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0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01화
때는 9월 23일 일요일.
테스타의 팬, 러뷰어들은 말라붙은 떡밥에 슬퍼하고 있었다.
물론 테스타는 주기적으로 SNS에 소식을 남겼고, 며칠에 한 번씩은 꾸준히 광고나 행사 관련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팬들은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데뷔 활동기의 그 맛을 잊지 못했다.
-애들 다른 소식 없어…?
-본부장 놈도 쫓아냈는데 축하 파티 W앱 같은 거 해줬으면 좋겠다 한 일주일쯤
-우리도 양심이 있지 벌써 컴백 떡밥 바라는 건 아니다 얘들아 근데 어떻게 위튜브 자체 예능이라도 안 될까…?ㅎ
-매일 진수성찬 주지육림이다가 보리밥에 간장만 먹는 느낌이야ㅠㅠ
그렇게 양심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던 팬들은, 다가오는 월요일에 괴로워하며 잠이 들 예정이었다.
그 동영상이 뜨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 방금 공식 계정에 뭐 올라왔는데 위튜브다??? (링크)
[테스타(TeSTAR) ‘Bonus book’ Comeback Trailer (with 127 Section)]
-???
-컴백 트레일러?
-갑자기요?
-심정지 올 뻔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기겁하면서도 바로 영상을 클릭했다.
썸네일은 조준경 너머로 보이는 왼쪽 눈이었다. 렌즈를 꼈는지, 아니면 CG인지는 모르겠으나 다소 섬뜩한 보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곧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
등장한 것은 검고 긴 다리였다. 날렵한 가죽 바지를 걸친 쭉 뻗은 발은 성큼성큼 어딘가로 향했다.
카메라가 그 발걸음을 따라가며, 다 부수어지고 판자와 천 따위를 덧댄 자국이 역력한 복도를 속도감 있게 비췄다.
그리고 카메라는 다리에서 쭉 올라가, 어느새 검은 핑거슈트를 낀 왼손을 비추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옆얼굴이 함께 클로즈업되었다.
붉은 머리를 내린 차유진이었다.
그리고 차유진의 손안에 있는 것은… 다 낡아빠진 빨간 솜인형이었다.
[♬♪♩♪~]
차유진은 나직이 익숙한 멜로디의 휘파람을 불면서, 솜인형을 뒤집었다.
인형의 등 뒤에는 톱니바퀴가 달려있었다. 오른손이 거침없이 톱니를 잡고 돌리기 시작했다.
끼릭끼릭.
톱니가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곧 이상한 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Pi Pi Pi Pipipipipi-
PPi-.
쾅.
터지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검게 변했다. 내레이션이 깔렸다.
[WHAT makes people live?]
[…A CHOICE]
화면이 다시 밝아지는 순간, 전경이 바뀌었다.
반파된 운동장이었다. 모래가 다 굳고, 골대는 이미 헐었다. 그 한가운데 이상한 문양이 항공샷으로 잠깐 잡히는 순간.
대단히 무거운 비트가 울리기 시작했다.
DOOOM DOOOM DOOOM DOOOM
그리고 현란한 현악기 오케스트라가 울리기 시작했다. 위급한 단조의 반주였다.
그 위로 일렉 사운드의 강렬한 신스가 천둥이 꽂히는 것처럼 리프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I’m gonna survive,
Like you did before
I’m gonna grab it,
Just like I dreamed
고음의 도입부였다.
그 순간, 화면의 운동장 골대 아래가 폭발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차유진이 튀어나왔다.
-Ashes to ashes, dust to dust
But NOT for me 난 아니야
난 살아 그렇지 like
Legends never die
머리에서 먼지와 모래를 털어낸 차유진은 신난 것처럼 골대를 한번 차더니, 운동장을 가로질러 정문을 향해 뛰어갔다.
그가 검붉은 담쟁이넝쿨이 무성한 정문을 발로 열고 성큼성큼 통과하는 순간, 장면이 전환되었다.
-모든 갈림길이 선택의 기로
But wherever you go, 찾아
가장 확실한 방정식을
You will never die
샘플로 가득 찬 푸른 연구실에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배우 출신 이세진이었다.
