 순간, 완전히 게임에서 그들이 맞는 엔딩이 겹쳐진 것이다.
멤버들은 그냥 좀 쑥스럽고 재밌는 촬영에 신나서 한 행동이었으나, 후폭풍은 무서웠다.
댓글은 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심지어 상단 노출에서 영어 코멘트가 밀릴 정도였다.
-ㅠㅠㅠㅠㅠㅠㅠㅠ으아아악!
-다시 보는 거 맞지? 맞지 얘들아?ㅠㅠ 또 콜라보 하는 거지!?
-아 PTSD 씨게 오는데 행복한 이 기분은 대체 뭐죠?
-얘들아 기다려 지금 지르러 간다 우리 애들 다 맞출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야ㅠㅠ
-우리 애들 저기 잘 살아있는데 내가 게임에서 엉뚱한 애들한테 집착했었네… 걔들 놔주고… 우리 테스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상반된 의견이 동시에 추천을 받아 댓글에 올라오며 대댓글로 울고 웃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심지어 이 동영상이 공유된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분위기는 똑같았다.
-죽은 동료들이 할로윈이라고 돌아왔네
└ㅅㅂ
└이딴 댓글 달지마라 슬프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우리 비일이 안 죽었다고 내 덱에 멀쩡히 살아있음 개명만 시켜준 건데 무슨 말임
-갓스타라고 불러줄 때 이런 유치한 장난 치지 마라 (눈물을 참지 못하는 이모티콘)
-악마 같은 공장새끼들보다 갓스타가 낫다
덕분에 댓글에서 울고 웃는 러뷰어들의 행렬에 팬이 아닌 게임 플레이어들까지 합류해 버렸다.
애꿎은 외국 팬들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또 당황했으나, SNS에서 번역으로 상황을 파악한 후엔 더 고통스러워졌다.
이 글로벌 서비스를 아직 런칭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I really want to play that game(웃으며 우는 이모티콘)
-PURE JEALOUSLY (불타는 이모티콘)
슬퍼할 기회도 받지 못한 외국 팬들의 괴로움과 함께, 핼러윈 기념 안무 영상은 성공적으로 게임 마니아들의 유입 통로가 되었다.
그렇게 게임 콜라보와 함께하는 폭풍 같은 10월이 끝났다.
* * *
11월 초. 게임 콜라보 컨텐츠 공개가 다 끝났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룹 일정은 더 바빠졌다. 이번 컴백 때 데뷔보다 성적이 더 잘 나오며 주가가 확 뛰었기 때문이다.
마침 그 증거 같은 스케줄을 뛰는 중이다.
단가 센 광고 말이다.
“입꼬리 더 올려서 웃어요~”
나는 응원봉을 들고 최대한 미소다운 미소를 짓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 감독이 만족했는지 다음 지시가 나온다.
“여기서 고개 갸웃!”
갸웃…….
참고로, 이 위로 강아지 귀 그림이 합성될 것이란 말을 들었다.
‘…너무 갔지 않나?’
심지어 이 광고 타이틀이 이거다.
[마법소년 테스타의 마법 같은 인공지능 비서, 큐리어시!]
여기다 이 인공지능 캐릭터가 강아지라 박문대를 좀 더 적극적으로 써먹을 모양이었다.
과연 이대로 TV에 송출되어도 괜찮은가 싶은 생각이 좀 들긴 했으나…….
3개월에 3억 5천짜리였기 때문에 입 다물고 광고주의 지시를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알아서 하겠지.
“네.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쨌든 촬영은 순조롭게 끝났다. 기다리고 있던 멤버들이 오늘 스케줄 끝의 기쁨을 표출했다.
다만 큰세진은 스마트폰에서 눈을 안 떼고 웃는 얼굴로 손만 흔들었다.
흠, 저거 저럴 놈이 아닌데 어째 느낌이 별론데.
“뭐 하냐?”
“아, 미안. 별거 아냐.”
큰세진은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옆에서 멀뚱멀뚱 나와 큰세진을 번갈아 보던 차유진이 눈을 빛내며 불쑥 말했다.
“여자친구예요?”
“…!!”
“뭐?! 아니, 절대 안 되지! 야, 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으와악!”
“너나 연애할 생각 마세요!”
“없어요!”
큰세진은 차유진을 몇 번 짤짤 흔들고 놓아주었다. 그리고 씩 웃더니 적당한 해명을 붙였다.
