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07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07화
지난 월요일에 곡이 공개된 후 며칠이 지났다. 슬슬 첫 무대 스케줄이 코앞이라는 뜻이다.
다만 회사가 지난 데뷔 쇼케이스 사고를 의식해서인지, 이번 컴백에서는 쇼케이스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새로운 컨텐츠가 하나 잡혔다.
“컴백쇼도 따로 할 줄이야.”
“진짜 신나요!”
류청우의 살짝 부담감 어린 말을 차유진이 완성해서 아예 노선을 틀어버렸다.
어쨌든, 말 그대로다. 테스타는 다음 주 목요일 뮤직밤 다음 타임에 단독 컴백쇼 시간을 받았다.
지난 앨범 성적 덕도 있지만, 우리가 Tnet 출신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는 영향력이 있었을 것 같다.
‘로 데뷔했으니 진골급이지.’
어쨌든, 관련 VCR 촬영도 이미 다 끝났다.
“우리도 곡이 좀 생겨서 ‘바로 나’ 안 해도 되는 것도 좀 좋지 않나요? 그룹으로 딱 자리매김한 느낌이랄까? 하하!”
큰세진은 대놓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마 이 컴백쇼가 본인이 세워놓은 단계별 목표 중 하나라도 되는 모양이었다.
‘잘됐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진작에 확인해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하던 일이었다.
“애, 앨범 보게?”
“어.”
바로 이번 앨범 실물 확인이었다.
회사에서 따로 받은 게 있기는 한데, 이건 그냥 내가 예약 주문해 봤다.
지난 데뷔 앨범을 워낙 급하게 준비했던 탓에, 실물 앨범이 마감이 덜 되거나 속지 인쇄가 불량한 경우가 제법 많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설마 이번에도 그러진 않겠지.’
뽑기 운으로 피해 가버리면 별수 없겠지만, 그래도 한번 직접 주문해서 살펴보고 싶었다.
“어, 문대 앨범 언박싱해? 동영상 찍어줘?”
“아니. 괜찮아.”
나는 뽁뽁이를 뜯어내며 큰세진의 제안을 거절했다.
거대한 앨범 세트 구성 상자가 눈앞에 드러났다.
“와…….”
“…이걸, 앨범이라고 부를 수 있나?”
배세진이 중얼거렸다. 아, 참고로 저놈은 지난주에 발목 보호대 신세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어쨌든, 말대로 이 상자는 무슨 서랍 수준의 크기였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도 했다.
“아, 이게 응원봉이 포함된 세트 구성입니까?”
“맞아.”
바로 드디어 응원봉이 출시되어서 함께 예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 응원봉 실물부터 확인해 볼까.’
나는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당황했다.
“……!”
왼쪽, 완충재 사이에 낀 응원봉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화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운데 오로라 빛으로 번뜩이는 거대한 큐빅이 압도적이었다.
‘최종 그림보다도 화려한데……?’
어차피 만들 거 아주 다 때려 넣어보겠다는 직장인의 광기가 느껴졌다.
옆에서 구경하던 다른 놈들도 약간 당황한 듯싶었다.
“오…, 오~”
“어, 엄청… 크네.”
“번쩍번쩍해요!”
차유진의 어휘가 좀 늘었군.
“아, 옆에 그건 응원봉에 씌우는 건가?”
“아마도요.”
나는 응원봉 옆에 고정된 검은 원통을 꺼냈다.
아, 야구배트 모양은 시간과 단가상 안정적인 탈부착이 가능하게 하기 힘들다고 반려당했다.
‘이 정도도 사실 기대 이상이지.’
나는 원통을 씌워서 응원봉 모양을 바꿔보았다가, 안정적으로 고정되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뺐다.
‘이제 앨범.’
상자 오른쪽에는 거의 전공서 양장본 두께의 앨범 두 권이 위풍당당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진짜 큰데?”
“아무래도 구성 중 사진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걸 무기로 써도 되겠어.”
나는 두 앨범을 차례대로 들어서 잘 확인했다.
한쪽은 흰 바탕에 여름날 수채화 풍경이 깔렸고, 다른 쪽은 검은 바탕에 야광 그라피티가 특징적이었다. 다만, 기본 디자인이 같은 덕에 통일감은 살아 있었다.