안경 낀 섬세한 인상과 다르게, 걸친 가운에 녹색, 검붉은색 자국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차유진이 정문 밖으로 질주하는 것을 모니터로 지켜본 이세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연구실 문을 봉쇄한 철책 앞으로 걸어가다가, 발을 멈추고 덕지덕지 붙은 경고 표식을 읽었다.
바이오해저드(생물재해) 표지 마크였다.
그 순간, 다른 장소의 같은 마크를 찢어내는 손으로 컷이 바뀌었다.
-That’s what keeps me alive
난 세차게 쫓아가
삶을 완성시킬 발걸음
If I reach out, I can hold it
찢어진 종이를 한 손에 쥔 것은 단정한 현대적 차림새의 큰세진이었다. 그는 마치 무언가를 연설하는 듯 낡은 단상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쥐고 있던 종이를 낡은 철책으로 던진 순간.
툭.
구겨진 종이는 힘없이 철책에 튕겨 나갔으나, 단상 밑에 서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철책으로 달려갔다.
큰세진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한쪽에 걸려있던 야구 모자를 들어 탁, 자신의 머리에 걸쳤다. 그리고 유유히 단상에서 사라졌다.
그 순간, 카메라가 하늘로 치솟았다.
-I’m gonna survive,
Like you did before
I’m gonna grab it,
Just like I dreamed!
머리부터 발끝까지 현대적 무장요소를 갖춘 저격수가 옥상에서 가늠쇠 너머로 이상한 것을 겨누고 있었다.
저격수의 총에서 푸른 빛이 쏘아졌다.
두근거리는 붉은 덩어리에 빛이 맞는 순간, 덩어리가 터지며 폭발이 일어났다.
카메라가 한 바퀴 돌며, 저격수가 총을 던지며 일어나는 것을 비추었다. 류청우였다.
류청우가 던진 총은 옥상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붉게 녹아 아스팔트로 스며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카메라는 아스팔트보다 밑으로 떨어졌다.
-I will never die
Like I did before
I’m gonna keep you
Alive- Alive- Alive!
물이 고인 거대한 하수구에는 마네킹과 온갖 무기가 반파된 채로 쌓여있었다.
김래빈은 그 최상단에 고요히 누워있었다. 햇살 한 줄기가 그 위로 내렸지만, 동시에 물이 뚝뚝 떨어지며 검은 머리카락과 얼굴을 적셨다.
그 순간, 김래빈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눈동자만 옆으로 굴렸다. 다소 섬뜩한 그 시선을 따라 카메라가 움직였다.
철퍽.
하수구를 이동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컷이 이어졌다.
곡은 드랍되는 대신 더 멜로디컬해졌다. 부드러운 미성이 이어졌다.
-Choose your way
Choose your side
Make your way
Decide your fate
사람들이 옮기는 거대한 물탱크 같은 물체로 카메라의 초점이 맞춰졌다.
물탱크는 부들부들 흔들리더니, 상단이 열리며 흰 팔이 튀어나왔다.
그 안에서 자신의 몸을 끄집어낸 것은 선아현이었다.
흔들리는 카메라 너머로 이상하게 빛나는 물이 탱크에서 흘러넘쳤다.
선아현의 뒤로 빛나는 물방울의 향연이 후광처럼 멈췄다.
그 순간, 카메라는 비상하는 물방울과 함께 하수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한 고층빌딩의 깨진 창문을 비추었다.
-Choose your way
Choose your side
Make your way
Decide your fate….
창문 뒤에 서 있는 것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소년이었다.
곡이 잦아들었다.
[…….]
검은 후드를 눌러쓴 소년은 카메라를 등지고 창문 밖을 응시했다. 손에 든 것은 낡은 스마트폰이었다.
한밤중인데도 도시는 일렁이는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역광으로 소년의 인영이 더 어두워졌다.
그 상반신이 서서히 클로즈업된 그 순간.
소년이 휙 뒤돌아 카메라를 응시했다.
박문대의 얼굴이었다.
카메라는 마치 놀란 것처럼 휙 멀어졌다. 그러자 어느새 소년의 주위에 떠 있는 드론들이 보였다.
일렁이는 야광 불빛의 드론들이 카메라를 쏘아보았다.
