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1화
갑자기 슬롯에서 빛이 터져 나오더니, 없던 은색 칸에서 움직임이 멈췄다.
“흠.”
일단 대성공이라는 단어를 보아 예감이 좋았다.
이번에는 더 효과 좋은 특성이 나오려나? 기왕이면 무대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특성 :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C)’ 획득!]
듣는 이에게 감정적 동요를 불러일으킨다.
발동확률 35%, 기본 활성화 상태
바람잡이한테나 어울릴 것 같은 이 특성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걸로 인터넷 여론몰이라도 하라는 뜻인가.
아니, ‘듣는 이’라고 명시한 걸 보니 그것도 아니다.
잠깐 고민해 보자…….
“…….”
마음을 가라앉히니, 꽤 좋은 특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바이벌 참가자는 프로그램 특성상 자기소개, 순위 발표식 등 시청자에게 직접 말을 전달하는 식의 발언을 할 때도 제법 있다.
그때 보는 사람이 무심히 지나치는 것보다야 뭐라도 감정이 드는 쪽이 유리할 테니, 괜찮은 특성이었다.
게다가 ‘듣는 이’라는 표현을 보니 전달방식에 노래가 포함될지도 모른다.
이 경우에 확실히 이득이다. 무대에 몰입감이 생기기 쉬울 테니까.
좋아. 없는 것보다야 훨씬 좋다.
나는 빠르게 상황을 정리한 뒤,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 박문대 (류건우)]
Level : 8
칭호 : 없음
가창 : A-
춤 : C
외모 : C+
끼 : C
특성 : 잠재력 무한,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C)
!상태이상 : 데뷔가 아니면 죽음을
남은 포인트 : 1
첫 무대가 방송되어 업적이 달성된 덕분에 얻은 포인트가 한 점.
그리고 500번 노래 연습 업적 달성까지 앞으로 3회만 남은 상태였다.
오늘 내로 레벨업해서 여유 포인트를 한 점 획득하고, 지금 있는 포인트는 바로 분배할 예정이다.
가장 우선순위는…….
“외모를 찍자.”
B등급의 문턱을 넘을 때가 되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상태창을 조작했다.
‘…다음 컨텐츠부터는 언급량이 늘었으면 좋겠다.’
나는 무심코 생각하며, 이르지만 잠자리를 준비했다.
내일부터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니, 지금부터 체력을 안배해 두자.
순서를 고려하자면, 내일은 1차 팀전 아니면 자기소개 영상을 찍을 것 같았다.
* * *
“다시 시작된 ! 참가자 여러분, 다들 잘 쉬셨나요?”
“예!!”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나는 MC의 물음에 힘차게 대답하는 참가자들 틈에서 촬영장을 돌아보았다.
맨 처음 테마곡을 보여줬던 장소인 대강당에 여기저기 팻말이 배치되어 있었다.
지난 시즌 시청자라면 누가 봐도 1차 팀전이 진행될 것을 예상할 수 있을 구성이었다.
나 외에도 몇몇 참가자들은 벌써 그 점을 신경 쓰고 있는지, 자기들끼리 눈짓을 주고받는 게 보였다.
그런다고 같이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나쁠 건 없어 보였다.
나도 누군가를 섭외해 볼까.
“…….”
그러고 보니 그 정도로 친해진 참가자가 없군. 그냥 MC말에나 집중하자.
“오늘 여러분이 준비할 무대는, 바로~ 팀전입니다!”
“오오!”
역시, 하는 표정으로 다들 반응했다.
“첫 번째 팀전이니만큼, 여러분 모두 같이하고 싶은 참가자가 있겠지요?”
이렇게 운을 띄우는 걸 보니 다음 문장은 ‘하지만’으로 시작하겠군.
“하지만! 누구를 만나도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이돌입니다. 이번 평가에서는 여러분들끼리 임의로 팀을 짤 수는 없습니다!”
첫 번째 시즌에서는 자기들끼리 짜게 만든 뒤 마치 따돌리는 것처럼 편집해 다섯 명쯤 골로 가게 만든 프로그램이 말은 잘했다.
