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0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02화
테스타와 콜라보하게 된 이 게임 개발사는, T1에 인수되기 전에도 몇 가지 마니아층 두터운 게임을 내면서 인지도를 쌓았었다.
덕분에 관련된 소규모 게임 커뮤니티들이 있었다.
========================
아이돌 뮤비 자막에 127 섹션 나옴 어떻게 생각함?
(테스타 컴백 트레일러 영상)
========================
-흐미 이것은… 맞는 것 같은디
-보고 왔다. 서울 배경, 붉은 저주, 생물재해, 물탱크까지 나옴. 확정 아니냐?
-아니 이런 변두리 망겜 제작사에 아이돌 광고가 붙는다고? (혼란 이모티콘)
└대기업 인수 맛 달달하구먼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음
-아 여돌 아니었냐 다행이다 씹덕 새끼들 유입 막았쥬
└대신 빠순이 붙잖어
└돈만 많이 쓰면 누구든 상관없지 않누 이 새끼들 또 서버 닫고 빤스런할까 봐 걱정이다 이 말이야
└아ㅋㅋㅋㅋ ㅇㅈ
‘왜 하필 아이돌로 이런 걸 만들어서 이미지 묻히냐’ 같은 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첫 번째로는 영상이 워낙 시네마틱하며 기존 공개된 게임 배경의 분위기를 잘 살렸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이들이 그런 걸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의 제작사인 ‘폐허공장’은 질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요 몇 년 사이 암암리에 제법 인지도가 생겼지만, 과금 모델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는 탓에 늘 운영 뒷심이 부족했다.
덕분에 이들은 그저 이른 서버종료를 막고 싶을 뿐이었다.
-머기업의 투자 기대해봐도 되는 부분임?
-와! 127 섹션 국민 갓겜 된다!
-그래서 대체 겜이 언제 나오는 거고… 왜 트레일러를 내놨으면서 출시일도 안 뜨냔 말이야! (탁자 치는 이모티콘)
└구멍가게에 뭘 기대하시는ㅎ?
그리고 테스타의 컴백이 충분히 기사 등으로 홍보된 뒤, 한발 늦게 게임사는 출시일을 발표한다.
[‘폐허공장’의 신작 게임 , 국민 주식 테스타와 손잡고 출시]
[테스타의 컴백 트레일러는 콜라보 영상이었다… 출시 임박]
-야호!
-와 인지도 떡상한다!
-테스타요? 폐허공장의 아들입니다.
-어허 테스타라니 갓스타라고 부르는 거야
게임 마니아들이 기대에 부풀어서 뒹굴고 있을 때, 테스타의 팬들 쪽은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진짜 이번 앨범 게임 광고용이야?
-설마 본부장이 해놓은 거 그대로 진행 중인 건 아니지…?
-아니 뭘 어떻게 콜라보 했는지라도 구체적으로 알려주던가 그냥 뭉뚱그려서 적어놓으니까 빡치네 진짜ㅋㅋㅋ
-또 소속사 패야됨?ㅠㅠ
……
다행히 팬들의 불안이 더 자라지 않을 시점에서, 새로운 정보가 공개되었다.
[테스타(TeSTAR) Concept Photo ‘Side A’]
테스타의 앨범 컨셉 포토였다.
그리고 이 사진들의 분위기는… 대놓고 청량했다.
하얀 티셔츠를 입고 숲에 누워있거나, 헤드폰을 끼고 침대에 엎드려서 창밖의 자연풍경을 보는 등의 장면이던 것이다.
그리고 전부 맨발이었다.
전체적으로 청량하고 아련한, 청소년기의 여름날 같은 풍경이었다.
-아니 미친
-으아아아 청량왔다!!
-아현이가 맨발…! 맨발!
-문대 사과 무는 컷 봤어? 봤냐고?!
-기절할 것 같다
-흐흫흑ㅠㅠㅠ얘들아 볼수록 잘생겨진다…
기존에 공개된 의 정보나, 컴백 트레일러와 완전히 다른 느낌에 팬들은 안심하면서 사진을 보정할 수 있었다.
* * *
“문대야! 반응 완전 좋다!”
“나도 지금 보는 중이다.”
“하하!”
큰세진이 웃으면서 복도를 가로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다른 방에도 이야기하려는 것 같았다.
나는 스마트폰 화면으로 댓글을 살폈다. 다들 자연스럽게 게임 콜라보는 앨범에 일부분일 뿐이라는 점을 알고 넘어갔다.