박문대는 이상한 보랏빛으로 일렁이는 눈으로 카메라를 보더니, 스마트폰을 창밖으로 던졌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박문대가 다가오는 순간, 화면이 꺼졌다.
픽.
자막이 떠올랐다.
[Choose Your Side]
[127 Section]
[Coming Soon]
영상은 그렇게 끝났다.
-????
-!?!?
그리고 팬들은 물음표와 느낌표를 난발하게 됐다.
* * *
트레일러 영상은 2분 42초짜리 짧은 영상이었으며, 곡 역시 1절 분량만 잘려 나왔다.
하지만 넘치는 영상미와 의미심장함, 지난 앨범과 연결되는 요소들 때문에 온갖 SNS 팬 계정들과 커뮤니티는 월요일도 잊고 순식간에 영상에 대해 떠들었다.
-ㅠㅠ아니 예고도 없이 이렇게 트레일러 띄워서 나 같은 새가슴 덕후 놀라게 하는 법 있냐구요 진짜ㅠㅠ 감사합니다. 법으로 제정해주세요.
-본부장 쫒아내길 잘했다 역시 그놈 없어도 잘만 뽑네
-이거 선공개곡 같지? 안무 없어서 아쉽긴 했는데 군무 씬이 들어가면 이 긴장감이 풀렸을 것 같아서 딱 좋았어
└맞아 진짜 원테이크는 아니었지만 그런 느낌으로 편집한 것도 마음에 들었고
-근데 왜 곡명이 보너스 북인지는ㅋㅋㅋ 아직도 모르겠음. 별책부록이라는 뜻인데 그냥 영상 제목인가.
물론 일반 연예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바로 소식이 올라왔다.
========================
[TeSTAR 컴백 트레일러 뜸]
: 팬들도 뜰 줄 몰라서 혼비백산 중인 듯
========================
-와 돈냄새
-무슨 영화 트레일러 같네
-근데 안무도 없구 곡도 아이돌 느낌은 아닌 듯ㅠ
-티원에서 돈 진짜 엄청 투자하나 봐 이세진 좋겠다 추가로 들어가서 저 꿀 다 빠네
└흠 이번 건 오히려 배우 출신 나와서 영상 퀄 올라간 듯?
└ㅋㅋ 20초 나왔는데 연기력 감정 가능해?
└아이고 아주사에서 밀던 주식이 아깝게 탈락했다니 안 됐다 그게 누구라고?
-세계관에 잡아먹힌 듯… 너무 오덕같아
-개쩐다 진짜
자신의 불호를 열심히 외치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댓글과 조회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히, 영상 말미에 나온 자막 떡밥은 곧바로 분석되어 결론이 나왔다.
========================
[테스타 이번 영상 게임 관련인 듯]
: 마지막에 나온 자막 127 section
검색해보니까 10월 출시 예정인 게임 뜸
(기사 캡처)
원래 소규모 개발팀인데 T1에서 인수했네
========================
-호옹
-게임 콜라보였어?
-헐 더 좋아 어쩐지 게임 느낌이더라니
-그럼 그냥 광고영상이었나.
└컴백 트레일러라는 걸 봐서는… 광고 수준이 아닌 듯…ㅎ
-흠 난 별로다 걔네 이제 겨우 자기 세계관 잡아가는 시기인데ㅠ
-근데 걍 게임용이라고 하기엔 마법소년 뮤직비디오랑 연관점 너무 많던데? 팬들이 엄청 파더라
└T1에서 게임을 테스타 세계관용으로 만들었나?ㅋㅋ
└헐
└설마
└진정한 돈지랄이다;;;
적당히 테스타에게 관심 있던 사람들은 흥미로워하면서 상황을 관찰했다.
팬들은 걱정과 기대 사이에서 오갔으나, 그다음 날 앨범 예약 공지가 뜨면서 일단 기다려 보자는 쪽으로 마무리되었다.
-영상에 돈 처바른 것 보니까 버림패는 아니야 곡도 좋고 지난 앨범하고 세계관도 연결되는 것 같으니까 일단 기어 박음
-이게 타이틀은 아닌 것 같고 걍 게임사하고 한두 곡 콜라보한 것 같아 일단 이런 퀄리티 트레일러 본 걸로 난 만족!