“그러면 어떻게 팀을 짤까요? 우선 여러분, 이 박스에서 공을 뽑아주세요!”
“무서운데?”
내 뒤에 서 있던 이세진(골드 등급)이 속삭였다.
하필 제작진이 배치한 이번 자리에서 주변에 말 튼 사람이 나뿐인데, 리액션 컷은 만들고 싶어서 한 행동 같았다.
카메라가 도는데 무시할 수는 없지.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준 뒤, 앞사람을 따라 나가서 박스에서 공을 뽑았다.
‘12번’
번호대로 팀을 짜거나, 이 번호순으로 팀을 고르는 거 같은데.
“1번 참가자, 누구신가요? 손을 들어보세요! 아, 이홍수 참가자입니다!”
실버 등급의 한 참가자가 어설프게 손을 들었다.
MC가 손을 들어 강당에 배치된 팻말을 가리켰다.
“참가자들은 순서대로 각 팻말을 고를 수 있습니다!”
후자였군. MC는 웃으며 팔로 손을 그었다.
“그럼 팻말 내용, 공개해 주세요!”
피잉-.
팻말에 불이 들어오며 글자가 나타났다. 나름대로 최첨단이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내용이다.
각 팻말에는 유명 기획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여기 전 세계의 KPOP을 선도하는 기획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기획사 중 하나를 골라주시면 됩니다. 다만 정원은 14명!”
MC가 손을 쫙 폈다.
“단, 정원이 넘어가면 등급이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을 밀고 그 참가자 대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와, 룰 살벌하네.”
골드 등급 이세진이 또 말을 걸더니 호들갑을 떨었다.
“혹시 나랑 같은 기획사 골라도 밀면 안 된다? 나 잘한다?”
“……너 골드잖아.”
등급도 높은 놈이 왜 굳이 자기를 밀 거라고 가정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플래티넘한테는 골드도 밀릴 수 있지!”
“…안 민다.”
“오~ 대답 시원하고.”
“…….”
말려들지 말자.
참고로 기획사 팻말은 5개였다. 무조건 7명은 팻말에 서지 못하고 구석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구성.
벌써부터 삽입될 인터뷰가 예상된다.
[정말 무섭더라고요.]
[이제 진짜 서바이벌이구나.]
“그럼 1번을 뽑은 이홍수 참가자부터 이동을 시작합니다!”
1번째 참가자는 남자 아이돌 명가로 유명한 기획사 앞에 가서 섰다.
내 번호는 12번이니 꽤 앞이다. 아마도 누군가를 밀어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미리 팀원을 확인할 수 없는 점은 상당히 곤란했다.
이 1차 팀전의 팀원이 누구냐에 따라 무대의 질과 편집 방향성이 달라지고, 이후의 판도가 달라질 테니까.
게다가 11번까지 불릴 동안 내가 아는 참가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데뷔권이 없었다는 뜻이다.
머리를 잘 써야 했다.
“다음 참가자, 이동해 주세요!”
나는 고민 끝에 행방을 결정했다.
지금까지 높은 등급 참가자가 가장 많이 고른 팻말로 향한 것이다.
어차피 기획사들은 다 저마다 히트곡이 있었고, 그중에 잘 고르기만 하면 선곡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기획사보다는 팀원이 중요했다.
잘하는 사람이 있는 편이 무대가 괜찮을 테니, 부족한 표본이지만 내 앞 11명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자.
‘일단 고등급이 많은 곳으로 간다.’
볼을 든 채 한 팻말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두 명의 골드 등급 참가자가 어설프게 나를 환영해 줬다.
아마 둘이 같은 팻말을 하자고 말을 하고 온 것 같았다.?
둘 다 인사 정도만 해봤지만, 어떻게든 반갑게 보이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너희도 고생이 많다.
“오~ 메인 보컬!”
위와 같은 반응도 감사히 받기로 했다.
다행히 둘 다 춤에 강점을 보이는 참가자들이었다.
문제는 이다음부터였다.
“다음은~ 아, 이세진 참가자!”
