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03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03화
청려와의 별 소득 없는 만남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벌써 새벽 3시. 당연히 다들 자고 있었다.
‘…내일 8시에 침대에서 일어나야 되는데.’
당장 자야 했다. 나는 발소리를 낮추고 얼른 내 방을 찾아갔다.
그리고 놀랐다.
“……!”
“흐….”
이세진이 자기 침대에 처박혀서 스마트폰을 보고 질질 짜고 있었기 때문이다.
폰 화면에서 빛이 새어 나와서 이세진의 흥건한 얼굴을 비췄다.
‘……넷플러스라도 보나.’
굉장히 민망했다.
“…….”
나는 일부러 살짝 발소리를 내고 방을 스쳐 지나갔다. 수습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먼저 씻고 옷을 갈아입지 뭐.’
그리고 욕실에서 샤워까지 하고 나오니, 이세진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로 보이지 않았다.
저쪽도 민망할 만했다.
‘…자자.’
나는 침대에 누웠다. 귀마개는 이 새벽에 굳이 안 껴도 되겠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끼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끅.”
옆에서 끅끅거리며 우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기 때문이다.
누가 들어도 이불 속에서 베개에 얼굴 처박고 우는 소리였다.
‘미치겠다.’
나는 귀마개를 끼고 도로 누울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몸을 일으켜서 옆 침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이불 위를 툭툭 쳤다.
“형. 무슨 일 있어요?”
“……!!”
이불이 들썩거리더니 기침 소리가 울렸다.
‘눈물, 콧물에 침까지 나왔군…….’
안 봐도 남한테 보일 꼴은 아닌 것 같아서 나는 팔짱을 끼고 기다렸다.
“…귀마개, 큽, 안 했어?”
“이 새벽에 껴야 할 필요가 있을 줄은 몰랐죠.”
뒤척이는 소리가 다시 났다. 그리고 이세진이 목소리가 평상시에 가깝게 침착해졌다.
“……자. 별일 아니니까.”
“…….”
뭔 일이 있긴 하단 뜻이군.
그 순간, 머릿속에 이제는 희미해진 경고음이 울렸다.
“…형, 설마 마약 문제는 아니죠?”
“미쳤어?”
음, 아니군.
나는 기겁해서 이불을 차고 나온 이세진을 확인하고 도로 침대로 돌아갔다.
이세진의 얼굴이 열 받았는지 시뻘게진 것이 어두운데도 보였다.
“내가 마약할 놈으로 보여?”
“아뇨…. 그냥, 오늘 청려 선배님 만났는데, 마약으로 훅 간 분 이야기를 좀 들어서요. 갑자기 생각나서 물어봤어요.”
“…….”
이세진은 몇몇 구체적 예시를 떠올렸는지, 찝찝한 표정이 되었다.
“…혹시라도 그런 덴 안 엮이는 게 최선이지. 너도 이상한 놈들은 아예 선을 안 만드는 게 좋아.”
“잘 알겠습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이불을 덮었다.
‘더 묻기도 애매해졌군.’
이세진도 나름대로 성장하려고 하는 것 같으니, 정말 큰 문제가 생기면 말하겠지.
그리도 혹시 모르니 말은 해두자
“형.”
“왜.”
“힘들면 말해요.”
“……그래.”
“청우 형한테.”
“…야!”
나는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정자세로 누웠다.
그리고 순식간에 잠들었다.
* * *
컴백이 다가오자 연습과 스케줄을 병행하며 점점 피로가 가중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데뷔 앨범보다는 할 만한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더블 타이틀을 한 달 만에 준비했던 때에 비하면 선녀나 다름없다며, 그룹 내에서는 아직 호평이 자자했다.
확실히. 일단 잘 시간이 최소한은 확보되어 있으니 살 만했다.
‘모니터링할 시간도 틈틈이 있군.’
나는 스마트폰으로 현재 흐름을 확인했다.
음, 며칠 전까지 팬들은 얼마 전 공개된 컨셉 포토와 앨범 사양을 비교하며 추리를 전개하고 있었다.