-곡 영상 비주얼 삼박자가 딱 떨어져서 난 좋았음 타이틀 기대됨ㅠㅠ
다만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쪽도 있었다.
[야 니들 이거 봄?]
게임 커뮤니티였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01화
때는 9월 23일 일요일.
테스타의 팬, 러뷰어들은 말라붙은 떡밥에 슬퍼하고 있었다.
물론 테스타는 주기적으로 SNS에 소식을 남겼고, 며칠에 한 번씩은 꾸준히 광고나 행사 관련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팬들은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데뷔 활동기의 그 맛을 잊지 못했다.
-애들 다른 소식 없어…?
-본부장 놈도 쫓아냈는데 축하 파티 W앱 같은 거 해줬으면 좋겠다 한 일주일쯤
-우리도 양심이 있지 벌써 컴백 떡밥 바라는 건 아니다 얘들아 근데 어떻게 위튜브 자체 예능이라도 안 될까…?ㅎ
-매일 진수성찬 주지육림이다가 보리밥에 간장만 먹는 느낌이야ㅠㅠ
그렇게 양심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던 팬들은, 다가오는 월요일에 괴로워하며 잠이 들 예정이었다.
그 동영상이 뜨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 방금 공식 계정에 뭐 올라왔는데 위튜브다??? (링크)
-???
-컴백 트레일러?
-갑자기요?
-심정지 올 뻔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기겁하면서도 바로 영상을 클릭했다.
썸네일은 조준경 너머로 보이는 왼쪽 눈이었다. 렌즈를 꼈는지, 아니면 CG인지는 모르겠으나 다소 섬뜩한 보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곧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등장한 것은 검고 긴 다리였다. 날렵한 가죽 바지를 걸친 쭉 뻗은 발은 성큼성큼 어딘가로 향했다.
카메라가 그 발걸음을 따라가며, 다 부수어지고 판자와 천 따위를 덧댄 자국이 역력한 복도를 속도감 있게 비췄다.
그리고 카메라는 다리에서 쭉 올라가, 어느새 검은 핑거슈트를 낀 왼손을 비추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옆얼굴이 함께 클로즈업되었다.
붉은 머리를 내린 차유진이었다.
그리고 차유진의 손안에 있는 것은… 다 낡아빠진 빨간 솜인형이었다.
차유진은 나직이 익숙한 멜로디의 휘파람을 불면서, 솜인형을 뒤집었다.
인형의 등 뒤에는 톱니바퀴가 달려있었다. 오른손이 거침없이 톱니를 잡고 돌리기 시작했다.
끼릭끼릭.
톱니가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곧 이상한 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Pi Pi Pi Pipipipipi-
PPi-.
쾅.
터지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검게 변했다. 내레이션이 깔렸다.
화면이 다시 밝아지는 순간, 전경이 바뀌었다.
반파된 운동장이었다. 모래가 다 굳고, 골대는 이미 헐었다. 그 한가운데 이상한 문양이 항공샷으로 잠깐 잡히는 순간.
대단히 무거운 비트가 울리기 시작했다.
DOOOM DOOOM DOOOM DOOOM
그리고 현란한 현악기 오케스트라가 울리기 시작했다. 위급한 단조의 반주였다.
그 위로 일렉 사운드의 강렬한 신스가 천둥이 꽂히는 것처럼 리프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I’m gonna survive,
Like you did before
I’m gonna grab it,
Just like I dreamed
고음의 도입부였다.
그 순간, 화면의 운동장 골대 아래가 폭발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차유진이 튀어나왔다.
-Ashes to ashes, dust to dust
But NOT for me 난 아니야
난 살아 그렇지 like
Legends never die
머리에서 먼지와 모래를 털어낸 차유진은 신난 것처럼 골대를 한번 차더니, 운동장을 가로질러 정문을 향해 뛰어갔다.
그가 검붉은 담쟁이넝쿨이 무성한 정문을 발로 열고 성큼성큼 통과하는 순간, 장면이 전환되었다.
-모든 갈림길이 선택의 기로
But wherever you go, 찾아
가장 확실한 방정식을
You will never die
샘플로 가득 찬 푸른 연구실에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배우 출신 이세진이었다.