다행히 둘 다 마감이 깔끔하고 프린트 질도 좋아 보였다.
“앗, 포카 떨어진다~”
“…! 자, 잡았어……!”
참고로 포토 카드는 각각 교실 배경의 선아현 셀카와 방독면을 벗는 류청우였다. 나는 본인들에게 카드를 증정하고 앨범 확인을 끝냈다.
“야 아현이는 진짜 잘생겼다. 어떻게 이렇게 셀카를 못 찍는데 잘생겼지?”
“고, 고마워…?”
최근 스탯 S-를 찍었으니 그럴 만했다.
그러고 나니 딱 컴백쇼 사전녹화를 준비할 시간이었다.
“곡 하나만 하는 게 아니니까 체력 안배 잘하자.”
“넵!”
몇 가지 점검을 끝낸 후, 우리는 첫 곡 녹화를 위해 무대로 나갔다.
그리고 응원봉 500개의 장거리 실물을 확인했다.
“와아아아악!!”
“……!”
예상은 했지만… 아니, 예상 이상으로… 엄청난 밝기를 자랑했다.
인당 하나씩 미러볼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본인 무대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나?’
광원이 저렇게 가까이에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 쓰일 텐데.
무대 위에서야 황홀할 만큼 근사하게 보였으나, 들고 있는 본인들이 불편하면 아무 소용없는 것 아닌가.
나는 팬들과 몇 마디 인사를 주고받은 멤버들에 이어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응원봉 어떠…….”
“예뻐!!”
“너무 좋아!!”
“……알겠습니다.”
만족하신다니 됐다.
* * *
테스타가 팬들과 하루 내내 컴백쇼를 촬영한 다음 날 새벽. 당연히 후기가 올라왔다.
그중에는 박문대의 익명 팬 커뮤니티도 있었다.
========================
[컴백쇼 사녹 후기]
: 곰머 이 미친놈 백금발해옴 X발 망주사 순발식급 충격 이 새끼는 평생 금발 박제해야 함
무대 좋았음 응 뭔지 안 알려줘 방송 봐~
========================
-헉
-도로 금발 됨?
-금발!! (강아지 랜딩하는 박문대 짤)
-아니 내 새끼 두피 살살 녹겠네 그냥 흑발하지… 곡 컨셉에도 흑발이 나은 거 아니냐
└응 아니야 박곰머는 금발뿐
-몇 곡함?
-이거 주작임?
└아닌 듯 비슷한 글 다른 사이트에도 계속 올라옴
-곰머 역시 뭘 좀 아는 듯ㅋㅋ 하지만 서치할 때 여긴 들어오지 말아라 혹시 보고 있다면 뒤로 가기 누르고 다신 돌아오지 마
└이런 걸 빠의식 과잉이라고 함
-사녹을 평일에 잡으니까 이런 놈들도 가는 구먼
아직 첫 컴백 무대도 방송을 타지 않은 시점이라, 세세하게 많이 적어둔 후기를 보더라도 팬들이 사전녹화 후기글을 보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 거의 외관 변화에 대한 묘사뿐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날 목요일 저녁에 첫 컴백 무대가 방영될 예정이기에, 바로 이 새벽에 뮤직밤 사전녹화가 진행되었다.
당연히, 10월 중하순 새벽은 상당히 추웠다.
“밀지 마세요!”
‘…추워!’
김래빈의 팬은 투덜거리며 사전녹화 현장으로 들어갔다. 아까 확인한 글이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박문대 금발 다시 했다고?’
너무 좋았…… 아니, 그냥 박문대는 금발이 나았다.
2차 팀전 이후로 은근히 박문대가 신경 쓰이게 된 그녀는 가끔 박문대의 팬사이트에 들어가서 소식을 확인하곤 했다.
심지어는 SNS 지인인 김래빈의 개인 팬들이 박문대를 비꼴 때 은근히 두둔하는 중이었다.
-곰머 레빉이 눈치 주는 거 봤음? 어르신들한테 사연 팔아 1위한 짬 여기서 나왔죠 젊꼰이 따로 없죠ㅋ
└그래도 곰머는 밥은 잘 주잖어 빅버드씨하고 있으면 레빉이 정치질만 당함
…주로 이런 식이었다. 참고로 빅버드는 극한까지 변형된 큰세진의 검색 방지용 별명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직도 박문대에 대한 호감 이상의 감정을 부정 중이었다.