-미친 앨범이 Side A, B 두 가지 구성으로 나와서 앨범명이 Choose Your Side인 거임? 이런 디테일에 덕후는 울어요
-난 A는 청량 B는 몽환 밀어본다.
└트레일러는?
└그쪽은 그냥 인트로곡 아닐까?
└난 거기가 Side B인 것 같음
-아니 트레일러에 분명 마법소년 소품들이 등장했거든요ㅠㅠ 게임 광고라고만 보기는 애매한데 아직 게임이 출시도 안 돼서 비교도 못 하고…!
└안녕하세요 선생님 폐허공장 지금까지 갓겜만 냈었습니다. 출시하면 꼭 찍먹 부탁드립니다..!
└앗 넵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두 번째 컨셉 포토가 공개되었다.
[테스타(TeSTAR) Concept Photo ‘Side B’]
고전적인 동절기 교복을 입고 있는 테스타의 모습이었다.
지난 앨범과의 연관점도 있긴 했는데, 분위기는 확연한 차이가 났다.
배경이 되는 교실이 단순히 낡거나 부서진 것이 아니라, 형광 빛으로 빛나는 거친 그래피티로 낙서가 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래피티 너머로 보이는 교실 벽의 재질은 통상적인 아이보리색이 아니라 녹슨 크롬 구조물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게다가 몇몇 멤버들은 방독면이나 독특한 기계 장비 따위를 들고 있었다. 장비에서도 네온사인 같은 빛이 번쩍였다.
누가 봐도 디스토피아 느낌의 사이버 펑크였다.
-으아아악
-미친 사이버 펑크
-너무 좋아
-지난 앨범에 동복 못 챙겼다고 챙긴 것 봐… 우리 애들 너무 배웠다 가방끈에 걸려 러뷰어 넘어질 지경
-ㅠㅠㅠ청우 드디어 염색했어요 여러분 우리 흑발에 가깝긴 하지만… 그래도 파란색이에요 전 너무 행복합니다 여러분 행복하세요
-겨우 몽환2나 생각한 예상한 내 대가리를 깬다…
-컨포 둘 다 너무 맘에 들어 앨범 빨리 왔으면ㅠㅠ
팬들은 굳이 여론 관리할 것도 없이 즐거워했다.
‘게임 걱정은 거의 사라진 것 같고.’
사실 이 컨셉 포토는 트레일러와 제법 유사점이 많았는데, 아마 느낌이 좋다 보니 불길한 예감이 많이 가신 모양이었다.
그리고 굳이 팬들만 모인 곳이 아닌 웬만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전반적으로 반응이 괜찮았다.
========================
[테스타 Choose Your Side 컨셉 포토]
: Side A (사진)
? Side B (사진)
대체로 잘 뽑았다는 게 현재 여론
========================
-오 잘생겼다
-선아현 볼 때마다 잘생겨지네
-얘네 매번 컨셉이 과한데 돈으로 미는 느낌임
└ㅋㅋㅋㅋㅋㅋㅋㅋ완벽한 설명
└나 2D 덕후인데 그래서 그런지 챙겨보게 되더라ㅎ
-두 번째 컨셉은 김래빈이 진짜 잘 받는다 양아치보다 좀 퇴폐적인 느낌이라 확 눈에 띔
-뮤직비디오 기대된다 올라오면 여기도 올려줘!
어떻게든 여론을 바꿔보려는 사람도 있었으나, 큰 소용은 없었다.
-모를… 어디서 잘 뽑았다고 하는데?ㅋㅋ?
└엥 그냥 어딜 가도 여론 괜찮은데.. 여기서도 다들 잘 뽑았다고 하잖아
└팬들 몰려온 걸 수도 있지ㅠㅠ
└이 정도 숫자가 다 팬이면 그냥 걔네가 여론 아님?ㅋㅋㅋ
주로 이렇게 끝났다.
‘안됐군.’
나는 피식 웃으며 글을 나왔다.