안경 낀 섬세한 인상과 다르게, 걸친 가운에 녹색, 검붉은색 자국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차유진이 정문 밖으로 질주하는 것을 모니터로 지켜본 이세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연구실 문을 봉쇄한 철책 앞으로 걸어가다가, 발을 멈추고 덕지덕지 붙은 경고 표식을 읽었다.
바이오해저드(생물재해) 표지 마크였다.
그 순간, 다른 장소의 같은 마크를 찢어내는 손으로 컷이 바뀌었다.
-That’s what keeps me alive
난 세차게 쫓아가
삶을 완성시킬 발걸음
If I reach out, I can hold it
찢어진 종이를 한 손에 쥔 것은 단정한 현대적 차림새의 큰세진이었다. 그는 마치 무언가를 연설하는 듯 낡은 단상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쥐고 있던 종이를 낡은 철책으로 던진 순간.
툭.
구겨진 종이는 힘없이 철책에 튕겨 나갔으나, 단상 밑에 서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철책으로 달려갔다.
큰세진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한쪽에 걸려있던 야구 모자를 들어 탁, 자신의 머리에 걸쳤다. 그리고 유유히 단상에서 사라졌다.
그 순간, 카메라가 하늘로 치솟았다.
-I’m gonna survive,
Like you did before
I’m gonna grab it,
Just like I dreamed!
머리부터 발끝까지 현대적 무장요소를 갖춘 저격수가 옥상에서 가늠쇠 너머로 이상한 것을 겨누고 있었다.
저격수의 총에서 푸른 빛이 쏘아졌다.
두근거리는 붉은 덩어리에 빛이 맞는 순간, 덩어리가 터지며 폭발이 일어났다.
카메라가 한 바퀴 돌며, 저격수가 총을 던지며 일어나는 것을 비추었다. 류청우였다.
류청우가 던진 총은 옥상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붉게 녹아 아스팔트로 스며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카메라는 아스팔트보다 밑으로 떨어졌다.
-I will never die
Like I did before
I’m gonna keep you
Alive- Alive- Alive!
물이 고인 거대한 하수구에는 마네킹과 온갖 무기가 반파된 채로 쌓여있었다.
김래빈은 그 최상단에 고요히 누워있었다. 햇살 한 줄기가 그 위로 내렸지만, 동시에 물이 뚝뚝 떨어지며 검은 머리카락과 얼굴을 적셨다.
그 순간, 김래빈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눈동자만 옆으로 굴렸다. 다소 섬뜩한 그 시선을 따라 카메라가 움직였다.
철퍽.
하수구를 이동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컷이 이어졌다.
곡은 드랍되는 대신 더 멜로디컬해졌다. 부드러운 미성이 이어졌다.
-Choose your way
Choose your side
Make your way
Decide your fate
사람들이 옮기는 거대한 물탱크 같은 물체로 카메라의 초점이 맞춰졌다.
물탱크는 부들부들 흔들리더니, 상단이 열리며 흰 팔이 튀어나왔다.
그 안에서 자신의 몸을 끄집어낸 것은 선아현이었다.
흔들리는 카메라 너머로 이상하게 빛나는 물이 탱크에서 흘러넘쳤다.
선아현의 뒤로 빛나는 물방울의 향연이 후광처럼 멈췄다.
그 순간, 카메라는 비상하는 물방울과 함께 하수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한 고층빌딩의 깨진 창문을 비추었다.
-Choose your way
Choose your side
Make your way
Decide your fate….
창문 뒤에 서 있는 것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소년이었다.
곡이 잦아들었다.
검은 후드를 눌러쓴 소년은 카메라를 등지고 창문 밖을 응시했다. 손에 든 것은 낡은 스마트폰이었다.
한밤중인데도 도시는 일렁이는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역광으로 소년의 인영이 더 어두워졌다.
그 상반신이 서서히 클로즈업된 그 순간.
소년이 휙 뒤돌아 카메라를 응시했다.
박문대의 얼굴이었다.
카메라는 마치 놀란 것처럼 휙 멀어졌다. 그러자 어느새 소년의 주위에 떠 있는 드론들이 보였다.
일렁이는 야광 불빛의 드론들이 카메라를 쏘아보았다.