아역배우 이세진도 이 팻말을 골랐던 것이다.
15번을 든 이세진은 굳은 표정으로 다가와서 팻말 뒤에 섰다.
골드 두 명은 이번에도 어떻게든 환영을 해주려고 했던 것 같으나, 이세진이 휙 돌아서 뒤에 서버린 탓에 애매하게 불발되었다.
“아앗…….”
앞에서 머쓱해하는 소리가 들렸다.
음, 바로 뒤에 있으니까 나도 이 정도 제스처는 해야겠지.
나는 고개를 돌려서 아역배우 이세진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세진도 고개를 까딱거렸다. 불퉁한 반응이었다.
역시 느낌이 안 좋다. 누가 이놈 좀 밀어주지 않을까.
하지만 이후, 실버보다 낮은 브론즈 등급이 들어오며 가능성은 극도로 낮아졌다.
‘젠장.’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 30번대.
33번을 들고 있던 선아현이 긴장한 표정으로 종종 다가왔다.
“…….”
뭐, 골드 등급이 늘면 좋다. 협조적인 성격이기도 하고. 나는 슬쩍 손을 흔들었고, 선아현이 환한 표정이 되어 같이 손을 마구 흔들었다.
좀 민망했다.
그다음 인상 깊은 합류는 플래티넘 등급의 류청우였다.
전 양궁 국가대표로, 내가 알고 있는 데뷔 인원 중 하나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씩 웃은 류청우는 그렇게 13번째로 줄을 섰다.
남은 정원은 1명.
아쉽게도 내가 알던 데뷔 1, 2위는 다른 팻말에 간 상태였다. 남자 아이돌 명가로 유명한, 1번 참가자가 갔던 그 팻말이었다.
그 기획사가 유독 인기가 많았던 탓에 제일 먼저 인원이 밀리기도 했다.
1위인 차유진을 포함해 데뷔권이나 첫 무대로 화제가 된 사람들도 다수 포함되었고.
거기서는 심지어 실버도 밀렸다.
“죄송해요.”
밀린 실버 등급 참가자는 애써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쪽 팻말로 다가왔다. 한껏 처량한 모양새였다.
“…….”
참고로 이놈, 최원길이다.
열심히 시비 걸더니 멘탈이 정말 터졌는지 등급평가를 말아먹고 실버로 떨어졌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랑 눈을 안 마주치려는 것 같은데.
“헐, 이제는 누구 밀어야 들어올 수 있다. 14명 다 찼구만.”
“아이고.”
제일 먼저 줄에 섰던 골드 둘이 숙덕거렸다.
…슬슬 이 팀의 구성원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60번대에서 밀고 들어온 건 이놈이었다.
“제가 지목할 방출자는… 브론즈 등급 정형중 참가자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골드 등급 이세진이 이 팻말을 고른 것이다.
연신 고개를 숙인 이세진은 최초로 인원을 밀어버리고 이 팻말에 합류했다.
하도 미안해하고 넉살 좋게 구는 덕에 다들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였다.
“오 문대~ 메인보컬 가나?”
“어울리는 사람이 하겠지.”
“와 멋있어~ ‘어울리는 싸람이 하겠즈이’~”
“…….”
카메라만 없었으면 주먹이 날아갔을 것이다.
나는 이세진을 대답 없이 쳐다보았고, 그는 히죽히죽 웃더니 내 등을 한 대 치고서야 줄을 서러 이동했다.
억울했다…….
“여러분, 모두 원하는 팻말을 고르셨습니까?”
이곳저곳에서 밀려나서 남은 참가자들에게 새로 꺼낸 팻말을 배정해 준 뒤에야 이동은 끝났다.
내가 선 팻말에서는 이세진(골드) 합류 이후로는 한 실버가 브론즈를 민 것 외에는 변동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곳의 참가자 등급을 요약해 보자면 이렇다.
-플래티넘 2명, 골드 5명, 실버 5명, 브론즈 2명.
전체적으로, 1위 팀을 제외하면 제일 괜찮은 분배였다. 구성원들도 그걸 깨달았는지 은근히 만족하는 눈치였다.
