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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1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화
눈 떠보니 낯선 천장이라면 다른 세상인 게 국룰 아닌가?
나는 아니었다. 웬 곰팡이 슨 모텔 방에서 깬 것이다.
“으으…….”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나는 이마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담요가 발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니까…… 보자, 내가 이번에도 시험에 떨어진 걸 확인하고 혼자 술 처마시다 잠들었던 것 같은데.
내 원룸에서 모텔까지 기어들어 왔단 말이야?
“미쳤나….”
나는 스스로에게 욕을 퍼부으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물도 뺄 겸 지금 몰골 좀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안 봐도 술에 찌든 공시생이겠지만.
그리고 거울을 보고는 우당탕 넘어졌다.
“으윽! …… X발.”
반사적으로 욕을 내뱉으면서도 상황이 믿기지 않아서, 이를 악물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털었다. 그리고 다시 거울을 들여다봤다.
거울 안에는 여전히 낯선 얼굴이 보였다.
비쩍 마른, 곱상한 어린애다.
…패닉에 빠지지 않기 위해 숨을 골랐다. 이미 끊은 담배가 간절했다.
“…허.”
나는 목소리마저 낯설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혀라도 깨물고 싶은 기분이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린 채 낯선 몸을 이끌고 모텔방을 수색했다.
침대에서 유서로 보이는 쪽지와 빈 약통을 발견했다. 이 녀석이 수면제로 음독자살을 시도했었나 보다.
유서 내용을 대충 읽어보니 고아에 자퇴했는데 억울하고 막막해서 이만 세상을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괜히 입이 씁쓸했다. 몸이 바뀌어도 어째 또 고아냐.
싸구려 화장대에 놓여 있던 지갑도 찾았다. 뒤지니 지폐 몇 장과 이 몸의 주민등록증이 나왔다.
[박문대 0X1215 – 3XXXXXX]
“뒷자리가 3….”
회춘이긴 하군. 나는 맥 빠진 소리를 하고는 주민등록증의 사진을 살펴봤다. 아까 거울에서 본 몰골보다는 낫지만 영 얼굴이 어두웠다.
그래도 인상이 어두운 것치고는 준수한 얼굴에 동안이긴 했다. 이제 23살인가. 더 어릴 줄 알았는데.
“…….”
아니,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나는 침착하게 생각하려 애썼다.
어쨌든 대충 상황 파악하면서 진정했다. 슬슬 내 원래 몸의 행방을 찾아서 대책을 강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살 시도한 이 녀석이 내 몸에 들어갔을지도 모르고.
지갑을 챙겨 들고 모텔 문을 열었다.
그리고 굳었다.
정면에 보이는 창문에서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술 처먹고 뻗기 전에는 7월이었는데.
“맙소사.”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허겁지겁 도로 모텔 방으로 들어와서 탁상 달력을 들어 올렸다.
[202× 12월]
…3년 전 달력이다.
시야가 아찔해졌다.
다시 진정하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진 않았다. 거야, 과거로 온 것보다 몸이 바뀐 게 더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서 한숨을 쉬었다. 기억나는 로또 번호도 없는데 왜 하필.
그러다 번뜩이는 헛소리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사실 과거가 아니라 다른 세상일 수도 있지 않나.
미친 생각이었지만 미친 상황에 압도된 탓에 설득력 있게 들렸다.
가끔 찾아보던 웹툰이나 웹소설에서는 이런 일이 제법 나왔던 것 같다. 헌터물이라고 부르던가…?