“예전에 데뷔한 녀석들이 갑자기 연락했더라고. 음~ 새삼 신기해서?”
선아현이 옆에서 감탄했다.
“세, 세진이는, 친구가 정말 많구나!”
“아하하, 뭐 친구까지는 아니고~ 그냥 좀 아는 사이?”
큰세진은 싱글벙글 웃으며 선을 그었다.
‘이제 와서 연락하는 게 같잖다 이거군.’
큰세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마무리했다.
“어차피 다음 달이면 얼굴은 볼 거기도 하고~”
“으, 으응?”
“아, 연말 시상식 말이구나?”
류청우의 말에 큰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 첫 시상식까지 한 달도 안 남았잖아요~”
“와…….”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네.”
그 말에 다들 나름대로 여운에 잠긴 것 같았다. 아마 부터 시작해서 이번 앨범까지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나는 직감했다.
‘스케줄이 더 미쳐 돌아가겠군.’
자는 시간 빼고는 여유 시간이 거의 없는 일정이다. 여기다 연말 시상식 준비까지 병행해야 한다?
소속사가 지금도 가장 돈 되는 스케줄만 솎아내서 잡으려고 노력하는 건 눈에 보였다.
아마 그쪽을 더 줄이기는 힘들겠고 우리 자는 시간을 줄여야 하겠지.
거기까지 생각한 건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김래빈이 쓱 손을 들고 말했다.
“그럼 연말 시상식용 무대 준비도 곧 시작하겠군요.”
“으음.”
“…따로 준비할 게 많아?”
가요시상식과는 별 연이 없었던 배세진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여기저기 케이팝 고인물들에게 격한 반응이 튀어나왔다.
“특별무대 해요!”
“아무래도 편곡도 아마 세 버전 정도는 따로 만들지 않을까 합니다. 저희가 얼마나 참여할지는 또 미지수이긴 합니다만…….”
“아, 안무도, 새로운 걸 많이 만들지 않을까요…!”
“…….”
스탯이 제일 낮은 배세진은 벌써 질린 표정이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을 파악한 얼굴이 비장해 보였다.
“…아, 알았어. 열심히 해야겠네.”
“그래. 열심히 해서 시상식 많이 참석하자.”
“상 좋아요!”
“아, 받으면 진짜 좋지~”
산뜻하게 라이프를 포기한 놈들의 대화가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 문제는 나도 그랬다는 점이다.
‘신인상 신경 써야지.’
잠이야 나중에 자도 그만이다. 나는 상태이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상이 아니면 죽음을’]
: 정해진 기간 내로 가장 권위 있는 국내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지 못할 시, 사망
저 ‘가장 권위 있는’이란 표현의 기준이 모호한 이상, 웬만하면 가장 이름난 세 시상식에서는 다 신인상을 챙겨야 한다는 뜻이다.
‘당일 시상식 무대하고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막상 무대가 성의 없으면 투표하던 사람도 기운 빠지지.’
한 달은 이어질 시상식 시즌을 생각하면 무대도 최대한 신경 써봐야 한다는 뜻이다.
‘뭐, 성적으로는 경쟁자가 없긴 하다만.’
확실히 전보다는 마음이 편했다.
“일단 우리 라이브는 문대가 책임져 줄 거야. 너무 마음이 편하지 않니?”
“저, 정말!”
“언제나 감사합니다.”
“……그래. 고맙다.”
“하하!”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대화 소재가 됐군. 어쨌든 팀 분위기는 좋았다.
그리고 그날 밤, 차에 실려 이동하는 도중에 톡 하나를 받았다.
[VTIC 청려 선배님: 다음은 신인상이죠?]
“…….”
이 새끼 아직 투어 중 아닌가?
어쨌든 굳이 낚여줄 마음은 없다. 나는 빠르게 답장을 보냈다.
[어떤 상이든 받으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선배님께서도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약간 시간이 흐른 뒤에 답장이 돌아왔다.
[VTIC 청려 선배님: 네^^]
‘정말 차단하고 싶다.’
나는 톡 알림을 끄고 인터넷을 켰다.
그리고 시상식 관련 브라우징 중에 눈에 띄는 글 하나를 발견했다.
[테스타가 신인상은 좀 그렇지 않나?]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13화
요 며칠, 커뮤니티에서는 몇몇 하드 플레이어들이 ‘BETTER ME’ 뮤직비디오를 분석 중이었다.