“무, 문대야. 인… 터넷 봐?”
“어, 새로 올라온 컨셉 포토 반응 확인했다.”
“그, 그렇구나.”
선아현은 굳이 여론이 어떤지 묻지 않았다.
듣기로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하여 너무 관심을 두지 않으려 훈련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새로 만난 의사가 잘 맞는지, 요새 선아현의 얼굴이 밝았다.
‘이번 활동 끝나면 본격적으로 발음 교정 시작한다고 했었나.’
음, 잘됐으면 좋겠다.
“우, 우리 사진 찍을 때 되게 더웠는데.”
선아현이 한마디 운을 떼자마자 여기저기서 동의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맞아요!”
“이상기온인지 초가을에 닥친 폭염 때문에 세트장 냉방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
내가 할 말 대신해 줘서 고맙네.
“그래도 세진이는 사진 찍을 때 얼굴색도 안 변하더라. 대단해.”
“배우 멋져요!”
“그러게.”
뜬금없이 칭찬을 받은 이세진은 마시던 물을 뿜을 뻔했지만, 곧 작게 대답했다.
“…고마워.”
“잘한 걸 잘했다고 한 건데 뭐.”
류청우가 웃으며 스트레칭을 다시 시작했다.
새 안무를 익힐 때면 진도를 잘 못 따라오는 이세진을 이런 식으로 기 살려놓는 장면은 이제 꽤 익숙했다.
‘뭐, 없는 일 말하는 것도 아니고.’
일단 연기가 필요한 컨텐츠가 들어가면, 이세진은 대부분 기량이 압도적이었다.
옆에서 큰세진이 장난스럽게 투덜거렸다.
“거, 너무하네~ 이쪽 세진이도 있는 걸 잊지 맙시다, 여러분. 저도 잘 찍었어요~!”
“하하!”
“와 형 멋져요.”
“유진아 영혼이 없구나.”
“저 거짓말 못 해요. 앗!”
큰세진은 차유진에게 헤드 락을 가볍게 한번 걸고는 깔깔 웃으며 놔주었다. 이세진은 휙 고개를 돌렸다.
‘저 둘은 계속 사이가 애매하군.’
싸울 것 같다는 게 아니라, 그냥… 서로가 싫어서 굳이 상종하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다.
“자, 연습 다시 시작하자~”
“넵!”
짧은 휴식이 끝나고 다시 안무가 들어갔다.
“발 잘 보고~”
“이쪽으로~”
안무가의 조언이 입에 붙어버린 멤버들이 성대모사를 하면서 후렴을 췄다. 웃음을 못 참고 계속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다들 가관이었다.
다만 이세진은 아직도 따라가는 게 벅찬 모양이었다. 입을 꾹 다물고 거울을 보고 있다.
‘그럴 만도 하지.’
아직 춤은 D+였다.
알파벳 단계 하나를 뛰어넘는 것은 어떤 분류군이 바뀌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춤에 별로 재능이 없는 사람이 단기간에 넘기긴 힘들 것이다.
‘이대로 가면 곧 넘길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나는 이세진의 스탯창을 확인했다.
[이름: 이세진]
가창 : C- (B+)
춤: D+ (B)
외모 : A+ (S)
끼 : A (S-)
특성 : 집중(B)
!상태이상 :
벌써 가창은 C에 접어든 상태였다. 원래도 춤보단 높았으니 비교적 빨리 올린 듯싶었다.
그리고 이세진의 춤 잠재 스탯은 ‘B’이니, 일단 C까지는 꾸준히만 해도 올라가겠지.
‘게다가 저 특성.’
꽤 괜찮았다.
[집중(B)]
: 해내고 싶어
-집중력 +100%
심플한 이름과 설명이었지만 꽤 다용도로 보였다. 나한테 떴어도 아마 킵해뒀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 상태창도 한번 정리해야겠군.’
나는 내 상태창을 불러왔다.