나는 얼빠진 말투로 작게 중얼거렸다. 장담하는데 제법 모자라 보였을 것이다.
“상태창…?”
당연하겠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젠장.
나는 수치심에 침대를 손으로 두들겼다.
뜰 리가 있겠냐, 이 병신 같은…….
[이름 : 박문대 (류건우)]
Level : 0
칭호 : 없음
가창 : C
춤 : ?-
외모 : C
끼 : ?-
특성 : 잠재력 무한
뜨네?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으윽!”
등이 아파서 끙끙대면서도, 나는 생각했다.
상태창 내용이… 예상했던 게 아닌데?
* * *
“…….”
상태창까지 뜨니 오히려 원하는 만큼 차분해질 수 있었다.
확실히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상황이니 지금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게 피부로 와닿았으니까.
지금 나는 모텔에서 나와서 근처 PC방에 들어와 있다. 이 세상이 3년 전이라는 것 외에 다른 변수가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서이다.
참고로 카운터에 부탁해서 원래 내 번호로 전화 걸어봤는데 없는 번호라고 안내가 나왔다.
대학 계정도 로그인이 불가능했고 과제 때문에 만든 SNS 계정도 없어졌다.
즉, 이 세상에 원래 ‘나’는 없는 것 같단 말이다.
뭐 큰 미련이 있는 건 아니다.
이미 부모님은 중학교 때 사고로 돌아가셨고, 친척들도 대학 들어갈 즈음에는 다 연락이 끊겼다.
변변한 인맥이 있던 것도 아니고, 그나마 있던 인간관계도 공시생활이 길어지며 다 사라졌다.
게다가 그 공시생으로 허비한 세월을 생각하면, 사실상 손절해도 이상할 게 없는 몸이란 뜻이다.
“주문하신 햄라면이요.”
“아, 감사합니다.”
나는 스스로 냉정하게 평가를 마치고 쟁반을 받았다. 그리고 라면을 입에 후루룩 넣으며 검색엔진을 살펴봤다.
음, 3년 전이면 내가 한참 ‘본격적인 공부’를 한답시고 설칠 때였다.
스마트폰 해약하고 인터넷선 끊었던 시절이라 이 페이지들이 아주 익숙한 느낌은 아니다.
그렇다고 위화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딱 3년 전 느낌이다. 그 당시 유행하던 것들이 눈에 띈다. 게임, 영화, 노래… 아이돌.
아이돌이라.
“흠.”
다 먹은 라면 그릇에 젓가락을 놓았다. 그리고 팔짱을 꼈다.
그 상태창, 내용이 아무리 봐도 아이돌 특정이었다.
내가 이 몸에 들어온 이유를 모르겠는데, 그 상태창 내용과 관련이 있을까?
이 몸 원래 주인인 ‘박문대’가 아이돌 지망생이라 소원이라도 빈 건가?
……아니면 내 대학시절 행적 때문에?
영 모르겠다. 하지만 이용할 수 있는 건 이용해야지.
“상태창.”
거의 숨소리만으로 작게 중얼거리자 또 반투명한 상태창이 내 시야에 불쑥 뜬다.
가창이 C등급, 외모도 C등급. 나머지는 빈칸이다.
시도해 보지 않았기 때문인가.
불쑥 그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우선 미뤄두기로 했다. 이 상황에 지금 당장 춤과 끼를 발산하고 싶을 리가 없었다.
그럼 상태창의 다른 내용이라도 확인해볼까.
나는 PC방에 들어오다가 봤던 노래방 간판을 떠올렸다.
* * *
“오.”
우선 확인 결과부터 말하자면, C등급은 낮은 등급은 아닌 것 같다.
노래를 썩 괜찮게 부를 수 있었다. 일단 음색이 좋고, 성량이 양호했다. 발성도 깨끗했으니 ‘기본기가 좋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확실히 재능은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창이 떴다는 점이다.
[업적 달성! ]
Level 0 -> 1
1 포인트 획득했다!
“업적?”
혼자 되물은 것뿐인데 또 다른 창이 떴다.
[진행 중 업적]
10번의 시도 (0/10)
100번의 시도 (0/100)
최초의 경험 (0/1)
10번의 경험 (0/10)
…….
밑으로 스크롤바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노가다라 이거군. 심지어 단위가 갈수록 양심 없게 뛴다. 게다가 절반은 확인이 불가능한지 공란이고.
나는 약간 감흥이 식어서 창을 껐다.
