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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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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05화
돌아온 매니저는 예상 가능하지만, 골 때리는 소식을 전했다.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셨다구요?”
“그래. 무슨 폭행이니 어쩌니 하면서… 진땀 뺐다 진짜.”
하마터면 컴백 전에 이상한 기삿감을 줄 뻔했다며, 첫 번째 매니저가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리고 투덜거렸다.
“그러니까 왜 하필 그쪽으로 연락을 해서는… 쯧.”
지금 자리에 없는 두 번째 매니저를 저격하는 말이었다.
참고로, 이세진이 회사와 면담하는 데에 동행하느라 자리에 없는 것이다.
“그분, 어떻게 로비에 들어오셨던 거였어요?”
“그때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작은 세진이가 연습실로 가겠다고 해서 회사로 왔었대. 안면 터놓은 가드들이 멤버 부모라고 하니까 들여 보내준 거지.”
“아하~.”
큰세진은 감탄사를 뱉으면서도 그다지 속 시원해 보이는 얼굴은 아니었다.
‘원천봉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런가.’
가족 구설수는 설사 당사자가 의절해도 계속 일어날 수 있었다.
게다가 로비에서 난동 부릴 정도면 보통 인간은 아니니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 소지는 충분했다.
“…아무튼, 작은 세진이도 놀랐을 텐데 너희도 숙소 오면 잘 대해줘.”
“그럼요.”
“알겠습니다.”
발목부상부터 가족 문제까지 터졌으니 심적으로 힘들 건 거의 확정이었다.
멤버들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이 사태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반깁스를 한 이세진이 숙소로 복귀했다.
며칠 전이랑 똑같은 상황이었으나, 다른 점은 동행인이 없었다는 것만은 아니었다.
이세진의 얼굴이 비장했다.
“……?”
그 기색을 모두 눈치챘는지, 멤버들이 주춤주춤 말을 걸었다.
“세진아, 음… 이야기는 잘 끝났고?”
“괜찮아요?”
“그래. …아주 멀쩡해.”
이세진은 다짐하는 것처럼 말하더니, 꿋꿋하게 현관을 걸어들어와서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물을 한 컵 원샷했다.
꿀꺽꿀꺽.
이세진은 식탁에 컵을 탁 내려놓고서, 심호흡 후에 말했다.
“내일… 접근금지 신청할 거야.”
“……!”
“아, 아버님을?”
“아버지는 무슨, 그 새끼 나 어릴 때 이혼해서 양육권도 없어…!”
이세진이 쌍욕 하는 것을 처음 들은 몇몇 멤버들이 당황했다.
“…증거자료는 있어요?”
“대상을 나로 신청하려는 게 아니야. …우리 엄마로 할 거야.”
“…!”
“……후.”
이세진은 한숨을 내쉬더니, 적당히 상황을 설명했다.
“…그 사람, 내가 아역배우로 약간 인지도가 생겼을 때부터 엄마한테 계속 연락해서 돈을 뜯었던 모양이야.”
하지만 어머님은 어린 이세진에게 굳이 그 상황을 티 내지 않으셨다고 한다. 이번 일을 이야기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고.
“아역 활동 쉬면서부터는 뜸했는데, …내가 에 나오면서 또 연락하기 시작했던 거지.”
이세진이 침을 삼키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그냥, 두 분이 성격 차로 갈라지신 건 줄 알고. 어렵다고 하셔서, 돈을 보내드렸는데…….”
점점 요구하는 액수가 커지고 은근한 폭언과 협박이 동반되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너무 잘되니까, 중후반 때부터는 거의 매일 그러더라고.”
이세진의 얼굴이 당시를 회상하는지 창백해졌다.
‘…그래서 3차 경연 때부터 유독 더 예민해진 거였나.’
그때 이미 멘탈이 터진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번 휴가 때 엄마랑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안 거야.”
애초부터 도박과 손버릇 때문에 이혼한 것이며, 친부가 지속적으로 금전적 협박을 했다는 것을 말이다.
“…….”
잠시 걱정 어린 침묵이 흘렀다.
“…그럼 왜 지금까지도 연락을……?”