‘이 순서대로 푸는 게 맞았던 것 같군.’
게임 콜라보 사실을 나중에 밝히면 배신감이나 거부감이 들 수도 있고, 먼저 때리면 게임으로 관심이 쭉 빨려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니까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거부감이 들지 않게 빌드업하면서, 동시에 게임과는 적당히만 융합되는 게 중요했다.
‘너무 엮여도 안 돼.’
게임 콜라보는 그냥 세계관을 더 재밌게 즐기게 해주는 외전 정도로 취급당하는 편이 좋았다.
그렇게 적당한 만족감을 즐기고 있는데, 보던 스마트폰 화면에 팝업이 떴다.
[VTIC 청려 선배님 : 앨범 내요?]
“…….”
이거… 무조건 목적이 있는 질문이다.
그래도 무시할 순 없는 노릇이라 답장했다.
[예. 이번 달 말에 컴백합니다.]
[VTIC 청려 선배님 : 그렇구나. 그럼 아직 시간 좀 있네요.]
그리고 달갑지 않은 제안이 왔다.
[VTIC 청려 선배님 : 내가 만든 곡 있는데 수록곡으로 쓸래요?]
미쳤냐?
[정말 괜찮습니다. 선배님께 그런 수고를 끼칠 수도 없고, 앨범이 이미 유기적으로 완성된 상태입니다. 제안해주신 점은 정말 감사합니다.]
[VTIC 청려 선배님 :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요. 맨입으로 받기는 그래서 주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요. 꼭 이번 앨범에 쓸 필요도 없어요^^]
“…….”
[혹시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입니까?]
혹시 톡 내역 훔쳐보는 놈들이 있을까 봐 완곡히 돌려 말했지만, 미래정보를 듣고 싶은 거냐는 의미다.
[VTIC 청려 선배님 : 네.]
[말씀드렸지만 저도 경험이 많지 않아서 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습니다.]
[VTIC 청려 선배님 : 그건 제가 들어보고 판단하겠습니다.^^]
“…….”
아, 이 새끼 또 보기 찝찝한데.
‘연을 끊을 수도 없고.’
그럼 나도 정보나 캐내야겠군.
[그럼 저도 곡보다는 선배님의 지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순식간에 답장이 오던 방금과는 다르게, 응답이 돌아오는 데 약간 시간이 걸렸다.
[VTIC 청려 선배님 : 그러세요.]
* * *
가뜩이나 앨범 준비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이놈과 접견하는 건 되도록 활동 이후로 미뤄 버리고 싶었지만 막혔다.
-그때는 콘서트 투어 때문에 해외로 출국하거든요.
덕분에 연습 다 끝난 이 한밤중에 녹음실을 빌렸다.
‘젠장.’
일단 회사에는 같이 작업은 시도할 건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해둔 상태다.
‘어차피 작업도 안 할 거긴 하지만.’
어쨌든, 청려가 도착한 것은 몇십 분 후였다.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요?”
“예. 저야 잘 지냈습니다.”
“그런 것 같더라고요. 트레일러 잘 뽑았던데. …아.”
청려가 문 옆 옷걸이에 얇은 코트를 걸다가, 표정 없이 이쪽을 돌아봤다.
“혹시 그 게임 이미 알고 있던 건가? 출시하면 공전의 히트라도 치나? 그래서 콜라보했어요?”
“…회사에서 다짜고짜 시켜서 하는 건데요.”
“아, 그렇군요.”
청려가 빙긋 웃으며 녹음실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은 물건을 하나 꺼냈다.
USB였다.
“그럼 곡부터 들어볼래요?”
이 새끼 진짜 사람 말 안 듣네.
“……곡은 안 받아도 괜찮습니다.”
“녹음실에서 만난 김에 그냥 들어나 보세요.”
청려는 부스 앞 기계를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곧 노래를 재생했다.
“……!”
“좋죠?”
귀에 착 달라붙는 트로피컬 하우스 곡이었다.
그래서 더 의심스러웠다.
‘자기가 쓰지 이걸 남 줄 성격은 절대 아닌 것 같은데.’
“왜 선배님이 안 쓰고 절 주려고 하십니까.”
“음, 전 이런 곡 취향이 아니라서요.”
“…그럼 같은 회사 후배는?”
“…….”
“아니면 같은 팀 멤버분을 드려도 되는 상황이잖습니까. 유닛 활동으로.”