그래도 일단 포인트라는 걸 받았으니, 게임스럽게 사용해 볼까.
나는 상태창을 불러냈다.
하단에 ‘남은 포인트 : 1’이 새롭게 표시되어 있었다.
“가창에 1 포인트 분배.”
그러자 상태창의 내용이 변했다.
[이름 : 박문대 (류건우)]
Level : 1
칭호 : 없음
가창 : C+
춤 : ?-
외모 : C
끼 : ?-
특성 : 잠재력 무한
가창이 바로 C+가 됐다.
이거 정말 반영된 건가?
곧바로 아까 불렀던 노래를 다시 선곡했다. 그리고 똑같이 불러봤다.
“……잘하네?”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듣기 더 편해지고, 더 다듬어진 소리가 나왔다. 저절로 그렇게 부르는 방식을 목이 습득한 느낌이다.
그리고 상태창에 뜬 ‘특성’.
“잠재력 무한이라.”
보통 사람은 타고난 재능에 따라 노력 대비 성과가 달라진다. 그리고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성장할 수 있는 최대치, 잠재력의 한계가.
하지만 지금 이 상태창은, 노력 대비 터무니없이 고효율인 데다가 성장 한계가 없다고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해보니 실제로 실력이 느는 것도 확인했고.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아이돌….
새로운 몸의 진로로 삼으란 뜻인가?
그리고 그 순간, 상태창 위로 팝업이 튀어 올랐다.
“…!!”
[돌발!]
상태이상 : ‘데뷔가 아니면 죽음을’ 발생!
시뻘건 글자 밑으로 줄줄 글씨가 이어졌다.
[‘데뷔가 아니면 죽음을’]
정해진 기간 내로 아이돌로 데뷔하지 못할 시, 사망
남은 기간 : D-365
“뭐?”
어처구니없는 내용이었지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미 다른 사람 몸에 들어온 것부터가 미친 상황인데, 더 이상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까.
다 읽자마자 괴상한 팝업은 사라졌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상태창에 이상한 항목이 추가되었다.
[이름 : 박문대 (류건우)]
Level : 1
칭호 : 없음
가창 : C+
춤 : ?-
외모 : C
끼 : ?-
특성 : 잠재력 무한
!상태이상 : 데뷔가 아니면 죽음을
이거 진짜인가?
“X발…….”
나는 욕지거리를 뱉으며 이마를 감쌌다. 식은땀이 묻어났다.
이미 상태창이 통한다는 것을 확인한 상태였다. 이 엿 같은 문구도 실현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대체 이딴 게 왜 튀어나온 거지? 내가 아이돌을 떠올려서?
기가 차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설마 그동안 데이터팔이 짓 좀 했다고 벌 받나?’
그래, 아이돌.
사실 개인 사정으로 익숙한 분야였다.
대학 다니던 시절에 아이돌들 대리로 찍어주고 생활비를 괜찮게 벌었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좀… 돈독 오른 짓도 해봤고.
별꼴을 다 보고 별 소문도 다 들어봤다.
게다가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도 찍으러 다니다 보니 한때는 쓸데없이 이 분야에 과몰입하기까지 했다.
그때 자발적으로 이것저것 알아보기도 해서, 나름 소양이 있는 분야다.
나는 얼굴을 비벼서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상태창을 노려보았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다. 어이없고, 열 받고.
하지만 죽을 생각은 없다.
그러니 침착해지자.
그래, 어차피 폐급 인생이었는데 새로운 출발을 시켜주겠다는 거잖아. 그것도 이렇게 유리한 조건으로.
게다가 내가 이 몸에 들어온 연유를 추적하려면, 이 비현실적인 상태창을 더 이용하고 확인해 봐야겠지.
“흠.”
자기합리화가 마무리 되었다. 나는 맛이 간 채로 히죽 웃었다.
…이맘때 즈음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 하나가 대히트 쳤었지?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화