“……내, 내가 섣불리 움직였다가, 엄마나… 그룹에 또 민폐가 될 수도 있잖아. 이미… 지난번에 소속사 문제도 났었는데.”
이세진은 이를 악물더니, 눈가를 세차게 닦았다.
“도망 안 치기로 했으니까, 내가 어떻게든… 해볼 생각이었어. ……잘 안 됐지만.”
“…….”
“미리 사과할게, 접근금지 신청하면… 혹시 기사가 날 수도 있어. 회사에서 최대한 막아보겠다고는 했지만…….”
이세진은 고개를 푹 숙였다.
“혹시, 또 문제가 된다면… 미안하다.”
“…!”
“세진아, 이런 일로 사과할 필요 없어.”
“저, 정말 괜찮아요……!”
우왕좌왕하는 멤버들 사이에서 큰세진이 사람 좋은 얼굴로 안타깝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음… 형님, 고충은 정말 안타깝지만요. 접근금지 신청만으로 뭐가 끝날 것 같지는 않은데, 다른 방법 생각해 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나도 알아.”
이세진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서… 그 사람이 도박하는 장소를 알아냈거든.”
“…!! 어, 어떻게요?”
“…그게 중요해? 아무튼, 거길 경찰에 신고할 거야.”
“헉!”
“그러면 감옥 갈 테니까. 그사이에 정산받아서 보안 더 좋은 곳으로 엄마 이사 보내드리면 돼.”
“오오!”
감탄하는 미성년자들 사이로, 나는 떨떠름히 생각했다.
‘불법도박은 보통 벌금형 아닌가.’
형량을 받아도 보통 집행유예로 마무리되는 경우만 봤던 것 같은데.
게다가 신고받은 경찰이 그렇게 순순히 믿고 출동해 줄지도 문제다.
“…집행유예 나오고 끝나지 않을까요?”
“그러진 않을 거야. 도박장에서 일하면서 사기도박 했다니까.”
“……!”
“나 겁주려고 떠든 거 다 녹음해 놨어. 조폭이니 뭐니……. 필요하면 익명으로 경찰에 보낼 수 있어.”
도박 문제라길래 중독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본격적인 범죄자셨군.
뭐, 이세진의 사이다를 향한 열망과 큰 그림은 이해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경우에는 상황이 더 위험해지는 게 아닌가 싶다.
‘혹시라도 범죄자가 본인이 이세진 아빠라고 떠들고 다니면 더 골 아파지지.’
역시 이세진하고 사이를 가시적으로 확 끊어버리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흠. 하나 떠오르는 게 있다.
‘오케이할지는 잘 모르겠다만.’
일단 이야기는 꺼내 보자.
“그런 전과 생긴 사람이 나중에라도 형 이름 빌려서 쓸데없는 말 못 하게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감옥 나와서 형 아버지라고 하면서 투자 사기 같은 거 칠 수도 있잖아요.”
“…!!”
“이참에 아예 선을 그어버리는 건 어떠세요.”
“어, 어떻게…?”
나는 손가락을 돌렸다.
“형이 어머니 성으로 개명하는 거죠.”
“……!! 커흡.”
“아예 부친 쪽과는 연결고리를 지워 버리는 겁니다.”
상상도 못 한 파격적 제안이었나. 이세진이 사레가 들렸다.
“진정하시고.”
이세진이 아까 마시던 잔에 물이나 한 잔 더 떠다 줬다. 이세진은 원샷하더니, 얼떨떨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그런 생각은…… 못 해봤네.”
“저도요.”
“나, 나도.”
옆에서 차유진과 선아현이 멍하니 동의했다.
큰세진은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는 것 같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오~ 미성년자 아니면 굳이 친부 허락 없어도 가능하대요. 그래도 의견 청취서 같은 게 발송된다는데, 그 도박장 신고해 버리고 정신없을 때 딱! 해버리시면 될 것 같은데요?”
이세진은 오묘한 얼굴이 되었다.
“……그럼 기간이 꽤 걸릴 텐데, 컴백 활동 중간에 바꾸는 것도 좀…….”
음, 의미 없는 고민을 하고 있군.
“그냥 당장 예명으로 쓰시면 되는데요.”
“…!!”
“아, 그렇군요. 일단 활동명을 바꾸신 후에 자연스럽게 개명하면 되시는 겁니다!”
김래빈이 감탄했다. 그리고 이세진은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뭐, 갑자기 성 갈게 생겼으면 고민될 법도 하지.’
이름과 성이 모두 갈린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좀 웃기긴 하다만.
어쨌든 저쪽은 아역배우 때부터 저 이름으로 쌓아온 커리어가 있으니, 바꾸는 데 거부감을 느낄 여지도 충분했다.
‘거절할 수도 있겠군.’