“……음.”
청려가 곡을 껐다. 그리고 턱을 괬다.
“역시 똑똑하네……. 쓸데없게.”
“…!!”
“이거 사실 내가 지은 건 아니에요.”
청려가 USB 꺼내서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에, 전도유망한 신인 작곡가가 티홀릭한테 줘서 제법 히트… 했어야 할 곡인데. 내가 가로챈 거예요.”
뭐?
“아, 작곡가 동정할 건 없어요. 이분 이 곡 이후로 표절 손대서 줄소송 당하다 해외 도피로 끝났거든.”
“…….”
청려가 멋쩍은 듯이 웃었다.
“뭐, 내가 돌아오기 전에는 그랬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잘살고 있을 거예요. 곡 값을 잘 쳐줬으니까.”
“…….”
“근데 우리 회사 사람한테 곡 주면 안 되지. 이게 또 표절곡 주려고 할지 모르잖아요.”
“…근데 그걸 절 주겠다고?”
청려가 미소 지었다.
“당연히 사정을 설명해 줄 생각이었습니다. 이렇게 설명해 주면 문대 씨는 절대 이 사람한테 곡 다시 안 받을 거잖아요. 안 그래요?”
“…….”
내가 눈치 못 챘으면 그냥 이대로 엿 먹일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방금 쓸데없이 똑똑해서 눈치챘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설명해 주는 재미가 없어지니까 한 말이죠.”
살살 잘도 빠져나가는군.
청려는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난 이런 위험을 잘 관리하고 싶은 거라서. 거창한 정보를 원하는 게 아니라… 큰 흐름. 트렌드, 사건들만 기억나는 대로 말해봐요. 그럼 나도 알고 있는 대로 대답해 줄 테니까.”
“…….”
그냥 공부만 했는데요.
기억나는 건 9시 뉴스나 포탈 메인에 자주 등장했던 사건뿐이다.
하지만 이놈이 알고 싶은 건 내년 여름에 올 태풍 이름은 아니겠지.
“…제가 공시생이었다는 건 기억나시죠?”
“아주사에 참가해서 1위 할 정도로는 사회와 친숙했던 것 같은데.”
여기서 오해가 발생했군. 나는 뻔뻔하게 대답했다.
“그건 그냥 노력과 재능인데요.”
상태창 이야기 꺼내면 눈 돌아갈 것 같은 놈이다. 입도 벙긋 말자.
“……그런 것치곤 컷을 너무 아는 것처럼 잘 챙겼고.”
고등학교 자퇴하자마자 데이터 팔았다고 해도 안 통할 것 같으니… 음.
제일 가깝고 많을 사례를 들자.
“공시 시작 전에 아이돌 팠어서 이 동네 대충 압니다.”
“…….”
청려는 잠깐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
“……후.”
그리고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돌 팬이었다고.”
“예.”
“…누구 팬이었는데.”
“말랑달콤이요.”
“…….”
청려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약간 누그러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단 그래도 기억나는 건 다 말해봐요. 나도 대답해 줄 테니까.”
항복 선언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겠습니다. 음… 아, 맥시마이트의 비트온이 내년 초쯤 음주운전이 터지…….”
“원래 그런 놈이고. 다음.”
“흠… 올해 말에 뮤디 씨가 캐롤을 내는데, 제가 음식점에서 계속 들었으니… 아마도 음원 성적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음.”
이렇게 세 번쯤 반복하자, 청려가 음울하게 물었다.
“…내년에 유행하는 비트 같은 건 몰라요?”
“그걸 알면 벌써 썼죠.”
“……!”
청려는 결국 내게 별다른 정보가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고… 참.”
“내년 공시 경쟁률이라도 알려드릴까요.”
“…됐습니다.”
“흠.”
이제 내가 질문할 차례인가.
“혹시 이 사태가 왜 벌어진 건지 짐작 가는 이유 있으신가요? 아니면 사건이나.”
“그걸 나도 알고 싶은데 말이지.”
청려는 눈을 찌푸렸다.
“확실한 건, 일단 과업을 다 끝내면 더는 갑자기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거죠. …게다가 미래 지식은 아직 남아 있으니, 이 몇 년 아주 유용했는데.”
그 문맥에서 쓴 ‘유용’이란 단어 뉘앙스가 아주 은근했다.
“……곡 뺏으셨습니까?”