눈 떠보니 낯선 천장이라면 다른 세상인 게 국룰 아닌가?

나는 아니었다. 웬 곰팡이 슨 모텔 방에서 깬 것이다.

“으으…….”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나는 이마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담요가 발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니까…… 보자, 내가 이번에도 시험에 떨어진 걸 확인하고 혼자 술 처마시다 잠들었던 것 같은데.

내 원룸에서 모텔까지 기어들어 왔단 말이야?

“미쳤나….”

나는 스스로에게 욕을 퍼부으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물도 뺄 겸 지금 몰골 좀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안 봐도 술에 찌든 공시생이겠지만.

그리고 거울을 보고는 우당탕 넘어졌다.

“으윽! …… X발.”

반사적으로 욕을 내뱉으면서도 상황이 믿기지 않아서, 이를 악물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털었다. 그리고 다시 거울을 들여다봤다.

거울 안에는 여전히 낯선 얼굴이 보였다.

비쩍 마른, 곱상한 어린애다.

…패닉에 빠지지 않기 위해 숨을 골랐다. 이미 끊은 담배가 간절했다.

“…허.”

나는 목소리마저 낯설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혀라도 깨물고 싶은 기분이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린 채 낯선 몸을 이끌고 모텔방을 수색했다.

침대에서 유서로 보이는 쪽지와 빈 약통을 발견했다. 이 녀석이 수면제로 음독자살을 시도했었나 보다.

유서 내용을 대충 읽어보니 고아에 자퇴했는데 억울하고 막막해서 이만 세상을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괜히 입이 씁쓸했다. 몸이 바뀌어도 어째 또 고아냐.

싸구려 화장대에 놓여 있던 지갑도 찾았다. 뒤지니 지폐 몇 장과 이 몸의 주민등록증이 나왔다.

“뒷자리가 3….”

회춘이긴 하군. 나는 맥 빠진 소리를 하고는 주민등록증의 사진을 살펴봤다. 아까 거울에서 본 몰골보다는 낫지만 영 얼굴이 어두웠다.

그래도 인상이 어두운 것치고는 준수한 얼굴에 동안이긴 했다. 이제 23살인가. 더 어릴 줄 알았는데.

“…….”

아니,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나는 침착하게 생각하려 애썼다.

어쨌든 대충 상황 파악하면서 진정했다. 슬슬 내 원래 몸의 행방을 찾아서 대책을 강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살 시도한 이 녀석이 내 몸에 들어갔을지도 모르고.

지갑을 챙겨 들고 모텔 문을 열었다.

그리고 굳었다.

정면에 보이는 창문에서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술 처먹고 뻗기 전에는 7월이었는데.

“맙소사.”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허겁지겁 도로 모텔 방으로 들어와서 탁상 달력을 들어 올렸다.

…3년 전 달력이다.

시야가 아찔해졌다.

다시 진정하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진 않았다. 거야, 과거로 온 것보다 몸이 바뀐 게 더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서 한숨을 쉬었다. 기억나는 로또 번호도 없는데 왜 하필.

그러다 번뜩이는 헛소리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사실 과거가 아니라 다른 세상일 수도 있지 않나.

미친 생각이었지만 미친 상황에 압도된 탓에 설득력 있게 들렸다.

가끔 찾아보던 웹툰이나 웹소설에서는 이런 일이 제법 나왔던 것 같다. 헌터물이라고 부르던가…?

나는 얼빠진 말투로 작게 중얼거렸다. 장담하는데 제법 모자라 보였을 것이다.

“상태창…?”

당연하겠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젠장.

나는 수치심에 침대를 손으로 두들겼다.

뜰 리가 있겠냐, 이 병신 같은…….