‘…무대나 보자!’
그녀는 얼른 생각을 떨치고 응원봉을 꺼내 들었다. 이 검은 원통을 벗기면 샤라라 마법봉이 나온다는 구성은 솔직히 웃기고 재밌었다.
‘응원봉이 좋다는 거야, 응원봉이.’
팬들이 각자 응원봉을 다 챙겨 들고서 기다리고 있자, 무대 너머에서 테스타가 걸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러뷰어 안녕!”
귀가 터질 것 같은 함성이 녹화장 안을 울렸다.
“피곤하시죠? 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어!!”
“아니야 안 피곤해!”
솔직한 사람부터 좋은 말부터 해주는 사람까지 섞여서 난장판이었지만, 그 분위기 자체가 재밌어서 다들 웃어댔다.
테스타는 긴장한 기색이 드러났지만, 대체적으로 말도 곧잘했으며…….
무엇보다 의상이 진짜 대단했다.
‘저게 뭐야…!’
테스타는 겨울 교복에서 재킷 대신 테크웨어 의상 소품을 걸치고 있었다.
학생용 셔츠와 바지 위로 검은 가죽과 플라스틱, 금속으로 이루어진 장비의 실루엣이 올라간 것이 과하지 않고 딱 핏이 맞았다.
‘타이틀곡이랑 분위기가 다를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컨셉포토보다 본격적일 줄은 몰랐기 때문에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김래빈은 머리를 살짝 더 길러서 이마가 반만 드러나게 넘기고 있었다.
‘반 깐!!’
불량함보다는 위태로움에 가까운 느낌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응원봉으로라도 뭔가를 막 때리며 이 흥분을 표출하고 싶었으나, 콩나물시루가 따로 없는 상황이었기에 참았다.
그리고 그때쯤, 김래빈에게 약간 떨어져 서 있던 박문대가 눈에 들어왔다.
“…!!”
잘생겼네?!
왜 저렇게 잘생겼지? 그녀는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며 박문대를 보았다.
박문대는 트렌디하게 매력적인 상이긴 했고, 객관적으로 잘생긴 편이긴 했지만… 보자마자 감탄이 나오는 미남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근데 오늘은 왠지 그렇게 보였다!!
‘저 백금발 때문인가?!’
박문대는 거의 색이 없는 것에 가까울 정도로 물을 뺀 백금발이었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게 엄청나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고쳤나?’
그녀는 짧게 의심했으나, 막상 이목구비에서 차이가 나는 점을 딱 집어내지는 못했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 작게 서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샵 바꿨다더니…….”
“잘 바꿨나 봐요. 애들 더 잘생겨진 것 같아요.”
“…….”
‘아, 그렇게 된 거였구나.’
그녀는 빠르게 상황을 납득했다. 누군진 몰라도 대단한 전문가가 붙은 게 분명했다.
그사이, 테스타는 팬들과의 짧은 인사와 잡담을 끝내고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대형을 맞췄다.
테스타가 뒤로 돌아서 각자 시작 포지션을 잡는 순간, 그녀는 흥분으로 손에 든 응원봉을 살짝 흔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응원봉 커버…….’
그러고 보니 들어올 때 이 검은 원통을 벗기지 말아 달라는 말은 들었다.
‘이대로 응원하라는 건가?’
그녀가 살짝 떨떠름하게 검은 막대기를 보고 있을 때, 블루투스로 연결된 중앙제어에 의해 응원봉에 불이 들어왔다.
그러자 낯익은 야광 그라피티가 주르륵 원통형을 감싸고 켜졌다.
“…!”
아마도 안쪽의 빛이 투과하여 새어 나오는 것 같았는데, 왠지 그것 때문에 더 네온사인이 생각났다.
“헐.”
그녀는 이 원통형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관련 사항을 몰랐기에, 순간 깜짝 놀랐다.
하지만 대다수의 팬들은 이미 집에서 한 번씩 켜보고 왔는지 그냥 무대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
그녀도 얼른 무대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런 일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그 순간. 녹화장의 불이 꺼졌다.