트레일러와의 연관성 때문에, 게임 관련 떡밥이 있을 것이란 기묘한 믿음이 형성된 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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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에 나오는 교복 괴물들 생김새가 떡밥이다.
강남문고 마굴 가면 운석 떨어질 때 생존자들 기록 나오는데 거기 나오는 운석 때문에 변이한 사람들 묘사랑 똑같음 (게임 스크린샷)
즉 갓스타 영상은 7년 전 운석 떨어질 시점에 대한 떡밥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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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침투가 여기까지?ㄷㄷ
-야 그럴싸해
-이 겜 하려면 남돌 뮤직비디오까지 봐야 하냐
-이게 과몰입 씹덕인가 하는 그거지?
-개소리 ㄴㄴ 그럼 7년이나 지났는데 얼굴 그대로란 뜻이자너 공장 변태들 이런 거 안 놓침
└이미 다들 운석 감염된 탈인간 상태라면? 갓스타 초능력자 컨셉이라는데 그 초능력이 운석 변이 때문이라면?
└이 새끼 머리 좋네
└뇌가 공장에 저당 잡혔냐 머리가 좋긴 씹덕 망상이구먼
하지만 이미 공장 로동자인 내 귀에는 솔깃하게 들린달까? 나쁜 생각 같지 않달까?
└미친놈들ㅋㅋㅋㅋㅋㅋㅋ
논란의 소지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뮤직비디오를 뜯어볼수록 의심스러운 요소를 찾아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식이었지만 일단 떠들고 보자는 식이었다.
-교실 뒤 달력 보이냐 2030년이다. 127섹션은 2037년 배경, 운석 사태 7년 전. 빼박이쥬? (흐릿한 MV 배경 캡처)
-갓스타 팬들이 비일이랑 박사 동일 인물 설 밀던데 이러면 왜 비일이만 코드네임인지 해명됨 비일이 드론 연동 안드로이드 클론인 거임
└ㅋㅋㅋㅋㅋㅋ이 새끼들 진짜 웃기네
하지만 큰 증거가 튀어나온 건 아니었고, 공식 콜라보로 지정된 영상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야기는 의심 선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평소처럼 초기 동료 염불 외는 사람들이 간혹 출몰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아 모르겠고 저격수나 돌려달라고 폐공장 새끼들아ㅋㅋㅋ 아님 동료 개명권이나 팔아라 저격수 이름 달아주게
└히익 오따끄…!
└너 그런 거 하니?
-저 방금 시작했는데 급해서 여쭤보는데 왜 다 죽어요? 이거 공략 좀 주세요
└그런 거 없어
└공식 카페 가면 너 같은 놈 시간마다 출몰한다 ㄱㄱ
이렇게 아직도 초기 동료들이 뜨거운 감자인 시기에, 테스타가 늦은 핼러윈 기념 안무 영상을 업로드한 것이다.
심지어 이 영상은 썸네일부터 테스타가 전부 바닥에 쓰러져있는 채로 시작했다.
그리고 ‘BETTER ME’의 전주가 흐르는 순간, 스르륵 일어난 멤버들은 각자 본래 안무와 다른 시작 자세를 취한 것이다.
바로 게임에서 전투에 돌입 시 뜨는 일러스트의 자세였다.
상당히 본격적으로 분장한 탓에 트레일러와 똑같은 멤버들은 표정까지 흡사하게 지으며 분위기를 돋웠다.
심지어 차유진은 도입부까지 바꿨다.
-Do you trust me?
It’s ME
Oooohh….
이후 모든 멤버들은 자신의 파트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나올 때마다, 캐릭터를 상징하는 작은 소품을 가지고 나와서 전투 하이라이트 컷 씬을 짧게 따라 했다.
대부분은 모자, 플라스크, 기껏해야 불빛을 내줄 꼬마전구 무더기 정도로 타협하며 안무를 살리는데 때문에 분위기는 가볍고 유쾌했다.
다만 김래빈은 자신이 부르는 후렴구, 카메라 사각지대에서 마네킹을 끌고 나오다가 넘어뜨리고 당황했다.
-It’s just confusing
언제부터였는지
I’m just confused
Umm
어디까지 가는지
당황한 김래빈과 웃음을 참고 같이 마네킹을 옮겨주는 멤버들까지, 우울한 노랫말이 어쩐지 밈처럼 웃기게 들리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이런 일을 아주 뻔뻔스럽게 소화하는 멤버부터, 과장된 전투 모션 등을 좀 멋쩍어하거나 부끄러워하는 멤버들까지 게임에서 캐릭터들이 보여줬던 인상과 일치했다.