[이름 : 박문대 (류건우)]
Level : 15
칭호 : 없음
가창 : A
춤 : B-
외모 : B+
끼 : B
특성 : 잠재력 무한,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C), 바쿠스500(B), 잡아채는 귀(A)
!상태이상 : 상이 아니면 죽음을
남은 포인트 : 3
무대 업적 100번대까지의 달성과 연습 업적 5000번대 달성이 불러온 쾌거였다.
좋은 무대를 할 때 뜨는 팝업도 두어 번 더 갱신하며 스탯을 추가로 받았다.
이 과정에서 특성 뽑기도 하나 받았는데…….
[특성: 눈 밑 수도꼭지(B)]
-편하게 열고 잠그세요!
: 눈물 제어 능력 MAX
바로 버렸다. 젠장.
어쨌든, 이걸 빼도 뭘 많이 챙기긴 한 것 같다.
‘…데뷔 활동이 빡세긴 했지.’
잠 못 잔 보람을 여기서도 챙겨간다 싶다. 그러나 이것도 제일 놀라운 점은 아니었다.
…제일 놀란 건, 끼 스탯이 자연 증가했다는 것이다.
……W라이브나, 팬사인회 등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추측 중이다.
물론 나나 이세진 말고도 멤버들은 대부분 스탯이 자연 증가했는데, 일단….
“문대 딴생각 그만~!”
“…!”
나는 큰세진의 호명에 곧바로 생각을 멈췄다.
‘일단 연습에 집중하자.’
그리고 잠시 뒤, 마지막 반주가 끝났다.
땀을 닦아낸 큰세진이 예의상 물었다.
“후, 처음부터 다시 틀까요?”
“그러자.”
“넵!”
큰세진은 A-던 춤 스탯을 A로 끌어올리더니, 안무가가 준 안무를 느낌까지 그대로 살린 채 따는 속도가 월등히 빨라졌다.
‘부럽군.’
남은 포인트를 다 춤에 박아버릴까 생각하는 그 순간.
다시 시작된 도입부 안무 중에 이세진이 바닥으로 넘어졌다.
“…헉!”
“괜찮아?”
“……괜찮,”
이세진이 몸을 일으키려다가 멈칫거렸다.
그리고 누운 채로 발목을 잡더니, 입을 깨물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03화
청려와의 별 소득 없는 만남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벌써 새벽 3시. 당연히 다들 자고 있었다.
‘…내일 8시에 침대에서 일어나야 되는데.’
당장 자야 했다. 나는 발소리를 낮추고 얼른 내 방을 찾아갔다.
그리고 놀랐다.
“……!”
“흐….”
이세진이 자기 침대에 처박혀서 스마트폰을 보고 질질 짜고 있었기 때문이다.
폰 화면에서 빛이 새어 나와서 이세진의 흥건한 얼굴을 비췄다.
‘……넷플러스라도 보나.’
굉장히 민망했다.
“…….”
나는 일부러 살짝 발소리를 내고 방을 스쳐 지나갔다. 수습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먼저 씻고 옷을 갈아입지 뭐.’
그리고 욕실에서 샤워까지 하고 나오니, 이세진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로 보이지 않았다.
저쪽도 민망할 만했다.
‘…자자.’
나는 침대에 누웠다. 귀마개는 이 새벽에 굳이 안 껴도 되겠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끼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끅.”
옆에서 끅끅거리며 우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기 때문이다.
누가 들어도 이불 속에서 베개에 얼굴 처박고 우는 소리였다.
‘미치겠다.’
나는 귀마개를 끼고 도로 누울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몸을 일으켜서 옆 침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이불 위를 툭툭 쳤다.
“형. 무슨 일 있어요?”
“……!!”
이불이 들썩거리더니 기침 소리가 울렸다.
‘눈물, 콧물에 침까지 나왔군…….’
안 봐도 남한테 보일 꼴은 아닌 것 같아서 나는 팔짱을 끼고 기다렸다.
“…귀마개, 큽, 안 했어?”
“이 새벽에 껴야 할 필요가 있을 줄은 몰랐죠.”