물론 여기서 끝나지는 않겠지.
“이제 멋진 곡을 고르고 싶으실 텐데요!”
“네!!”
14명이나 되는데 한 팀에 밀어 넣을 리가 없었다. 7명씩 나눌 것이다.
일단 피할 사람은 확실하고,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은…….
나는 고개를 돌렸다. 공교롭게도 류청우와 눈이 마주쳤다.
류청우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쪽도 고등급 위주로 팀을 꾸릴 생각인 것 같았다. 좋아. 그럼 최대한 덜 치사해 보이도록…….
“자, 그 전에… 맨 처음 팻말을 고른 분 손 들어보세요!”
여기저기 팻말 바로 뒤에 선 참가자가 번쩍 손을 들었다.
MC가 웃으며 말했다.
“손 든 참가자분께서는, 팻말 위에 버튼을 한번 눌러보세요!”
“네?”
“팻말?”
“버튼, 아, 거기 위에 사각형, 어 그거다.”
참가자들은 서로 웅성웅성거리더니, 각자 눈치껏 팻말 상단에서 버튼을 찾아서 눌렀다.
그러자 팻말의 내용이 깜박거리더니, 바뀌었다.
“어, 뭐야.”
“로또 번혼가?”
팻말 화면에는 7개의 번호가 두 줄 떠 있었다.
내가 선 기획사의 팻말도 마찬가지였다.
[4, 7, 12, 15, 33, 37, 62.]
[17, 24, 27, 38, 41, 59, 72.]
“팻말에 번호 보이시나요?”
“네!”
“보여요!”
“그 번호대로 로또를 구매하시면! …하하, 농담이었습니다. 그 번호대로 여러분은 한 팀이 됩니다! …다들, 출발 순서로 뽑은 공의 번호를 기억하십니까?”
“…!!”
“여러분은 이제 팻말에 적힌 순서끼리 한 팀이 됩니다! 그리고 다른 쪽 팀과 일대일 매치를 할 겁니다!”
순간 촬영장이 소음으로 가득 찼다.
“어, 야, 너 몇 번……. 나 5번이었지? 헐.”
“와 뭐 이런…….”
“우리 갈렸어요?”
이쪽 팻말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일단 처음 버튼을 누른 골드 등급 참가자가 환호성을 지르며 자신의 바로 뒤에 있던 같은 골드 등급을 껴안았다. 역시 둘이 같이하려고 온 거였군.
그리고 곧바로 나를 돌아보며 외쳤다.
“형님! 12번~ 우리 같은 팀!”
“와, 대박! 메인보컬 챙겼어!”
그리고 곧바로 뒤에서 누군가 내 목을 잡더니, 골드 등급이 얼싸안고 있는 곳에 합류했다.
“우리 팀 좋은데?!”
골드 등급 이세진이었다. 그렇군. 62번이 저놈이었다.
일부러인 듯 더 호들갑을 떠는 세 사람 사이에서 나는 팀원의 순서를 매치하려 애썼다.
남은 건 15, 33, 그리고 37.
일단 33번은 선아현이다.
마침 잘됐다. 뒤를 돌아 선아현에게 말을 걸며 세 사람의 틈에서 슬쩍 빠져나왔다.
거북해서 하마터면 짜증 날 뻔했다.
“잘 부탁한다.”
선아현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남은 팀원은 누구지?
플래티넘 등급이고 데뷔 인원인 류청우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쪽이 37번이었던가…….
“…….”
아니었다. 37번은 최원길이었다. 순서 볼을 들고 어정쩡하게 이쪽으로 서 있는 게 확실했다.
류청우는 저기서 벌써 인원 모아서 브리핑을 시작하려는 것 같았다.
‘망할’
그리고 15번은…….
젠장, 아역배우 이세진이었지.
마찬가지로 소통을 거부하는 눈으로 저기 뭉친 골드 등급 세 사람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졌네. 이거 편집 끝장날 각이다.
내 예상이야 어찌 됐든, 겉으로 보이는 등급은 압도적으로 좋았다.