덕분에 영상을 보던 사람들의 과몰입은 더욱 심화되다가, 마지막 파트에서 절정을 찍었다.
-감사합니다!
-또 봐요~
-다시 만나요!!
원래도 우울한 분위기가 풀어지고 절정으로 치닫던 막판 댄스 브레이크였다.
그런데 즐겁게 춤을 춘 멤버들이 손을 흔들며 저렇게 말하기까지 하는 순간, 완전히 게임에서 그들이 맞는 엔딩이 겹쳐진 것이다.
멤버들은 그냥 좀 쑥스럽고 재밌는 촬영에 신나서 한 행동이었으나, 후폭풍은 무서웠다.
댓글은 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심지어 상단 노출에서 영어 코멘트가 밀릴 정도였다.
-ㅠㅠㅠㅠㅠㅠㅠㅠ으아아악!
-다시 보는 거 맞지? 맞지 얘들아?ㅠㅠ 또 콜라보 하는 거지!?
-아 PTSD 씨게 오는데 행복한 이 기분은 대체 뭐죠?
-얘들아 기다려 지금 지르러 간다 우리 애들 다 맞출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야ㅠㅠ
-우리 애들 저기 잘 살아있는데 내가 게임에서 엉뚱한 애들한테 집착했었네… 걔들 놔주고… 우리 테스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상반된 의견이 동시에 추천을 받아 댓글에 올라오며 대댓글로 울고 웃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심지어 이 동영상이 공유된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분위기는 똑같았다.
-죽은 동료들이 할로윈이라고 돌아왔네
└ㅅㅂ
└이딴 댓글 달지마라 슬프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우리 비일이 안 죽었다고 내 덱에 멀쩡히 살아있음 개명만 시켜준 건데 무슨 말임
-갓스타라고 불러줄 때 이런 유치한 장난 치지 마라 (눈물을 참지 못하는 이모티콘)
-악마 같은 공장새끼들보다 갓스타가 낫다
덕분에 댓글에서 울고 웃는 러뷰어들의 행렬에 팬이 아닌 게임 플레이어들까지 합류해 버렸다.
애꿎은 외국 팬들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또 당황했으나, SNS에서 번역으로 상황을 파악한 후엔 더 고통스러워졌다.
이 글로벌 서비스를 아직 런칭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I really want to play that game(웃으며 우는 이모티콘)
-PURE JEALOUSLY (불타는 이모티콘)
슬퍼할 기회도 받지 못한 외국 팬들의 괴로움과 함께, 핼러윈 기념 안무 영상은 성공적으로 게임 마니아들의 유입 통로가 되었다.
그렇게 게임 콜라보와 함께하는 폭풍 같은 10월이 끝났다.
* * *
11월 초. 게임 콜라보 컨텐츠 공개가 다 끝났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룹 일정은 더 바빠졌다. 이번 컴백 때 데뷔보다 성적이 더 잘 나오며 주가가 확 뛰었기 때문이다.
마침 그 증거 같은 스케줄을 뛰는 중이다.
단가 센 광고 말이다.
“입꼬리 더 올려서 웃어요~”
나는 응원봉을 들고 최대한 미소다운 미소를 짓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 감독이 만족했는지 다음 지시가 나온다.
“여기서 고개 갸웃!”
갸웃…….
참고로, 이 위로 강아지 귀 그림이 합성될 것이란 말을 들었다.
‘…너무 갔지 않나?’
심지어 이 광고 타이틀이 이거다.
여기다 이 인공지능 캐릭터가 강아지라 박문대를 좀 더 적극적으로 써먹을 모양이었다.
과연 이대로 TV에 송출되어도 괜찮은가 싶은 생각이 좀 들긴 했으나…….
3개월에 3억 5천짜리였기 때문에 입 다물고 광고주의 지시를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알아서 하겠지.
“네.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쨌든 촬영은 순조롭게 끝났다. 기다리고 있던 멤버들이 오늘 스케줄 끝의 기쁨을 표출했다.
다만 큰세진은 스마트폰에서 눈을 안 떼고 웃는 얼굴로 손만 흔들었다.
흠, 저거 저럴 놈이 아닌데 어째 느낌이 별론데.
“뭐 하냐?”
“아, 미안. 별거 아냐.”