그렇게 생각한 바로 다음 순간, 이세진이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성씨야 아무래도 상관없어.”
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며칠 전에 스마트폰 보던 바로 그 눈인데.’
아마 사이다를 향한 열망이었나 보다.
어쨌든, 이세진의 호쾌한 개명 선언에 멤버들이 박수를 쳤다.
“오오오!”
이세진은 쑥스러운 듯이 고개를 틀었다.
‘결론 났군.’
나는 바로 추가 당부 사항을 말했다.
“꼭 친부의 완전한 귀책사유로 이혼했단 뉘앙스 넣어서 기사 뽑아달라고 회사에 말하세요. 대놓고는 말고 그냥 행간에서 짐작 가능한 수준으로.”
어그로 끌진 말고 여지도 주지 말란 뜻이다.
물론 회사에서 어련히 잘 챙기겠다만은, 한번 잡고 넘어가도 손해 볼 건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세진은 뭔가를 회상하는 표정이 됐다.
“……지난번에도 생각했지만, 넌… 아니다.”
“…? 말씀하세요.”
“아니라니까.”
뭐, 그러시다면야.
류청우가 약간 멋쩍게 웃으며 대화에 끼었다.
“사실 난 지금 말 나온 목적들과 별개로도… 충분히 좋은 결정인 것 같다. 그런 사람한테서 받은 것보단 널 사랑하는 어머니 성이 훨씬 좋잖아.”
“……맞아.”
“아무튼, 힘든 결정 내려줘서 고맙다. 세진아.”
“……힘든 건 아니지.”
이세진은 반년 치 사교성을 다 썼는지, 평소의 툭툭 던지는 것 같은 말투로 돌아갔다.
“아, 아무튼. 그럼 이대로 회사에 전화해 둔다.”
“예!”
“결론이 잘 난 것 같아 다행입니다.”
“……고마워.”
“히히.”
“고생 많으셨습니다~”
큰세진도 웃으며 덕담을 건넸다.
이놈이 여전히 이세진에게 별 호감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만, 최소한 이번 일에서는 짜증이 나진 않은 모양이었다.
이세진은 과업에 몰입하는 바람에 큰세진을 더 거북해할 틈이 없어진 것 같고.
‘잘됐네.’
괜히 붙여놓지만 않으면 되겠군.
그 화목한 분위기에서, 나는 문득 생각난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형 어머님은 성이 어떻게 되시나요.”
그러자 이세진의 귀가 벌게졌다. 뭐지?
“……배.”
“예?”
“배라고!”
“……!!”
…그렇게 돌고 돌아서, 아역배우 출신 이세진은 정말로 배세진이 되었다.
이번에는 배우의 줄임말이 아니라 어머니에게서 따온 성이라, 배세진 본인도 만족하는 듯하니 다행이었다.
똑같은 이름인데 받아들이는 쪽의 인식만으로도 이런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게 좀… 이론적으로 재밌긴 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제일 놀라운 부분은 여기에 있지 않았다.
그건 며칠 뒤 배세진이 찾아온 인터넷 기사에 나왔다.
“이거야!”
배세진은 드물게 흥분한 얼굴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게 들이댔다.
“……?”
나는 기사를 읽었다.
========================
[XX시 불법도박장 운영자 일당 검거… 마약까지 확인]
: 경기도북부경찰서는 지난 11일 XX시 한 건물의 지하 창고에서 도박장을 개장하고 불법도박을 한 혐의로 A씨(43) 외 5명을 검거했다고 12일 밝혔다.
또한, 도박장 시설 내부에서 2.2㎏의 알약형 마약류를 적발…….
========================
“……!!”
“어때! 몇 년은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지!”
“……예.”
정말, 이젠 신경 안 써도 되겠다.
슈뢰딩거의 마약쟁이를 뒷발로 잡은 날이었다.
* * *
그리고 다시 며칠 뒤, 배세진이 반깁스를 풀고 가벼운 보호대로 바꿀 무렵이었다.
‘오늘 자정에 뮤직비디오 티저가 나온다.’
본격적인 활동의 신호탄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제 슬슬, 나도 미뤄둔 선택을 해야 하는 날이 왔다.
바로 포인트 분배다.
‘상태창.’
쓸 수 있는 포인트는 3. 이 중 하나를 비상사태를 위해 남겨두고 포인트 2점은 무조건 사용할 생각이다.
문제는 어디에 쓰냐이다.
“흠.”
나는 길게 고민하지 않고, 포인트를 어디에 분배할지 정했다.
그리고 실제로 스탯을 올리기 전에 먼저 할 일을 수행하기로 했다.
“형.”
“어?”
“혹시 샵 바꾸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때 했던 일의 심화 버전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05화