“하하, 뭐 당연한 걸 물어요? 본인들이 작곡하는 것도 아니고, 작곡가한테 먼저 받는 쪽이 임자 아닌가.”
청려가 밝게 웃었다.
“그것도 작년으로 끝나서 아쉽네.”
“……!”
그 말에서 나는 깨달았다.
‘이 새끼 작년에 시간 돌렸구나.’
그리고 데뷔 전으로 갔다.
그렇다는 건… VTIC의 연차에 비춰봤을 때, 최소 7년 이상 돌렸다는 것이다.
그럼 상태이상이 최소 8개다. 뭣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걸 피하려고 했다면 과연 몇 번이나 실패를….
‘……제정신 아닐 만하군.’
앞으로도 거리를 두고 지내자고 다짐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02화
테스타와 콜라보하게 된 이 게임 개발사는, T1에 인수되기 전에도 몇 가지 마니아층 두터운 게임을 내면서 인지도를 쌓았었다.
덕분에 관련된 소규모 게임 커뮤니티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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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뮤비 자막에 127 섹션 나옴 어떻게 생각함?
(테스타 컴백 트레일러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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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미 이것은… 맞는 것 같은디
-보고 왔다. 서울 배경, 붉은 저주, 생물재해, 물탱크까지 나옴. 확정 아니냐?
-아니 이런 변두리 망겜 제작사에 아이돌 광고가 붙는다고? (혼란 이모티콘)
└대기업 인수 맛 달달하구먼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음
-아 여돌 아니었냐 다행이다 씹덕 새끼들 유입 막았쥬
└대신 빠순이 붙잖어
└돈만 많이 쓰면 누구든 상관없지 않누 이 새끼들 또 서버 닫고 빤스런할까 봐 걱정이다 이 말이야
└아ㅋㅋㅋㅋ ㅇㅈ
‘왜 하필 아이돌로 이런 걸 만들어서 이미지 묻히냐’ 같은 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첫 번째로는 영상이 워낙 시네마틱하며 기존 공개된 게임 배경의 분위기를 잘 살렸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이들이 그런 걸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의 제작사인 ‘폐허공장’은 질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요 몇 년 사이 암암리에 제법 인지도가 생겼지만, 과금 모델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는 탓에 늘 운영 뒷심이 부족했다.
덕분에 이들은 그저 이른 서버종료를 막고 싶을 뿐이었다.
-머기업의 투자 기대해봐도 되는 부분임?
-와! 127 섹션 국민 갓겜 된다!
-그래서 대체 겜이 언제 나오는 거고… 왜 트레일러를 내놨으면서 출시일도 안 뜨냔 말이야! (탁자 치는 이모티콘)
└구멍가게에 뭘 기대하시는ㅎ?
그리고 테스타의 컴백이 충분히 기사 등으로 홍보된 뒤, 한발 늦게 게임사는 출시일을 발표한다.
-야호!
-와 인지도 떡상한다!
-테스타요? 폐허공장의 아들입니다.
-어허 테스타라니 갓스타라고 부르는 거야
게임 마니아들이 기대에 부풀어서 뒹굴고 있을 때, 테스타의 팬들 쪽은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진짜 이번 앨범 게임 광고용이야?
-설마 본부장이 해놓은 거 그대로 진행 중인 건 아니지…?
-아니 뭘 어떻게 콜라보 했는지라도 구체적으로 알려주던가 그냥 뭉뚱그려서 적어놓으니까 빡치네 진짜ㅋㅋㅋ
-또 소속사 패야됨?ㅠㅠ
……
다행히 팬들의 불안이 더 자라지 않을 시점에서, 새로운 정보가 공개되었다.
테스타의 앨범 컨셉 포토였다.
그리고 이 사진들의 분위기는… 대놓고 청량했다.
하얀 티셔츠를 입고 숲에 누워있거나, 헤드폰을 끼고 침대에 엎드려서 창밖의 자연풍경을 보는 등의 장면이던 것이다.
그리고 전부 맨발이었다.
전체적으로 청량하고 아련한, 청소년기의 여름날 같은 풍경이었다.
-아니 미친
-으아아아 청량왔다!!
-아현이가 맨발…! 맨발!
-문대 사과 무는 컷 봤어? 봤냐고?!
-기절할 것 같다
-흐흫흑ㅠㅠㅠ얘들아 볼수록 잘생겨진다…
기존에 공개된 의 정보나, 컴백 트레일러와 완전히 다른 느낌에 팬들은 안심하면서 사진을 보정할 수 있었다.