그래서인지 드물게도 선아현이 기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티, 티, 팀원 좋은 것 같아.”
“…….”
그래, 너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1화
갑자기 슬롯에서 빛이 터져 나오더니, 없던 은색 칸에서 움직임이 멈췄다.
“흠.”
일단 대성공이라는 단어를 보아 예감이 좋았다.
이번에는 더 효과 좋은 특성이 나오려나? 기왕이면 무대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듣는 이에게 감정적 동요를 불러일으킨다.
발동확률 35%, 기본 활성화 상태
바람잡이한테나 어울릴 것 같은 이 특성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걸로 인터넷 여론몰이라도 하라는 뜻인가.
아니, ‘듣는 이’라고 명시한 걸 보니 그것도 아니다.
잠깐 고민해 보자…….
“…….”
마음을 가라앉히니, 꽤 좋은 특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바이벌 참가자는 프로그램 특성상 자기소개, 순위 발표식 등 시청자에게 직접 말을 전달하는 식의 발언을 할 때도 제법 있다.
그때 보는 사람이 무심히 지나치는 것보다야 뭐라도 감정이 드는 쪽이 유리할 테니, 괜찮은 특성이었다.
게다가 ‘듣는 이’라는 표현을 보니 전달방식에 노래가 포함될지도 모른다.
이 경우에 확실히 이득이다. 무대에 몰입감이 생기기 쉬울 테니까.
좋아. 없는 것보다야 훨씬 좋다.
나는 빠르게 상황을 정리한 뒤, 상태창을 확인했다.
Level : 8
칭호 : 없음
가창 : A-
춤 : C
외모 : C+
끼 : C
특성 : 잠재력 무한,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C)
!상태이상 : 데뷔가 아니면 죽음을
남은 포인트 : 1
첫 무대가 방송되어 업적이 달성된 덕분에 얻은 포인트가 한 점.
그리고 500번 노래 연습 업적 달성까지 앞으로 3회만 남은 상태였다.
오늘 내로 레벨업해서 여유 포인트를 한 점 획득하고, 지금 있는 포인트는 바로 분배할 예정이다.
가장 우선순위는…….
“외모를 찍자.”
B등급의 문턱을 넘을 때가 되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상태창을 조작했다.
‘…다음 컨텐츠부터는 언급량이 늘었으면 좋겠다.’
나는 무심코 생각하며, 이르지만 잠자리를 준비했다.
내일부터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니, 지금부터 체력을 안배해 두자.
순서를 고려하자면, 내일은 1차 팀전 아니면 자기소개 영상을 찍을 것 같았다.
* * *
“다시 시작된 ! 참가자 여러분, 다들 잘 쉬셨나요?”
“예!!”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나는 MC의 물음에 힘차게 대답하는 참가자들 틈에서 촬영장을 돌아보았다.
맨 처음 테마곡을 보여줬던 장소인 대강당에 여기저기 팻말이 배치되어 있었다.
지난 시즌 시청자라면 누가 봐도 1차 팀전이 진행될 것을 예상할 수 있을 구성이었다.
나 외에도 몇몇 참가자들은 벌써 그 점을 신경 쓰고 있는지, 자기들끼리 눈짓을 주고받는 게 보였다.
그런다고 같이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나쁠 건 없어 보였다.
나도 누군가를 섭외해 볼까.
“…….”
그러고 보니 그 정도로 친해진 참가자가 없군. 그냥 MC말에나 집중하자.
“오늘 여러분이 준비할 무대는, 바로~ 팀전입니다!”
“오오!”
역시, 하는 표정으로 다들 반응했다.
“첫 번째 팀전이니만큼, 여러분 모두 같이하고 싶은 참가자가 있겠지요?”
이렇게 운을 띄우는 걸 보니 다음 문장은 ‘하지만’으로 시작하겠군.
“하지만! 누구를 만나도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이돌입니다. 이번 평가에서는 여러분들끼리 임의로 팀을 짤 수는 없습니다!”