Level : 0

칭호 : 없음

가창 : C

춤 : ?-

외모 : C

끼 : ?-

특성 : 잠재력 무한

뜨네?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으윽!”

등이 아파서 끙끙대면서도, 나는 생각했다.

상태창 내용이… 예상했던 게 아닌데?

* * *

“…….”

상태창까지 뜨니 오히려 원하는 만큼 차분해질 수 있었다.

확실히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상황이니 지금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게 피부로 와닿았으니까.

지금 나는 모텔에서 나와서 근처 PC방에 들어와 있다. 이 세상이 3년 전이라는 것 외에 다른 변수가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서이다.

참고로 카운터에 부탁해서 원래 내 번호로 전화 걸어봤는데 없는 번호라고 안내가 나왔다.

대학 계정도 로그인이 불가능했고 과제 때문에 만든 SNS 계정도 없어졌다.

즉, 이 세상에 원래 ‘나’는 없는 것 같단 말이다.

뭐 큰 미련이 있는 건 아니다.

이미 부모님은 중학교 때 사고로 돌아가셨고, 친척들도 대학 들어갈 즈음에는 다 연락이 끊겼다.

변변한 인맥이 있던 것도 아니고, 그나마 있던 인간관계도 공시생활이 길어지며 다 사라졌다.

게다가 그 공시생으로 허비한 세월을 생각하면, 사실상 손절해도 이상할 게 없는 몸이란 뜻이다.

“주문하신 햄라면이요.”

“아, 감사합니다.”

나는 스스로 냉정하게 평가를 마치고 쟁반을 받았다. 그리고 라면을 입에 후루룩 넣으며 검색엔진을 살펴봤다.

음, 3년 전이면 내가 한참 ‘본격적인 공부’를 한답시고 설칠 때였다.

스마트폰 해약하고 인터넷선 끊었던 시절이라 이 페이지들이 아주 익숙한 느낌은 아니다.

그렇다고 위화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딱 3년 전 느낌이다. 그 당시 유행하던 것들이 눈에 띈다. 게임, 영화, 노래… 아이돌.

아이돌이라.

“흠.”

다 먹은 라면 그릇에 젓가락을 놓았다. 그리고 팔짱을 꼈다.

그 상태창, 내용이 아무리 봐도 아이돌 특정이었다.

내가 이 몸에 들어온 이유를 모르겠는데, 그 상태창 내용과 관련이 있을까?

이 몸 원래 주인인 ‘박문대’가 아이돌 지망생이라 소원이라도 빈 건가?

……아니면 내 대학시절 행적 때문에?

영 모르겠다. 하지만 이용할 수 있는 건 이용해야지.

“상태창.”

거의 숨소리만으로 작게 중얼거리자 또 반투명한 상태창이 내 시야에 불쑥 뜬다.

가창이 C등급, 외모도 C등급. 나머지는 빈칸이다.

시도해 보지 않았기 때문인가.

불쑥 그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우선 미뤄두기로 했다. 이 상황에 지금 당장 춤과 끼를 발산하고 싶을 리가 없었다.

그럼 상태창의 다른 내용이라도 확인해볼까.

나는 PC방에 들어오다가 봤던 노래방 간판을 떠올렸다.

* * *

“오.”

우선 확인 결과부터 말하자면, C등급은 낮은 등급은 아닌 것 같다.

노래를 썩 괜찮게 부를 수 있었다. 일단 음색이 좋고, 성량이 양호했다. 발성도 깨끗했으니 ‘기본기가 좋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확실히 재능은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창이 떴다는 점이다.

Level 0 -> 1

1 포인트 획득했다!

“업적?”

혼자 되물은 것뿐인데 또 다른 창이 떴다.

10번의 시도 (0/10)

100번의 시도 (0/100)

최초의 경험 (0/1)

10번의 경험 (0/10)

…….