돌아온 매니저는 예상 가능하지만, 골 때리는 소식을 전했다.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셨다구요?”

“그래. 무슨 폭행이니 어쩌니 하면서… 진땀 뺐다 진짜.”

하마터면 컴백 전에 이상한 기삿감을 줄 뻔했다며, 첫 번째 매니저가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리고 투덜거렸다.

“그러니까 왜 하필 그쪽으로 연락을 해서는… 쯧.”

지금 자리에 없는 두 번째 매니저를 저격하는 말이었다.

참고로, 이세진이 회사와 면담하는 데에 동행하느라 자리에 없는 것이다.

“그분, 어떻게 로비에 들어오셨던 거였어요?”

“그때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작은 세진이가 연습실로 가겠다고 해서 회사로 왔었대. 안면 터놓은 가드들이 멤버 부모라고 하니까 들여 보내준 거지.”

“아하~.”

큰세진은 감탄사를 뱉으면서도 그다지 속 시원해 보이는 얼굴은 아니었다.

‘원천봉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런가.’

가족 구설수는 설사 당사자가 의절해도 계속 일어날 수 있었다.

게다가 로비에서 난동 부릴 정도면 보통 인간은 아니니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 소지는 충분했다.

“…아무튼, 작은 세진이도 놀랐을 텐데 너희도 숙소 오면 잘 대해줘.”

“그럼요.”

“알겠습니다.”

발목부상부터 가족 문제까지 터졌으니 심적으로 힘들 건 거의 확정이었다.

멤버들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이 사태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반깁스를 한 이세진이 숙소로 복귀했다.

며칠 전이랑 똑같은 상황이었으나, 다른 점은 동행인이 없었다는 것만은 아니었다.

이세진의 얼굴이 비장했다.

“……?”

그 기색을 모두 눈치챘는지, 멤버들이 주춤주춤 말을 걸었다.