첫 번째 시즌에서는 자기들끼리 짜게 만든 뒤 마치 따돌리는 것처럼 편집해 다섯 명쯤 골로 가게 만든 프로그램이 말은 잘했다.
“그러면 어떻게 팀을 짤까요? 우선 여러분, 이 박스에서 공을 뽑아주세요!”
“무서운데?”
내 뒤에 서 있던 이세진(골드 등급)이 속삭였다.
하필 제작진이 배치한 이번 자리에서 주변에 말 튼 사람이 나뿐인데, 리액션 컷은 만들고 싶어서 한 행동 같았다.
카메라가 도는데 무시할 수는 없지.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준 뒤, 앞사람을 따라 나가서 박스에서 공을 뽑았다.
‘12번’
번호대로 팀을 짜거나, 이 번호순으로 팀을 고르는 거 같은데.
“1번 참가자, 누구신가요? 손을 들어보세요! 아, 이홍수 참가자입니다!”
실버 등급의 한 참가자가 어설프게 손을 들었다.
MC가 손을 들어 강당에 배치된 팻말을 가리켰다.
“참가자들은 순서대로 각 팻말을 고를 수 있습니다!”
후자였군. MC는 웃으며 팔로 손을 그었다.
“그럼 팻말 내용, 공개해 주세요!”
피잉-.
팻말에 불이 들어오며 글자가 나타났다. 나름대로 최첨단이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내용이다.
각 팻말에는 유명 기획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여기 전 세계의 KPOP을 선도하는 기획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기획사 중 하나를 골라주시면 됩니다. 다만 정원은 14명!”
MC가 손을 쫙 폈다.
“단, 정원이 넘어가면 등급이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을 밀고 그 참가자 대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와, 룰 살벌하네.”
골드 등급 이세진이 또 말을 걸더니 호들갑을 떨었다.
“혹시 나랑 같은 기획사 골라도 밀면 안 된다? 나 잘한다?”
“……너 골드잖아.”
등급도 높은 놈이 왜 굳이 자기를 밀 거라고 가정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플래티넘한테는 골드도 밀릴 수 있지!”
“…안 민다.”
“오~ 대답 시원하고.”
“…….”
말려들지 말자.
참고로 기획사 팻말은 5개였다. 무조건 7명은 팻말에 서지 못하고 구석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구성.
벌써부터 삽입될 인터뷰가 예상된다.
“그럼 1번을 뽑은 이홍수 참가자부터 이동을 시작합니다!”
1번째 참가자는 남자 아이돌 명가로 유명한 기획사 앞에 가서 섰다.
내 번호는 12번이니 꽤 앞이다. 아마도 누군가를 밀어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미리 팀원을 확인할 수 없는 점은 상당히 곤란했다.
이 1차 팀전의 팀원이 누구냐에 따라 무대의 질과 편집 방향성이 달라지고, 이후의 판도가 달라질 테니까.
게다가 11번까지 불릴 동안 내가 아는 참가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데뷔권이 없었다는 뜻이다.
머리를 잘 써야 했다.
“다음 참가자, 이동해 주세요!”
나는 고민 끝에 행방을 결정했다.
지금까지 높은 등급 참가자가 가장 많이 고른 팻말로 향한 것이다.
어차피 기획사들은 다 저마다 히트곡이 있었고, 그중에 잘 고르기만 하면 선곡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기획사보다는 팀원이 중요했다.
잘하는 사람이 있는 편이 무대가 괜찮을 테니, 부족한 표본이지만 내 앞 11명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자.
‘일단 고등급이 많은 곳으로 간다.’
볼을 든 채 한 팻말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두 명의 골드 등급 참가자가 어설프게 나를 환영해 줬다.
아마 둘이 같은 팻말을 하자고 말을 하고 온 것 같았다.?
둘 다 인사 정도만 해봤지만, 어떻게든 반갑게 보이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너희도 고생이 많다.
“오~ 메인 보컬!”
위와 같은 반응도 감사히 받기로 했다.
다행히 둘 다 춤에 강점을 보이는 참가자들이었다.
문제는 이다음부터였다.
“다음은~ 아, 이세진 참가자!”