큰세진은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옆에서 멀뚱멀뚱 나와 큰세진을 번갈아 보던 차유진이 눈을 빛내며 불쑥 말했다.
“여자친구예요?”
“…!!”
“뭐?! 아니, 절대 안 되지! 야, 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으와악!”
“너나 연애할 생각 마세요!”
“없어요!”
큰세진은 차유진을 몇 번 짤짤 흔들고 놓아주었다. 그리고 씩 웃더니 적당한 해명을 붙였다.
“예전에 데뷔한 녀석들이 갑자기 연락했더라고. 음~ 새삼 신기해서?”
선아현이 옆에서 감탄했다.
“세, 세진이는, 친구가 정말 많구나!”
“아하하, 뭐 친구까지는 아니고~ 그냥 좀 아는 사이?”
큰세진은 싱글벙글 웃으며 선을 그었다.
‘이제 와서 연락하는 게 같잖다 이거군.’
큰세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마무리했다.
“어차피 다음 달이면 얼굴은 볼 거기도 하고~”
“으, 으응?”
“아, 연말 시상식 말이구나?”
류청우의 말에 큰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 첫 시상식까지 한 달도 안 남았잖아요~”
“와…….”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네.”
그 말에 다들 나름대로 여운에 잠긴 것 같았다. 아마 부터 시작해서 이번 앨범까지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나는 직감했다.
‘스케줄이 더 미쳐 돌아가겠군.’
자는 시간 빼고는 여유 시간이 거의 없는 일정이다. 여기다 연말 시상식 준비까지 병행해야 한다?
소속사가 지금도 가장 돈 되는 스케줄만 솎아내서 잡으려고 노력하는 건 눈에 보였다.
아마 그쪽을 더 줄이기는 힘들겠고 우리 자는 시간을 줄여야 하겠지.
거기까지 생각한 건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김래빈이 쓱 손을 들고 말했다.
“그럼 연말 시상식용 무대 준비도 곧 시작하겠군요.”
“으음.”
“…따로 준비할 게 많아?”
가요시상식과는 별 연이 없었던 배세진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여기저기 케이팝 고인물들에게 격한 반응이 튀어나왔다.
“특별무대 해요!”
“아무래도 편곡도 아마 세 버전 정도는 따로 만들지 않을까 합니다. 저희가 얼마나 참여할지는 또 미지수이긴 합니다만…….”
“아, 안무도, 새로운 걸 많이 만들지 않을까요…!”
“…….”
스탯이 제일 낮은 배세진은 벌써 질린 표정이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을 파악한 얼굴이 비장해 보였다.
“…아, 알았어. 열심히 해야겠네.”
“그래. 열심히 해서 시상식 많이 참석하자.”
“상 좋아요!”
“아, 받으면 진짜 좋지~”
산뜻하게 라이프를 포기한 놈들의 대화가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 문제는 나도 그랬다는 점이다.
‘신인상 신경 써야지.’
잠이야 나중에 자도 그만이다. 나는 상태이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 정해진 기간 내로 가장 권위 있는 국내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지 못할 시, 사망
저 ‘가장 권위 있는’이란 표현의 기준이 모호한 이상, 웬만하면 가장 이름난 세 시상식에서는 다 신인상을 챙겨야 한다는 뜻이다.
‘당일 시상식 무대하고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막상 무대가 성의 없으면 투표하던 사람도 기운 빠지지.’
한 달은 이어질 시상식 시즌을 생각하면 무대도 최대한 신경 써봐야 한다는 뜻이다.
‘뭐, 성적으로는 경쟁자가 없긴 하다만.’
확실히 전보다는 마음이 편했다.
“일단 우리 라이브는 문대가 책임져 줄 거야. 너무 마음이 편하지 않니?”
“저, 정말!”
“언제나 감사합니다.”
“……그래. 고맙다.”
“하하!”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대화 소재가 됐군. 어쨌든 팀 분위기는 좋았다.
그리고 그날 밤, 차에 실려 이동하는 도중에 톡 하나를 받았다.
“…….”
이 새끼 아직 투어 중 아닌가?
어쨌든 굳이 낚여줄 마음은 없다. 나는 빠르게 답장을 보냈다.
약간 시간이 흐른 뒤에 답장이 돌아왔다.
‘정말 차단하고 싶다.’
나는 톡 알림을 끄고 인터넷을 켰다.
그리고 시상식 관련 브라우징 중에 눈에 띄는 글 하나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