그리고 무대 위에 강렬한 전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07화
지난 월요일에 곡이 공개된 후 며칠이 지났다. 슬슬 첫 무대 스케줄이 코앞이라는 뜻이다.
다만 회사가 지난 데뷔 쇼케이스 사고를 의식해서인지, 이번 컴백에서는 쇼케이스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새로운 컨텐츠가 하나 잡혔다.
“컴백쇼도 따로 할 줄이야.”
“진짜 신나요!”
류청우의 살짝 부담감 어린 말을 차유진이 완성해서 아예 노선을 틀어버렸다.
어쨌든, 말 그대로다. 테스타는 다음 주 목요일 뮤직밤 다음 타임에 단독 컴백쇼 시간을 받았다.
지난 앨범 성적 덕도 있지만, 우리가 Tnet 출신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는 영향력이 있었을 것 같다.
‘로 데뷔했으니 진골급이지.’
어쨌든, 관련 VCR 촬영도 이미 다 끝났다.
“우리도 곡이 좀 생겨서 ‘바로 나’ 안 해도 되는 것도 좀 좋지 않나요? 그룹으로 딱 자리매김한 느낌이랄까? 하하!”
큰세진은 대놓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마 이 컴백쇼가 본인이 세워놓은 단계별 목표 중 하나라도 되는 모양이었다.
‘잘됐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진작에 확인해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하던 일이었다.
“애, 앨범 보게?”
“어.”
바로 이번 앨범 실물 확인이었다.
회사에서 따로 받은 게 있기는 한데, 이건 그냥 내가 예약 주문해 봤다.
지난 데뷔 앨범을 워낙 급하게 준비했던 탓에, 실물 앨범이 마감이 덜 되거나 속지 인쇄가 불량한 경우가 제법 많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설마 이번에도 그러진 않겠지.’
뽑기 운으로 피해 가버리면 별수 없겠지만, 그래도 한번 직접 주문해서 살펴보고 싶었다.
“어, 문대 앨범 언박싱해? 동영상 찍어줘?”
“아니. 괜찮아.”
나는 뽁뽁이를 뜯어내며 큰세진의 제안을 거절했다.
거대한 앨범 세트 구성 상자가 눈앞에 드러났다.
“와…….”
“…이걸, 앨범이라고 부를 수 있나?”
배세진이 중얼거렸다. 아, 참고로 저놈은 지난주에 발목 보호대 신세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어쨌든, 말대로 이 상자는 무슨 서랍 수준의 크기였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도 했다.
“아, 이게 응원봉이 포함된 세트 구성입니까?”
“맞아.”
바로 드디어 응원봉이 출시되어서 함께 예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 응원봉 실물부터 확인해 볼까.’
나는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당황했다.
“……!”
왼쪽, 완충재 사이에 낀 응원봉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화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운데 오로라 빛으로 번뜩이는 거대한 큐빅이 압도적이었다.
‘최종 그림보다도 화려한데……?’
어차피 만들 거 아주 다 때려 넣어보겠다는 직장인의 광기가 느껴졌다.
옆에서 구경하던 다른 놈들도 약간 당황한 듯싶었다.
“오…, 오~”
“어, 엄청… 크네.”
“번쩍번쩍해요!”
차유진의 어휘가 좀 늘었군.
“아, 옆에 그건 응원봉에 씌우는 건가?”
“아마도요.”
나는 응원봉 옆에 고정된 검은 원통을 꺼냈다.
아, 야구배트 모양은 시간과 단가상 안정적인 탈부착이 가능하게 하기 힘들다고 반려당했다.
‘이 정도도 사실 기대 이상이지.’
나는 원통을 씌워서 응원봉 모양을 바꿔보았다가, 안정적으로 고정되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뺐다.
‘이제 앨범.’
상자 오른쪽에는 거의 전공서 양장본 두께의 앨범 두 권이 위풍당당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진짜 큰데?”
“아무래도 구성 중 사진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걸 무기로 써도 되겠어.”
나는 두 앨범을 차례대로 들어서 잘 확인했다.
한쪽은 흰 바탕에 여름날 수채화 풍경이 깔렸고, 다른 쪽은 검은 바탕에 야광 그라피티가 특징적이었다. 다만, 기본 디자인이 같은 덕에 통일감은 살아 있었다.