아역배우 이세진도 이 팻말을 골랐던 것이다.
15번을 든 이세진은 굳은 표정으로 다가와서 팻말 뒤에 섰다.
골드 두 명은 이번에도 어떻게든 환영을 해주려고 했던 것 같으나, 이세진이 휙 돌아서 뒤에 서버린 탓에 애매하게 불발되었다.
“아앗…….”
앞에서 머쓱해하는 소리가 들렸다.
음, 바로 뒤에 있으니까 나도 이 정도 제스처는 해야겠지.
나는 고개를 돌려서 아역배우 이세진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세진도 고개를 까딱거렸다. 불퉁한 반응이었다.
역시 느낌이 안 좋다. 누가 이놈 좀 밀어주지 않을까.
하지만 이후, 실버보다 낮은 브론즈 등급이 들어오며 가능성은 극도로 낮아졌다.
‘젠장.’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 30번대.
33번을 들고 있던 선아현이 긴장한 표정으로 종종 다가왔다.
“…….”
뭐, 골드 등급이 늘면 좋다. 협조적인 성격이기도 하고. 나는 슬쩍 손을 흔들었고, 선아현이 환한 표정이 되어 같이 손을 마구 흔들었다.
좀 민망했다.
그다음 인상 깊은 합류는 플래티넘 등급의 류청우였다.
전 양궁 국가대표로, 내가 알고 있는 데뷔 인원 중 하나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씩 웃은 류청우는 그렇게 13번째로 줄을 섰다.
남은 정원은 1명.
아쉽게도 내가 알던 데뷔 1, 2위는 다른 팻말에 간 상태였다. 남자 아이돌 명가로 유명한, 1번 참가자가 갔던 그 팻말이었다.
그 기획사가 유독 인기가 많았던 탓에 제일 먼저 인원이 밀리기도 했다.
1위인 차유진을 포함해 데뷔권이나 첫 무대로 화제가 된 사람들도 다수 포함되었고.
거기서는 심지어 실버도 밀렸다.
“죄송해요.”
밀린 실버 등급 참가자는 애써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쪽 팻말로 다가왔다. 한껏 처량한 모양새였다.
“…….”
참고로 이놈, 최원길이다.
열심히 시비 걸더니 멘탈이 정말 터졌는지 등급평가를 말아먹고 실버로 떨어졌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랑 눈을 안 마주치려는 것 같은데.
“헐, 이제는 누구 밀어야 들어올 수 있다. 14명 다 찼구만.”
“아이고.”
제일 먼저 줄에 섰던 골드 둘이 숙덕거렸다.
…슬슬 이 팀의 구성원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60번대에서 밀고 들어온 건 이놈이었다.
“제가 지목할 방출자는… 브론즈 등급 정형중 참가자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골드 등급 이세진이 이 팻말을 고른 것이다.
연신 고개를 숙인 이세진은 최초로 인원을 밀어버리고 이 팻말에 합류했다.
하도 미안해하고 넉살 좋게 구는 덕에 다들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였다.
“오 문대~ 메인보컬 가나?”
“어울리는 사람이 하겠지.”
“와 멋있어~ ‘어울리는 싸람이 하겠즈이’~”
“…….”
카메라만 없었으면 주먹이 날아갔을 것이다.
나는 이세진을 대답 없이 쳐다보았고, 그는 히죽히죽 웃더니 내 등을 한 대 치고서야 줄을 서러 이동했다.
억울했다…….
“여러분, 모두 원하는 팻말을 고르셨습니까?”
이곳저곳에서 밀려나서 남은 참가자들에게 새로 꺼낸 팻말을 배정해 준 뒤에야 이동은 끝났다.
내가 선 팻말에서는 이세진(골드) 합류 이후로는 한 실버가 브론즈를 민 것 외에는 변동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곳의 참가자 등급을 요약해 보자면 이렇다.
-플래티넘 2명, 골드 5명, 실버 5명, 브론즈 2명.
전체적으로, 1위 팀을 제외하면 제일 괜찮은 분배였다. 구성원들도 그걸 깨달았는지 은근히 만족하는 눈치였다.