* * *
“문대야! 반응 완전 좋다!”
“나도 지금 보는 중이다.”
“하하!”
큰세진이 웃으면서 복도를 가로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다른 방에도 이야기하려는 것 같았다.
나는 스마트폰 화면으로 댓글을 살폈다. 다들 자연스럽게 게임 콜라보는 앨범에 일부분일 뿐이라는 점을 알고 넘어갔다.
‘이 순서대로 푸는 게 맞았던 것 같군.’
게임 콜라보 사실을 나중에 밝히면 배신감이나 거부감이 들 수도 있고, 먼저 때리면 게임으로 관심이 쭉 빨려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니까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거부감이 들지 않게 빌드업하면서, 동시에 게임과는 적당히만 융합되는 게 중요했다.
‘너무 엮여도 안 돼.’
게임 콜라보는 그냥 세계관을 더 재밌게 즐기게 해주는 외전 정도로 취급당하는 편이 좋았다.
그렇게 적당한 만족감을 즐기고 있는데, 보던 스마트폰 화면에 팝업이 떴다.
“…….”
이거… 무조건 목적이 있는 질문이다.
그래도 무시할 순 없는 노릇이라 답장했다.
그리고 달갑지 않은 제안이 왔다.
미쳤냐?
“…….”
혹시 톡 내역 훔쳐보는 놈들이 있을까 봐 완곡히 돌려 말했지만, 미래정보를 듣고 싶은 거냐는 의미다.
“…….”
아, 이 새끼 또 보기 찝찝한데.
‘연을 끊을 수도 없고.’
그럼 나도 정보나 캐내야겠군.
순식간에 답장이 오던 방금과는 다르게, 응답이 돌아오는 데 약간 시간이 걸렸다.
* * *
가뜩이나 앨범 준비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이놈과 접견하는 건 되도록 활동 이후로 미뤄 버리고 싶었지만 막혔다.
-그때는 콘서트 투어 때문에 해외로 출국하거든요.
덕분에 연습 다 끝난 이 한밤중에 녹음실을 빌렸다.
‘젠장.’
일단 회사에는 같이 작업은 시도할 건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해둔 상태다.
‘어차피 작업도 안 할 거긴 하지만.’
어쨌든, 청려가 도착한 것은 몇십 분 후였다.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요?”
“예. 저야 잘 지냈습니다.”
“그런 것 같더라고요. 트레일러 잘 뽑았던데. …아.”
청려가 문 옆 옷걸이에 얇은 코트를 걸다가, 표정 없이 이쪽을 돌아봤다.
“혹시 그 게임 이미 알고 있던 건가? 출시하면 공전의 히트라도 치나? 그래서 콜라보했어요?”
“…회사에서 다짜고짜 시켜서 하는 건데요.”
“아, 그렇군요.”
청려가 빙긋 웃으며 녹음실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은 물건을 하나 꺼냈다.
USB였다.
“그럼 곡부터 들어볼래요?”
이 새끼 진짜 사람 말 안 듣네.
“……곡은 안 받아도 괜찮습니다.”
“녹음실에서 만난 김에 그냥 들어나 보세요.”
청려는 부스 앞 기계를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곧 노래를 재생했다.
“……!”
“좋죠?”
귀에 착 달라붙는 트로피컬 하우스 곡이었다.
그래서 더 의심스러웠다.
‘자기가 쓰지 이걸 남 줄 성격은 절대 아닌 것 같은데.’
“왜 선배님이 안 쓰고 절 주려고 하십니까.”
“음, 전 이런 곡 취향이 아니라서요.”
“…그럼 같은 회사 후배는?”
“…….”
“아니면 같은 팀 멤버분을 드려도 되는 상황이잖습니까. 유닛 활동으로.”
“……음.”
청려가 곡을 껐다. 그리고 턱을 괬다.
“역시 똑똑하네……. 쓸데없게.”
“…!!”
“이거 사실 내가 지은 건 아니에요.”
청려가 USB 꺼내서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에, 전도유망한 신인 작곡가가 티홀릭한테 줘서 제법 히트… 했어야 할 곡인데. 내가 가로챈 거예요.”
뭐?
“아, 작곡가 동정할 건 없어요. 이분 이 곡 이후로 표절 손대서 줄소송 당하다 해외 도피로 끝났거든.”
“…….”
청려가 멋쩍은 듯이 웃었다.