“세진아, 음… 이야기는 잘 끝났고?”

“괜찮아요?”

“그래. …아주 멀쩡해.”

이세진은 다짐하는 것처럼 말하더니, 꿋꿋하게 현관을 걸어들어와서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물을 한 컵 원샷했다.

꿀꺽꿀꺽.

이세진은 식탁에 컵을 탁 내려놓고서, 심호흡 후에 말했다.

“내일… 접근금지 신청할 거야.”

“……!”

“아, 아버님을?”

“아버지는 무슨, 그 새끼 나 어릴 때 이혼해서 양육권도 없어…!”

이세진이 쌍욕 하는 것을 처음 들은 몇몇 멤버들이 당황했다.

“…증거자료는 있어요?”

“대상을 나로 신청하려는 게 아니야. …우리 엄마로 할 거야.”

“…!”

“……후.”

이세진은 한숨을 내쉬더니, 적당히 상황을 설명했다.

“…그 사람, 내가 아역배우로 약간 인지도가 생겼을 때부터 엄마한테 계속 연락해서 돈을 뜯었던 모양이야.”

하지만 어머님은 어린 이세진에게 굳이 그 상황을 티 내지 않으셨다고 한다. 이번 일을 이야기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고.

“아역 활동 쉬면서부터는 뜸했는데, …내가 에 나오면서 또 연락하기 시작했던 거지.”

이세진이 침을 삼키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그냥, 두 분이 성격 차로 갈라지신 건 줄 알고. 어렵다고 하셔서, 돈을 보내드렸는데…….”

점점 요구하는 액수가 커지고 은근한 폭언과 협박이 동반되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너무 잘되니까, 중후반 때부터는 거의 매일 그러더라고.”

이세진의 얼굴이 당시를 회상하는지 창백해졌다.

‘…그래서 3차 경연 때부터 유독 더 예민해진 거였나.’

그때 이미 멘탈이 터진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번 휴가 때 엄마랑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안 거야.”

애초부터 도박과 손버릇 때문에 이혼한 것이며, 친부가 지속적으로 금전적 협박을 했다는 것을 말이다.

“…….”

잠시 걱정 어린 침묵이 흘렀다.

“…그럼 왜 지금까지도 연락을……?”

“……내, 내가 섣불리 움직였다가, 엄마나… 그룹에 또 민폐가 될 수도 있잖아. 이미… 지난번에 소속사 문제도 났었는데.”

이세진은 이를 악물더니, 눈가를 세차게 닦았다.

“도망 안 치기로 했으니까, 내가 어떻게든… 해볼 생각이었어. ……잘 안 됐지만.”

“…….”

“미리 사과할게, 접근금지 신청하면… 혹시 기사가 날 수도 있어. 회사에서 최대한 막아보겠다고는 했지만…….”

이세진은 고개를 푹 숙였다.

“혹시, 또 문제가 된다면… 미안하다.”

“…!”

“세진아, 이런 일로 사과할 필요 없어.”

“저, 정말 괜찮아요……!”

우왕좌왕하는 멤버들 사이에서 큰세진이 사람 좋은 얼굴로 안타깝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음… 형님, 고충은 정말 안타깝지만요. 접근금지 신청만으로 뭐가 끝날 것 같지는 않은데, 다른 방법 생각해 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나도 알아.”

이세진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서… 그 사람이 도박하는 장소를 알아냈거든.”

“…!! 어, 어떻게요?”

“…그게 중요해? 아무튼, 거길 경찰에 신고할 거야.”

“헉!”

“그러면 감옥 갈 테니까. 그사이에 정산받아서 보안 더 좋은 곳으로 엄마 이사 보내드리면 돼.”

“오오!”

감탄하는 미성년자들 사이로, 나는 떨떠름히 생각했다.

‘불법도박은 보통 벌금형 아닌가.’

형량을 받아도 보통 집행유예로 마무리되는 경우만 봤던 것 같은데.