뒤척이는 소리가 다시 났다. 그리고 이세진이 목소리가 평상시에 가깝게 침착해졌다.
“……자. 별일 아니니까.”
“…….”
뭔 일이 있긴 하단 뜻이군.
그 순간, 머릿속에 이제는 희미해진 경고음이 울렸다.
“…형, 설마 마약 문제는 아니죠?”
“미쳤어?”
음, 아니군.
나는 기겁해서 이불을 차고 나온 이세진을 확인하고 도로 침대로 돌아갔다.
이세진의 얼굴이 열 받았는지 시뻘게진 것이 어두운데도 보였다.
“내가 마약할 놈으로 보여?”
“아뇨…. 그냥, 오늘 청려 선배님 만났는데, 마약으로 훅 간 분 이야기를 좀 들어서요. 갑자기 생각나서 물어봤어요.”
“…….”
이세진은 몇몇 구체적 예시를 떠올렸는지, 찝찝한 표정이 되었다.
“…혹시라도 그런 덴 안 엮이는 게 최선이지. 너도 이상한 놈들은 아예 선을 안 만드는 게 좋아.”
“잘 알겠습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이불을 덮었다.
‘더 묻기도 애매해졌군.’
이세진도 나름대로 성장하려고 하는 것 같으니, 정말 큰 문제가 생기면 말하겠지.
그리도 혹시 모르니 말은 해두자
“형.”
“왜.”
“힘들면 말해요.”
“……그래.”
“청우 형한테.”
“…야!”
나는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정자세로 누웠다.
그리고 순식간에 잠들었다.
* * *
컴백이 다가오자 연습과 스케줄을 병행하며 점점 피로가 가중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데뷔 앨범보다는 할 만한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더블 타이틀을 한 달 만에 준비했던 때에 비하면 선녀나 다름없다며, 그룹 내에서는 아직 호평이 자자했다.
확실히. 일단 잘 시간이 최소한은 확보되어 있으니 살 만했다.
‘모니터링할 시간도 틈틈이 있군.’
나는 스마트폰으로 현재 흐름을 확인했다.
음, 며칠 전까지 팬들은 얼마 전 공개된 컨셉 포토와 앨범 사양을 비교하며 추리를 전개하고 있었다.
-미친 앨범이 Side A, B 두 가지 구성으로 나와서 앨범명이 Choose Your Side인 거임? 이런 디테일에 덕후는 울어요
-난 A는 청량 B는 몽환 밀어본다.
└트레일러는?
└그쪽은 그냥 인트로곡 아닐까?
└난 거기가 Side B인 것 같음
-아니 트레일러에 분명 마법소년 소품들이 등장했거든요ㅠㅠ 게임 광고라고만 보기는 애매한데 아직 게임이 출시도 안 돼서 비교도 못 하고…!
└안녕하세요 선생님 폐허공장 지금까지 갓겜만 냈었습니다. 출시하면 꼭 찍먹 부탁드립니다..!
└앗 넵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두 번째 컨셉 포토가 공개되었다.
고전적인 동절기 교복을 입고 있는 테스타의 모습이었다.
지난 앨범과의 연관점도 있긴 했는데, 분위기는 확연한 차이가 났다.
배경이 되는 교실이 단순히 낡거나 부서진 것이 아니라, 형광 빛으로 빛나는 거친 그래피티로 낙서가 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래피티 너머로 보이는 교실 벽의 재질은 통상적인 아이보리색이 아니라 녹슨 크롬 구조물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게다가 몇몇 멤버들은 방독면이나 독특한 기계 장비 따위를 들고 있었다. 장비에서도 네온사인 같은 빛이 번쩍였다.
누가 봐도 디스토피아 느낌의 사이버 펑크였다.