박문대는 이상한 보랏빛으로 일렁이는 눈으로 카메라를 보더니, 스마트폰을 창밖으로 던졌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박문대가 다가오는 순간, 화면이 꺼졌다.
픽.
자막이 떠올랐다.
영상은 그렇게 끝났다.
-????
-!?!?
그리고 팬들은 물음표와 느낌표를 난발하게 됐다.
* * *
트레일러 영상은 2분 42초짜리 짧은 영상이었으며, 곡 역시 1절 분량만 잘려 나왔다.
하지만 넘치는 영상미와 의미심장함, 지난 앨범과 연결되는 요소들 때문에 온갖 SNS 팬 계정들과 커뮤니티는 월요일도 잊고 순식간에 영상에 대해 떠들었다.
-ㅠㅠ아니 예고도 없이 이렇게 트레일러 띄워서 나 같은 새가슴 덕후 놀라게 하는 법 있냐구요 진짜ㅠㅠ 감사합니다. 법으로 제정해주세요.
-본부장 쫒아내길 잘했다 역시 그놈 없어도 잘만 뽑네
-이거 선공개곡 같지? 안무 없어서 아쉽긴 했는데 군무 씬이 들어가면 이 긴장감이 풀렸을 것 같아서 딱 좋았어
└맞아 진짜 원테이크는 아니었지만 그런 느낌으로 편집한 것도 마음에 들었고
-근데 왜 곡명이 보너스 북인지는ㅋㅋㅋ 아직도 모르겠음. 별책부록이라는 뜻인데 그냥 영상 제목인가.
물론 일반 연예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바로 소식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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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들도 뜰 줄 몰라서 혼비백산 중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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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돈냄새
-무슨 영화 트레일러 같네
-근데 안무도 없구 곡도 아이돌 느낌은 아닌 듯ㅠ
-티원에서 돈 진짜 엄청 투자하나 봐 이세진 좋겠다 추가로 들어가서 저 꿀 다 빠네
└흠 이번 건 오히려 배우 출신 나와서 영상 퀄 올라간 듯?
└ㅋㅋ 20초 나왔는데 연기력 감정 가능해?
└아이고 아주사에서 밀던 주식이 아깝게 탈락했다니 안 됐다 그게 누구라고?
-세계관에 잡아먹힌 듯… 너무 오덕같아
-개쩐다 진짜
자신의 불호를 열심히 외치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댓글과 조회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히, 영상 말미에 나온 자막 떡밥은 곧바로 분석되어 결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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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에 나온 자막 127 section
검색해보니까 10월 출시 예정인 게임 뜸
(기사 캡처)
원래 소규모 개발팀인데 T1에서 인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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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옹
-게임 콜라보였어?
-헐 더 좋아 어쩐지 게임 느낌이더라니
-그럼 그냥 광고영상이었나.
└컴백 트레일러라는 걸 봐서는… 광고 수준이 아닌 듯…ㅎ
-흠 난 별로다 걔네 이제 겨우 자기 세계관 잡아가는 시기인데ㅠ
-근데 걍 게임용이라고 하기엔 마법소년 뮤직비디오랑 연관점 너무 많던데? 팬들이 엄청 파더라
└T1에서 게임을 테스타 세계관용으로 만들었나?ㅋㅋ
└헐
└설마
└진정한 돈지랄이다;;;
적당히 테스타에게 관심 있던 사람들은 흥미로워하면서 상황을 관찰했다.
팬들은 걱정과 기대 사이에서 오갔으나, 그다음 날 앨범 예약 공지가 뜨면서 일단 기다려 보자는 쪽으로 마무리되었다.
-영상에 돈 처바른 것 보니까 버림패는 아니야 곡도 좋고 지난 앨범하고 세계관도 연결되는 것 같으니까 일단 기어 박음
-이게 타이틀은 아닌 것 같고 걍 게임사하고 한두 곡 콜라보한 것 같아 일단 이런 퀄리티 트레일러 본 걸로 난 만족!
-곡 영상 비주얼 삼박자가 딱 떨어져서 난 좋았음 타이틀 기대됨ㅠㅠ
다만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쪽도 있었다.
게임 커뮤니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