게다가 신고받은 경찰이 그렇게 순순히 믿고 출동해 줄지도 문제다.

“…집행유예 나오고 끝나지 않을까요?”

“그러진 않을 거야. 도박장에서 일하면서 사기도박 했다니까.”

“……!”

“나 겁주려고 떠든 거 다 녹음해 놨어. 조폭이니 뭐니……. 필요하면 익명으로 경찰에 보낼 수 있어.”

도박 문제라길래 중독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본격적인 범죄자셨군.

뭐, 이세진의 사이다를 향한 열망과 큰 그림은 이해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경우에는 상황이 더 위험해지는 게 아닌가 싶다.

‘혹시라도 범죄자가 본인이 이세진 아빠라고 떠들고 다니면 더 골 아파지지.’

역시 이세진하고 사이를 가시적으로 확 끊어버리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흠. 하나 떠오르는 게 있다.

‘오케이할지는 잘 모르겠다만.’

일단 이야기는 꺼내 보자.

“그런 전과 생긴 사람이 나중에라도 형 이름 빌려서 쓸데없는 말 못 하게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감옥 나와서 형 아버지라고 하면서 투자 사기 같은 거 칠 수도 있잖아요.”

“…!!”

“이참에 아예 선을 그어버리는 건 어떠세요.”

“어, 어떻게…?”

나는 손가락을 돌렸다.

“형이 어머니 성으로 개명하는 거죠.”

“……!! 커흡.”

“아예 부친 쪽과는 연결고리를 지워 버리는 겁니다.”

상상도 못 한 파격적 제안이었나. 이세진이 사레가 들렸다.

“진정하시고.”

이세진이 아까 마시던 잔에 물이나 한 잔 더 떠다 줬다. 이세진은 원샷하더니, 얼떨떨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그런 생각은…… 못 해봤네.”

“저도요.”

“나, 나도.”

옆에서 차유진과 선아현이 멍하니 동의했다.

큰세진은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는 것 같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오~ 미성년자 아니면 굳이 친부 허락 없어도 가능하대요. 그래도 의견 청취서 같은 게 발송된다는데, 그 도박장 신고해 버리고 정신없을 때 딱! 해버리시면 될 것 같은데요?”

이세진은 오묘한 얼굴이 되었다.

“……그럼 기간이 꽤 걸릴 텐데, 컴백 활동 중간에 바꾸는 것도 좀…….”

음, 의미 없는 고민을 하고 있군.

“그냥 당장 예명으로 쓰시면 되는데요.”

“…!!”

“아, 그렇군요. 일단 활동명을 바꾸신 후에 자연스럽게 개명하면 되시는 겁니다!”

김래빈이 감탄했다. 그리고 이세진은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뭐, 갑자기 성 갈게 생겼으면 고민될 법도 하지.’

이름과 성이 모두 갈린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좀 웃기긴 하다만.

어쨌든 저쪽은 아역배우 때부터 저 이름으로 쌓아온 커리어가 있으니, 바꾸는 데 거부감을 느낄 여지도 충분했다.

‘거절할 수도 있겠군.’

그렇게 생각한 바로 다음 순간, 이세진이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성씨야 아무래도 상관없어.”

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며칠 전에 스마트폰 보던 바로 그 눈인데.’

아마 사이다를 향한 열망이었나 보다.

어쨌든, 이세진의 호쾌한 개명 선언에 멤버들이 박수를 쳤다.

“오오오!”

이세진은 쑥스러운 듯이 고개를 틀었다.

‘결론 났군.’

나는 바로 추가 당부 사항을 말했다.

“꼭 친부의 완전한 귀책사유로 이혼했단 뉘앙스 넣어서 기사 뽑아달라고 회사에 말하세요. 대놓고는 말고 그냥 행간에서 짐작 가능한 수준으로.”