밑으로 스크롤바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노가다라 이거군. 심지어 단위가 갈수록 양심 없게 뛴다. 게다가 절반은 확인이 불가능한지 공란이고.

나는 약간 감흥이 식어서 창을 껐다.

그래도 일단 포인트라는 걸 받았으니, 게임스럽게 사용해 볼까.

나는 상태창을 불러냈다.

하단에 ‘남은 포인트 : 1’이 새롭게 표시되어 있었다.

“가창에 1 포인트 분배.”

그러자 상태창의 내용이 변했다.

Level : 1

칭호 : 없음

가창 : C+

춤 : ?-

외모 : C

끼 : ?-

특성 : 잠재력 무한

가창이 바로 C+가 됐다.

이거 정말 반영된 건가?

곧바로 아까 불렀던 노래를 다시 선곡했다. 그리고 똑같이 불러봤다.

“……잘하네?”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듣기 더 편해지고, 더 다듬어진 소리가 나왔다. 저절로 그렇게 부르는 방식을 목이 습득한 느낌이다.

그리고 상태창에 뜬 ‘특성’.

“잠재력 무한이라.”

보통 사람은 타고난 재능에 따라 노력 대비 성과가 달라진다. 그리고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성장할 수 있는 최대치, 잠재력의 한계가.

하지만 지금 이 상태창은, 노력 대비 터무니없이 고효율인 데다가 성장 한계가 없다고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해보니 실제로 실력이 느는 것도 확인했고.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아이돌….

새로운 몸의 진로로 삼으란 뜻인가?

그리고 그 순간, 상태창 위로 팝업이 튀어 올랐다.

“…!!”

상태이상 : ‘데뷔가 아니면 죽음을’ 발생!

시뻘건 글자 밑으로 줄줄 글씨가 이어졌다.

정해진 기간 내로 아이돌로 데뷔하지 못할 시, 사망

남은 기간 : D-365

“뭐?”

어처구니없는 내용이었지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미 다른 사람 몸에 들어온 것부터가 미친 상황인데, 더 이상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까.

다 읽자마자 괴상한 팝업은 사라졌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상태창에 이상한 항목이 추가되었다.

Level : 1

칭호 : 없음

가창 : C+

춤 : ?-

외모 : C

끼 : ?-

특성 : 잠재력 무한

!상태이상 : 데뷔가 아니면 죽음을

이거 진짜인가?

“X발…….”

나는 욕지거리를 뱉으며 이마를 감쌌다. 식은땀이 묻어났다.

이미 상태창이 통한다는 것을 확인한 상태였다. 이 엿 같은 문구도 실현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대체 이딴 게 왜 튀어나온 거지? 내가 아이돌을 떠올려서?

기가 차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설마 그동안 데이터팔이 짓 좀 했다고 벌 받나?’

그래, 아이돌.

사실 개인 사정으로 익숙한 분야였다.

대학 다니던 시절에 아이돌들 대리로 찍어주고 생활비를 괜찮게 벌었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좀… 돈독 오른 짓도 해봤고.

별꼴을 다 보고 별 소문도 다 들어봤다.

게다가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도 찍으러 다니다 보니 한때는 쓸데없이 이 분야에 과몰입하기까지 했다.

그때 자발적으로 이것저것 알아보기도 해서, 나름 소양이 있는 분야다.

나는 얼굴을 비벼서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상태창을 노려보았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다. 어이없고, 열 받고.

하지만 죽을 생각은 없다.

그러니 침착해지자.

그래, 어차피 폐급 인생이었는데 새로운 출발을 시켜주겠다는 거잖아. 그것도 이렇게 유리한 조건으로.

게다가 내가 이 몸에 들어온 연유를 추적하려면, 이 비현실적인 상태창을 더 이용하고 확인해 봐야겠지.

“흠.”

자기합리화가 마무리 되었다. 나는 맛이 간 채로 히죽 웃었다.

…이맘때 즈음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 하나가 대히트 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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