다행히 둘 다 마감이 깔끔하고 프린트 질도 좋아 보였다.
“앗, 포카 떨어진다~”
“…! 자, 잡았어……!”
참고로 포토 카드는 각각 교실 배경의 선아현 셀카와 방독면을 벗는 류청우였다. 나는 본인들에게 카드를 증정하고 앨범 확인을 끝냈다.
“야 아현이는 진짜 잘생겼다. 어떻게 이렇게 셀카를 못 찍는데 잘생겼지?”
“고, 고마워…?”
최근 스탯 S-를 찍었으니 그럴 만했다.
그러고 나니 딱 컴백쇼 사전녹화를 준비할 시간이었다.
“곡 하나만 하는 게 아니니까 체력 안배 잘하자.”
“넵!”
몇 가지 점검을 끝낸 후, 우리는 첫 곡 녹화를 위해 무대로 나갔다.
그리고 응원봉 500개의 장거리 실물을 확인했다.
“와아아아악!!”
“……!”
예상은 했지만… 아니, 예상 이상으로… 엄청난 밝기를 자랑했다.
인당 하나씩 미러볼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본인 무대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나?’
광원이 저렇게 가까이에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 쓰일 텐데.
무대 위에서야 황홀할 만큼 근사하게 보였으나, 들고 있는 본인들이 불편하면 아무 소용없는 것 아닌가.
나는 팬들과 몇 마디 인사를 주고받은 멤버들에 이어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응원봉 어떠…….”
“예뻐!!”
“너무 좋아!!”
“……알겠습니다.”
만족하신다니 됐다.
* * *
테스타가 팬들과 하루 내내 컴백쇼를 촬영한 다음 날 새벽. 당연히 후기가 올라왔다.
그중에는 박문대의 익명 팬 커뮤니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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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머 이 미친놈 백금발해옴 X발 망주사 순발식급 충격 이 새끼는 평생 금발 박제해야 함
무대 좋았음 응 뭔지 안 알려줘 방송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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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도로 금발 됨?
-금발!! (강아지 랜딩하는 박문대 짤)
-아니 내 새끼 두피 살살 녹겠네 그냥 흑발하지… 곡 컨셉에도 흑발이 나은 거 아니냐
└응 아니야 박곰머는 금발뿐
-몇 곡함?
-이거 주작임?
└아닌 듯 비슷한 글 다른 사이트에도 계속 올라옴
-곰머 역시 뭘 좀 아는 듯ㅋㅋ 하지만 서치할 때 여긴 들어오지 말아라 혹시 보고 있다면 뒤로 가기 누르고 다신 돌아오지 마
└이런 걸 빠의식 과잉이라고 함
-사녹을 평일에 잡으니까 이런 놈들도 가는 구먼
아직 첫 컴백 무대도 방송을 타지 않은 시점이라, 세세하게 많이 적어둔 후기를 보더라도 팬들이 사전녹화 후기글을 보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 거의 외관 변화에 대한 묘사뿐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날 목요일 저녁에 첫 컴백 무대가 방영될 예정이기에, 바로 이 새벽에 뮤직밤 사전녹화가 진행되었다.
당연히, 10월 중하순 새벽은 상당히 추웠다.
“밀지 마세요!”
‘…추워!’
김래빈의 팬은 투덜거리며 사전녹화 현장으로 들어갔다. 아까 확인한 글이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박문대 금발 다시 했다고?’
너무 좋았…… 아니, 그냥 박문대는 금발이 나았다.
2차 팀전 이후로 은근히 박문대가 신경 쓰이게 된 그녀는 가끔 박문대의 팬사이트에 들어가서 소식을 확인하곤 했다.
심지어는 SNS 지인인 김래빈의 개인 팬들이 박문대를 비꼴 때 은근히 두둔하는 중이었다.
-곰머 레빉이 눈치 주는 거 봤음? 어르신들한테 사연 팔아 1위한 짬 여기서 나왔죠 젊꼰이 따로 없죠ㅋ
└그래도 곰머는 밥은 잘 주잖어 빅버드씨하고 있으면 레빉이 정치질만 당함
…주로 이런 식이었다. 참고로 빅버드는 극한까지 변형된 큰세진의 검색 방지용 별명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직도 박문대에 대한 호감 이상의 감정을 부정 중이었다.