-으아아악
-미친 사이버 펑크
-너무 좋아
-지난 앨범에 동복 못 챙겼다고 챙긴 것 봐… 우리 애들 너무 배웠다 가방끈에 걸려 러뷰어 넘어질 지경
-ㅠㅠㅠ청우 드디어 염색했어요 여러분 우리 흑발에 가깝긴 하지만… 그래도 파란색이에요 전 너무 행복합니다 여러분 행복하세요
-겨우 몽환2나 생각한 예상한 내 대가리를 깬다…
-컨포 둘 다 너무 맘에 들어 앨범 빨리 왔으면ㅠㅠ
팬들은 굳이 여론 관리할 것도 없이 즐거워했다.
‘게임 걱정은 거의 사라진 것 같고.’
사실 이 컨셉 포토는 트레일러와 제법 유사점이 많았는데, 아마 느낌이 좋다 보니 불길한 예감이 많이 가신 모양이었다.
그리고 굳이 팬들만 모인 곳이 아닌 웬만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전반적으로 반응이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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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de A (사진)
? Side B (사진)
대체로 잘 뽑았다는 게 현재 여론
========================
-오 잘생겼다
-선아현 볼 때마다 잘생겨지네
-얘네 매번 컨셉이 과한데 돈으로 미는 느낌임
└ㅋㅋㅋㅋㅋㅋㅋㅋ완벽한 설명
└나 2D 덕후인데 그래서 그런지 챙겨보게 되더라ㅎ
-두 번째 컨셉은 김래빈이 진짜 잘 받는다 양아치보다 좀 퇴폐적인 느낌이라 확 눈에 띔
-뮤직비디오 기대된다 올라오면 여기도 올려줘!
어떻게든 여론을 바꿔보려는 사람도 있었으나, 큰 소용은 없었다.
-모를… 어디서 잘 뽑았다고 하는데?ㅋㅋ?
└엥 그냥 어딜 가도 여론 괜찮은데.. 여기서도 다들 잘 뽑았다고 하잖아
└팬들 몰려온 걸 수도 있지ㅠㅠ
└이 정도 숫자가 다 팬이면 그냥 걔네가 여론 아님?ㅋㅋㅋ
주로 이렇게 끝났다.
‘안됐군.’
나는 피식 웃으며 글을 나왔다.
“무, 문대야. 인… 터넷 봐?”
“어, 새로 올라온 컨셉 포토 반응 확인했다.”
“그, 그렇구나.”
선아현은 굳이 여론이 어떤지 묻지 않았다.
듣기로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하여 너무 관심을 두지 않으려 훈련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새로 만난 의사가 잘 맞는지, 요새 선아현의 얼굴이 밝았다.
‘이번 활동 끝나면 본격적으로 발음 교정 시작한다고 했었나.’
음, 잘됐으면 좋겠다.
“우, 우리 사진 찍을 때 되게 더웠는데.”
선아현이 한마디 운을 떼자마자 여기저기서 동의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맞아요!”
“이상기온인지 초가을에 닥친 폭염 때문에 세트장 냉방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
내가 할 말 대신해 줘서 고맙네.
“그래도 세진이는 사진 찍을 때 얼굴색도 안 변하더라. 대단해.”
“배우 멋져요!”
“그러게.”
뜬금없이 칭찬을 받은 이세진은 마시던 물을 뿜을 뻔했지만, 곧 작게 대답했다.
“…고마워.”
“잘한 걸 잘했다고 한 건데 뭐.”
류청우가 웃으며 스트레칭을 다시 시작했다.
새 안무를 익힐 때면 진도를 잘 못 따라오는 이세진을 이런 식으로 기 살려놓는 장면은 이제 꽤 익숙했다.
‘뭐, 없는 일 말하는 것도 아니고.’
일단 연기가 필요한 컨텐츠가 들어가면, 이세진은 대부분 기량이 압도적이었다.
옆에서 큰세진이 장난스럽게 투덜거렸다.
“거, 너무하네~ 이쪽 세진이도 있는 걸 잊지 맙시다, 여러분. 저도 잘 찍었어요~!”
“하하!”
“와 형 멋져요.”
“유진아 영혼이 없구나.”
“저 거짓말 못 해요. 앗!”
큰세진은 차유진에게 헤드 락을 가볍게 한번 걸고는 깔깔 웃으며 놔주었다. 이세진은 휙 고개를 돌렸다.