어그로 끌진 말고 여지도 주지 말란 뜻이다.

물론 회사에서 어련히 잘 챙기겠다만은, 한번 잡고 넘어가도 손해 볼 건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세진은 뭔가를 회상하는 표정이 됐다.

“……지난번에도 생각했지만, 넌… 아니다.”

“…? 말씀하세요.”

“아니라니까.”

뭐, 그러시다면야.

류청우가 약간 멋쩍게 웃으며 대화에 끼었다.

“사실 난 지금 말 나온 목적들과 별개로도… 충분히 좋은 결정인 것 같다. 그런 사람한테서 받은 것보단 널 사랑하는 어머니 성이 훨씬 좋잖아.”

“……맞아.”

“아무튼, 힘든 결정 내려줘서 고맙다. 세진아.”

“……힘든 건 아니지.”

이세진은 반년 치 사교성을 다 썼는지, 평소의 툭툭 던지는 것 같은 말투로 돌아갔다.

“아, 아무튼. 그럼 이대로 회사에 전화해 둔다.”

“예!”

“결론이 잘 난 것 같아 다행입니다.”

“……고마워.”

“히히.”

“고생 많으셨습니다~”

큰세진도 웃으며 덕담을 건넸다.

이놈이 여전히 이세진에게 별 호감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만, 최소한 이번 일에서는 짜증이 나진 않은 모양이었다.

이세진은 과업에 몰입하는 바람에 큰세진을 더 거북해할 틈이 없어진 것 같고.

‘잘됐네.’

괜히 붙여놓지만 않으면 되겠군.

그 화목한 분위기에서, 나는 문득 생각난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형 어머님은 성이 어떻게 되시나요.”

그러자 이세진의 귀가 벌게졌다. 뭐지?

“……배.”

“예?”

“배라고!”

“……!!”

…그렇게 돌고 돌아서, 아역배우 출신 이세진은 정말로 배세진이 되었다.

이번에는 배우의 줄임말이 아니라 어머니에게서 따온 성이라, 배세진 본인도 만족하는 듯하니 다행이었다.

똑같은 이름인데 받아들이는 쪽의 인식만으로도 이런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게 좀… 이론적으로 재밌긴 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제일 놀라운 부분은 여기에 있지 않았다.

그건 며칠 뒤 배세진이 찾아온 인터넷 기사에 나왔다.

“이거야!”

배세진은 드물게 흥분한 얼굴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게 들이댔다.

“……?”

나는 기사를 읽었다.

========================

: 경기도북부경찰서는 지난 11일 XX시 한 건물의 지하 창고에서 도박장을 개장하고 불법도박을 한 혐의로 A씨(43) 외 5명을 검거했다고 12일 밝혔다.

또한, 도박장 시설 내부에서 2.2㎏의 알약형 마약류를 적발…….

========================

“……!!”

“어때! 몇 년은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지!”

“……예.”

정말, 이젠 신경 안 써도 되겠다.

슈뢰딩거의 마약쟁이를 뒷발로 잡은 날이었다.

* * *

그리고 다시 며칠 뒤, 배세진이 반깁스를 풀고 가벼운 보호대로 바꿀 무렵이었다.

‘오늘 자정에 뮤직비디오 티저가 나온다.’

본격적인 활동의 신호탄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제 슬슬, 나도 미뤄둔 선택을 해야 하는 날이 왔다.

바로 포인트 분배다.

‘상태창.’

쓸 수 있는 포인트는 3. 이 중 하나를 비상사태를 위해 남겨두고 포인트 2점은 무조건 사용할 생각이다.

문제는 어디에 쓰냐이다.

“흠.”

나는 길게 고민하지 않고, 포인트를 어디에 분배할지 정했다.

그리고 실제로 스탯을 올리기 전에 먼저 할 일을 수행하기로 했다.

“형.”

“어?”

“혹시 샵 바꾸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때 했던 일의 심화 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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