“뭐, 내가 돌아오기 전에는 그랬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잘살고 있을 거예요. 곡 값을 잘 쳐줬으니까.”
“…….”
“근데 우리 회사 사람한테 곡 주면 안 되지. 이게 또 표절곡 주려고 할지 모르잖아요.”
“…근데 그걸 절 주겠다고?”
청려가 미소 지었다.
“당연히 사정을 설명해 줄 생각이었습니다. 이렇게 설명해 주면 문대 씨는 절대 이 사람한테 곡 다시 안 받을 거잖아요. 안 그래요?”
“…….”
내가 눈치 못 챘으면 그냥 이대로 엿 먹일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방금 쓸데없이 똑똑해서 눈치챘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설명해 주는 재미가 없어지니까 한 말이죠.”
살살 잘도 빠져나가는군.
청려는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난 이런 위험을 잘 관리하고 싶은 거라서. 거창한 정보를 원하는 게 아니라… 큰 흐름. 트렌드, 사건들만 기억나는 대로 말해봐요. 그럼 나도 알고 있는 대로 대답해 줄 테니까.”
“…….”
그냥 공부만 했는데요.
기억나는 건 9시 뉴스나 포탈 메인에 자주 등장했던 사건뿐이다.
하지만 이놈이 알고 싶은 건 내년 여름에 올 태풍 이름은 아니겠지.
“…제가 공시생이었다는 건 기억나시죠?”
“아주사에 참가해서 1위 할 정도로는 사회와 친숙했던 것 같은데.”
여기서 오해가 발생했군. 나는 뻔뻔하게 대답했다.
“그건 그냥 노력과 재능인데요.”
상태창 이야기 꺼내면 눈 돌아갈 것 같은 놈이다. 입도 벙긋 말자.
“……그런 것치곤 컷을 너무 아는 것처럼 잘 챙겼고.”
고등학교 자퇴하자마자 데이터 팔았다고 해도 안 통할 것 같으니… 음.
제일 가깝고 많을 사례를 들자.
“공시 시작 전에 아이돌 팠어서 이 동네 대충 압니다.”
“…….”
청려는 잠깐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
“……후.”
그리고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돌 팬이었다고.”
“예.”
“…누구 팬이었는데.”
“말랑달콤이요.”
“…….”
청려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약간 누그러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단 그래도 기억나는 건 다 말해봐요. 나도 대답해 줄 테니까.”
항복 선언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겠습니다. 음… 아, 맥시마이트의 비트온이 내년 초쯤 음주운전이 터지…….”
“원래 그런 놈이고. 다음.”
“흠… 올해 말에 뮤디 씨가 캐롤을 내는데, 제가 음식점에서 계속 들었으니… 아마도 음원 성적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음.”
이렇게 세 번쯤 반복하자, 청려가 음울하게 물었다.
“…내년에 유행하는 비트 같은 건 몰라요?”
“그걸 알면 벌써 썼죠.”
“……!”
청려는 결국 내게 별다른 정보가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고… 참.”
“내년 공시 경쟁률이라도 알려드릴까요.”
“…됐습니다.”
“흠.”
이제 내가 질문할 차례인가.
“혹시 이 사태가 왜 벌어진 건지 짐작 가는 이유 있으신가요? 아니면 사건이나.”
“그걸 나도 알고 싶은데 말이지.”
청려는 눈을 찌푸렸다.
“확실한 건, 일단 과업을 다 끝내면 더는 갑자기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거죠. …게다가 미래 지식은 아직 남아 있으니, 이 몇 년 아주 유용했는데.”
그 문맥에서 쓴 ‘유용’이란 단어 뉘앙스가 아주 은근했다.
“……곡 뺏으셨습니까?”
“하하, 뭐 당연한 걸 물어요? 본인들이 작곡하는 것도 아니고, 작곡가한테 먼저 받는 쪽이 임자 아닌가.”
청려가 밝게 웃었다.
“그것도 작년으로 끝나서 아쉽네.”
“……!”
그 말에서 나는 깨달았다.
‘이 새끼 작년에 시간 돌렸구나.’
그리고 데뷔 전으로 갔다.
그렇다는 건… VTIC의 연차에 비춰봤을 때, 최소 7년 이상 돌렸다는 것이다.
그럼 상태이상이 최소 8개다. 뭣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걸 피하려고 했다면 과연 몇 번이나 실패를….
‘……제정신 아닐 만하군.’
앞으로도 거리를 두고 지내자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