‘저 둘은 계속 사이가 애매하군.’
싸울 것 같다는 게 아니라, 그냥… 서로가 싫어서 굳이 상종하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다.
“자, 연습 다시 시작하자~”
“넵!”
짧은 휴식이 끝나고 다시 안무가 들어갔다.
“발 잘 보고~”
“이쪽으로~”
안무가의 조언이 입에 붙어버린 멤버들이 성대모사를 하면서 후렴을 췄다. 웃음을 못 참고 계속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다들 가관이었다.
다만 이세진은 아직도 따라가는 게 벅찬 모양이었다. 입을 꾹 다물고 거울을 보고 있다.
‘그럴 만도 하지.’
아직 춤은 D+였다.
알파벳 단계 하나를 뛰어넘는 것은 어떤 분류군이 바뀌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춤에 별로 재능이 없는 사람이 단기간에 넘기긴 힘들 것이다.
‘이대로 가면 곧 넘길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나는 이세진의 스탯창을 확인했다.
가창 : C- (B+)
춤: D+ (B)
외모 : A+ (S)
끼 : A (S-)
특성 : 집중(B)
!상태이상 :
벌써 가창은 C에 접어든 상태였다. 원래도 춤보단 높았으니 비교적 빨리 올린 듯싶었다.
그리고 이세진의 춤 잠재 스탯은 ‘B’이니, 일단 C까지는 꾸준히만 해도 올라가겠지.
‘게다가 저 특성.’
꽤 괜찮았다.
: 해내고 싶어
-집중력 +100%
심플한 이름과 설명이었지만 꽤 다용도로 보였다. 나한테 떴어도 아마 킵해뒀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 상태창도 한번 정리해야겠군.’
나는 내 상태창을 불러왔다.
Level : 15
칭호 : 없음
가창 : A
춤 : B-
외모 : B+
끼 : B
특성 : 잠재력 무한,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C), 바쿠스500(B), 잡아채는 귀(A)
!상태이상 : 상이 아니면 죽음을
남은 포인트 : 3
무대 업적 100번대까지의 달성과 연습 업적 5000번대 달성이 불러온 쾌거였다.
좋은 무대를 할 때 뜨는 팝업도 두어 번 더 갱신하며 스탯을 추가로 받았다.
이 과정에서 특성 뽑기도 하나 받았는데…….
-편하게 열고 잠그세요!
: 눈물 제어 능력 MAX
바로 버렸다. 젠장.
어쨌든, 이걸 빼도 뭘 많이 챙기긴 한 것 같다.
‘…데뷔 활동이 빡세긴 했지.’
잠 못 잔 보람을 여기서도 챙겨간다 싶다. 그러나 이것도 제일 놀라운 점은 아니었다.
…제일 놀란 건, 끼 스탯이 자연 증가했다는 것이다.
……W라이브나, 팬사인회 등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추측 중이다.
물론 나나 이세진 말고도 멤버들은 대부분 스탯이 자연 증가했는데, 일단….
“문대 딴생각 그만~!”
“…!”
나는 큰세진의 호명에 곧바로 생각을 멈췄다.
‘일단 연습에 집중하자.’
그리고 잠시 뒤, 마지막 반주가 끝났다.
땀을 닦아낸 큰세진이 예의상 물었다.
“후, 처음부터 다시 틀까요?”
“그러자.”
“넵!”
큰세진은 A-던 춤 스탯을 A로 끌어올리더니, 안무가가 준 안무를 느낌까지 그대로 살린 채 따는 속도가 월등히 빨라졌다.
‘부럽군.’
남은 포인트를 다 춤에 박아버릴까 생각하는 그 순간.
다시 시작된 도입부 안무 중에 이세진이 바닥으로 넘어졌다.
“…헉!”
“괜찮아?”
“……괜찮,”
이세진이 몸을 일으키려다가 멈칫거렸다.
그리고 누운 채로 발목을 잡더니, 입을 깨물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