물론 여기서 끝나지는 않겠지.
“이제 멋진 곡을 고르고 싶으실 텐데요!”
“네!!”
14명이나 되는데 한 팀에 밀어 넣을 리가 없었다. 7명씩 나눌 것이다.
일단 피할 사람은 확실하고,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은…….
나는 고개를 돌렸다. 공교롭게도 류청우와 눈이 마주쳤다.
류청우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쪽도 고등급 위주로 팀을 꾸릴 생각인 것 같았다. 좋아. 그럼 최대한 덜 치사해 보이도록…….
“자, 그 전에… 맨 처음 팻말을 고른 분 손 들어보세요!”
여기저기 팻말 바로 뒤에 선 참가자가 번쩍 손을 들었다.
MC가 웃으며 말했다.
“손 든 참가자분께서는, 팻말 위에 버튼을 한번 눌러보세요!”
“네?”
“팻말?”
“버튼, 아, 거기 위에 사각형, 어 그거다.”
참가자들은 서로 웅성웅성거리더니, 각자 눈치껏 팻말 상단에서 버튼을 찾아서 눌렀다.
그러자 팻말의 내용이 깜박거리더니, 바뀌었다.
“어, 뭐야.”
“로또 번혼가?”
팻말 화면에는 7개의 번호가 두 줄 떠 있었다.
내가 선 기획사의 팻말도 마찬가지였다.
“팻말에 번호 보이시나요?”
“네!”
“보여요!”
“그 번호대로 로또를 구매하시면! …하하, 농담이었습니다. 그 번호대로 여러분은 한 팀이 됩니다! …다들, 출발 순서로 뽑은 공의 번호를 기억하십니까?”
“…!!”
“여러분은 이제 팻말에 적힌 순서끼리 한 팀이 됩니다! 그리고 다른 쪽 팀과 일대일 매치를 할 겁니다!”
순간 촬영장이 소음으로 가득 찼다.
“어, 야, 너 몇 번……. 나 5번이었지? 헐.”
“와 뭐 이런…….”
“우리 갈렸어요?”
이쪽 팻말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일단 처음 버튼을 누른 골드 등급 참가자가 환호성을 지르며 자신의 바로 뒤에 있던 같은 골드 등급을 껴안았다. 역시 둘이 같이하려고 온 거였군.
그리고 곧바로 나를 돌아보며 외쳤다.
“형님! 12번~ 우리 같은 팀!”
“와, 대박! 메인보컬 챙겼어!”
그리고 곧바로 뒤에서 누군가 내 목을 잡더니, 골드 등급이 얼싸안고 있는 곳에 합류했다.
“우리 팀 좋은데?!”
골드 등급 이세진이었다. 그렇군. 62번이 저놈이었다.
일부러인 듯 더 호들갑을 떠는 세 사람 사이에서 나는 팀원의 순서를 매치하려 애썼다.
남은 건 15, 33, 그리고 37.
일단 33번은 선아현이다.
마침 잘됐다. 뒤를 돌아 선아현에게 말을 걸며 세 사람의 틈에서 슬쩍 빠져나왔다.
거북해서 하마터면 짜증 날 뻔했다.
“잘 부탁한다.”
선아현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남은 팀원은 누구지?
플래티넘 등급이고 데뷔 인원인 류청우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쪽이 37번이었던가…….
“…….”
아니었다. 37번은 최원길이었다. 순서 볼을 들고 어정쩡하게 이쪽으로 서 있는 게 확실했다.
류청우는 저기서 벌써 인원 모아서 브리핑을 시작하려는 것 같았다.
‘망할’
그리고 15번은…….
젠장, 아역배우 이세진이었지.
마찬가지로 소통을 거부하는 눈으로 저기 뭉친 골드 등급 세 사람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졌네. 이거 편집 끝장날 각이다.
내 예상이야 어찌 됐든, 겉으로 보이는 등급은 압도적으로 좋았다.
그래서인지 드물게도 선아현이 기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티, 티, 팀원 좋은 것 같아.”
“…….”
그래, 너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