‘…무대나 보자!’
그녀는 얼른 생각을 떨치고 응원봉을 꺼내 들었다. 이 검은 원통을 벗기면 샤라라 마법봉이 나온다는 구성은 솔직히 웃기고 재밌었다.
‘응원봉이 좋다는 거야, 응원봉이.’
팬들이 각자 응원봉을 다 챙겨 들고서 기다리고 있자, 무대 너머에서 테스타가 걸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러뷰어 안녕!”
귀가 터질 것 같은 함성이 녹화장 안을 울렸다.
“피곤하시죠? 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어!!”
“아니야 안 피곤해!”
솔직한 사람부터 좋은 말부터 해주는 사람까지 섞여서 난장판이었지만, 그 분위기 자체가 재밌어서 다들 웃어댔다.
테스타는 긴장한 기색이 드러났지만, 대체적으로 말도 곧잘했으며…….
무엇보다 의상이 진짜 대단했다.
‘저게 뭐야…!’
테스타는 겨울 교복에서 재킷 대신 테크웨어 의상 소품을 걸치고 있었다.
학생용 셔츠와 바지 위로 검은 가죽과 플라스틱, 금속으로 이루어진 장비의 실루엣이 올라간 것이 과하지 않고 딱 핏이 맞았다.
‘타이틀곡이랑 분위기가 다를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컨셉포토보다 본격적일 줄은 몰랐기 때문에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김래빈은 머리를 살짝 더 길러서 이마가 반만 드러나게 넘기고 있었다.
‘반 깐!!’
불량함보다는 위태로움에 가까운 느낌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응원봉으로라도 뭔가를 막 때리며 이 흥분을 표출하고 싶었으나, 콩나물시루가 따로 없는 상황이었기에 참았다.
그리고 그때쯤, 김래빈에게 약간 떨어져 서 있던 박문대가 눈에 들어왔다.
“…!!”
잘생겼네?!
왜 저렇게 잘생겼지? 그녀는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며 박문대를 보았다.
박문대는 트렌디하게 매력적인 상이긴 했고, 객관적으로 잘생긴 편이긴 했지만… 보자마자 감탄이 나오는 미남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근데 오늘은 왠지 그렇게 보였다!!
‘저 백금발 때문인가?!’
박문대는 거의 색이 없는 것에 가까울 정도로 물을 뺀 백금발이었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게 엄청나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고쳤나?’
그녀는 짧게 의심했으나, 막상 이목구비에서 차이가 나는 점을 딱 집어내지는 못했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 작게 서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샵 바꿨다더니…….”
“잘 바꿨나 봐요. 애들 더 잘생겨진 것 같아요.”
“…….”
‘아, 그렇게 된 거였구나.’
그녀는 빠르게 상황을 납득했다. 누군진 몰라도 대단한 전문가가 붙은 게 분명했다.
그사이, 테스타는 팬들과의 짧은 인사와 잡담을 끝내고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대형을 맞췄다.
테스타가 뒤로 돌아서 각자 시작 포지션을 잡는 순간, 그녀는 흥분으로 손에 든 응원봉을 살짝 흔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응원봉 커버…….’
그러고 보니 들어올 때 이 검은 원통을 벗기지 말아 달라는 말은 들었다.
‘이대로 응원하라는 건가?’
그녀가 살짝 떨떠름하게 검은 막대기를 보고 있을 때, 블루투스로 연결된 중앙제어에 의해 응원봉에 불이 들어왔다.
그러자 낯익은 야광 그라피티가 주르륵 원통형을 감싸고 켜졌다.
“…!”
아마도 안쪽의 빛이 투과하여 새어 나오는 것 같았는데, 왠지 그것 때문에 더 네온사인이 생각났다.
“헐.”
그녀는 이 원통형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관련 사항을 몰랐기에, 순간 깜짝 놀랐다.
하지만 대다수의 팬들은 이미 집에서 한 번씩 켜보고 왔는지 그냥 무대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
그녀도 얼른 무대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런 일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그 순간. 녹화장의 불이 꺼졌다.
그리고 무대 위에 강렬한 전주가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